656화. 정예들이 한자리에
목진 등은 다보호에서 나오자마자 만수묘의 깊숙한 곳에 있는 신비로운 곳으로 향했다.
목진이 최근 열흘 동안, 멸생동으로 주위를 낱낱이 살폈는지라 가는 길은 상당히 순조로웠고 수령 무리를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여 그들은 이틀도 안 되는 사이에 만수묘의 깊숙한 곳에 가까워졌다.
이틀째 되는 날, 그들은 실력이 비슷한 무리를 만났고 무력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신수지원에서는 실력이 제일이라 실력만 충분하면 아무리 정예 신수 종족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목진은 드디어 신비로운 구역이 어떤 곳인지 알았다.
원고 시기, 신수지원이 부서질 때 이곳에서 생활하던 강자들은 전부 나서서 역외족의 왕들과 싸웠는데 그들 대부분이 만수묘의 깊숙한 곳에서 사망했다.
역외족 강자들의 죽음으로 인해 주위에 사망의 기운이 퍼졌고 엄청난 신수들의 시신을 침범하려 하자 신수들의 의식은 만수묘의 깊숙한 곳과 점차 아우러져 그 구역을 지키면서 역외족 왕자들을 제압했다.
그곳이 바로 엄청난 신수들이 사망한 곳인 신묘원이었다.
만수묘의 깊숙한 곳은 짙은 사망의 기운에 휩싸여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대지는 회흑색을 띤 것이 상당히 음침해 보였다.
슉!
그때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가 사망의 기운을 헤치며 만수묘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는데 그들은 다름 아닌 목진 일행이었다.
“우리는 곧 만수묘의 깊숙한 곳에 있는 신묘원에 도착할 것 같네.”
앞장선 목진이 말했다. 그의 미간에서 흑광이 번쩍였다. 그는 멸생동을 소환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사망의 기운을 뚫고 주위 만 장 범위를 꿰뚫어 볼 수 있었고 덕분에 그들은 점차 많아지는 수령 무리를 따돌릴 수 있었다.
이에 뒤따르던 구유, 한산 등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목진이 뭐라 말하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신묘원에 가는 길 내내 수령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아 이곳이 정녕 신수지원에서 유명한 흉지인지 의심할 정도였다.
목진이 미리 앞쪽 구역을 살피며 가장 안전한 노선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진작 대량의 수령 무리에 파묻혀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이미 신묘원에 도착한 무리가 있을 것 같군.”
구유는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어둠 속에 얼마나 무서운 물건이 숨었는지 몰랐지만, 지금쯤 이미 도착한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적잖은 무리를 따돌렸지만 최전방에서 달리는 무리를 겨우 따라잡을 뿐이었다. 저들은 목진 등과 비교하면 실력 차이가 상당했다.
저들을 이끄는 수령이야말로 진정한 천재로 신수지원에 들어온 이들 중 최고의 전력이었다.
김경천이라도 최정예급 강자들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그런데 목진 등은 신수지원에 들어온 최정예급 강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들과 싸워 보물을 빼앗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진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피가 끓어 올랐다. 강자가 되려면 엄청난 난관을 부단히 건너며 성장해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슉!
목진은 빠른 속도로 회흑색 산맥의 위쪽에서 전력을 다해 전진했고 산속의 수령들이 이들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두 시진이 지나자 목진 등은 점차 속도를 줄이고 회흑색 나무가 가득 자라있는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는데 앞쪽 대지는 생기 없는 회흑색이 아니라 암홍색을 띄었다.
대지는 엄청난 존재들의 피로 물들고 만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암홍색을 띤 것 같았고 강력한 압박감을 형성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몸에 지닌 목진마저 숨쉬기가 어려웠다.
또한, 바닥에 난 만 장 정도의 구멍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고 주위 공간마저 한껏 일그러지다가 부서졌다. 이곳에서 벌어진 대전의 상처는 만 년이 지난 오늘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하여 이곳에 깃든 사망의 기운은 회흑색이 아니라 은은한 빨간색이었다. 이는 수많은 정예급 존재들의 남아있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만 장 정도로 높은 탑이 우뚝 솟아올라 있었다. 암홍색 사망의 기운은 그 속을 맴돌 뿐, 외부에는 전혀 새어 나오지 않았고 외부의 회흑색 사망의 기운도 그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목진은 흑광을 발하는 멸생동으로 탑을 관찰했는데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가 본 것은 만 장 크기의 높은 탑이 아니라 회백색 백골이 쌓여서 이룬 시체의 산이었다.
그 속에는 여러 신수의 뼈가 있었는데 그것은 이 구역을 완전히 둘러싸 그 속에서 죽은 사람들을 수호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신묘원이란 말인가?”
구유는 드넓은 묘지에 제법 놀랐다. 신묘원과 비교하면 구유 등은 개미처럼 작고 하찮아 보였다.
“그럴걸?”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쪽에서 영력 파동이 느껴졌는데 아마 누군가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듯했다.
“다들 신묘원에 대해 알고 달려오는 것 같군.”
한산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신수지원에 들어온 사람 중 절반 정도가 이곳에 모일 것이다.
“이토록 엄청난 곳을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네.”
목진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정예 신수 종족은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났는데 봉황족 뿐만 아니라 여러 정예 신수 종족이 만수묘에 뛰어들었으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러나 정예 신수 종족 사람들은 일부러 정보를 감추려 하지도 않았다. 신묘원 같은 흉지에 들어가 무언가를 얻으려면 실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여 정예 신수 종족 사람들은 탐욕에 눈이 멀어 주제도 모르고 신묘원을 찾아온 사람들을 굳이 내쫓지 않았다.
