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화. 용쟁호투
쿠쿵!
봉황이 날개를 펼치듯 내려앉는 빙산은 무궁무진한 한류를 동반했는데 한류가 지나간 곳은 공기마저 얼어붙었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상당히 현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름다움 뒤에는 엄청난 위험이 따르는 법이었다.
목진은 미친 듯이 내려앉는 빙산을 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한 손으로 결인했다.
위잉!
목진의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폭발했는데 이는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7급 지존이 되었군!”
목진이 내뿜는 영력 파동을 관찰하던 사람들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신묘원 밖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목진은 6급 지존이었는데 벌써 7급 지존이 됐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제아무리 경지를 돌파해도 8급 지존인 백명과는 차이가 엄청났다.
웅장한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은 목진이 다시 인법을 바꾸자 온몸에서 금광을 발하더니 강대한 위압감을 방출했다.
이에 그의 두 팔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소리를 지르며 금광을 내뿜어 목진의 몸에 주입하자 두 팔에서 황금색 용린과 황금색 봉황의 날개가 자라나 보호막을 만들었다.
목진은 7급 지존의 영력의 힘과 육신의 힘을 완벽히 융합했다.
쿵!
사람들은 목진의 체내에서 방출한 영광 물결에 흠칫 놀랐다. 그들은 목진한테서 지극히 위험한 파동을 읽었다.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마저 목진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역시 녀석이 무턱대고 백명한테 덤빈 것은 아니었네!”
사람들은 더는 목진을 무시하지 않았다. 목진의 실력은 보통 7급 지존은 절대 갖출 수 없는 실력이었다.
퍽!
육신과 영력의 힘을 완벽히 융합한 목진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더니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목진은 습지에라도 빠진 듯 주먹을 휘두른 속도가 상당히 느렸지만 권풍이 지나는 곳마다 공간이 일그러졌고 주먹을 중심으로 계속 공간 파동이 일었다.
쿵!
목진이 완전히 주먹을 휘두르자 도천의 영광이 휘몰아쳐 내려앉는 빙산과 부딪쳤다.
순간,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폭발해 광장에 균열이 일었고 목진은 아래로 조금 내려앉았고 주위 바닥도 움푹 파였다.
멀리서 보면 목진이 빙산 아래에 깔린 맹수처럼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허공에 떠 있던 백명은 그 광경에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빙산에 내려앉아 발을 힘껏 굴러 목진을 완전히 광장에 파묻었다.
그런데 그때, 아래쪽 빙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퍼지며 백 장 정도의 용봉 빛기둥이 빙산을 부수고 난폭한 금광을 발하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이에 백명은 잽싸게 피했는데 빙산은 빠르게 무너지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다들 백명이 손쉽게 이길 거라 여겼는데 대결이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한기가 가시자 사람들은 다시 광장에 눈길이 모였다. 목진은 바닥에 깊숙이 박힌 다리를 꺼내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그때 백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목진이 선보인 힘에 적잖게 놀랐다.
자신의 영력과 강대한 육신의 힘을 더한 7급 지존 목진의 전투력은 보통 7급 지존보다 훨씬 강했다.
녀석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어 덤빈 것이다.
쿵!
백명이 정신을 차리기 바쁘게 목진이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다들 수군대기 시작했다.
목진이 감히 먼저 공격하려 하다니!
슉!
목진은 귀신처럼 백명의 위쪽에 나타나더니 두 손을 모아 신속하게 결인했다. 그러자 웅장한 영력이 폭발해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며 지존해가 나타났고 금광이 폭발해 대일법신이 신령처럼 강림했다.
목진은 바로 대일불멸신을 소환했다. 백명은 상대하기 쉬운 적이 아니었으니 전력을 다해 나서야 했다.
목진은 신비로운 금광을 내뿜으며 허공에 나타난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인법을 바꿔 황금색 태양 다섯 개를 소환해 폭발시켰다.
“오양창!”
대일불멸신의 손바닥에 모인 황금색 홍류는 커다란 금창을 이뤘는데 창끝에 다섯 개의 태양이 맴도는 것이 위력이 상당해 보였다.
