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8화. 혈선의 위력
놀라운 상황에 백빈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하늘에 있는 선홍색 부채를 보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백명이 목진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준 성물이 희귀하긴 하지만 불사조의 계승 정혈만 얻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희생할 수 있어!”
백빈은 백명 대신 해명에 나섰다.
“백명 형님은 절대 싸움에서 지면 안 돼. 빙황족의 천재가 대결에서 패배하면 봉황족의 체면은 어떡해?”
“야!”
적홍무가 화가 난 듯 소리 질렀지만 금세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뭐라 말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백명은 승부욕이 강하고 오만해 목진이 대결에서 이기는 꼴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목진은 위험해질 것이다. 비록 빙황령선의 위력이 확 늘어났다고 해도 다른 준 성물보다는 훨씬 강력했다.
이로 인해 백명의 전투력도 폭등해 목진이 준 성물이 있다고 해도 대결에서 이기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백명이 이렇게까지 나오다니…….”
놀란 건 적홍무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전장에서 싸우던 공령 등도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백명과 실력이 비슷한 공령 등은 녀석의 수단을 잘 알고 있었다. 백명이 날린 공격은 그들이라도 감히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때 피하지 못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이런 엄청난 수단을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에게 사용했다.
예전 같으면 가볍게 웃으며 넘겼겠지만 눈앞의 광경에 더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공령 등은 자신이 백명이었다면 목진을 이기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비록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지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편, 대일불멸신 위에 있던 목진도 백명의 위쪽에 있는 선홍색 부채를 쳐다봤는데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목진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일단 물러서면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여 목진은 선수를 치기로 했다.
이렇게 멸생동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흑광이 번쩍이더니 목진의 미간에서 한 갈래 검은색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백명의 머리를 공격했다.
“쳇.”
선홍색 부채의 아래편에 서 있는 백명은 창백한 얼굴로 피식 웃으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색 빛줄기를 바라보기만 했다.
위잉.
그때 허공에서 갑자기 선홍색 한류가 휘몰아쳐 검은색 빛줄기는 순간 얼어붙었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빙황령선의 위력이 이렇게나 강해질 줄이야…….
“이번엔 나 백명이 사람을 잘못 봤네. 자네 때문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군.”
백명은 고개를 들어 무덤덤하게 목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된 이상, 아무리 후회해봐야 소용도 없지 않은가? 대신 자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난 자네의 시체를 얼려 보관할 것이네. 그래야 늘 보면서 나 자신을 일깨워줄 수 있지 않겠는가?”
백명은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사악해 보였다.
잇따라 백명이 손을 내밀자 허공에 있던 선홍색 부채가 다시 수중에 돌아왔다.
녀석은 부채를 쥐자마자 목진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위잉!
순간, 선홍색 한류가 돌풍처럼 휘몰아쳤는데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한류 속에 선홍색 칼날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를 찢어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백명의 공격은 더없이 무서웠다.
그 광경에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마음을 움직였고 대일불멸신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보호막을 형성했다.
퍽! 퍽!
수많은 선홍색 칼날이 대일불멸신을 미친 듯이 공격하자 황금색 보호막이 확 어두워지더니 결국 폭발했다.
“죽어!”
백명이 씨익 웃으며 주먹을 쥐자 선홍색 한류가 한데 모여 만 장 크기의 선홍색 장도로 변했고 그건 공간을 가르며 대일불멸신에게 향했다.
이에 목진이 엄청난 위기를 느끼고 한 손으로 결인하자 진정한 봉황의 령은 등에 봉황의 날개를 만들었고 그는 날개를 활짝 펼쳐 대일불멸신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선홍색 장도가 대일불멸신을 반으로 가르자 목진은 그 무서운 기세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잽싸군.”
백명은 바로 철수한 목진을 보며 씨익 웃더니 등에 달린 봉황의 날개에서 진정한 봉황의 기운을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네한테 과연 우리 종족의 진정한 봉황의 기운이 깃든 보물이 있었군. 역시 난 자네를 죽일 수밖에 없겠네.”
백명은 발을 힘껏 굴러 하늘색 날개를 활짝 펼치고 목진한테 날아가 곧바로 혈관처럼 불끈거리는 혈문이 가득한 선홍색 부채를 힘껏 휘둘렀다.
쿵!
선홍색 한류는 미친 듯이 포효하며 목진에게 향했다.
일전에 선홍색 부채의 위력을 알게 된 목진은 바로 뒤로 물러났고 금광을 내뿜으며 용봉체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퍽!
선홍색 한류가 휘몰아치자 목진이 발하던 금광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육신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멀리 튕겨나 바닥에 꽂혔는데 단단한 바닥에 백 장 정도로 깊은 구멍이 생겼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더 이상 백명의 상대가 아니었다.
구유, 묵령 등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세를 차지했던 목진이 금세 열세가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구유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쥔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목진을 전장에서 끌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구유가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포기한다고 해도 목진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목진은 더는 과거 북령경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목진은 지금껏 겪은 수많은 대결과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 더없이 강인하고 강대해졌다.
한편, 광장의 커다란 구멍에 쓰러진 목진은 백명의 공격에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계속해서 피가 흘러 곧 피범벅이 되었다.
이에 제단에 서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황을 보니 이번에는 정말 목진이 패배할 것 같았다.
그러나 백명을 이 정도로 다그친 것만 해도 목진은 정말 대단했다.
그때 하늘색 날개를 떨치며 허공에 서 있던 백명은 누워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선홍색 부채를 가볍게 흔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네가 이런 꼴이 될 줄 알았는가?”
