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659화 (658/1,000)

659화. 8급 수령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주위를 쓰윽 훑으며 말했다.

“일반 수령은 감응력이 떨어져 영진으로 녀석들을 가둘 수 있고 7급 수령들은 최대한 빨리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우리가 8급 수령을 상대할 때, 녀석들이 나타나면 크게 문제가 될 걸세.”

“여기에 7급 수령이 서른 마리도 넘게 있는데 어떻게…….”

묵령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묵봉 등이 어떻게 그 많은 수를 빠르게 해결한단 말인가?

“전이면 모를까 지금은 준 성물까지 지니고 있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할까?”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구유, 묵봉, 묵령 세 사람은 준 성물을 얻어 그 힘을 빌리면 일반 7급 지존을 쓰러뜨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신 양이 많아 조금 귀찮을 뿐이었다.

“7급 수령들은 우리한테 맡기고 넌 영진을 치는 데만 집중해.”

구유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까지 목진에게만 의지했는데 이 정도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나무 위에 올라가 두 손을 모아 인법을 바꿨다. 잇따라 영광이 번쩍이는 영인이 부단히 나타나 공간에 스며들었다.

순간, 천지 영력이 파르르 떨리더니 허무한 공간에서 영력 광선이 나타났다.

이렇게 목진은 1각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인법을 그렸고 그제야 영인이 완전히 사라졌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훑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가 친 영진은 환마진(幻魔陣)으로 대단한 영진이 아니라 환영이 보이는 영진이었다. 하여 일반 6급 지존이 뛰어들면 바로 눈치채고 벗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수령은 힘만 좋을 뿐 지능이 없어 녀석들을 구속하는 효과가 상당히 좋을 것이다.

더구나 목진은 영진의 힘과 범위를 확장해 별다른 변고가 생기지 않는 이상 이곳의 수령을 전부 가둘 수 있을 것이다.

잇따라 목진이 손짓하자 구유가 바로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숲으로 뛰어들었다.

크으으으!

생기를 감추지 않은 채 들어간 구유를 바로 발견한 수령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이에 구유는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숲의 외곽을 한 바퀴 돌았다. 숲 내부에는 7급 수령들이 많아 구유는 단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않았다.

크으으으!

구유가 다시 숲에서 나오자 뒤쪽에 수령이 가득 들러붙었는데 한산 등은 그 엄청난 수량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구유는 마침내 목진이 친 영진으로 향했고 수령은 커다란 영진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목진은 인법을 바꿔 영진을 소환했다.

위잉!

허무한 공간에서 눈부신 영광을 내뿜더니 수많은 영력 광선이 얽히고설켜 영문을 형성했고 거대한 영진을 이뤘다.

한편, 목진과 구유는 잽싸게 영진을 벗어난 뒤 나무 위에 서서 아래쪽을 쳐다봤는데 대량의 수령들은 영진 속에서 헤매기 바빴고 영진을 나가려던 녀석들은 자연스레 뒤돌아서곤 했다.

“제법이군.”

구유가 감탄하며 말했다. 영진사의 수단은 역시 많고 교묘했다. 일반 영력 수련자는 전투력이 막강하긴 하지만 이토록 쉽게 대량의 수령을 가두지는 못했다.

“내가 영진으로 녀석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게. 그럼 수령들은 분명 영진이 영력을 다할 때까지 벗어나지 못할 거야.”

이에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숲의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수령 무리를 해결했으니 이제 7급 수령들을 없애야 했다.

“그럼 너희한테 맡길게.”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숲의 다른 쪽을 향했다. 8급 수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구유는 멀어져가는 목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묵봉, 한산 등과 함께 7급 수령들에게 향했다. 숲의 깊숙한 곳에 있는 회흑색 그림자들은 강력한 사망의 기운을 내뿜었는데 일전에 구유가 따돌렸던 수령들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크으으으!

구유 등의 생기를 느낀 열 마리의 7급 수령들은 나지막하게 포효하며 사망의 기운을 몰고 달려와 구유 등을 포위했다.