그는 이제 오양창을 소환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슉!
금창은 공기를 폭발시키며 한 갈래 빛줄기가 되어 백명에게 향했는데 내뿜는 무서운 파동에서 파멸의 뜻이 느껴졌다.
흥!
기세등등하게 자신에게 향하는 상대방의 공격에 백명도 기합을 넣고, 결인하며 오묘한 광문을 방출하는 손바닥으로 앞쪽 어딘가를 힘껏 내리찍었다.
“한황우(寒凰羽)!”
위잉!
웅장한 영광이 모여 백 장 정도의 하늘색 깃털을 이뤘고 극한의 기운이 깃든 깃털은 날아가 금창과 맞섰다.
퍽!
양자가 부딪치자 난폭한 충격파가 휘몰아쳤고 금창과 빙우는 동시에 폭발했다.
슉! 슉!
그때 갑자기 앞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와 백명이 고개를 들어보니 황금색 홍류 십수 갈래가 나타났다. 이는 전부 금창이었고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에게 중상을 입힐 정도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7급 지존경에 이른 목진은 전력을 다해야 겨우 소환했던 오양창을 이제는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고 수량이든 속도든 어느 것 하나 뒤처지지 않았다.
“별것도 아니군!”
백명은 이내 정색하며 한광이 요동치는 손으로 앞쪽에 광인을 그렸다.
순간, 한류가 솟구치며 앞쪽에 천 장 정도로 두꺼운 얼음 방패가 만들어졌다. 봉황이 날개를 펼친 정교하고 현란한 그림이 새겨진 방패는 8급 지존의 공격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퍽! 퍽!
금창은 부단히 공격을 했지만 두꺼운 방패에는 균열만 일뿐, 부서지지는 않았다.
“8급 지존의 실력이 아니라면 절대 나의 빙황령순(冰凰靈盾)을 뚫을 수 없을 것이네.”
방패 뒤에 서 있는 백명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위잉!
그런데 그때, 백명의 앞쪽에서 금광이 폭발하더니 황금색 빛줄기가 유성처럼 내려앉았는데 그 속에 커다란 황금색 곤장 두 개가 들어있었다.
그건 칠양절천장이었다!
이전에는 육신의 힘을 빌려야만 겨우 하나를 만들 수 있었는데 경지를 돌파자 한꺼번에 절천장을 두 개나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절천장 두 개의 위력은 진정한 8급 지존도 감히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쿵!
절천장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있는 힘껏 정교한 방패를 공격하자 무서운 충격파와 함께 방패가 산산조각이 났고 백명은 머리가 흐트러진 채 멀리 튕겨 나갔다. 그는 목진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이 되려 백명을 곤경에 빠뜨리다니.
제단에 서 있던 백빈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적홍무도 이내 정색했다. 그들은 목진이 백명을 정면으로 상대할 만큼 실력이 강할 줄은 몰랐다.
어느덧 몸을 추스른 백명은 화가 치밀어 올라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았다.
그는 7급 지존 따위에게 이렇게 험한 꼴을 당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백명은 금세 마음을 다스리고 목진을 노려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한광이 번쩍이더니 하늘색 깃털 부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목진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지금의 백명은 전보다 훨씬 위험했다.
“드디어 준 성물을 사용하기로 한 건가…….”
하늘색 깃털 부채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위의 온도가 확 내려갔고 하늘에서 눈꽃이 떨어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압박감이 형성되었다.
“백명 형님이 녀석 때문에 빙황령선까지 꺼내다니…….”
백빈은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채 말했다. 빙황령선은 빙황족의 장로들이 백명의 뛰어난 천부적 재능을 보고 하사한 물건으로 강자가 아니고서는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는 구채공작족의 공령, 곤붕족의 종청봉 등 진정한 강적을 상대할 때만 부채를 꺼냈는데 지금은 7급 지존일 뿐인 인간 녀석 때문에 빙황령선까지 꺼내 들었다.
소년의 실력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녀석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제 대결이 끝나겠군!”
