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화. 내역
구유 등은 산맥 주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 구역을 지켰는데 목진의 수련지를 부단히 살피고는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선택한 곳이 사망의 기운이 옅고 수령이 적지 않았다면 목진의 수련지에서 방출된 웅장한 생기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수령이 몰려왔을 것이었다.
구유는 목진의 수련지를 한참 보더니 눈길을 거뒀다. 그녀는 목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목진은 여태껏 수많은 혈전을 통해 실력을 다져왔기 때문에 이번 경지 돌파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목진이 일단 경지 돌파에 성공하면 백명을 상대할 충분한 실력이 갖춰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목진은 더는 8급 지존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생각에 구유는 왠지 뿌듯해졌다. 이제 소년은 그녀보다 훨씬 강한 존재가 되었다.
신수지원에서 나가면 구유족 장로들도 더는 목진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목진은 더 강해질 것이고 언젠가 진정한 절세의 강자가 될 것이다.
구유는 이내 감탄하며 서서히 눈을 감고 수련을 시작했다.
이튿날, 목진의 수련지에서 갑자기 웅장한 영력이 폭발하더니 늘씬한 소년이 영력이 휘몰아치는 곳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구유, 한산 등은 목진을 바라보고는 흠칫 놀랐다. 그들은 목진한테서 강력한 위압감을 느꼈다.
7급 지존경에 이른지 한참 되는 그들은 막 경지를 돌파한 목진한테서 강력한 위압감을 느꼈는데, 이보다 놀라울 수는 없었다.
한편, 목진은 웅장한 영력을 서서히 거두고 두 손을 모아 사지에서 흐르는 웅장한 영력을 느끼고는 만족하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번 경지 돌파로 목진은 체내의 영력이 몇 배는 더 웅장해졌고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목진이 지금 다시 8급 수령과 싸우면 영진을 가득 칠 필요 없이 자신의 힘으로 녀석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7급 지존의 영력의 힘에 육신의 힘까지 더하면 7급 지존 중 목진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목진은 진정한 8급 지존마저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게 되었고, 게다가 목진은 이번 수련으로 더욱 많은 것을 얻었다.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자 등 뒤의 공간이 파르르 떨리며 지존해가 나타났다. 영력 파도가 휘몰아치는 지존해 밑에 조용히 떠 있는 백옥 같은 연밥이 웅장한 생기를 내뿜자 지존해의 영력이 점점 더 그윽해지고 생기가 넘쳤다.
목진은 아직 구전청련의 백옥 연밥을 완전히 제련할 능력이 안 되어 일단 지존해에 넣어두었다.
이리하면 백옥 연밥은 웅장한 생기를 부단히 방출해 지존해의 영력을 훨씬 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언젠가 목진이 9급 지존경에 이르러 지지존에 도전할 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목진은 그날이 그리 멀지 않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현재의 그는 이미 7급 지존이 되었고 9급 지존까지 두 등급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은 일단 신묘원의 내역에 들어가 구유를 도와 원고의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얻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여 목진은 지존해를 거두고 구유 등에게로 날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만 내역으로 갑시다.”
구유 등은 자신감 넘치는 목진을 바라보자 저절로 시름이 놓였다. 목진은 비록 탄뢰수심을 잃었지만 경지를 돌파해 더 강해졌다.
목진은 더 이상 백명이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목진의 멸생동의 힘으로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 수월하게 내역으로 향했고 반나절쯤 지나자 주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검은색이었던 아래쪽 대지는 점차 섬뜩한 붉은빛을 띠었고 주위에 맴도는 사악한 기운에 체내의 영력마저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에 목진 등은 점차 속도를 줄이고 그곳을 바라봤는데 축 드리운 암금색 광막이 내역과 외역을 구분해주고 있었다.
“광막을 지나가면 곧 신묘원의 내역에 이를 것이네.”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방대한 광막을 바라봤다. 그는 광막에서 강대하기 그지없는 파동을 느꼈다. 이는 진정한 영진 대종사만 칠 수 있는 엄청나게 큰 영진이었다.
목진의 말에 구유 등도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목진은 먼저 광막으로 다가갔는데 표면에 수많은 부적이 새겨져 있었고 부적마다 무서운 힘을 발산했다.
목진 등은 물론이고 하위 지지존이라도 절대 광막을 뚫고 지나가지 못할 것이다.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8급 수령의 심장을 내던지며 천천히 광막으로 향했다. 그러자 오래된 부적이 빛을 발하더니 한 줄기 빛이 내리쬐어 8급 수령의 심장을 감쌌고 까만 수심에서 검은색 안개가 흘러나왔다. 강력한 사망의 기운이 깃든 검은색 안개는 빛줄기에 닿자마자 바로 증발해 사라졌다.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찼던 수령의 심장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 속에 깃든 사망의 기운은 완벽히 정화되었다. 약간의 생기까지 깃들어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이를 바라봤다. 영진은 사망의 기운을 전부 정화할 뿐만 아니라 만 년도 넘게 죽어있던 수심에 생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수심이 아무리 격렬하게 뛰어도 수령은 더는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정상으로 되돌아온 수심은 서서히 광막을 향해 날아가 조금씩 스며들어 광점으로 변했고 영진과 완벽히 어우러지더니 목진 등의 앞쪽에 한 장 정도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목진은 숨을 깊게 들이켜며 고개를 돌려 구유 등과 눈을 마주친 뒤 바로 균열 속으로 들어갔고 구유 등도 잽싸게 그 뒤를 따랐다.
