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662화 (661/1,000)

662화. 도전

“이건…….”

목진은 주먹만 한 청련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구전청련…….”

구전청련은 보기 드문 천재지보로 천지의 생기를 머금고 자란 생물로 오묘하기 그지없는 물건이었다. 이를 제련해 복용하면 지지존에 이르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수많은 천재가 9급 지존경에서 멈춰 더는 나아가지 못했으니 대천세계에서 지지존에 이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여 지지존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되는 천재지보는 상당히 진귀했고 그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구전청련이 그중 한 가지 보물이었다.

이토록 진귀한 보물을 보고 있으니 목진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콩닥거렸다. 지지존이라…… 목진이 꿈에도 그리는 경지였다. 일단 지지존에 이르면 아무도 더는 그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간신히 눈길을 거뒀는데 가슴은 여전히 벅차올랐다. 그는 그제야 수령들이 이곳에 모여있는 이유를 알았다. 9급 수령을 비롯해 다들 구전청련 때문에 이곳에 모인 것이다.

녀석들이 구전청련을 먹으면 죽은 몸이라도 생기를 머금고 생사를 넘나드는 불사의 몸이 될 것이고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될 것이다.

시체처럼 움직이는 수령들한테는 이것보다 좋을 건 없었기에 다들 본능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목진이 구전청련을 얻으려면 산골짜기에 모인 8급 수령들의 미친 듯한 공격을 막아내야 할뿐더러 9급 수령까지 상대해야만 한다.

그러나 다른 정예 종족이 와도 분명 전멸할 것이 뻔했다.

하여 구전청련을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었지만…….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산골짜기를 바라봤다. 그는 이런 엄청난 보물을 그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럼 한번 도전해보는 수밖에…….

“어때?”

구유는 눈을 번쩍 뜬 목진에게 물었다. 산골짜기는 그 어떤 곳보다 위험해 보였고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목진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구유 등을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산골짜기에 8급 수령 18마리와 9급 수령 한 마리가 있어.”

목진의 말에 다들 소름이 쫙 끼쳤다. 그들은 산골짜기에 8급 수령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9급 수령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유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대라천역에서도 9품 지존은 3황쯤 되어야 이룰 수 있는 경지였다.

“난 들어가 보려고 하네.”

목진의 말에 너무 놀라 말문이 턱 막혔고 구유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는 목진이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산골짜기에 들어가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른 정예 종족 무리였어도 공격을 개시하기도 전에 녀석들한테 바로 죽었을 것이다.

“날 따라올 필요는 없어. 나 혼자서 가면 되네.”

목진은 화들짝 놀란 구유 등을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구유 등은 목진과 함께 들어가 봐야 짐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한산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구유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탄뢰수심을 사용하려는 거야?”

목진의 실력은 보통은 아니지만 지금은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는 군대가 없어 전진사의 힘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의 선택은 오직 탄뢰수심 뿐이었다.

“봉황족의 백명이 자네한테 탄뢰수심이 없다는 걸 발견하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한산도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백명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목진이 탄뢰수심으로 녀석을 제압했으니 망정이지 탄뢰수심이 없다면 녀석은 분명 목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산골짜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난 탄뢰수심으로 녀석들을 놀래주려 했을 뿐, 백명 따위한테 사용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네.”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백명은 8급 지존경에 이른 강적으로 수중에 준 성물까지 있는 교활한 놈이라 전투력이 일전에 마주쳤던 8급 수령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그러나 목진도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 싸움이 일어나도 상대방의 뜻대로 되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더구나 목진은 6급 지존경 정상이라 7급 지존경과 한 보 차이였다. 평소 같으면 한 달 동안 열심히 수련해야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을 텐데 구전청련이 있으면 말은 달라질 것이다.

구전청련은 지지존에 이를 때 비로소 최강의 위력을 발하지만 방대하고 순수한 천지의 영력이 깃들었는지라 이를 복용하면 그 힘을 빌려 7급 지존경에 이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다 목진이 7급 지존경에 이르면 탄뢰수심이 없어도 백명 따위를 견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편, 구유 등은 목진의 결연한 태도를 보고 더는 말리지 않았다. 탄뢰수심의 위력을 잘 아는 이들은 산골짜기에 있는 수령들이 아무리 강해도 그 충격을 견뎌내지는 못할 것이다.

“우린 먼저 물러날 테니 몸조심해.”

구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은 여기 있어 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변고라도 생기면 목진한테 짐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구역을 지켜줘.”

목진은 어렵게 수령들을 죽였는데 보물을 타인한테 내주는 멍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에 구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물러났고 한산 등은 목진이 왜 이러는지 궁금했지만 더는 묻지 않고 구유를 따라 떠났다.

목진은 구유 등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는 이내 정색하여 산골짜기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 탄뢰수심을 꺼냈다.

“너만 믿을게.”

목진은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산골짜기로 향했다. 산골짜기에 가까워질수록 사망의 기운은 더욱 짙어졌고 하늘에는 검은색 구름으로 가득했는데 흑우가 떨어져 주위가 상당히 음산했다.

이로 인해 목진 체내의 영력마저 움직임이 느려졌고 한기가 육신을 침범할 것 같았다.

