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화. 사냥
“8급 수령의 심장이라…….”
목진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리더니 구유 등을 바라봤다.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8급 수령도 지능이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8급 지존의 힘이라면 보통 사람은 즉사할 것이다.
이곳에 모인 종족 중, 8급 수령을 상대할 자격을 갖춘 종족은 열 군데도 되지 않았다.
“내역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가?”
목진이 갑자기 질문을 던지자 다들 공령한테 눈길을 돌렸다. 사람들은 신묘원이 범상치 않은 곳이란 건 잘 알지만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몰랐다.
이에 공령은 목진을 힐끗 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 안에 뭐가 있는지는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지 않겠나?”
공령은 목진이 내역에 절대 들어가지 못할 거라 여겼다. 은색 심장을 사용하면 모를까…… 그런데 목진이 일단 은색 심장을 사용하면 백명이 바로 달려들 것이다.
백명은 8급 수령보다 상대하기 훨씬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목진은 여인의 성의 없는 답변에도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네, 그럼 내역에서 다시 봅시다.”
공령은 목진의 말에 흠칫했다. 목진은 도대체 어떤 수단이 있기에 이토록 자신만만하단 말인가?
“지금은 신묘원에서 사망의 기운이 가장 짙을 때이고, 동틀 무렵이면 사망의 기운이 확 줄어들 것이네. 그때야말로 신묘원에 들어갈 적당한 때이지.”
“고맙네, 공령 선녀.”
다들 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령은 사람들한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지만 다들 아무것도 모른 채 함부로 자신을 따라 신묘원에 뛰어들었다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한편, 목진은 공령의 말을 듣고는 구유 등과 함께 암석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당장 신묘원에 들어갈 수 없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은 팔에 있는 진정한 봉황의 령이 갑자기 파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이는 무언가를 경계하면서 동족을 반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도대체 어떤 존재가 진정한 봉황의 령을 이리 만든단 말인가?
동족이라면 분명 진정한 봉황과 비슷한 혈맥을 가진 신수일 것이고 그렇다면 진정한 봉황과 불사조 둘뿐이었다.
그런데 진정한 봉황이 신묘원에서 사망했단 소문은 없었으니…….
목진은 고개를 들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드넓은 신묘원을 바라봤다. 이곳에 정말 원고의 불사조에 관한 정보가 있을 것 같았다.
* * *
어둠이 깃든 신묘원에 사망의 기운이 휘몰아쳤고 엄청난 포효가 사방에서 울려 퍼져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사람들은 신묘원 외곽에 조용히 앉아 잔뜩 경계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곳은 신묘원과 외부가 만나는 곳이라 수령들은 감히 가까이 가지 않았지만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무서운 사망의 포효에 다들 좌불안석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수령 무리가 나타나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시간이 흘러 어둠이 가시고 태양이 떠오르자 신묘원의 그윽했던 사망의 기운은 격렬하게 진동하며 조금씩 사라졌다. 비록 전부 없어진 건 아니었지만 농도가 훨씬 낮아졌다.
이러한 광경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공령의 말대로 동틀 무렵 신묘원의 사망의 기운이 확 줄어들었다.
그때 앞쪽 석대에 앉아있던 정예 신수 종족 사람들은 눈을 번쩍 뜨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앞쪽을 바라봤다.
그중, 백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휘두르더니 먼저 신묘원으로 들어갔고 봉황족의 다른 강자들도 바로 뒤를 따랐다.
“갑시다!”
구채공작족의 공령도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종족 사람들과 함께 떠났고 다른 정예 종족도 바로 움직였다.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은 머뭇거렸다. 신묘원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는 이들은 내역에 들어가기 위해 8급 수령의 심장을 얻어야 했다. 이건 절대 쉽지만은 않은 일로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신묘원에서 사망한 강자가 그렇게나 많은데 굳이 내역에 들어가지 않아도 운이 좋으면 외역에서 충분히 좋은 보물을 찾아낼 수 있지 않겠나?”
