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657화 (656/1,000)

657화. 백명

“그렇단 말이지…….”

백빈은 흠칫하더니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녀석을 어찌 찾나 고민했는데 이렇게 쉽게 나타날 줄이야.”

백빈도 히쭉거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목진이 이번에는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이에 백명 등의 뒤쪽에 서 있던 적봉족의 적홍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목진을 노려보며 외쳤다.

“네 이놈, 감히 겁도 없이 어딜 덤벼, 지금 물러나면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게다.”

적홍무는 목진이 이곳에서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

그런데 그 뜻을 바로 알아챈 백명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적홍무를 쳐다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백명은 적봉족 사람인 적홍무를 처리할 수 없었다.

목진도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적홍무를 쳐다봤다. 그는 적홍무가 교만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목진이 아니었다. 그는 백명이 봉황족이라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런 다툼은 젊은이들 사이의 일이라 종족을 끌어들일 일이 없었다.

또한, 백명이 목진과의 대결에서 패했다고 해도 절대 종족에 돌아가 지원군을 데려오지 못할 것이다. 이 소식이 종족에 전해지면 그는 더 이상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묘원만 보고 달려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야 없지.”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자 적홍무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은 왜 죽을 각오까지 하면서 이곳에 남아 백명을 상대하려는 걸까? 녀석은 정말 멍청이란 말인가?

적홍무는 이를 갈며 목진을 쏘아 보더니 더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하여 목진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다들 목진이 너무 멍청해 적홍무의 호의를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녀석은 백명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런단 말인가?

백명 역시 깃털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목진을 노려봤다.

“실력은 수수한데 간은 제법 크군. 난 자네의 신묘원 출입을 허락할 수 있고 신묘원 외곽의 방어막까지 뚫어줄 수 있으니 자네한테서 보상을 받아야겠네.”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백명을 쳐다봤다. 녀석의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보아 그는 목진이 가진 무언가를 탐내는 것 같았다. 그 물건은 아마 진정한 봉황의 령일 것이다. 진정한 봉황의 정혈을 한데 모아 이룬 진정한 봉황의 령을 얻으면 봉황족의 혈맥의 힘을 끌어올릴 수는 있기 때문이었다.

용봉체를 수련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물건을 가져가려 하다니, 꿈도 참 야무지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절하겠네.”

목진의 대답을 들은 백명은 전혀 놀라워 보이지 않았고 히쭉거리며 물었다.

“거절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자네가 과연 거절할 자격이 있을까?”

백명은 말을 마치자마자 체내에서 무서운 한기를 내뿜었다. 순간, 그의 앞쪽 공간이 꽁꽁 얼어붙었고 하얀색 한기가 기의 회오리처럼 휘몰아쳐 목진 등에게 향했다. 난폭하기 그지없는 하얀색 한기가 지나는 곳마다 영력이 얼어붙어 다들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잔뜩 경계하며 상황을 살폈다.

백명은 상당히 강해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라도 감히 그의 한기에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

이에 구유, 한산 등은 바로 나서려고 이를 악물고 영력을 끌어올렸다. 봉황족과 비교하면 그들의 실력은 훨씬 뒤처졌지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목진은 모든 걸 포기한 듯 영력조차 끌어올리지 않은 채 앞으로 나섰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사람들은 6급 지존밖에 안 되는 목진이 아무런 수단도 없이 조용히 백명의 공격을 받아내려 하는 것을 보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백명도 흠칫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바로 손가락을 튕겨 한기의 회오리로 그의 가슴팍을 공격했다. 이는 목진을 크게 다치게 하고도 남을 공격이었다.

정작 목진은 상대방의 공격을 바라보더니 서서히 손을 들었는데 뇌명과 함께 주먹만 한 은색 심장이 천천히 뛰며 파멸의 파동을 내뿜어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건 탄뢰수심(吞雷獸心)이었다.

“저건 뭐지?”

“위력이 엄청나네!”

“녀석이 미치기라도 한 건가? 우리까지 죽이려 들다니!”

사람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다들 목진 수중의 물건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파멸의 파동으로만 봐도 일단 폭발하면 다들 적어도 중상을 입을 것만은 분명했다.

목진은 수군대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휘몰아치는 한기 홍류를 향해 수중의 은색 심장을 내밀었다. 이에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백명도 목진 수중의 은색 심장이 얼마나 무서운 물건인지 알아챘다. 그마저 그 속에 깃든 힘에 깜짝 놀랐으니까. 목진은 그 물건을 믿고 감히 겁도 없이 덤볐던 것이었다.

“네가 정녕 그걸 사용할 수 있을까!”

백명이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자 한기 홍류는 여전한 기세로 목진한테 날아갔다.

슉!

그러다 양자가 곧 닿으려는 찰나, 다채로운 빛줄기가 내리꽂혀 한기 중 일부를 물리쳤다.

쿵!

잇따라 곤장이 내려앉아 나머지 한기 중 일부를 없앴다.

슈슉!

강력한 공격들이 동시에 날아와 한기를 모조리 없애자 백명은 확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돌려 다른 정예 종족 사람들을 노려봤다. 일전의 공격은 이들이 한 것이었다.

“맺힌 원한이 있으면 다른 곳에서 풀게. 그때 가서 자네가 어떻게 하든 우린 관여하지 않을 것이네. 대신 신묘원의 입구에서 싸우다가 이곳이 파괴되기라도 하면 자네가 그 손해를 다 물어줄 건가?”

