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9화. 승리가 코앞에

“돌파하라!”

퍽!

잇따라 하늘에서 선홍색 불꽃놀이가 펼쳐지더니 커다란 선홍색 한류 돌풍은 사정없이 폭발했고 선홍색 권영은 무적의 자태를 뽐내며 백명에게 향했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소름이 쫙 돋았다. 목진은 백명의 최강수를 강제로 뚫었다!

“이럴 수가!”

백명은 사색이 된 채 소리를 질렀다. 그는 목진을 쓰러뜨리기 위해 자신의 준 성물을 내던졌는데 왜 아무런 소용도 없는 걸까?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녀석은 왜 이렇게까지 강한 걸까!

백명은 그제야 공간을 가르며 자신에게 향하는 선홍색 권영을 발견하고 바로 날개를 펼쳐 도망갔다.

그러나 귀신처럼 따라붙는 선홍색 권영은 그리 쉽게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백명이 소리를 지르며 웅장한 영광을 방출하자 순식간에 수천 장 크기의 커다란 한빙 봉황으로 변했다.

“극한빙동(極寒冰凍)!”

녀석은 포효하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몸 표면에 두꺼운 빙층을 형성했다.

목진의 공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아는 백명은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에 전력을 다했다.

쿵!

잠시 후, 선홍색 권영이 얼음을 뒤집어쓴 백명을 사정없이 때리자 하늘이 격렬하게 떨리며 녀석의 몸에 형성된 빙층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백명의 최강 방어벽이 너무 쉽게 뚫렸다.

퍽!

균열이 빠르게 퍼지더니 백명의 최강 방어벽은 결국 산산이 부서졌고 처량한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녀석은 피를 토하며 맥없이 추락했는데 한순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제단에 서 있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선홍빛 유성처럼 제단 밖 어두운 대지에 내리꽂힌 백명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피를 철철 흘리며 주위를 빨갛게 물들인 백명을 보더니 순간 입이 떡 벌어졌고 히쭉거리던 백빈 등은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멍하니 광장에 서 있는 소년을 보고는 왠지 겁이 났다.

빙황족의 천재인 8급 지존 백명은 모든 수단을 썼지만 결국 7급 지존경의 목진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사람들은 광장에 조용히 서 있는 소년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목진의 영력도 사그라들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서 있었다.

다들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한테 경외의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이는 목진의 강대한 실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무도 목진이 백명과 싸워 이길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전 결과를 보니 목진은 절대 무턱대고 나선 것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사람들이 너무 멍청해서 목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일 뿐이었다.

“녀석은 참 대단하군…….”

누군가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7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8급 지존 백명을 이기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목진은 신통까지 수련해냈으니……

사람들은 그제야 목진이 왜 백명을 상대로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한편, 봉황족 강자들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특히 백빈은 저 멀리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봉황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빙황족의 천재가 정녕 이대로 패했단 말인가?

더구나 모든 수단을 썼는데도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 따위에 패했단 말인가?

그 옆에 서 있는 적홍무도 입이 쩍 벌어진 채 서 있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숨을 길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백명이 패했다니…….”

이번 일로 백명은 제대로 체면이 바닥에 떨어졌다. 오늘 일은 분명 빙황족에 전해질 것이고 오만하기 그지없는 장로들은 백명이 7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 따위와의 대결에서 패했단 사실에 실망해 수련 자원마저 거둘 것이다.

백명의 미래는 참담했다.

그때 드디어 정신을 차린 구유는 영력이 한껏 사그라든 목진을 발견하고 묵봉 등과 함께 광장에 뛰어들어 그를 보호했다.

누군가 영력 소모가 큰 목진을 공격하지 않도록 먼저 나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빛을 보니 누구 하나 나서려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한껏 정색해 목진을 우러러보았다.

사람들은 목진의 영력이 바닥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일전의 사신마권의 기세와 위력을 확인한 뒤로는 더는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목진이 정말 화라도 나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여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아 체내에서 요동치는 영력을 잠재웠다. 목진도 자신이 사신마권을 소환하는 데 성공할 줄 몰랐다.

그는 여태껏 사신마권의 강렬한 살기를 느끼기만 했지 그 위력을 완전히 일깨우지 못했다. 그런데 백명의 최강수에 극한의 위기를 느끼자 목진은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정면으로 상대하기로 했다. 그렇게 죽을 각오로 덤비자 그제야 사신마권의 기운을 완전히 일깨워 해당 공격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살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길에 접어든 다라…… 극한의 상황에 몰려야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인가?”

중얼거리던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는 이번 대결로 사신마권에 대해 조금 더 깨달아 앞으로 조금만 더 수련하면 다음번에는 더 수월하게 소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통은 역시 신술보다 훨씬 강력했다. 내뿜는 기세만 해도 적의 전의를 모조리 없앨 수 있었으니 말이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백빈 등은 겁에 질린 듯 목진을 힐끗 보더니 황급히 제단 밖에 피범벅이 된 채 누워있는 백명한테 다가갔다. 그의 처참한 모습을 보니 크게 다친 것 같았다.

백빈 등은 백명을 데리고 다시 제단으로 돌아왔고 더는 감히 목진한테 다가가지 못했다. 그들은 비록 고귀한 봉황족이었지만 아무리 혈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도 진정한 힘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했다. 그들은 빙황족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더는 목진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불사조의 계승 정혈은 이렇게 빙황족과 멀어졌다.

빙황족 사람들이 함께 나서면 목진 등을 물리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백빈은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어느새 사색이 된 벗들을 보고 바로 생각을 접었다. 다들 잔뜩 겁에 질려 지금 당장 나선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그들은 목진한테 제대로 제압되었다.