누군가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 눈치였다.
만수묘의 다른 곳과 비교하면 신묘원에서 사망한 강자들은 더 많으니 굳이 내역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물건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정말 엄청난 보물을 얻으면 그야말로 천운이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사람들은 더는 고민하지 않고 신속하게 암홍색 사망의 기운이 맴도는 신묘원으로 뛰어들었다.
목진도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한산한테 고개를 돌렸다. 신묘원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면서도 그가 계속 함께하려는 건지 궁금했다. 더구나 목진은 이미 백명의 미움까지 샀다.
“백명이 대단한 건 맞지만 난 자네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닐 거라 믿네.”
한산은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여태껏 선보인 수단들을 보면서 적잖게 놀랐다. 이에 한산은 백명이 엄청난 강자인 것을 잘 알지만 목진을 쓰러뜨리기엔 부족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이만 떠납시다.”
백명이 어떻게 나오든 목진은 반드시 신묘원에 들어가야만 했다. 진정한 봉황의 령 덕분에 그는 신묘원에 원고의 불사조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백명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슉!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사람들과 함께 암홍색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신묘원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주위가 확 추워진 것이 느껴졌고 체내에 암홍색 사망의 기운이 스며들어 영력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치익.
목진 등은 다시 구사화(驅死火)를 소환했고 하얀색 화염이 어깨에서 활활 타오르며 온몸을 휘감아 암홍색 사망의 기운을 물리쳤다.
“이곳 사망의 기운은 너무 강력해 구사화가 크게 작용하지 못하는 것 같네.”
한산은 이내 정색하여 말했다. 구사화의 하얀색 화염이 아무리 잘 타올라도 체내의 음산한 기운을 모조리 없애주지는 않았다.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망의 기운에 영향을 받아 그들의 전투력은 줄어들었기에 싸움이 벌어지며 빨리 끝내야 한다.
“신묘원 외역에 수령이 많아. 그중에 8급 이상의 수령도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자칫 잘못해 수령 무리와 부딪치면 큰일이야. 참, 이곳에서도 멸생동을 사용할 수 있어?”
구유가 한껏 정색하여 물었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훨씬 위험했다.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짓더니 흑광을 발하는 멸생동을 꺼내 공간을 꿰뚫을 듯한 기세로 주위를 살폈다.
“이곳에서도 일정하게 저항을 받지만 이 정도면 괜찮아.”
목진은 흑광을 번쩍이는 눈으로 서북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쪽으로 가자. 그리고 홀로 남은 8급 수령이 있는지 살펴보자.”
말을 마친 목진은 먼저 나아갔고 구유 등은 바로 뒤따랐다. 목진의 멸생동이 작동한다니 그들은 수령 무리와 마주칠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 * *
다른 쪽 무리도 암홍색 사망의 기운을 가르며 전력을 다해 나아갔다. 그런데 그들은 영력 파동을 숨기지 않아 수령이 부단히 달려들었는데 무서운 영력을 폭발해 녀석들을 사정없이 물리쳤다.
그들 앞쪽에는 하늘색 도포를 입은 백명이 가볍게 하늘색 깃털 부채를 흔들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향하는 수령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명 형님.”
그때 백빈이 다가와 씩씩거리며 말했다.
“목진도 신묘원에 들어왔을 텐데 녀석은 꽤 교활하니 부디 조심하세요.”
이에 백명은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녀석이 구유족과 가깝게 지내는 것 같은데. 구유족 역시 우리와 같은 물건을 얻고자 여기에 들어온 것 같구나.”
“저들이 감히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탐낸단 말인가요?”
백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구유족은 불사조 혈맥이 깃들어 계승 정혈을 얻으면 혈맥이 완벽해져 불사조로 거듭날 수 있다.”
백명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구유족은 불사조를 만들어 우리 종족을 뛰어넘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이곳에 불사조가 있다는데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
“그럼 당장 가서 저들을 없앨까요?”