구채공작족의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다채로운 색을 띤 눈동자를 굴리며 입을 열었다.

“그걸 어떻게 물어낼 수 있을까?”

통천원족의 삐쩍 마른 사내가 석곤을 안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백명, 일단 진정하게! 이곳은 싸우기 마땅한 장소가 아니네.”

천신학족 강자도 말을 덧붙였다.

정예 신수 종족 사람들의 말에 백명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 그런데 아무리 그라도 그들의 미움을 살 수 없어 깊기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다들 백명이 잔뜩 화가 났음을 눈치챘다.

사람들은 백명의 공격에도 조용히 서 있기만 하던 목진과 그가 꺼낸 물건으로 백명을 물리친 것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은 다른 정예 신수 종족들까지 나서서 백명을 말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틀어놓았다. 하여 언젠가 그들 사이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일이 크게 번질 가능성이 컸다.

목진이 간단한 수로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어내자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졌다.

심지어 수채공작족의 여인마저 목진을 한참 쳐다봤다. 일전의 충돌에서 그녀는 6급 지존경의 인간이 생각했던 것처럼 무능한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그 외, 일부 정예 강자들도 목진을 인정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란 인간은 역시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신묘원 외곽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다들 목진 일행이 백명 때문에 곤경에 빠질 줄 알았다. 봉황족 및 백명의 실력을 봐서라도 감히 덤빌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곤란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황케 했다.

다른 정예 신수 종족들이 나서자 백명은 더는 나서지 못했다.

백명이 목진의 심기를 건드려 그가 무서운 영력이 깃든 은색 심장을 터뜨리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신묘원의 문마저 부서질 수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목진이 은색 심장을 터뜨리지 못할 거라 여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생각이라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백명을 끌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다 목진의 눈이 뒤집히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정예 신수 종족 사람들은 백명과 사이가 멀어질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막아 나선 것이다.

그때 구채공작족의 수려한 여인이 고개를 들고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신묘원에 들어가기 위하여 여기 모였으니 수중의 물건을 그만 거두는 것이 어떤가? 그러다 그 물건이 이곳을 부수기라도 하면 다들 자네한테 화를 낼 것이네.”

옆에 서 있던 다른 정예 종족 사람들도 목진 때문에 나설 수밖에 없어 언짢아졌는지라 적당히 하라는 뜻을 전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네. 대신 이제 우리를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목진이 피식 웃더니 수중의 탄뢰수심을 거두며 말했다.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보지!”

백명 뒤에 서 있던 백빈이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말했다. 목진에게 한 말이 분명했다.

반면, 어느새 안정을 되찾은 백명은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는 당장 목진을 죽이고 싶었다.

“그 말은 내 반드시 기억하겠네.”

백명은 백빈의 앞을 막아서며 말을 이어갔다.

“그 물건을 부디 끝까지 간직하길 바라네.”

백명의 말에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다들 백명한테서 엄청난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의 수단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감히 백명을 건드리다니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사람들은 은색 심장에 대해 잘 몰랐지만 위력이 상당한 물건은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었고 일회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목진이 절대 백명을 이토록 쉽게 풀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진이 공격했다면 아무리 봉황족에 강자가 많아도 지금쯤 대부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은색 심장을 꺼내기만 했으니 물건의 사용에 제한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하여 목진이 은색 심장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백명은 곧바로 녀석에게 덤빌 것이다.

“그건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탄뢰수심은 위력이 엄청나 백명 따위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였다.

그리고 백명이 김경천보다 강하다고는 하지만 목진이 탄뢰수심만 믿고 그러는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목진은 백명을 포함해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는 사람들한테 겁을 주려고 탄뢰수심을 꺼낸 것이었다. 여기서 충분한 실력을 선보이지 않으면 앞으로 더 복잡해질 거라서 처음부터 제대로 제압하는 편이 나았는데 효과가 제법 좋았다.

목진은 탄뢰수심으로 백명을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정예 신수 종족 사람들도 깜짝 놀라 나서서 백명을 말려주었으니 말이다.

한편, 구채공작의 여인은 목진한테서 두려운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한테 은색 심장 외에 다른 수단이라도 있단 말인가?

잠시 고민하던 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거뒀다. 목진한테 다른 수단이 있든 없든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일단 신묘원에 들어가면 목진과 백명 등이 피를 튀기며 싸워도 그녀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여러분, 이곳이 바로 신묘원의 입구인데 신묘원은 내, 외 두 구역으로 나뉘네. 그중 외역은 따로 방어막이 없는 대신 수령이 가득하네. 자신이 있으면 들어가도 되네.”

수려한 여인은 주위를 쓰윽 훑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신 내역에 들어가려면 조건이 있네.”

“공령(孔靈) 선녀, 그 조건이 뭔가?”

누군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저 여인의 이름이 공령이야?”

목진은 여인을 힐끗 쳐다봤는데 제법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인의 실력은 백명 못지않았다.

그때 공령이라 불리는 수려한 여인은 다채로운 눈동자를 굴리며 답했다.

“바로 8급 수령의 심장이라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8급 수령의 심장이라니, 그럼 내역에 들어가려면 8급 수령 한 마리를 죽여야 한단 말인가?

8급 지존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이곳에 모인 사람 중, 정예 신수 종족을 제외하고는 감히 8급 수령한테 덤빌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 정녕 8급 수령의 심장을 얻는다고 해도 분명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