백명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묻자 목진은 가만히 눈을 꼭 감고만 있었다.
“반항을 포기했으면 이만 죽게.”
백명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수중의 선홍색 부채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러자 선홍색 한류가 휘몰아치며 만 장 크기의 방대한 선홍색 소용돌이를 만들었고 이는 천지를 가르며 파멸의 힘을 싣고 아래쪽에 누워있는 목진에게 향했다.
백명은 이대로 대결을 끝내려 했다!
이에 다들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구유는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목진을 구하러 나서려 했다.
그런데 그때, 눈을 꼭 감고 있던 목진이 두 눈을 번쩍 떴고 기운이 확 바뀌어 있었다.
이건 이 한 몸 바쳐 기꺼이 마귀가 되리라는 결연함이었다.
쿵!
선홍색 한빙 돌풍이 휘몰아치자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는데 상대방의 공격을 전혀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고 무서울 정도의 광기를 내뿜었다.
이는 생사를 넘나드는 대결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끌림이었다.
궁지에 몰렸을 때 살아남으려면 죽을 각오까지 해야 하는 법, 이마저 하지 못하고 주춤거린다면 절대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주위를 휘감았던 웅장한 영력이 점차 사라졌고 선홍색 기운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무서운 살기가 긷든 기운은 상당히 강력했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곤경에서 빠져나갈 거라는 결심이 보였다.
잇따라 놀라운 살기가 치솟자 목진의 주위에 소용돌이를 형성했고 주위의 바위들은 그 압력에 순식간에 부서졌다.
“뭐지!”
전장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안색이 확 변했다. 다들 목진 주위에 휘몰아치는 살기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엄청난 살기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목진한테 느껴지는 기운에서 목숨을 걸어서라도 적을 물리치겠다는 결심이 엿보였다.
목진은 그야말로 미친놈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을 봐왔지만 목진처럼 목숨까지 내던지는 미친놈은 처음이었다.
“저건 권의네! 절대 정예 신술 따위가 아니란 말이네!”
누군가 목진의 공격을 바로 알아보고 화들짝 놀라 외쳤다.
정예 신술 따위가 아니라니, 그럼 신술보다 더 강한 공격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건 신통이 아닌가!
신통은 지지존만 다룰 수 있는데 목진이 무려 신통 권술을 다룬단 말인가!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통 권술은 신수 종족에서도 지극히 희귀한 보물이라 종족에 엄청난 공헌을 하지 않고서야 절대 획득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목진이 그런 보물을 수중에 넣었다니! 사람들은 목진이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신통 권술이라니!”
허공에 서서 목진을 바라보던 백명도 적잖게 놀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빙황족에도 신통이 있지만 장로는 되어야 수련할 자격이 있어 백명은 아무리 탐 나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런데 7급 지존밖에 안 되는 인간이 신통을 수련했다니!
“참으로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남다르군. 흥, 신통 권술이라 그건가? 자네를 쓰러뜨리면 자네의 보물은 전부 내 것이 될 것이네!”
백명은 목진의 기세등등한 모습에도 전혀 겁을 내지 않았다. 신통의 위력이 엄청나긴 하지만 수련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것은 백명이 빙황족에서 신통을 얻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그는 목진이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신통을 수련했을 거라 믿지 않았다.
“죽어!”
백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꽉 쥐자 목진에게 향하던 선홍색 한류 소용돌이가 천지를 부술 듯 무서운 기세로 휘몰아쳤다.
쿠쿵!
그때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한 한류 소용돌이를 바라보던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주위를 맴돌던 선홍색 돌풍이 점차 강력해졌고 그 속에 깃든 살기는 하늘을 찔렀다.
잇따라 목진은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서서히 주먹을 휘둘렀다.
목진이 휘두른 주먹에 천지는 괴이할 정도로 격렬하게 떨렸고 목진 주위를 맴돌던 혈색 기운도 미친 듯이 주먹에 모여 한꺼번에 솟구쳤다.
신통, 사신마권!
위잉!
선홍빛과 함께 거대한 선홍색 권영이 이뤄졌는데 모든 힘과 담력이 깃든 공격에 목진은 목숨까지 건 듯했다.
앞길을 막는 사람은 누구든 죽일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목진의 공격에 깃든 장렬한 기운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목숨을 걸고 덤비는 목진을 정면으로 상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 그의 공격에 전의를 잃을 것이다.
백명 역시 목진의 선홍색 권영을 보고는 순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빙황족의 천재로서 수많은 싸움을 격어온 그는 숨을 들이켜고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상황에서 먼저 물러나는 사람이 패배하는 것이다.
“허세를 부리기는. 그따위 공격으로 내가 물러날 것 같은가?”
백명은 씨익 웃으며 혼신의 힘을 담은 선홍색 소용돌이로 자신에게 향하는 권영에 맞섰다.
쿠쿵!
양자가 부딪친 순간, 하늘에서 무서운 충격이 미친 듯이 휘몰아쳐 전장 밖에 서 있는 사람들도 체내의 기혈이 솟구쳐 피를 토할 뻔했다.
사람들은 양자의 공격이 부딪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그곳은 무서운 충격에 한껏 일그러졌고 웅장한 혈광 때문에 다들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백명도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친 곳을 한참 쳐다봤는데 혼신의 힘을 담은 자신의 공격이 놀라운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반면, 광장에 서 있는 목진은 이를 발견하고 씨익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돌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