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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73화 (672/1,000)

673화. 엄청난 보상

목진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묘원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이곳저곳에 깊숙이 파인 대지를 보노라니 소름이 쫙 끼쳤다.

제단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서운 전투의 희생양이 되었을 것이다.

“드디어 정신이 돌아온 것이냐?”

누군가의 목소리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불사조 수존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목진은 너무 아파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어루만지고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수군처럼 강대한 군대를 장악하는 것이 이런 느낌이었군요.”

목진은 무서운 전의의 충격을 떠올리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천수군의 전의를 장악했을 때, 전의에 조금이라도 변고가 생기면 자신이 완전히 무너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진사로서 미리 강대한 군대의 전의를 느끼고 장악해본 경험은 앞으로 전의를 깨우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란다.”

만령조 수존이 가볍게 웃으며 목진의 표현에 만족하듯 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목진이 천수군의 전의로 치명적인 일격을 날린 것에 적잖게 놀랐다.

이에 목진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대한 전의를 장악하는 것은 위험천만하긴 하지만 엄청난 기회이기도 했다. 앞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지거나 이보다 더 강한 군대를 얻게 되더라도 목진은 오늘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목진아, 괜찮아?”

구유가 날아와 걱정스럽게 묻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저으며 주위를 쓰윽 훑었다. 제단에 모였던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구유만 남아 있었다.

“다들 이미 떠났고 묵봉 등도 먼저 보냈어.”

사람들은 이 기회에 다른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떠났고 구유는 목진이 걱정되어 남아 있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펼치자 천수군의 석인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런…….”

목진은 마음이 아팠다. 천수군의 군인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천수군은 이미 완전히 없어진 군대란다. 더구나 일전에 잔존한 힘을 전부 소진하였으니 전의를 잃은 군인도 자연스레 없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궁장을 입은 부인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은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대천세계의 정예 세력들은 이 엄청난 보물을 얻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 가치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귀했다.

그러한 보물이 목진의 손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니, 이보다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목진은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뭔가 말하려는 듯 궁장을 입은 부인을 바라보고는 머뭇거렸다.

이를 눈치챈 부인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걱정 말거라, 너에게 엄청난 보상을 준다고 했으니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란다.”

목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남은 것만 해도 엄청난 운이 따른 일이긴 하지만 천지존이 약속한 엄청난 보상을 마다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잇따라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부인이 만령조 수존과 황수 수존을 바라보자 세 사람은 동시에 결인했고 몸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며 목진 주위를 감쌌다.

“보상은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우리를 따르거라.”

그 말에 목진은 흠칫하더니 옆에 서 있는 구유를 가리키며 물었다.

“선배님, 제 친구도 함께 가도 될까요?”

목진은 구유도 함께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혈맥을 연결해 함께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좋다.

한편, 목진의 말에 구유는 감동했다. 목숨을 걸고 따낸 기회를 공유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부인도 흠칫 놀라 구유를 힐끗 보더니 눈빛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구유 체내의 불사조 혈맥을 발견한 듯했다.

“구유족 사람이면 내 후배나 마찬가지고 이곳에 남은 것도 인연이니 신수지원의 엄청난 보상은 너희 두 사람한테 하사할 것이다.”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목진과 구유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세 명의 수존이 인법을 바꿔 체내에서 발하는 빛으로 목진과 구유를 감싸자 공간이 일그러졌고 그들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눈부신 빛이 사라진 제단은 텅 비었고 오래된 기운만 남았다.

* * *

강렬한 빛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목진과 구유가 감았던 눈을 다시 뜨자 눈앞의 광경이 확 달라져 있었다.

목진의 앞쪽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선홍빛 바다가 펼쳐졌다. 이는 혈해처럼 생겼지만 피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고 거대한 신수의 그림자가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목진과 구유는 신수의 그림자를 보더니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들은 원고 시기, 명성이 자자한 신수들이었다.

선홍빛 바다에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이곳의 영력은 지지존이 와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강력했다.

“이 바다에는 엄청난 신수들의 정혈이 가득 들어있어!”

구유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그녀도 신수라 혈해에 뭐가 들어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그날 다보수가 사망한 곳에 나타났던 신비로운 구멍이 떠올랐다. 그는 그때 다보수의 정혈이 구멍을 통해 어디에 흘러드는지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 이곳으로 흘러들었다.

그럼 만수묘에서 사망한 모든 정예 신수의 정혈이 이곳에 모였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소름이 쫙 끼쳤다. 정예 신수 한 마리의 정혈만 해도 한 사람을 환골탈태하게 할 수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양의 정혈로는 얼마나 무서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과거 역외족이 신수지원을 공격하여 이곳의 강자들이 9할 정도 죽었는데 그중 대부분이 신수원에서 죽었단다.”

“대신 역외족도 대가를 치렀단다. 저들은 왕급 존재 다섯 명과 수많은 강자를 잃었는데 생명력이 유난히 강하더구나. 특히, 왕급 존재들은 만수묘에서 죽긴 하였지만 죽기 직전에 만든 마진으로 신수족 강자들의 정혈을 강제로 흡수하여 부활을 시도하였단다.”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부인이 선홍빛 바다를 보며 설명했고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선홍빛 바다는 역외족이 만든 것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그 음모를 발견하고 녀석들이 모아놓은 신수족 강자들의 정혈에 깃든 잔념을 이용해 저들을 완벽히 제압하고 더는 살아날 수 없게 만들었단다.”