“저기로 갑시다.”
목진은 갑자기 신묘원 외곽의 한 구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커다란 암석이 놓인 채 영력 파동을 내뿜는 것으로 보아 다들 한자리에 모인 모양이었다.
목진 등은 신묘원에 관한 정보를 일부 수집하긴 했지만 아직 모르는 것도 많았다. 일단 대부대를 따르며 정보를 수집하는게 중요했다.
이에 구유 등이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목진은 그들과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1각 후, 목진 등은 목적지 변두리에 놓인 커다란 암석에 내려앉았는데 주위에 정말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많은 사람이 무리를 이룬 채 주위에 서 있었고 다들 실력이 막강해 보였다.
하긴, 신묘원에 들어와 선두에 서려면 실력을 갖춰야 했다.
목진은 그 구역의 외곽을 쓰윽 훑고는 저도 모르게 가장 깊숙한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 석대처럼 큰 암석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도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목진은 상대방한테서 위협감을 느끼고 순간 긴장했다.
“저들은 전부 영수계의 정예 종족이야.”
구유가 한껏 정색하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신묘원에 불사조의 계승 정혈이 나타나면 그들은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경쟁자가 될 것이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채로운 색상의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한테 눈길을 돌렸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눈에서 신비로운 힘이 느껴졌다.
그들의 수령은 수려하게 생긴 여인으로 청색 치마를 입은 채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존귀해 보였고 정교한 외모와 더불어 더없이 아름다웠다.
“저들은 구채공작족으로 조류 신수 중에서도 혈맥이 봉황족 못지않게 고귀한 종족이야.”
구유가 나지막하게 한 말에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채공작족의 혈맥 역시 봉황족 못지않게 강대하지만 후자가 더 유명할 뿐이었다.
“저쪽은 통천원족일 거야.”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석대에 세 명이 앉아있었다. 하나같이 마른 사내들은 모두 석곤을 쥐고 있었는데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녀석들한테서 아주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통천원족도 영수계의 정예 종족에 속했다.
“그리고…… 곤붕족도 있군.”
잇따라 목진은 오른쪽 석대를 바라봤는데 느긋하게 서 있는 사람들한테서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기운이 느껴졌다.
곤붕족도 정예 신수 종족으로 난폭한 정예 혈맥의 소유자라 날개를 한 번 떨치면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 만큼 빨랐다.
그런데 목진은 곤붕족 무리의 가장 앞쪽에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사람을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상냥해 보였지만 이 사람이야말로 무리에서 실력이 최강자일 것이다.
“저쪽은 천신학족일 거야…….”
* * *
목진은 구유의 말에 따라 하나씩 살펴보았고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다가 이내 감탄했다. 그들은 역시 타고난 천재들이었다. 다들 자신들과 비교하면 현저한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여 그들은 사람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고 엄청난 패기로 다들 감히 덤비지 못하도록 제압했다.
그러다 목진은 가장 앞쪽에 놓인 석대를 관찰했는데 누군가의 차가운 눈빛에 주위의 공기마저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다.
이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는데 가장 앞쪽에 있는 석대에 봉황족 사람들이 서 있었고 하늘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칼 같은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고 있었다.
“일전에 이쪽을 염탐하던 사람이 자네였나?”
하늘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수중의 하늘색 깃털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입을 열자 그 구역은 순간 한기로 가득 찼다.
하늘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하늘색 깃털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서서히 입을 열자 다들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인간인 것 같은데 구유족, 서마족과 함께 있군. 감히 봉황족을 건드리다니 참 겁도 없군.”
“백명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데 말이야. 그는 곧 8급 지존경에 이를 것이네. 게다가 봉황족의 준 성물인 한황령선(寒凰靈扇)까지 받아 진정한 8급 지존을 상대할 정도라고 들었네.”
“어쩌려고 함부로 덤빈단 말인가?”
* * *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다들 6급 지존밖에 안 되는 녀석이 겁도 없이 백명 같은 강자를 건드려 황당해하는 눈치였다.
그때 석대에 서 있던 구채공작족의 여인도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힐끗 보다가 6급 지존밖에 안 되는 실력을 보고 바로 눈길을 돌렸다.
그 외, 곤붕족의 천재들도 팔짱을 낀 채 흥미진진하게 목진을 쳐다봤고 나머지 정예 종족 사람들도 조용히 서서 상황을 살폈다. 다들 자신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목진 때문에 강대한 봉황족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이에 구유 등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하늘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바로 목진을 알아볼 줄 몰랐다.
잇따라 구유 등은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긴 해도 눈빛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목진은 하늘색 도포를 입은 사내의 날카로운 눈빛에 전혀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만수묘가 자네 집 뒤뜰도 아닌데 우리가 들어오지 못할 이유가 있나?”
태연한 목진의 말에 다들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6급 지존일 뿐인 인간이 온몸을 파르르 떨며 부디 살려만 달라고 애원할 줄 알았다.
녀석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런단 말인가?
정작 백명은 목진의 말에 씨익 웃었고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한기를 방출했다.
“백명 형님, 저 녀석이 바로 일전에 내가 마주쳤던 그 녀석이에요!”
그때 백명 뒤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바로 무역점에서 목진 등과 충돌이 있었던 백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