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3화. 7급 지존
목진은 봉황의 날개를 퍼덕이며 잽싸게 탄뢰수심의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그러다 불똥이라도 튀면 목진도 대가를 치를 것이었다.
잇따라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온몸에서 금광이 발했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나타나 빛을 발하며 목진의 몸을 휘감아 강대하기 그지없는 방어벽을 형성했다.
그러나 목진은 여전히 불안해 대일불멸신까지 소환해 그 속으로 들어갔다.
쿵!
바로 그때, 탄뢰수심이 드디어 폭발했다.
원고탄뢰수가 수만 년간 흡수하고 압축한 벼락의 힘이 폭발하자 뇌광은 만 장의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뇌광이 지나간 곳마다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고 대지는 사정없이 부서졌으며 균열이 계속 일어나 거대한 산골짜기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뇌광이 지나간 곳의 모든 물체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8급 수령들의 단단하고도 메마른 육신은 무서운 뇌광에 아무런 방비도 못 하고 산산이 부서졌고 잇따른 충격파에 바로 잿더미가 되었다. 또한, 9급 수령은 웅장한 사망의 기운을 끌어올려 뇌광 파도를 잠시 막아내더니 방어벽이 바로 무너져 뇌광에 파묻혔다.
그 구역은 순식간에 뇌광의 세계가 되었다.
한편, 미리 만반의 준비를 마친 목진도 여전히 탄뢰수심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숨었지만 파멸의 기운이 깃든 웅장한 뇌광 충격에 대일불멸신에 균열이 일더니 산산이 부서졌다. 이에 목진은 피를 토하며 추락해 바닥에 박혔는데 온몸의 뼈가 부서질 듯 괴로웠다.
이렇게 뇌광은 호호탕탕 퍼져나가 방대한 산골짜기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멀리서 철수하고 있던 구유 등도 무서운 충격파에 잠시 멈춰 서서 주위에 퍼지는 뇌광을 쳐다봤다.
“엄청나군.”
한산이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그는 산골짜기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무서운 충격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만약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었으면 한산은 물론이고 구유 등까지 모두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유는 산골짜기를 바라보더니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
“주위를 살피게. 아무도 이곳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되네.”
이에 묵봉 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목진이 무사하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북쪽의 한 산봉우리에 서 있던 하늘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목진이 있는 쪽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순간 지극히 무섭고 난폭한 영력 충격을 느꼈다.
그는 다름 아닌 봉황족의 백명이었다.
“백명 형님, 저건…….”
백명 옆에 서 있던 백빈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녀석도 천지에 퍼진 난폭한 영력 충격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건 벼락의 힘일 것이다. 9급 지존이라도 그 힘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던 백명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8급 수령을 상대하는 데 탄뢰수심을 사용하다니, 내가 녀석을 너무 높이 샀군.”
목진 등이 8급 수령을 처치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녀석을 죽이려면 반드시 탄뢰수심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거라 여겼다.
이에 백빈은 흠칫하더니 이내 화색이 되어 물었다.
“녀석이 탄뢰수심을 사용했단 말인가요?”
“신수지원에 들어온 사람 중 이 정도의 실력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목진 수중의 탄뢰수심일 수밖에 없다.”
백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더니 이내 정색했다.
“탄뢰수심의 위력은 역시나 엄청나군. 녀석이 나한테 그 물건을 사용했다면 난 분명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이미 탄뢰수심을 사용했으니 더는 형님의 상대가 아니겠네요?”
백빈이 히쭉 웃으며 한 말에 백명은 묵묵히 미소를 지었다. 탄뢰수심을 잃은 목진은 이제 벌레만큼 하잖은 존재였고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 선택을 후회하게 해주리라 결심했다.
“일단 이 녀석부터 죽이자꾸나.”
백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을 떨쳐내고 앞쪽을 바라봤다. 수령 무리는 봉황족의 다른 강자들의 손에 전부 죽었고 8급 수령만 미친 듯이 도망가려 했다.
