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4화. 서막을 내리다
목진은 세 명의 수존이 자신한테 건 기대가 느껴져 어깨가 무거웠다. 저들은 원고 시기, 대천세계를 지키려다가 사망했고 지금은 죽은 몸을 이끌면서까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애를 썼다.
목진은 그 아름다운 마음에 탄복하였다.
더구나 세 명의 수존은 사라질 위험을 감당하면서까지 남아 있는 힘으로 옥패를 만들었다.
목진은 공손하게 옥패를 건네받고는 세 명의 수존들한테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앞으로 역외사족이 다시 대천세계를 공격하면 목숨을 걸고 나설 거예요.”
목진은 더는 과거의 앳된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비록 신비롭고 괴이한 역외족을 마주친 적은 없지만 남아 있는 원고의 전장에서 녀석들의 사악함을 충분히 엿보았다.
저들은 절대 대천세계의 생명과 공존할 수 없고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분명 대천세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목진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나설 것이다.
목진의 정중한 태도에 수존들은 만족하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수련을 시작하거라.”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부인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구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으니 남아 있는 동안만큼은 불사조로 거듭나는 법을 최대한 많이 가르쳐주겠다.”
구유는 불사조 수존의 후손으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구유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진정한 불사조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구유족은 물론이고 봉황족에서도 이러한 가르침을 받는 일은 절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목진도 흐뭇하게 구유를 바라보더니 바로 선홍색 바다에 날아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바로 수련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목진은 웅장한 혈기가 솟구쳐 체내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는데 피와 살이 순식간에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했다. 피와 살은 웅장한 혈기를 흡수해 육신을 더 강하게 다지기 시작했다.
이에 목진이 천수군을 장악하면서 난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들끓는 힘이 사지 곳곳에 퍼져 상태가 최정상으로 돌아왔다.
위잉.
그때 목진의 두 팔이 갑자기 떨리더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팔에서 벗어나 허공을 날아다녔다.
후우.
한 척 정도 되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목진의 주위를 맴돌며 맑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는데 아래쪽 혈해에 파문이 일더니 혈기의 물기둥이 솟구쳐 녀석들에게 향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혈기가 깃든 물기둥을 흡수하자 황금빛을 발했던 육신에 암홍색이 깃들었고 힘이 점차 강해졌다.
용봉진경의 수련에는 많은 양의 신수의 정혈이 필요한데 마침 신해에 수많은 정예 신수의 정혈이 깃들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한테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었다.
“뭐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빠르게 강해지자 화들짝 놀란 건 목진 뿐만이 아니었다. 세 명의 수존도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목진 주위를 맴도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혈맥이 깃든 영물이라니?”
세 명의 수존은 한눈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알아봤다. 이건 단순히 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혈맥이 깃든 영물이었다.
“소년이 수련한 신술은 그야말로 신묘하군. 무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을 이뤄 호신하다니 말이네.”
황수 수존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의 잠재력이 엄청나단 걸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목진이 이들을 잘만 배양하면 녀석들이 진정한 형태를 갖출 때, 선보일 힘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 못지않을 것이다.
불사조 수존과 만령조 수존도 황수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진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들은 언젠가 대천세계에 다시 멸세의 난이 닥쳐도 오늘의 선택 덕분에 대천세계를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그들의 반응은 무시한 채 날아다니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고 체내에서 요동치는 혈기를 느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목진한테 이번 기회는 엄청나게 중요했다. 이곳에서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일단 신수지원에서 나가면 목진은 천라대륙으로 돌아가 상고의 천궁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만다라의 말처럼 목진처럼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요물일 것이다.
하여 요물 중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지존법신의 진화를 마치려면 목진은 반드시 더 강해져야만 한다.
* * *
쏴아아!
드넓은 공간에 놓인 선홍빛 바다에서 웅장한 영기가 끓어올라 영무를 형성했다. 영무는 일정하게 모여 영운으로 변한 뒤, 영우를 내려 해면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곳의 바다는 수많은 정예 신수들의 정혈로 이뤄지긴 했지만, 이상하게 피비린내가 나지 않았고 목진이 본 그 어느 영력보다 더 순수했다.
아마 최고급 취영진 몇 개를 덧붙여도 절대 이곳처럼 순수하고 웅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목진은 영우가 쏟아지는 구역 어딘가에 앉아 금광을 발하는 몸으로 영우를 탐욕스럽게 흡수하고 제련해 지존해에 주입했다.
쏴아아!
그때 뒤쪽 해면에 파문이 일더니 고래처럼 생긴 방대한 신수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목진의 몸을 통해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목진은 신수의 허상들이 자기 몸을 오가는 것을 무시하고 눈을 꼭 감고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어느새 목진이 이곳에서 수련한지 한 달이나 지났다.