그때 제단 밖 대지에 떨어진 백명의 피가 검은색 대지에 스며들자 대지가 훨씬 음침하고 괴이해졌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조용히 앉아있던 목진은 1각 정도가 지나서야 다시 안정을 되찾고 서서히 눈을 떴다. 확 사그라들었던 영력은 많이 회복되었고 무기력했던 눈빛도 다시 또렷해졌다.

잇따라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람들은 자연스레 경외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목진은 이제 이곳에서 그를 건드릴 사람은 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다른 변고만 없으면 그는 불사조의 석상에서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무사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빙황족 쪽을 쳐다봤는데 녀석들은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그리 두려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빙황족은 봉황족 중 하나로 목진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절대 혼자서 한 무리를 죽이지는 못할 거라 여겼다.

목진 또한 자리에 서서 경고하듯 백빈 등을 쳐다보기만 했다.

이에 녀석들은 이를 악물고 목진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

잇따라 목진은 다른 두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들도 어느새 대결을 마쳤다. 구채공작족의 공령, 곤붕족의 종청봉, 통천원족의 육후, 천신학족의 강자는 진정한 8급 지존이라 그런지 대결이 상당히 치열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결은 목진과 백명의 대결처럼 피비린내가 진동하지 않았다. 아무도 계승 정혈을 위해 목진처럼 목숨을 걸지는 않았다.

나머지 두 전장의 최후의 승자는 곤붕족의 종청봉과 통천원족의 육수였다.

목진은 구채공작족의 공령의 실력이 종청봉 못지않다고 생각했고 분명 전자와 거래를 해 승리를 거뒀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최후의 승자는 종청봉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불사조의 계승 정혈만 얻으면 되었기에 나머지 두 계승 정혈을 누가 얻어가든 상관없었다.

이렇게 나머지 두 전장의 승패가 갈리자 네 명의 8급 지존들은 하나 같이 목진 쪽을 바라봤다. 일전에 목진이 백명을 쓰러뜨린 것을 똑똑히 본 이들은 적잖게 놀란 모양이었다.

그들은 백명과 실력이 비슷했는데 자신이 목진이었다면 절대 백명을 이기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목진은 백명과의 대결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큰 타격까지 입혔으니, 목진이 그들과 싸워도 그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공령, 종청봉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더는 목진을 전처럼 무시하지 않았다.

“목진은 역시 범상치 않은 녀석이군. 그날 종등이 소식을 전했을 때, 녀석은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를 정면으로 상대할 능력이 있다고만 들었는데 지금 보니 8급 지존도 녀석의 상대가 아니지 않나? 녀석의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가 참으로 놀랍군.”

종청봉은 목진을 한참 쳐다보며 중얼거렸고 종등의 부탁을 무시하기로 했다.

목진 같은 사람은 적으로 두지 않는 것이 좋았다.

정작 목진은 승패가 갈린 것을 확인하더니 바로 광장의 뒤편 돌계단의 끝자락에 있는 원고의 불사조 석상을 바라봤다. 석상은 승자를 소환하듯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구유를 힐끗 보고는 쏜살같이 석상으로 향했다.

목진은 드디어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얻게 되었다.

슉!

목진이 쏜살같이 불사조의 석상으로 향하자 종청봉과 육후도 바로 돌계단 끝자락에 있는 석상으로 향했다.

간난신고를 거쳐 겨우 여기까지 온 이들은 드디어 승리의 열매를 따기만 하면 되었다.

사람들은 석상으로 향하는 세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구든 엄청난 신수의 계승 정혈을 획득하면 혈맥 진화를 통해 앞으로의 수련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실력이 지지존에 이를 확률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계승 정혈은 이미 주인이 생겼으니, 제아무리 욕심이 나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돌계단의 끝자락에 있는 석상에 도착한 목진은 고개를 들어 천 장 정도 되는 오래된 석상을 관찰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석상은 여전히 불사의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고 죽은 지 만 년도 넘었지만 은은하게 생기가 맴도는 듯했다.

목진은 한껏 정색한 채 석상을 바라봤다. 그는 석상에서 말로는 표현이 어려울 정도의 위압감을 느꼈다. 이로 인해 마음이 확 무거워졌는데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이미 겁에 질려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엄청난 신수의 위압감이면서 천지존에서 비롯된 위압감이었다.

“뭐지?”

목진은 불사조의 석상에서 정말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수정처럼 영롱한 화염은 타오르면서 웅장한 생기를 방출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기이해 보였다.

“이건 최상급 불사의 화염이야!”

목진은 바로 수정처럼 영롱한 화염의 정체를 알아챘다. 그는 그 속에서 익숙한 파동을 느꼈는데 그건 구유와 혈맥을 연결하고 지존경에 이른 뒤, 구유한테서 불사의 화염을 얻어 영력과 융합하면서 느꼈던 것이었다.

눈앞에서 타오르는 불사의 화염이야말로 최상급 불사의 화염이었다. 이건 구유 체내의 보라색 화염보다 훨씬 강력했다.

잇따라 석상은 파르르 떨더니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는데 녀석의 눈에서 웅장한 불사의 화염을 내뿜어 목진을 감쌌다.

으악!

영롱한 빛을 발하는 불사의 화염으로 온몸을 휘감은 목진은 엄청난 고통으로 표정이 확 일그러졌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다행히 목진이 바로 용봉체를 소환하자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체내에서 울려 퍼져 난폭한 불사의 화염에 저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