한산 등은 그 수에 흠칫 놀랐다. 그들이 일전에 이렇게 많은 7급 수령과 마주쳤다면 바로 물러났을 것이다.

슉!

수령들은 바로 사망의 기운을 끌어올려 회색 홍류를 만들어 공격을 개시했다.

7급 수령 열 마리가 형성한 사망의 기운은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라도 감히 맞서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때 구유가 앞으로 나아가 암흑신척을 꺼내 휘두르자 천지의 빛을 전부 흡수할 것 같은 흑광이 뿜어져 나가 사망의 기운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동시에, 맑은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위가 확 달아올랐고 들끓는 적염이 휘몰아쳐 나머지 사망의 기운을 전부 태워 없앴다.

잇따라 묵령이 배시시 웃으며 수중의 빨간색 방울을 흔들자 방울에서는 다시 7급 지존마저 버텨내지 못할 적염을 방출했다.

7급 수령 열 마리의 합동 공격은 결국 구유와 묵령의 일격으로 무산됐다.

이러한 광경에 구유와 묵령은 적잖게 놀랐다. 예전 같았으면 두 사람이 전력을 다해도 절대 녀석들의 무서운 공격을 견뎌내지 못했을 텐데 지금은 식은 죽 먹기였다.

“역시 준 성물이 남다르군.”

구유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준 성물마저 위력이 엄청났으니 지지존급 강자들이 성물에 마음이 휘둘릴 만했다.

쿵!

그때 수수한 빛을 발하는 금창이 날아가자 7급 수령의 단단한 머리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퍽!

잇따라 검은색 철곤이 내려앉자 바닥마저 쩍 갈라졌고 곤장에 맞은 7급 수령의 단단한 몸은 바로 폭발했다.

묵봉과 한산의 보물도 효과가 놀라울 만큼 좋았다.

이에 네 사람은 서로 마주 보더니 정신을 번쩍 차렸다. 준 성물의 위력을 체감한 이들은 서슴없이 달려가 나머지 7급 수령들과 싸웠다.

순간, 웅장한 영력이 폭발하자 우세를 차지했던 7급 수령들은 한순간에 패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7급 수령 열 마리가 전부 사망했다.

서마족의 나머지 강자들은 이러한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정작 구유 등은 숲속에 숨어든 다른 7급 수령을 찾아내 없애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목진도 숲속 깊숙한 곳에서 준비를 마무리했다.

목진은 나무 위에 올라가 가장 깊숙한 곳을 바라봤는데 도천의 살기가 요동치는 곳에서 강력한 위압감을 내뿜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녀석을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이제 네 차례야.

목진이 준비를 마치자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구유, 묵봉, 한산 등이 달려왔는데 하나 같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들은 7급 수령들을 상대하면서 준 성물이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확인했다.

준 성물만 있으면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가 와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숲의 가장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사망의 기운이 점차 짙어지는 것으로 보아 8급 수령도 주위의 변화를 알아챈 듯했다.

“이제 녀석의 머리를 베는 일만 남았군.”

목진의 말에 구유 등은 이내 정색했다. 8급 지존의 실력은 7급 지존과 천지 차이인 것처럼 8급 수령은 7급 수령보다 훨씬 강력했다.

구유 등은 비록 준 성물로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까지 때려잡을 수 있었지만 8급 수령은 조금 두려웠다.

그러나 아무도 물러나려 하지 않고 서로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머지 서마족 강자들은 묵묵히 뒤로 물러났다. 지금부터 벌어질 싸움은 이들이 끼어들 만한 싸움이 아니었다.

준비를 마친 목진은 먼저 숲속 가장 깊숙한 곳으로 뛰어들었고 구유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사악.

목진은 숲 중앙에 놓인 커다란 나무의 앞쪽에 내려앉았는데 사망의 기운이 너무 진득해 꼭 습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진은 커다란 나무 밑에 조용히 앉아있는 검은색 그림자를 바라봤는데 녀석이 숨을 쉴 때마다 무서운 사망의 기운이 코를 통해 체내로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녀석은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그때 검은색 그림자가 눈을 번쩍 떴는데 초점이 없는 눈동자에 회흑색 사기가 회오리치며 모였다. 만약 보통 사람이었으면 녀석의 눈빛에 체내의 생기가 강제로 뽑혔을 것이다.