만령조 수존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이곳을 신해라 부른다. 이곳은 신수지원의 수많은 강자의 필생의 힘으로 이룬 곳이라 천지존이라도 감히 이곳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목진과 구유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혈해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혈해의 웅장함과 강력함은 이들이 본 것 중에서 최강이었다.

신수의 정혈은 몸을 정화하고 영력을 제련하며 육신을 강하게 만드는 등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또 정예 신수의 정혈은 인간과 신수한테 아주 보기 드문 보약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여 이곳에서 수련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밖에서 수련하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신해는 이곳의 가장 귀한 보물이 아니란다.”

궁장을 입은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과 구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많은 강자의 정혈로 이뤄진 혈해가 이곳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 아니라니. 그럼 다른 보물이 또 있단 말인가?

“잘 느껴 보거라.”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부인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진과 구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을 감았는데 한참 지나서 눈을 번쩍 뜨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곳의 시간은 훨씬 느리게 흐르네요!”

목진과 구유는 이곳의 시간이 외부보다 훨씬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이곳의 시간의 규칙은 누군가에 의해 바뀌었는데 이는 진정한 천지존이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이곳의 시간은 외부보다 4배 정도 느리게 흐른단다. 그러니 이곳에서 반년을 수련하면 외부에서는 2년 수련한 거나 마찬가지겠지?”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부인이 생긋 웃었고 목진과 구유는 또 한 번 놀랐다. 이곳이 사람들한테 알려지면 대천세계의 모든 정예 세력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이곳을 차지하려 할 것이다.

신해의 공간을 얻으면 강자를 키울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목진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혈해를 바라봤다. 불사조 수존이 준 보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엄청났다.

“지금부터 너희는 이곳에서 수련할 수 있고 기간은 알아서 정하면 된단다. 이곳의 영기가 웅장하긴 하지만 수많은 정예 신수의 정혈이 깃들어 난폭하기도 하단다. 너희 실력으로 이곳에 오래 있다가는 체내에 혈기가 깃들어 영력이 오히려 늘기 힘들 것이다.”

목진과 구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궁장을 입은 부인을 바라보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역시 이곳의 영력은 웅장하긴 해도 혈기가 깃들어 자제하지 못한다면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을 초래할 거라 생각했다.

“이 공간은 우리 셋이 동시에 나서야 외부에서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데 우리의 영력이 다 닳았으니 너희가 이곳에 들어온 마지막 사람일 거란다.”

불사조 수존의 말에 목진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럼 신해 공간에서 나가면 더는 들어올 수 없단 말인가?

목진은 왠지 아쉬웠다. 그와 구유의 실력으로는 이곳의 영력을 전부 흡수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진은 너무 안타까워 잠시 고민하더니 세 명의 수존한테 진지하게 물었다.

“이곳은 신수지원 선배들의 정혈로 이뤄진 곳인데 이대로 사라지게 놔두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지금의 대천세계가 평화로워 보이긴 해도 역외족이 여전히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더는 이곳을 침략하러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그러다 정말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대천세계는 멸망의 위기에 처할 거예요. 그럴 바에는 이곳의 자원을 충분히 이용하는 것이 신수지원에서 사망한 선배님들한테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요?”

목진의 말에 세 명의 수존은 멈칫하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목진이 생각하는 것보다 역외족을 훨씬 싫어했다. 역외족은 그들의 고향인 신수지원을 모조리 파괴했고 수많은 벗이 그날의 전쟁으로 사망했다.

또 세 명의 수존은 이미 사망해 더는 복수할 수 없지만 남아 있는 힘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올 역외족에 대비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신해의 공간을 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수지원의 수많은 강자의 의지가 이곳을 보호하고 있어 아무리 천지존이라도 강제로 뚫고 들어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정말 이곳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더는 아무도 이곳의 자원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명의 수존은 무언가 결심한 듯 서로를 바라보더니 손을 맞대고 영광을 내뿜어 오묘한 파도를 내뿜는 수정 같은 옥패를 만들어냈다.

세 명의 수존의 몸은 훨씬 투명해져 곧 사라질 것 같았다.

궁장을 입은 부인은 목진한테 옥패를 건네며 활짝 웃었다.

“네 이 녀석, 이곳의 힘이 탐이 나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다 안단다. 하지만 네 말처럼 이곳의 힘을 이대로 묻어두는 것보다는 공유하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그러다 정예 강자가 탄생하면 대천세계에 보탬이 되고 얼마나 좋으냐?”

“이 옥패는 우리 세 사람의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 만든 물건으로 앞으로 네가 이곳의 힘을 계승할 자격을 갖춘 것 같으면 옥패를 이용해 다시 들어오거라. 대신, 옥패는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말거라.”

목진은 속내를 들켜 괜히 부끄러워졌고 오히려 정중하게 이곳을 부탁하는 것을 보고 이내 정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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