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7화. 황혈제령(凰血祭靈)
화아악.
빙황이 가까워지자 목진의 몸 표면은 얼어붙기 시작했고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체내에 스며들어 육신이 강한 목진도 온몸이 찌릿했다.
목진이 아무리 용봉체를 두 번째 단계까지 수련했다고 해도 빙황의 공격에 적중하면 바로 차가운 얼음 조각상이 될 것이다.
후우.
이리 생각하던 목진은 가볍게 백기를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드디어 포기한 건가?”
백명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다가 목진의 미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검은색 세로 눈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뭐지?”
백명의 무서운 공격에 깜짝 놀랐던 사람들도 목진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화들짝 놀랐다.
반면, 구유 등은 드디어 시름을 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이 드디어 멸생동을 소환했기 때문이었다. 준 성물인 멸생동이 있으면 백명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멸생동이 눈을 뜨고 신비로운 흑광을 내뿜자 목진은 웅장하고 순수한 영력 홍류를 꺼냈는데, 다들 지존영액으로 이뤄진 영력 홍류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정도 규모라면 그 속에 깃든 지존영액은 적어도 백만 방울은 될 것이다.
잇따라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멸생동은 백만 방울도 넘는 양의 지존영액을 전부 빨아들였다.
그러자 멸생동에서 검은색 파문이 일었고 멀리서 보면 곧 폭발할 것처럼 보였다.
“센 척하기는!”
백명이 흠칫 놀라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목진에게 무슨 수단이 있든 자신이 전력을 다한 공격이면 승패를 가를 수 있을 것이다.
위잉.
멸생동에서 검은색 광권을 방출하자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 두 손으로 결인했다.
“멸생동, 멸생신광!”
이에 검은색 세로 눈이 더 커졌고 천지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검은색 세로 눈이 그 구역의 모든 빛을 집어삼킨 것 같았다.
그러다 멸생동에서 굵직한 검은색 빛줄기를 내뿜었는데 난폭한 영력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흑광을 바라보자 사람들은 머리가 쑤시고 아팠다.
구유 등도 한껏 정색한 채 관전했는데 멸생동이 내뿜은 빛줄기는 지난번, 8급 수령을 죽였을 때보다 훨씬 강력했다!
과연 멸생동의 공격이 백명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두 개의 준 성물 중 더 강한 물건은 무엇일까? 아마 이번 대결로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그때 검은색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기세등등하게 날아가 날개를 떨치며 다가오는 빙황과 힘껏 부딪쳤다.
순간, 주위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검은색 빛줄기가 날개를 떨치며 날아온 빙황과 힘껏 부딪치자 천지가 어두워졌다. 천지마저 양자의 충돌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처럼 큰 소리는 나지 않았고 오히려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잠시 후,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지극히 난폭한 한류 충격파가 폭발한 것을 발견했다.
한류가 지나간 곳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한빙의 세계를 이뤘는데 하늘색이 아니라 검은색으로 두 가지 무서운 힘이 섞여 있었다.
난폭한 한류가 휘몰아치자 방대한 제단에는 순간 두꺼운 빙층이 생겼고 다른 두 전장에서만 웅장한 영력을 방출해 한류를 막아냈다.
엄청난 충격파에 공령, 종청봉 등도 잠시 싸움을 멈추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 무서운 충격파가 퍼져나온 곳을 쳐다봤다.
“목진이 무려 백명을 상대하다니…….”
공령 등은 그 광경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 중 목진을 동급 강자라 여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목진이 분명 대결에서 패배할 거라 여겼는데 상황을 보니 엄청난 오산이었다.
특히 공령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황을 살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목진과 원한을 맺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런 사람을 적으로 뒀다면 분명 골치 아파질 것이다.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살아남겠군.”
통천원족의 육후가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백명과의 대결에서 지면 목숨만은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곤붕족의 종청봉도 목진을 한참 쳐다봤다. 그는 목진이란 이름을 종등을 통해 알게 되었다. 종등은 목진과 원한 관계가 있어 종청봉한테 목진을 손봐주십사 청을 올렸는지라 기회가 되면 나서려 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종등에게 더는 목진을 건드리지 말라고 타이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이 정도 전투력이면 백명을 한참 동안 잡고 있겠어. 끝까지 막을 수는 없어도 녀석이 손쉽게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얻는 것은 막아야지.”
* * *
“젠장!”
그때 어둠의 공간에 있던 백명이 안색이 어두워진 채 검은색 빛줄기와 빙황의 대치 상황을 지켜봤다. 양자는 각각 반쪽 하늘을 차지하고 미친 듯이 상대방을 공격했지만 아무도 밀려나려 하지 않았다.
백명이 바란 건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
8급 지존경의 실력과 준 성물의 힘까지 빌렸는데도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을 죽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오늘, 자넨 절대 날 이기지 못할 것이네!”
백명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인법을 바꿨다. 그러자 빙황령선이 내뿜는 한류가 폭등해 파멸의 기운이 깃든 검은색 빛줄기를 완전히 없애려 했다.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목진도 빙황이 형성한 압박감이 점차 강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백명은 빙황에 부단히 영력을 주입했고 최대한 빨리 대결에서 이기고 싶었다.
“내가 지존영액을 백만 방울이나 사용하며 발동한 공격을 너무 무시하지 말게.”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멸생동은 대량의 지존영액을 사용해야 한 번 공격할 수 있는데 그 위력은 그 값어치를 충분히 했다.
그때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미간에 나타난 검은색 세로 눈에서 갑자기 검은색 광권을 방출했다.
슉!
오묘한 검은색 부적이 깃든 미세한 흑광은 쏜살같이 날아가 거대한 빙황과 대치 중인 흑광에 스며들었는데 순간 파멸의 기운이 깃든 빛줄기가 폭등하며 무서운 검은색 충격파를 형성해 주위의 공간에 균열이 일었다.
