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화. 수창으로 마물을 죽이다
잇따라 목진이 수중의 석인에 영력을 주입하자 석인에서 영롱한 백광을 발했고 표면에 새겨진 영수들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
쿵!
아래쪽 제단에 눈을 꼭 감은 채 서 있던 수만 명의 군사가 눈을 번쩍 뜨자 순간 무서운 살기가 휘몰아쳤다.
사람들은 천수군의 기세에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나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목진이 저렇게 강한 군대를 장악할 수 있을까?”
구유는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이 걱정되었다. 천수군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 조금만 잘못하면 저들의 무서운 전의가 목진의 의식을 집어삼킬 것이다. 정말 그리된다면 목진은 분명 죽게 될 것이다.
한편, 목진은 허공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석인에 영력을 주입하자 아래쪽 천수군에서 살기 가득한 웅장한 전의가 미친 듯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전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웅장한 전의의 바다를 이뤄 하늘에 펼쳐졌고 목진은 그 속에서 더없이 하찮아 보였다.
목진은 엄청난 전의의 바다를 보자 조금 겁이 났다. 그가 대라천역에서 장악한 군대들은 천수군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그러나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에 잡다한 생각을 떨쳐내고 결연한 자세로 천수군의 전의에 자기의식을 주입했다.
쿵!
목진은 의식이 웅장한 전의에 닿자마자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았다. 무서운 전의가 휘몰아쳐 무한의 살육과 포효가 잇따랐는데 그것만으로도 목진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다행히 단단히 준비하고 접근한 목진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전의에 의식을 맡겼다. 현재, 그는 난폭한 파도가 이는 바다에 놓인 자그마한 배처럼 위태로웠다.
목진의 육신 역시 웅장한 전의에 몸이 파르르 떨렸고 전의는 그의 육신마저 집어삼킬 것 같았다.
* * *
쿵!
저 멀리 하늘에서 파멸의 기운이 깃든 공격의 여파가 신묘원 전체에 퍼지자 그윽했던 사망의 기운은 이로 인해 부단히 사라졌다. 운이 안 좋은 일부 수령들은 즉사했는데 9급 수령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제단에 서 있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수존들과 마물의 대결을 지켜봤다. 비록 수존들은 령영만 남았고 마물도 역외족 왕들의 잔념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그들의 대결은 상상 이상이었다.
퍽!
그때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방대한 불사조가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만령조와 상고의 황수를 바라보며 외쳤다.
“결진, 멸마인(滅魔印)!”
여인의 고함에 만령조와 상고의 황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세 사람의 방대한 몸에 눈부신 광문이 나타났고 육신은 영롱한 광하로 변했다.
수십만 장이나 되는 광하는 천지를 꿰뚫은 것 같았고 그 속에 깃든 오래된 부적들마다 무서운 힘이 들어있었다.
이렇게 세 수존의 해골로 이뤄진 광하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더니 서로 얽히고설켜 마안을 감쌌는데 이는 령인처럼 녀석을 봉인하려 했다.
크으으으!
이에 마물이 미친 듯이 포효하며 마의 기운을 방출하자 거대한 광하가 사정없이 떨렸다.
“천수군을 소환하거라!”
궁장을 입은 여인이 황급히 외치자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웅장한 전의를 바라봤는데 목진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웅장한 전의로 인해 육신이 산산이 부서진 것 같았다.
그 광경에 일부 사람들은 시무룩해졌다. 만약 목진이 천수군을 장악하지 못하면 마물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수 없고 수존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웅장한 전의에 갑자기 돌풍이 휘몰아치더니 전의의 바다에서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은 온몸의 핏줄이 튀어나와 지극히 무서운 고통을 견뎌내는 듯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시 후, 마침내 미간에 빛이 번쩍하더니 활활 타오르는 화염의 깃털이 부서지며 머리에 스며들어 무너질 듯한 의식을 다시 부여잡았다.
그때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중의 석인을 들어 올리더니 안중의 난폭한 전의가 실체를 이뤄 솟구쳤다.
“천수군, 내 명을 따르라!”
이에 아래쪽 제단에 서 있던 군사들의 눈에서도 무서운 전의가 폭발했다.
쿵!
목진의 고함과 함께 제단의 위쪽 하늘을 감쌌던 웅장한 전의의 바다가 완전히 폭동을 일으켰고 전의가 요동치자 허공이 와장창 깨졌다.
다들 전의에 깃든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목진이 성공했어!”
요동치는 전의의 바다를 본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목진이 천수군의 전의를 장악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괜히 목진에게 질투가 났다.
그들은 목진이 전진사의 신분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기껏해야 조금 경계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진정으로 두려워졌다.
이는 종족의 정예 장로를 바라보듯 한 느낌이었는데 목진의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자신을 완벽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진이 사람들을 공격하면 다들 한순간에 죽을 것이다.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말이다.
백명과 백빈도 이를 잘 알아 침을 꿀꺽 삼키고는 감히 목진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러다 목진이 정말 화라도 나서 이곳을 시체의 바다로 만들면 큰일이었다.
지금의 목진은 백명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성공은 했지만…….”
목진이 천수군의 전의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구유는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현재 목진은 온몸의 핏줄이 튀어나왔고 미간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이는 목진의 의식이 지극히 무서운 충격을 견뎌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비록 불사조 수존이 준 물건이 도움이 되었지만 강대한 전의를 장악하는 것은 목진한테는 여전히 무리였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목진은 크게 다칠 것이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가까스로 고통을 잠재웠고 미간에 광우의 허상이 나타났다. 바로 그 물건이 목진이 의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목진은 이미 엄청난 전의의 충격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것이다.