백빈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묻자 백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서두르지 말거라. 녀석들은 8급 수령을 죽여야 내역에 들어갈 수 있다. 그따위 실력으로는 분명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녀석이 쥐고 있던 은색 심장은 아마 원고 때 사용하던 탄뢰수심일 것이다. 그 속에는 무서운 벼락의 힘이 깃들어 있어 일단 폭발하면 8급 지존이라도 즉사할 것이다. 아무리 내가 살아남을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이건 우환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리 걱정할 것도 아닌 것 같구나. 저들의 실력으로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8급 수령을 죽이려면 반드시 탄뢰수심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안 그럼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은 싸우다가 죽을 것이다.”
백명의 말에 백빈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역시 녀석은 형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군요.”
이에 백명은 이미 목진의 숨통을 쥔 듯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가볍게 흔들었다.
* * *
슉!
한 무리가 영력을 거두고 호흡마저 최대한 줄인 채 암홍색 사망의 기운이 그윽한 곳을 조용히 지나갔다.
맨 앞에 있는 목진은 눈을 감고 미간의 멸생동만으로 주위를 살폈고 구유 등은 그 뒤를 조용히 따르기만 했다. 그들은 8급 수령을 몇 마리나 발견했지만 수령 무리에 있어 일단 싸우면 만 마리도 넘는 수령을 상대해야 했다.
사람들이 방대한 수령 무리의 공격에 순식간에 백골이 되는 것을 목격한 이들은 감히 덤비지 못했다. 하여 목진이 최적의 기회와 목표물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눈을 꼭 감고 있던 목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
목진의 말에 구유 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순간 체내의 영력을 확 끌어올렸다.
그들은 신수지원에서 가장 강한 사냥감을 포획할 예정이었다.
목진 등은 커다란 회흑색 나무 위에 내려앉아 앞쪽을 바라봤는데 드넓은 숲에는 회백색 나무가 가득했고 나뭇잎 하나 없이 가지만 뻗은 나무는 멀리서 보면 날카로운 창처럼 보여 소름이 끼쳤다.
그러다 목진 등은 바로 숲 중심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사망의 기운이 그윽한 곳에 회백색 그림자가 귀신처럼 기어 다녔다. 수량은 대충 봐도 천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잇따라 목진의 미간에서 흑광이 뿜어져 나와 짙은 사망의 기운을 뚫고 숲속 깊숙한 곳의 상황을 살폈다.
나무 아래에 앉아있는 검은색 그림자는 사망의 기운이 맴도는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목진은 그 광경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녀석이 내뿜는 사망의 기운이 일전에 마주쳤던 7급 수령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보아 아마 8급 수령일 것이다.
“뭐지?”
8급 수령을 살피던 목진은 멈칫했다. 그는 녀석의 갑옷이 파손된 것을 발견했고 몸에는 회백색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깊이 나 있었다. 내뿜는 사마의 기운도 무질서한 것이 막 대전을 치른 것 같았다.
“왜 그래?”
옆에 서 있던 구유가 조용히 물었다.
“8급 수령이 다친 것 같아.”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답했다. 그는 멸생동으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는데 녀석은 도대체 어쩌다 다쳤단 말인가?
구유, 묵봉, 한산 등도 흠칫 놀라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하늘이 우리를 도운 것이네. 다친 8급 수령은 보통 녀석들보다 상대하기 훨씬 쉬울 것이네.”
이에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숲을 바라봤다.
“이 구역에 수령이 제법 있는 것 같고 그중에 7급 수령도 몇 마리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지금 움직이면 7급 수령도 바로 움직일 거라 상당히 골치 아파질 거야.”
구유가 말을 건넸다.
그들은 8급 수령 한 마리를 겨우 상대할 실력이라 다른 수령들까지 몰려오면 일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한산 등도 고개를 돌려 목진을 바라았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목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