목진이 바로 용봉체를 소환하자 체내에서 금광이 발했고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져 체내에 깃든 사망의 기운을 모조리 물리쳤다.

슉!

목진은 용봉체 덕분에 무리 없이 검은색 구름이 뒤덮인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그 속에 있던 검은색 그림자가 눈을 번쩍 뜨더니 화라도 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슉!

검은 그림자는 흑광이 되어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녀석은 바로 목진을 죽이려 했고 이를 발견한 목진은 바로 물러났다. 녀석의 손에 걸리면 목진은 이대로 산골짜기에서 영원히 잠들 것이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인법을 바꾸자 팔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의 령에서 영광을 발하다가 등에 봉황의 날개를 형성했다.

쿵!

목진은 날개를 떨쳐 귀신처럼 8급 수령들의 장애를 뚫고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크으으으!

목진을 잡는 데 실패하자 8급 수령들은 잔뜩 화가 나 포효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전부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슉! 슉!

다행히 목진은 봉황의 날개 덕분에 잽싸게 녀석들 사이를 오가며 지능 없는 8급 지존들의 합동 작전에서 빈틈을 발견해 무리 없이 산골짜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1각 정도가 지나 목진은 드디어 사망의 습지에 이르렀는데 그때 고목에 앉아있던 9급 수령이 눈을 번쩍 떴다.

8급 수령의 텅 빈 눈과 달리, 녀석의 눈에는 빛이 맴도는 것이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것 같았다.

크으으으!

9급 수령은 목진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쿵!

녀석의 공격에 앞쪽 공간은 유리 깨지듯 균열이 잔뜩 일었고 웅장한 사망의 기운은 공간을 가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의 앞쪽에 나타났다.

이에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앞으로 향하던 육신은 바로 멈춰 섰고 몸은 만 근의 바위를 업은 듯 바로 내려앉았다. 사망의 기운은 그 위쪽으로 날아가 거대한 산벽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목진은 교묘하게 상대방의 무서운 사망의 기운이 깃든 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그 여파에 체내의 기혈이 요동쳤다. 9급 수령은 역시 무서운 존재였다.

목진이 지금의 실력으로 녀석을 정면으로 상대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도 절대 녀석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한편, 9급 수령은 목진이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는 구전청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탄뢰수심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녀석을 끌어내야 했기에 목진은 바로 방향을 틀었다. 변두리를 따라 사망의 습지 깊숙이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뒤에서 여전히 8급 수령들이 쫓아왔지만 아무도 그의 속도를 따르지는 못했다.

크으으으!

목진의 의도를 파악한 9급 수령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섰다.

녀석이 발을 힘껏 구르자 순간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9급 수령이 주위에 나타나자 천지의 위압감이 폭등했고 피부가 찌릿했다. 이는 엄청난 위험을 감지했다고 보내는 육신의 신호였다.

하여 목진은 바로 멈춰서서 다른 방향으로 도망갔고 9급 수령은 빠르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8급 수령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따라왔다. 녀석들은 힘이 강하긴 하지만 지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목진은 9급 수령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 녀석은 진정한 봉황의 령의 힘을 빌린 목진을 바로 따라잡았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은 뒤쪽에서 무서운 위압감이 휘몰아치며 9급 수령이 내뿜는 사망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9급 수령은 바로 목진을 따라잡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산봉우리에 올라타 뒤쪽에서 요동치는 사망의 기운을 바라보며 은색 심장을 꺼냈다. 은색 심장은 천천히 뇌명을 형성했다.

“이쯤이면 된 것 같군.”

목진이 손바닥을 파르르 떨자 은색 심장은 한 줄기 은광이 되어 사망의 기운으로 향했다.

한 줄기 은광이 하늘을 가르며 9급 수령과 8급 수령들을 향해 날아가자 뇌명과 함께 파멸의 뜻이 전해졌다.

보잘것없는 은광에 전력 질주하던 9급 수령은 강제로 멈춰서서 초점이 없는 눈으로 은광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녀석은 지능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은광에서 파멸의 기운을 느꼈다.

9급 수령은 이미 죽었지만 일단 은광에 적중하면 잿더미가 될 거란 예감이 들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퍽!

반면, 8급 수령들은 여전한 기세로 돌진했고 뒤로 물러나는 9급 수령과 부딪쳐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에 9급 수령의 속도가 확 줄어들었다.

위잉.

은광은 그 짤막한 순간을 틈타 녀석들의 앞쪽에 다가가 파르르 떨었고 무서운 뇌명이 폭발했다.

꽈르릉!

멸천신뢰가 강림한 듯 무서운 뇌명과 함께 아래쪽 대지가 훤히 드러났다. 무서운 음파에 만 장의 파문이 일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 만 리로 퍼져나갔다.

그 외, 수많은 뇌광이 진득한 뇌장처럼 내리꽂히자 천지는 은색으로 물든 것 같았고 주위에 맴돌던 진득한 구름도 뇌광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이와 동시에, 무서운 파동이 폭발했다.

그 광경에 목진도 적잖게 놀랐다. 탄뢰수심의 위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파국이었다.

지지존이 아닌 이상, 이토록 무서운 공격을 막아낼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