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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61화 (660/1,000)

661화. 멸생동의 위력

구유가 힐끗 홍류를 쳐다봤는데 이는 지존영액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충 봐도 백만 방울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설마 멸생동을 사용하려면 이렇게 엄청난 양의 지존영액을 사용해야 한단 말이야?”

구유는 흠칫하더니 이내 감탄했다. 그들 수중의 준 성물은 본인의 영력을 주입하면 사용할 수 있는데 목진의 멸생동은 외부의 힘을 빌려야 했다…….

구유 등의 표정을 읽은 목진은 주위에 맴도는 영력 홍류를 바라보더니 몰래 한숨을 쉬었다. 멸생동을 사용할 때마다 지존영액 백만 방울을 사용해야 했는데 목진이 지금 지닌 지존영액으로는 기껏해야 다섯 번밖에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8급 수령을 최대한 빨리 죽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다 변고라도 생기면 더 골치 아파진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마음을 다잡고 인법을 바꿨다. 그러자 미간 쪽 멸생동에 흑광이 모이더니 지존영액이 이룬 영력 홍류를 미친 듯이 빨아들였다.

대량의 지존영액을 흡수한 멸생동은 발하는 빛이 더 그윽해졌고 이 세상의 모든 물체를 흡수할 것처럼 무서워 보였다. 한참 보고 있으면 체내의 영력마저 사라질 것 같았다.

목진은 멸생동에 모인 무서운 힘을 느끼고 이내 정색했다. 그 힘이 폭발하면 목진의 머리는 바로 부서질 것이다.

하여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바로 인법을 바꿨는데 멸생동에서 검은색 광권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에 주위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를 발견한 8급 수령은 사망의 기운을 내뿜으며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녀석은 순간 파멸의 위기를 느꼈다.

위잉.

목진은 녀석의 반응은 무시한 채 멸생동을 다스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미간에서 발하는 빛이 한계치에 이르자 멸생동에서 검은색 광권이 폭발했다.

“멸생동, 멸생신광(滅生神光)!”

목진이 두 손으로 결인하며 소리를 지르자 멸생동은 빠르게 철수하는 8급 수령을 목표로 정하고 백 장 정도의 흑광을 내뿜었다.

흑광은 시간을 멈출 것만 같은 진득한 기운을 품고 수령한테 날아갔다. 흑광이 조용히 움직이며 주위의 생기를 모두 없애자 괴이하게 천지의 영력마저 한순간에 사라졌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구유 등은 흑광의 위력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8급 수령 역시 위기를 느끼고 체내의 사망의 기운을 전부 끌어올려 뒤쪽에 방패를 형성한 뒤, 미친 듯이 도망갔다.

퍽!

멸생동의 흑광이 방패를 때리자 웅장한 사망의 기운이 바로 녹아내렸다.

슉!

흑광은 방패를 부수고 도망치는 8급 수령한테 날아가 녀석의 머리를 때렸다. 녀석은 사망의 기운으로 방어막을 형성하려 했지만 흑광의 공격에 목까지 함께 잘려나갔다.

그리고 그의 몸은 도망가는 자세를 유지한 채 맥없이 추락해 나무를 반으로 자르며 바닥에 꽂혔다. 이에 강력한 사망의 기운은 완전히 사라진 채 메마른 육신만 남았다.

구유 등은 맥없이 당한 8급 수령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멸생동의 위력에 깜짝 놀랐다.

“역시 성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라 그런지 대단하군.”

구유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8급 수령이 비록 일전에 힘을 대부분 소진하긴 했지만 멸생동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는 준 성물의 두 배 정도의 위력은 지닌 것 같았다.

역시 준 성물 사이에도 등급이 존재했다.

8급 수령이 죽은 것을 확인한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미간의 멸생동도 힘겨운 듯 서서히 눈을 감았다.

잇따라 목진이 8급 수령에게 다가가 옷깃을 휘날리자 메마른 육신은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고 검은색 심장이 서서히 떠올랐다.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녀석의 검은색 심장은 만 년도 넘는 시간 동안 사망의 기운에 침식당한 듯했다.