“부숴버려!”
목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서운 검은색 빛줄기가 방대한 빙황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이에 빙황의 몸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이를 중심으로 녀석의 몸은 점차 어두워졌다.
그 광경에 백명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은 그가 빙황령선을 이용해 발동한 최강 공격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부숴버렸다.
“이럴 수가!”
백명은 한껏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슉!
정작 목진은 녀석의 반응은 무시한 채 지존영액 백만 방울로 바꾼 검은색 빛줄기로 백명을 공격했다.
검은색 빛줄기는 빙황을 부수느라 대량의 힘을 소모했지만 아직 사라질 정도는 아니었기에 목진은 백명까지 한꺼번에 없애려 했다.
“날 죽이고 싶은가? 꿈 깨게!”
백명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외쳤다. 그리고 발을 힘껏 구르며 영력을 잔뜩 끌어올려 뒤쪽에 커다란 한빙거황을 이뤘는데 녀석의 몸은 눈부신 빛을 발하며 강력한 압박감을 형성했다.
백명은 어쩔 수 없이 신수 형태까지 소환했다.
잇따라 백명이 한빙거황에 올라타 주먹을 쥐자 허공에 있던 하늘색 한류를 내뿜는 빙황령선이 돌아왔다.
“빙황수호(冰凰守護)!”
백명이 수중의 부채를 파르르 떨자 하늘색 한류가 솟구쳤고 빙황도 한기를 내뿜어 앞쪽에 천 장 정도의 큰 얼음 방패를 형성했다.
쿵!
그러다 검은색 빛줄기가 날아오자 얼음 방패에 순간 균열이 일었고 이는 빠르게 방패 전체로 퍼졌다.
퍽!
어느덧 한계치에 이른 방패는 와장창 깨졌고 빙황 위에 서 있던 백명도 타격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목진과 백명의 대결에서 백명이 먼저 다쳤기 때문이다.
“이, 이럴 수가!”
백민은 너무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옆에 서 있던 적홍무도 이내 정색했다. 아직도 목진을 일반 7급 지존이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칠 것이다.
백명은 목진한테 제대로 걸려들었다.
한편, 목진은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서 피를 토하는 백명을 내려다보고는 왠지 아쉬웠다. 백명은 반응이 빨라 이상한 낌새를 느끼자마자 바로 전력을 다해 방어했기에 피를 조금 토했을 뿐, 큰 타격은 주지 못했다.
공격이 끝나자 목진의 멸생신광은 힘을 다하고 사라졌다. 지존영액 백만 방울이 이룬 효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녀석은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조금 전의 공격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나?”
빙황 위에 서 있던 백명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백명은 목진의 공격은 정말 무섭지만 분명 엄청난 제한이 있을 거라 여겼다. 아마 같은 공격을 계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디 한 번 받아보겠나?”
목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얼마든지!”
백명이 씨익 웃으며 발을 힘껏 구르자 아래쪽 빙황은 날개를 펼쳐 만 장 홍류를 형성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쿵!
대일불멸신도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무서운 한류를 막아내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반격했다.
이렇게 두 거물은 각각 금광과 한류를 내뿜으며 부딪쳤는데 이로 인해 생성된 충격파에 천지가 파르르 떨렸고 양자의 위쪽에 서 있는 두 사람도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잽싸게 움직였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수백 차례의 공격이 오갔고 매번 맞설 때마다 천지가 찢어질 듯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제단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두 사람한테서 느껴지는 살기와 웅장한 영력에 소름이 쫙 끼쳤다.
목진과 백명은 싸움에 눈이 멀었다.
쿵!
그러다 대일불멸신의 커다란 주먹이 빙황의 거대한 날개에 닿자 목진의 장풍도 마침 백명이 휘두른 한빙의 주먹과 부딪쳤다.
순간, 충격파가 휘몰아쳐 두 사람은 각자 뒤로 물러났고 영력은 조금 무질서해졌다.
치열한 대결의 결과는 무승부였다.
“젠장! 젠장!”
백명은 너무 화가 나 눈마저 빨갛게 상기되었다. 그는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한테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넬 죽이고야 말 것이네!”
백명은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목진은 그런 백명의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백명 정도면 분명 숨겨둔 필살기가 있을 텐데 지금까지는 그걸 사용하지 않았다. 분명 아까워서 아껴뒀을 텐데 이제 더는 참지 않을 것 같았다.
시뻘건 눈으로 목진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백명이 발을 힘껏 구르자 아래쪽 빙황이 원통하게 울부짖으며 웅장한 영력이 깃든 정혈을 토했다.
잇따라 백명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중의 빙황령선이 날아올라 빙황의 정혈을 꿀꺽 삼켜 빨갛게 물들었고 혈색 맥락이 나타났는데 섬뜩하고 무서워 보였다.
얼굴이 창백해진 백명은 령선의 변화를 지켜보더니 나지막하게 소리를 질렀다.
“황혈제령!”
휘이익!
선홍색 부채는 하늘에서 가볍게 진동하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속에 짙은 피비린내가 깃들어 있었다.
이에 주위는 더 추워졌고 음산한 기운은 체내에 깊숙이 스며들어 피와 살을 침식시켰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백빈, 적홍무 등 봉황족의 강자들마저 표정이 확 변했다.
“미쳤어, 백명이 제대로 미쳤어!”
적홍무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이를 갈며 말했다.
“감히 그 방법을 사용하다니, 정녕 준 성물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황혈제령은 준 성물의 힘이 놀라울 정도로 강해지긴 하지만 힘을 한꺼번에 몰아 쓰는 것으로 준 성물이 큰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백명은 승리를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덤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