목진은 구전청련의 힘으로 7급 지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바로 경지를 돌파하면 수련의 기반이 흔들려 앞으로의 수련에 나쁜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했다.
물론 이곳에서 목진은 충분히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지만 코앞의 이익 때문에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앉아 체내의 영력을 확보하며 외부의 영력을 조금씩 흡수했다.
목진은 자연스러운 돌파가 필요했다.
그 과정은 비록 느리지만 가장 든든하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또한, 이 공간의 시간은 외부와 달라 시간은 충분했다.
하여 그는 가장 느리고 우둔한 방법을 선택했다.
세 명의 수존도 목진의 방법에 찬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이 엄청난 수련 성지에 들어와 절제는커녕 영력을 흡수할 수 있을만큼 빨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잠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길게 보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대신, 목진의 방법은 효율이 낮지만 기반을 단단히 다져 앞으로의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목진이 아무런 수확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다른 방면의 수련에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그때 해면에 조용히 앉아있던 목진이 갑자기 눈을 뜨며 손을 들자 앞쪽 해면이 격렬하게 떨리다가 반으로 갈라졌고 그 속에서 두 갈래 빛줄기가 솟구쳤다.
그들은 금광을 발하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었는데 흐릿했던 육신은 한 달 동안 미친 듯이 신수들의 정혈을 흡수해 훨씬 또렷해졌다. 비록 진정한 형태에 이르기까지는 멀었지만, 전과 확 달라진 모습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녀석들의 육신은 황금색에서 암금색으로 변했는데 전보다 더 단단해졌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목진의 주위를 맴돌며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목진은 녀석들을 보고는 이내 감탄했다. 짧은 시간 동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영력을 충분히 머금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목진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녀석들만으로도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와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엄청난 실력자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었고 녀석들의 발전 가능성 또한 엄청났다. 목진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잘만 자라준다면 언젠가 지지존과도 정면 상대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야말로 용봉진경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목진이 이를 해내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잘 키우면 언젠가 강력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목진은 주위에서 날아다니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힐끗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일단 녀석들이 잘 크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했다.
잇따라 목진은 혈해 위의 작은 섬에 앉아있는 구유한테 눈길을 돌렸는데 그녀의 몸에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암자색이었던 불사지염의 색깔이 지금은 훨씬 옅어져 목진이 일전에 봤던 수정지염에 가까워졌다.
이건 분명 불사조 수존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그녀는 불사조라 불사조 진화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구유가 그녀의 소중한 가르침을 잘 받으면 앞으로의 진화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고 구유의 진화체 역시 더 완벽해질 것이다.
불사조 수존 덕분에 구유는 이번 수련이 끝나면 실력이 확 늘어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구유는 목진을 다시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북창령원을 떠난 지도 3년이 되어가는군…….”
목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길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동안 목진은 앳된 소년에서 대라천역의 왕이 되었고 이번 수련을 마치고 돌아가면 대라천역의 황으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목진은 3년 사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났는데 그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북창령원에서 소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언젠가 절세의 강자가 되리라는 약속 말이다.
“낙리야, 잘 지내?”
목진은 영무가 요동치는 하늘에 긴 은발과 맑고 투명한 눈을 가진 소녀를 그리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그러나 목진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목진은 비록 여기에 오기까지 간난신고를 겪었지만 낙신족에 돌아간 낙리의 처지도 절대 쉽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소녀는 수려한 외모와 달리 더 완강한 의지의 소유자였다.
소녀는 대라천역보다 훨씬 방대한 낙신족이 무너지지 않도록 책임져야 했으니, 아마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것이다.
“낙리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꼭 너와의 약속을 지키고 찾아갈게.”
목진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았다. 주위의 영력 파동이 점차 소용돌이를 형성해 이 구역의 웅장한 영력을 부단히 흡수했다.
지금부터 목진은 장시간의 수련을 시작할 것이다.
* * *
목진과 구유는 깊은 수련 상태에 빠져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고 신수지원의 시험은 그들이 신해 공간에 들어간 지 보름 정도 되자 완전히 서막을 내렸다.
각 종족 사람들은 각종 보물을 획득한 뒤, 하나둘씩 떠나 각자의 종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신묘원에서 일어난 경천의 전쟁 덕분에 목진을 모르는 사람은 더는 없었다.
한편, 곤붕족의 종청봉은 천붕족의 종등을 보자마자 앞으로 목진과 마주치면 절대 건드리지 말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종등은 종청봉의 말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고 목진이 빙황족의 백명과의 대결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더 이상 감히 목진을 상대할 엄두도 못 냈다.
또한, 목진 등을 공격했던 사람들도 시무룩한 얼굴로 신수지원을 떠났다.
목진은 자연스레 신수 종족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구유족으로 돌아간 묵봉과 묵령도 바로 장로들의 소환에 한걸음에 달려가 신수지원에서의 수확에 대해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