“기회는 한 번뿐이야.”
목진은 무척 괴로웠지만 마음만은 유난히 평온했다.
그는 웅장하기 그지없는 강대한 전의를 느꼈는데 불사조 수존의 령우는 한 번만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을 다하면 바로 사라질 것이다.
최대한 빨리 천수군의 전의로 마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지 못하면 천수군의 전의를 장악하는 것을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다 정말 저들의 전의를 강제로 장악하려다 의식을 잃으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핏줄이 불끈거리는 얼굴로 수존들이 제압한 커다란 마안을 노려보며 두 손을 결인했고 석인은 파르르 떨었다.
“천수군, 너희 전의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렴!”
쿵!
그때 주위에 퍼져있던 전의의 바다가 미친 듯이 폭발해 전의의 회오리를 내뿜더니 부단히 하늘에 모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만 장 정도의 수수한 수창을 이뤘다.
전문이 가득 새겨진 수창은 무서운 힘을 내뿜었는데 지지존급 강자가 와도 감히 덤비지 못할 정도였다.
방대한 전의를 정확하게 장악할 수 없었던 목진은 최선을 다해 전의를 한 데 모아 힘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애썼다.
“수창이여, 마물을 죽이거라!”
목진 안중의 전의가 실체가 되어 솟구치자 전의로 이뤄진 방대한 수창은 공간을 가르며 순식간에 거대한 마안 앞에 나타났다.
크으으으!
갑자기 전장에 뛰어든 무서운 공격에 마안에 깃든 수많은 마영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세 수존의 령영 외에도 이렇게 무서운 공격을 날리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쿠쿵!
마안은 무서운 마의 기운을 방출해 세 수존의 구속에서 벗어나려 했고 수존들은 힘을 끌어모아 수십만 장 정도의 방대한 빛의 사슬로 녀석을 꽉 묶었다.
퍽! 퍽!
마의 기운이 폭발해 봉인의 사슬은 격렬하게 진동했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슉!
그때 거대한 전의의 수창이 천수군의 방대한 전의를 싣고 날아와 사정없이 마안의 미간을 찔렀다.
위잉.
마물은 미간에서 미친 듯이 마의 기운을 방출했고 수많은 마영이 포효하며 나타나 수창을 집어삼키려 했다.
퍽! 퍽!
그러나 수창에 깃든 전의는 강력하기 그지없었고 마물은 진정한 역외족의 왕이 아닌 잔념으로 이뤄진 존재라 수창에 닿자마자 산산이 부서졌다.
푹!
마영은 결국 전부 사라졌고 수창은 강력한 전의를 내뿜으며 마물의 미간을 뚫었다.
크으으으!
거대한 수창이 깊숙이 박히자 마물은 입을 쩍 벌리며 처량하게 울부짖었고 마의 기운은 무질서해지더니 내부에서 여러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다.
퍼퍽!
폭발할 때마다 마안은 빠르게 작아졌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장 크기의 마안은 천 장으로 줄어들었고 무서운 마의 기운도 시들시들해졌다.
목진이 천수군의 전의를 이용해 날린 일격이 마안에게 큰 타격을 주었던 모양이었다.
“녀석을 완전히 죽입시다!”
세 수존은 이내 화색이 되어 상황을 살피더니 전력을 다해 나섰다. 거대한 빛의 사슬은 마안을 뚫고 한데 뭉쳐 마의 기운이 더 이상 새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멀리서 보면 꼭 마안이 빛의 사슬에 꽉 묶여 광구가 된 것처럼 보였다.
풉!
세 수존이 피를 토하자 오래된 부적 세 개가 만들어지더니 광구에게 날아가 빠르게 스며들었다.
크으으으!
잇따라 광구의 내부에서 마안의 절망스러운 포효가 들려왔다.
“죽었으면 더는 나타나지 말거라.”
불사조 수존이 무덤덤하게 말하며 결인하자 광구는 도천의 혈광을 발하며 완전히 폭발했다. 이에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주변 만 리 범위의 공간이 모조리 부서졌고 대지에도 수많은 균열이 일었다. 신묘원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제단에 서 있던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쥔 채 저 멀리 하늘을 쳐다봤는데 난폭한 영력 충격이 사라지자 사악한 마안도 빠르게 일그러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마물이 제거되었네!”
그 광경에 사람들은 화색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일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전의 무서운 싸움으로 엄청난 압력을 느낀 듯했다.
“정말 성공했어…….”
구유 등도 그제야 안심했는데 아직은 무서운 마물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건 다 목진 덕분이야.”
이리 생각하는 것은 구유 등만이 아니었다. 다들 허공에 떠 있는 목진한테 고마움을 담은 눈빛을 보냈다. 목진이 아니었다면 다들 이곳에서 죽었을 것이다.
반면, 백명 등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감히 목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는 공공의 적이 될 것이다.
목진 역시 사악한 마물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었는데 뇌리에 몰려오는 고통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풉.
목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피를 토했다. 불사조 수존이 준 물건이 있었지만 일전에 강제로 무서운 전의를 장악하느라 크게 다친 모양이었다.
목진은 엄청난 고통에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허공에서 맥없이 추락하였다.
“젠장, 다시는 천수군 같은 군대를 함부로 장악하려 하지 않을 거야. 하마터면 열사가 될 뻔했잖아…….”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슉!
어느새 달려온 궁장을 입은 부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목진의 미간에 영광이 번쩍였고 그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잇따라 추락하는 목진을 잡은 부인은 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목진이 정말 천수군을 장악해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줄은 몰랐다.
“녀석…… 참 예상 밖인걸?”
부인은 가볍게 고개를 젓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