균열을 넘자마자 눈앞에 나타난 것은 시뻘건 대지였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대지는 멀리서 보면 꼭 선홍빛 혈해 같았다.
대지의 색은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 아니라 피로 물든 것 같았다. 그 피의 주인은 분명 엄청난 강자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만 년도 넘게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색이 고울 리 없었다.
목진 등은 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대지가 꼭 악마처럼 느껴져 감히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에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는데 하늘도 외부와는 완전히 달랐다.
허공에 강력한 기운이 가득 찼는데 이는 극강의 존재가 존재했었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죽은 지 만 년도 넘게 지났지만 남아있는 의지로 무언가를 제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의 하늘과 대지는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목진 등은 더없이 왜소해 보였고 대치 상태에 처한 두 거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먼지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아마 신수지원에서 싸움이 가장 치열했을 것이네.”
목진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맴도는 기운을 느끼고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대전이 일어났었단 말인가?
신수지원의 강자들은 고향 땅을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역외족과 싸웠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구유 등도 한껏 경계한 채 주위를 살폈다. 이토록 괴이한 곳에서는 조금이라도 변수가 생기면 그들은 바로 죽을 수도 있었다.
“최대한 땅을 밟지 말고 갑시다.”
목진은 먼 곳을 내다보더니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내역에 들어온 이상 그는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목진은 전보다 훨씬 느리고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감히 멸생동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다 원고의 물건을 발견해 충돌이라도 생기면 즉사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내역은 생각처럼 크지 않아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목진은 시뻘건 땅에서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다.
목진의 앞쪽에 웅장하기 그지없는 오래된 제단이 나타난 것이다. 만 장 정도 되는 제단은 우뚝 솟아올라 하늘과 땅을 연결한 것만 같았고 제단에 있는 돌 사슬은 땅을 뚫고 무언가를 묶어놓은 것 같았다.
목진은 제단을 보자 원하는 물건이 여기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하늘색 도포를 입은 채 하늘색 깃털 부채를 가볍게 흔들고 있는 백명과 봉황족 강자들이 나타났다.
백명은 부채를 흔들고 피식 웃으며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자네가 정말 여기 나타날 줄은 몰랐네. 담대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백명이 히쭉거리자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주위를 쓰윽 훑었다. 그들은 제단의 커다란 석대 위에 서 있었고 곤붕족, 구채공작족 등도 이미 와있었다.
그들을 제외하고도 내역에 들어온 무리가 제법 있었는데 하나 같이 실력이 뛰어난 신수 종족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다들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중에는 크게 다쳤거나 사망한 사람이 있는 곳도 있었는데, 아마 8급 수령을 상대하다가 그리된 것 같았다.
이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목진 일행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다들 목진 등이 무사히 내역에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8급 수령을 죽이는데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놀라기는커녕, 목진 등을 불쌍하게 여겼다. 그들은 목진이 탄뢰수심을 사용해 방출한 무서운 파동을 발견해 다들 그가 8급 수령을 죽이기 위해 그 물건을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탄뢰수심을 잃었으니 이제 무슨 수로 백명처럼 무서운 상대를 쓰러뜨린단 말인가?
하여 사람들은 무사히 내역에 들어온 목진 등을 보고도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고 일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약 백명이 작정하고 덤빈다면 구유 등은 여기서 전부 죽을 것이고 이를 구유족에서 안다고 해도 백명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곤붕족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내도 흥미진진하게 목진을 쳐다봤다. 그는 목진이 정말 백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멍청해 겁도 없이 덤비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 외, 구채공작족의 공령은 목진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신묘원 외곽에서 목진과 백명이 싸우다 자신한테 불똥이라도 튈까 봐 두려워 나섰던 것인데 지금은 내역에 들어왔으니 목진의 생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에도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구유 등과 함께 석대로 날아갔다.
“목진아, 저걸 봐!”
그때 구유가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는데 거대한 제단의 북측 석탑에 돌 조각상이 있었다.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 조각상은 봉황과 비슷하게 생겼고 영생불멸의 화염을 내뿜는 것이 꼭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았다. 비록 돌 조각상일 뿐이지만 그 속에서 발하는 원고의 압박감은 체내의 피의 흐름마저 느리게 했다.
목진은 팔뚝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의 령이 갑자기 파르르 떨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고 봉황의 울음소리도 체내에 울려 퍼졌다. 이는 친근하면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존재를 발견했을 때 나타나는 움직임이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석상을 바라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는 비록 원고의 불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진정한 봉황의 령의 반응으로 보아 분명 원고의 불사조일 것이다!
역시 원고의 불사조는 신묘원 내역에서 사망했다.
그럼 이곳에 분명 불사조의 계승 정혈이 있을 것이다!
목진은 제단에 도착해 조각상이 세 채나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머지 두 조각상 중 하나는 예쁜 날개를 가진 커다란 새로 놀라운 영성을 가진 신수처럼 보였는데 현란한 날개를 떨치며 엄청난 생기를 방출하고 있는 듯했다.
“이건 뭐야?”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낯선 조각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건 상고만령조(上古萬靈鳥)로 엄청난 신수 중 하나인데 지금은 멸종했어.”
구유는 경외의 뜻을 담아 말하고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과거 역외족 때문에 대천세계의 손해는 엄청났어. 희귀하고 강대한 엄청난 신수들은 녀석들 때문에 계승이 끊기고 멸종됐으며 서서히 평범한 영수 종족으로 몰락했지.”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외족은 역시 대천세계의 강적이었다. 단 한 번의 침략으로 대천세계의 손해가 이렇게 크다니, 정예 신수 종족이 없어진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