백빈은 이를 악물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목진이 질투가 날 정도로 미웠고 적이 된 이상 이곳에서 없애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목진 같은 천재는 요절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8급 지존경인 백명의 실력과 빙황령선의 힘을 더하면 아무리 8급 수령이라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목진은 오죽할까…….
반면, 구유, 한산 등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백명이 준 성물을 이렇게나 빨리 꺼낼 줄 몰랐다. 녀석은 목진이 일반 7급 지존이 아니란 것을 알아채자마자 바로 준 성물을 꺼냈고 목진한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준 성물의 힘까지 더하면 백명은 전투력이 부쩍 오를 것이다.
한편, 허공에 떠 있는 백명은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체내의 영력을 수중의 부채에 주입했다.
화아악!
백명이 빙황령선을 힘껏 휘두르자 하늘색 한류가 휘몰아쳐 주변을 한빙의 세계로 만들었고 한류로 이뤄진 돌풍은 미친 듯이 회전하며 목진에게 향했다. 돌풍이 지나간 곳은 공기마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한류에는 지극히 무서운 영력 파동이 깃들었는데 이는 8급 지존에 이른 강자라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한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대일불멸신의 방대한 몸에 닿았다.
대일불멸신의 몸 표면에 두꺼운 빙층이 빠르게 퍼져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얼음 조각상을 만들었다.
퍽!
그러나 한빙은 대일불멸신이 발하는 난폭하고 뜨거운 금광에 의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대일불멸신은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고 녀석의 머리 위에 서 있던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웠다. 대일불멸신이 빙층을 깨기 위해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한 탓이었다.
빙황령선을 꺼낸 뒤, 백명의 극한의 영력은 훨씬 더 강해졌고 물리치기 더 어려워졌다.
목진이 갑자기 두 손으로 결인하자 금광이 폭발해 신속하게 대일불멸신의 앞쪽에 절천장 두 개를 이뤘고 이는 공간을 가르며 백명을 공격했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낭패를 봤던 백명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수중의 부채를 휘둘렀다. 순간, 한빙 홍류가 휘몰아쳐 날아오는 황금 곤장을 얼음 조각상으로 만든 뒤, 산산이 부숴버렸다.
“역시 훨씬 강해졌군. 녀석의 깃털 부채는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야.”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백명의 영력은 극한의 속성이라 빙황령선을 더하면 8급 지존 중에서도 최정예급에 속할 것이다.
“이것밖에 안 되면 자넨 살아남지 못할 걸세.”
백명은 태연하게 서서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목진을 쳐다보았고 부채는 스스로 떠올랐다.
이어 백명이 두 손으로 결인하자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홍수처럼 솟구쳐 부채에 스며들었다.
부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장 정도로 커졌고 현란하고 정교한 빙정으로 변했다.
깃털 부채를 보자 목진은 온몸이 찌릿해졌는데 그에게서 상당히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우검이 방출하는 한기의 색깔은 더 짙어졌고 위력도 더 강해졌다.
백명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나지막하게 외치며 인법을 바꿨다.
“빙황령선, 훼멸빙황(毀滅寒凰)!”
빙황령선은 서서히 방향을 틀더니 목진을 향해 가볍게 움직였다.
쿵!
순간 그곳의 기온이 내려가 서늘해졌고 령선에서 내뿜은 짙은 하늘색 한류가 휘몰아치며 천 장 정도의 짙은 하늘색 빙황을 이뤘다. 녀석의 몸에 깃든 한기는 8급 지존을 완전히 얼리고도 남았다.
광장 밖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들은 체내의 영력이 점차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그건 한류의 여파로 나타난 현상이었는데 그들이 광장에 들어갔다면 빙황이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얼음 조각상이 되어 죽었을 것이다.
“엄청난 한류군!”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백명은 목진을 죽이기 위해 빙황령선의 힘을 한껏 끌어올렸는데 이는 공령 등 8급 지존들이 전력을 다해야 겨우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녀석은 이제 죽었어!”
백빈은 히쭉 웃었다. 목진은 실력이 제법 좋았지만 백명한테는 상대가 안 됐다.
그런데 빙황을 소환한 백명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영력 소모가 엄청났는데 다행히도 목진과의 대결은 여기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