그때 백명은 하늘색 깃털 부채를 꺼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8급 수령의 위쪽에 나타나 부채를 힘껏 휘둘렀다.
슉.
하늘색 한기가 날개를 활짝 편 봉황처럼 날아가 8급 수령의 주위를 완벽히 감싸자 녀석은 살아 숨 쉬는 얼음 조각상이 되었다.
잇따라 백명은 녀석의 머리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는데 발끝을 가볍게 움직이자 조각상은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수심이 서서히 떠올랐다. 백명은 수심을 만지작거리며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목진이 내역에 들어가기만 하면 신수에게 덤비는 버러지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가르쳐줄 것이다.
* * *
산골짜기는 아수라장이 되어 커다란 벽과 산맥들은 와르르 무너졌고 대지에는 만 장 정도의 균열이 일어 주위로 쭉 뻗어 나갔다.
거대한 산골짜기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퍽.
그때 폐허가 된 대지에 마구 널린 바위 사이로 누군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옷은 찢어지고 몸에는 상처가 가득해 그 모습이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
그는 바로 목진이었다.
목진은 입가의 피를 닦고 고개를 들어 파괴된 산골짜기를 살피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탄뢰수심의 위력은 역시나 엄청났다.
잇따라 목진은 자세히 주위를 살폈는데 더는 남아있는 수령이 없었다. 녀석들은 탄뢰수심의 위력에 전멸했다.
“구전청련은 괜찮으려나?”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구전청련을 따러 갔다. 탄뢰수심까지 사용했는데 그 여파에 구전청련이 파괴되었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슉!
폐허가 된 대지를 건넌 목진은 곧바로 습지에 달려갔는데 습지도 탄뢰수심의 위력에 파괴되었다.
이에 목진은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습지의 중심 구역에 달려가 훑어보니 맑은 못은 여전히 고요했다. 못은 주위의 검은색 호숫물을 완벽히 차단했고 못의 깊숙한 곳에 피어오른 비취색 청련은 생기 가득한 푸른빛을 발하며 하늘거렸다.
목진은 맑은 못 밑에 아름답게 피어난 청련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청련이 손상이라도 입었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바로 보물을 취하러 달려갔다. 탄뢰수심을 폭발시켜 다들 이쪽에 관심을 기울일 테니 최대한 빨리 보물을 취하고 떠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목진은 바로 손을 뻗어 영력을 끌어올려 바닥에 있는 비취색 청련을 빨아들였다. 그러자 흙으로 뒤덮인 청련은 서서히 날아올라 목진 수중으로 들어갔다. 청련에 깃든 웅장한 생기에 목진은 통증이 모두 사라졌고 부서졌던 뼈들도 치유된 듯 몸이 가벼워졌다.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진흙은 전부 사라지고 비취색 청련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먹만 한 청련은 정성스럽게 만든 조각상처럼 정교했고 연심에 박힌 연밥에서는 놀라운 생기를 방출했으며 그 표면에 자연스레 형성된 무늬에서는 오묘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내뿜었다.
“이것이 바로 구전청련이란 말인가?”
목진은 청련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이내 감탄했다. 이 물건이 대천세계의 경매장에 나타나면 9급 지존들은 전 재산을 내놓으면서까지 얻으려 할 것이다. 이것은 경지를 돌파해 지지존에 이를 수 있는 확률을 부쩍 끌어올리는 엄청난 물건이었다.
일단 지지존에 이르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지존경이 대천세계에서 강자급에 속한다면 지지존은 한 구역을 통치할 수 있는 패주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북계에서 9급 지존은 각 세력의 고위층일 뿐, 절대 통치자는 될 수 없었다. 적어도 지지존은 되어야 정예 세력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높은 지위에 오르면 더 많은 수련 자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푹 빠져있던 목진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구전청련을 거둔 뒤, 아래쪽 맑은 못을 완전히 없애고 나서야 마음 편히 그곳을 떠났다.