녀석은 지능이 없는 것 같았지만 사악한 기운이 맴도는 것을 보니 목진 등이 여태껏 마주친 수령과는 완전히 다른 듯했다.

이를 발견한 구유 등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때 8급 수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뻣뻣할 것 같은 육신은 아주 잽쌌고 가벼운 움직임에 천지가 뒤흔들릴 것 같았다.

크으으으!

녀석은 목진 등을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울부짖었는데 소리에 제압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녀석이 지능은 없어도 본능은 제법이군.”

목진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8급 수령은 상처를 입고 싸울 상태가 아님을 느끼고 겁을 줘 목진 등을 돌려보내려 했다.

“네 놈의 심장은 내가 반드시 취할 것이다.”

8급 수령은 목진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깨닫고는 회흑색 동공에서 사망의 기운을 내뿜으며 으르렁거렸다.

쿵!

도천의 사망의 기운이 휘몰아치자 주위의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확 꺾였고 8급 수령은 한 줄기 회색빛이 되어 날아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의 앞쪽에 나타난 녀석이 주먹을 휘두르자 들끓는 사망의 기운이 솟구쳤는데 멀리서 보면 커다란 용 같았다.

사망의 기운이 깃든 커다란 용이 날아오자 바닥은 깊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균열이 일었고 녀석의 앞길을 막은 물건은 무엇이든 바로 산산이 부서졌다.

8급 수령은 나서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무서운 힘을 선보였다.

이에 구유가 한껏 정색하며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리자 수중의 암흑신척에서 어두운 빛을 발하며 주위의 빛을 전부 삼켰다.

위잉!

암흑신척은 흑광을 내뿜으며 팽창했고 열 장 정도로 커져 빠르게 회전했다. 그러자 하늘에 흑월이 떠오른 듯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잇따라 흑월이 사망의 기운을 내뿜는 커다란 용을 지나가자 녀석의 크기는 바로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했고 그 속에 깃든 힘도 여전히 강력했다.

“적염선령(赤炎仙鈴)!”

그런데 그때, 묵령의 앳된 목소리와 함께 빨간색 방울이 하늘에 떠올라 맑은 소리를 내자 그 속에서 무궁무진한 암장 화해가 휘몰아쳐 주위를 순간 불바다로 만들었다. 온도가 순식간에 확 올라가 주위의 공기마저 활활 타올랐다.

퍽!

그러다 암장 화해가 사망의 기운이 깃든 커다란 용과 부딪치자 무섭고 난폭하면서 온도가 높은 기랑이 폭발해 아래쪽 회백색 숲이 활활 타올랐다.

크으으으!

그러나 커다란 용이 진득한 사망의 기운을 내뿜자 암장 화해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쿵!

그때 검은색 철곤과 수수한 금창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와 공격을 개시하자 커다란 용은 드디어 반으로 갈라지더니 회색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목진은 구유 등이 합동 공력으로 8급 수령의 공격을 막아내자 깜짝 놀랐다. 준 성물을 획득한 구유 등은 8급 지존을 상대할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8급 수령은 아직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크으으으!

바로 그때, 사망의 포효가 들리더니 한 줄기 흑광이 쏜살같이 구유 등한테 달려가 손을 휘둘렀다.

쿠쿵!

칠흑 같은 장풍에 주위는 순간 어두워졌고 허무한 곳에서 사망의 무늬가 퍼졌는데 그 무늬가 체내에 스며들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구유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바로 수중의 준 성물에 영력을 주입해 간신히 사망의 무늬를 막아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네 사람 주위의 영광이 확 어두워지더니 사망의 흑장에 적중해 각각 뒤로 튕겨 나갔다.

풉.

네 사람은 피를 토하더니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준 성물 덕분에 사망의 기운이 체내에 깃들지는 않았다.

그들은 준 성물이 있어도 절대 8급 수령의 상대가 아니란 것을 확실히 알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