이것이 바로 8급 수령의 심장으로 목진이 신묘원의 내역에 들어갈 자격을 증명해줄 것이다.

목진은 수령의 심장을 거두더니 안색이 훨씬 밝아졌다. 그는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8급 수령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들 중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었는데 이건 신묘원에 들어온 정예 종족들만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멸생동의 위력은 정말 무섭군.”

한산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의 미간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가도 엄청나지 않나?”

목진은 무안하여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한 번 사용하는 데 지존영액이 백만 방울이나 필요하니 몇 번만 더 사용했다가는 수련에 필요한 지존영액까지 탕진할 것 같네.”

목진의 말에 다들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그러나 지존영액이 아무리 많아도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수심을 얻었으니 바로 내역으로 들어갑시다.”

목진은 아수라장이 된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그는 바로 내역에 들어가 그곳에 원고의 불사조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에 다들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구유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목진 등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숲에서 벗어났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섰다.

“저건 뭐지?”

구유가 어리둥절해 아래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숲속 어딘가에 깊숙한 균열이 일었는데 대전이 벌어졌던 곳인 듯했다.

깊숙하게 난 균열은 다른 쪽 숲을 향해 뻗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목진 등이 죽인 8급 수령이 있던 곳이었다.

목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8급 수령은 여기서 누군가와 싸우다가 다쳤던 거였군.”

“흔적으로 보면 다른 영수 종족과 싸운 건 같지 않아. 사망의 기운이 짙은 것으로 보아 수령 사이의 싸움이었을 거야.”

묵봉이 자세히 관찰하고 입을 열었다.

“수령들끼리도 싸우나요?”

묵령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무언가 끌리는 물건이 있다면 아무리 같은 수령이라도 싸울 가능성이 있어.”

목진이 대신 답했다. 잇따라 그는 지면에 난 흔적을 따라 주위를 살폈는데 한 산봉우리를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기는…….”

목진 등은 산봉우리에 내려앉아 앞쪽을 바라봤는데 검은색을 띤 커다란 산골짜기에서 놀라운 사망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위쪽에 형성된 사망의 구름에서 검은색 비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곳 사망의 기운은 목진 등이 발견한 그 어느 곳보다 훨씬 짙었다.

또 그는 산골짜기에 검은색 그림자가 열 마리도 넘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녀석들은 도천의 살기를 내뿜었는데 다들 목진이 일전에 죽였던 8급 수령보다 훨씬 강했다.

녀석들은 전부 8급 수령 중 정예 강자에 속했다. 그중에는 목진이 죽였던 8급 수령보다 못한 놈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저긴 어디지?”

구유 등도 목진한테 다가와 산골짜기를 바라보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눈앞의 광경에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우리가 죽인 8급 수령은 저기 들어가려다 강제로 내쳐진 것 같아.”

일전에 마주친 8급 수령의 몸에 난 상처로 보아 녀석은 산골짜기에 있는 수령들과 싸우다가 패하여 도망친 듯했다.

이에 구유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령한테 사망의 기운은 목진 등의 수련에 필요한 천지의 영력과도 같았다. 이곳 대부분은 수령의 수련 성지였는데 비록 지능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수련에 적합한 곳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산골짜기를 차지한 수령 무리가 따로 있어 다른 수령들을 더는 들이지 않은 듯했다.

“저 안에 8급 수령이 적어도 열 마리는 있는 것 같군.”

한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했다. 이는 8급 지존 10명이나 다름없었으니 녀석들이 튀어나오면 그들은 절대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그때 목진이 산골짜기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미간에 흑광이 번쩍이며 멸생동이 비스듬히 눈을 뜨더니 흑광을 내뿜어 산골짜기 주위에 맴도는 진득한 사망의 기운을 뚫고 내부를 관찰했다.

생기 없는 산골짜기는 아주 넓었고 그 속에 수령이 많지는 않았지만 하나 같이 놀라울 만큼 무서운 사망의 기운을 방출했다. 그들은 전부 8급 수령이었다.