그는 누군가 이곳에 와서 구전청련의 존재를 알아채는 걸 원치 않았다. 이곳의 모습을 보고 목진이 구전청련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면 목진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이다. 그리되는 것보다 못을 없애는 것이 더 안전했다.
목진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빠르게 산골짜기에서 벗어났고 그가 떠나고 얼마 후 멀리서부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날아와 조심스럽게 아수라장이 된 대지에 접근했다.
그들은 주위를 살피다 파괴된 못을 발견했는데 그곳에 남아있는 생기는 여전히 놀라웠다. 그러나 아무도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보물이 있었다는 것은 알아챘지만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몰라 잠시 머무르다가 결국 떠났다.
한편, 이미 산골짜기에서 멀어진 목진은 한 산맥에 내려앉았는데 그곳에서 구유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구유 등은 무사히 다녀온 목진을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이 없으면 앞으로의 길은 훨씬 험난해질 것이다.
“물건은 얻었어?”
구유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목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에도 무사히 보물을 얻은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전청련을 수중에 넣은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구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목진이 무려 탄뢰수심까지 사용하며 얻어야 하는 물건이라면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니겠지만 온전히 목진의 힘으로 얻어낸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구유는 물론이고 한산, 묵봉 등도 눈치챈 듯 더는 묻지 않았다.
“그럼 이제 적당한 곳을 찾아 휴식하고 신묘원 내역으로 들어갑시다.”
목진은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데다가 구전청련을 획득해 그 힘으로 경지를 돌파해야 했다.
목진이 7급 지존경에 이르고 완벽한 육신까지 더해지면, 8급 지존과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목진은 준 성물이 있는 백명도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내역에 들어갈 수 있는 무리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우두머리는 김경천보다 훨씬 강해 목진은 반드시 실력을 끌어올려야만 했다.
구유 등은 목진의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 등은 멸생동을 이용해 수령 무리와 사망의 기운이 넘쳐나는 곳을 피했는데 산골짜기 못지않은 사망의 기운을 내뿜는 장소가 제법 있었다. 그곳에도 분명 엄청난 보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더는 다른 보물을 탐내지 않았다. 탄뢰수심이란 강대한 필살기를 잃었으니 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었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하여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망의 기운이 희박한 곳을 찾아 그곳의 한 산맥에 구멍을 뚫어 들어갔고 구유 등은 주위에 흩어져 목진을 보호했다.
목진은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구전청련을 꺼냈는데 눈부신 빛과 함께 웅장한 생기가 동굴 전체를 가득 채웠고 메마른 풀들도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잇따라 그는 연꽃 중심에 있는 백옥 연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구전청련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인 연밥을 완전히 흡수해 제련하면 앞으로 지지존에 이를 때 많이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생기가 깃든 백옥 연밥은 현재의 목진이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여 그는 일단 이를 흡수했다가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제련하기로 했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손가락을 움직이자 백옥 연밥이 서서히 떠올랐고, 영력으로 청련을 때리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청련에서 영광을 발하더니 손바닥만 한 청련은 빠르게 팽창해 눈 깜짝할 사이에 반 장 정도로 커졌다.
목진은 연꽃에 다가가 앉았다. 연꽃은 흡수해 제련할 수 없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력을 확고히 다지는 효과가 있어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목진이 이런 보물을 그냥 버릴 리가 없었다.
준비를 마친 목진은 앞에 있는 백옥 연밥을 보더니 입을 쩍 벌려 흡입했다.
순간 목진의 체내에서 무서운 생기가 폭발해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자라나 한순간에 동굴을 가득 채웠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 연밥에서 스며져 나온 미미한 힘만 해도 이렇게 놀라운데 이를 전부 발산하면 목진의 육신은 폭발할 것이다.
다행히 목진은 연밥에서 스며져 나온 힘만 흡수해 제련하는지라 경지 돌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는 목진한테 식은 죽 먹기였다.
목진은 곧바로 수련을 시작했고 동굴 속 생기 또한 점차 왕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