그런데 8급 수령들은 산골짜기의 외곽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흑광이 맴도는 깊숙한 곳은 상당히 신비로워 보였고 사망의 기운이 훨씬 짙었지만 아무도 감히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산골짜기의 깊숙한 곳에 도대체 뭐가 있는 거지?”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생각하더니 미간의 멸생동을 완전히 뜨고 흑광을 번쩍이며 산골짜기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찰했다.

멸생동은 사망의 기운을 뚫고 산골짜기의 가장 깊숙한 곳에 눈길이 닿았는데 방대한 검은색 습지가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의 진흙은 사망의 기운으로 이뤄진 것이었고 무서울 정도로 음산한 기운이 휘몰아쳐 주위의 천지 영력마저 오염될 기미가 보였다.

잇따라 목진은 무언가에 이끌린 듯 습지의 깊숙한 곳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자라나는 고목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녀석의 주위에 사망의 기운이 맴돌지 않은 것을 보니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때 목진은 갑자기 눈가를 파르르 떨었는데 녀석한테서 지극히 강력한 위협감이 느껴졌다.

그건 목진이 일전에 발견했던 8급 수령들한테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위협감이었다!

한편,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녀석은 목진의 기운을 느꼈는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눈을 뜨려고 했다.

이에 목진은 바로 시선을 거뒀다. 녀석은 다른 수령들처럼 주위에 사망의 기운이 맴돌지 않았지만 분명 수령이었다.

대신, 8급 수령보다 실력이 훨씬 강한 것이 9급 수령일 가능성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심장이 철렁였다. 9급 수령은 9급 지존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지존경 중 제일이었고 지지존과 한 보 차이일 뿐이었다.

하여 9급 수령이 산골짜기에서 나오면 목진 등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런데 9급 수령은 왜 혼자 습지에 있는 걸까? 녀석은 수련은 하지 않고 꼭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목진은 다시 습지의 중심 구역을 살펴보았는데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습지의 중심에서 이상한 파동이 느껴졌다.

파동의 원천을 발견한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상한 파동을 내뿜는 존재는 다름 아닌 수십 장의 못이었다. 깨끗한 물이 담긴 못에서 짙은 영기를 방출했고 그 속에 청련들이 피어올라 생기를 내뿜었다.

목진은 화들짝 놀라 수십 장 크기의 못을 바라봤다. 만수묘 밖이었다면 이 정도에 놀라지 않았을 테지만 생기가 전혀 없는 이곳에 갑자기 생기로 가득 찬 못을 발견한 것이 상당히 괴이했다.

게다가 못에서 내뿜는 생기는 이상할 정도로 그윽했다.

그러나 못에 있는 생기는 전혀 퍼지지 않았고 그 주위는 역시나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못에서 피어난 청련만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생기를 내뿜는 존재였다.

다보수 같은 존재가 죽은 곳이라야 남아있는 기운으로 주위를 감싸 생기가 맴돌 텐데 목진은 이곳에서 극강의 존재가 죽은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즉 생기가 없어야 정상인 이곳에 나타난 못은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 분명했다.

습지에 퍼진 사망의 기운은 상당히 짙지만 한 공간에 한 가지 극한의 물체만 존재할 수 없어 생의 기운을 대표하는 물건이 나타난 모양이었다. 이렇게 나타났다는 것은 진귀한 보물임이 틀림없었다.

“못에 분명 보물이 있을 거야!”

목진이 전력을 다해 멸생동에 빛을 모으자 못 내부의 광경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못 내부를 살피던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못 밑에 주먹만큼 커다란 비취색 청련이 피어있는 것이었다. 습지에서 피어난 청련은 영롱하기 그지없었고 놀라운 생기를 발하며 못을 정화했다. 비스듬히 열린 꽃에 백옥 같은 연밥이 놓여 있었으며 그 표면에 오묘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무늬가 아니라 자연스레 형성된 무늬로 웅장한 생기와 순수하기 그지없는 천지의 영력을 끌어모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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