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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76화 (675/1,000)

676화. 천궁이 나타나다

한편, 북계 대라천역의 깊숙한 곳에서는 여리여리한 여인이 숨을 쉬자 주위 구름이 미친 듯이 요동쳤고 주위 공간은 계속 일그러져 그녀의 몸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소녀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뜨자 황금색 눈동자에 깃든 위엄에 만 장 크기의 산맥이 파르르 떨렸고 주위에 웅장한 영력이 요동치며 만 장 크기의 영력 기둥을 이뤄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녀는 눈동자가 밝아졌다가 다시 안정을 되찾자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그러자 뒤쪽 공간이 갑자기 부서졌고 그 속에서 수만 장 크기의 큰 황금색 금자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대한 금자탑 표면에는 오래된 부적이 가득 새겨져 있었고 별로 이뤄진 것 같은 부적은 번쩍일 때마다 무서운 영력의 물결을 동반했다.

한편, 만다라는 금자탑 표면에 새겨진 부적을 보며 뭔가 계산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상태로 꼼짝없이 한 달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만다라가 온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어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금자탑을 쳐다봤다. 표면에서 번쩍이던 별들이 갑자기 파르르 떨리더니 금자탑에서 벗어나 하늘에 모여 성도를 이뤘다.

신비로운 성도를 본 만다라는 이내 화색이 되어 먼 곳 동쪽 어딘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상고의 천궁이 드디어 나타날 건가?”

만다라가 내다본 천라대륙의 동쪽 어딘가는 극한의 땅으로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일반 지존경 강자는 버티지 못할 정도로 추운 곳이었고 강풍이 자주 휘몰아치곤 했다. 일단 강풍에 휘말리면 5급 지존 이하의 강자들은 육신이 순간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바로 그때, 극한의 땅의 위쪽 하늘에 있는 별들도 갑자기 밝아져 성광을 발하자 하늘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황망하고 오래된 웅장한 기운이 시간과 공간을 가르며 휘몰아쳤다.

그러다 공간이 가끔 일그러져 하늘에는 구름에 쌓인 오래된 천궁이 보이곤 했는데 지지존급 강자도 그 웅장함에 놀랄 정도였다.

이와 동시에, 지지존에 이른 천라대륙의 각 정예 세력들도 이를 발견하고 눈가를 파르르 떨며 천라대륙의 북쪽에 있는 극한의 땅을 쳐다봤다.

그 순간, 지지존들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설마 상고의 천궁이란 말인가? 드디어 나타났단 말인가!”

* * *

대천세계의 북쪽에는 화염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빨간색 대륙이 있었다. 그곳은 천라대륙보다 훨씬 작았지만 대천세계에서는 천라대륙보다 훨씬 유명했다.

빨간색 대륙은 다음 아닌 무한의 화역이었고 그 주인은 대천세계의 거장인 염제였다.

염제는 하위면에서 올라와 백 년 사이, 무한의 화역을 만들고 대천세계에서 명성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사람들한테 전설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염제는 천재가 넘쳐나는 이 시대의 가장 눈부신 별이었다.

한편, 무한의 화역 중심에는 휘황찬란한 도시가 놓여 있었고 위쪽 하늘에는 화해가 휘몰아쳐 상당히 현란해 보였다. 도시의 중심에 놓인 정자에서 백발노인과 한 사내가 조용히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인자한 백발노인의 두 눈은 예리하면서 창망한 기운을 내뿜었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의 두 눈은 그윽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상냥하게 생긴 데다가 늘씬한 몸을 갖고 있었는데, 실력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강했다.

그때 곧 질 것 같아 인상을 찌푸린 채 바둑판을 쳐다보던 사내는 잠시 고민하다가 바둑을 뒀다. 그런데 갑자기 눈에서 화염이 활활 타오르자 바둑알에서도 화염이 솟구쳤다.

“뭐지?”

사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멀리 떨어진 어딘가를 쳐다봤다.

“왜 그러는 것이냐?”

맞은편에 앉아있던 백발노인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상고의 천궁이 나타난 걸 발견했을 뿐이에요.”

“상고의 천제(上古天帝)도 그럼…….”

백발노인이 흠칫 놀라자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흥미진진하게 말을 이어갔다.

“허허, 바로 원고 시기, 구제 중 하나였던 상고의 천제랍니다.”

이에 백발노인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상고의 천제는 천지존 중에서도 정예급 존재로 상당히 유명했고 원고 시기, 역외족과의 대결에서 그의 손에 죽은 역외족 왕급 강자들은 열 명도 넘는다고 들었다.

“내가 원고 시대에 살았다면 어떻게든 그와 벗이 되었을 거예요.”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어딘가를 바라봤다.

“상고의 천궁에 보물이 상당히 많아 이번에 모습을 드러내면 상당히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거예요. 그보다 상고의 천제는 마제한테 죽었다고 들었는데 싸움을 마친 뒤, 마제도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죠?”

“마제라…….”

백발노인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역외족 왕 중에서 최정예급 강자라야 마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상고의 천제께서는 대천세계를 수호하다가 돌아가셨고 후배인 우리는 그 덕분에 지금의 평화를 누리는 것이니 사후의 안정은 제가 책임지고 싶네요.”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 듯했지만, 한때 명성을 떨쳤던 천지존의 뒤를 봐준단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백발노인은 이내 정색하여 사내를 쳐다봤다.

“내가 괜한 생각을 했으면 할 뿐이에요.”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자 밖에서 햇볕을 쬐며 서 있는 어여쁜 여인을 바라봤다. 푸른색 치마를 입은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훈아(薰兒), 소소를 불러다오. 천라대륙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이번 기회에 다녀오라고 합시다.”

사내의 말에 아름다운 여인은 가볍게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그제야 다시 돌아앉아 미소를 지으며 백발노인을 바라봤다.

“스승님, 바둑은 다시 두는 게 어떨까요?”

이에 백발노인이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보니 바둑판에 놓였던 바둑알들이 어느새 잿더미가 돼 있었다.

녀석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리광을 부렸다. 사람들은 녀석의 이런 모습을 알까?

백발노인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사내는 다름 아닌 무한의 화역의 진정한 주인인 염제 소염이었다.

* * *

상고의 천궁이 나타났단 소식은 천라대륙 뿐만 아니라 놀라운 속도로 퍼져나갔고 대천세계에도 알려졌다. 그러나 신해 공간에 들어간 목진과 구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수련에만 집중했다.

일출과 일몰이 없는 공간에서 시간은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편, 선홍색 바다에 놓인 섬에서 갑자기 맑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화염이 미친 듯이 휘몰아쳐 하늘마저 뒤덮었다.

화염의 색깔은 진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 깃든 지극히 난폭한 힘에 주위 바다가 점차 끓어올랐고 공간마저 일그러질 것 같았고 주위의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은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화염에 엄청난 생기가 깃들었다는 것이다. 난폭한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는 화염에서 생기를 내뿜는 것이 더없이 신비로웠다.

특이한 화염은 바로 불사조한테만 있는 불사의 화염이었다!

불사의 화염을 내뿜은 이는 불사조 수존이 아니라 다름 아닌 구유였다.

현재, 구유의 모습은 수련하기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전보다 훨씬 길어졌고 머리카락에서 불사의 화염이 활활 타올라 현란한 꼬리가 생긴 것 같았다.

구유의 머리카락에 극강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에 그녀가 머리를 흔들면 화의 채찍이 날아가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한테도 중상을 입힐 것이다.

이번 수련으로 구유는 환골탈태했다.

구유는 드디어 반년이나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활활!

순간, 온천지가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고 구유의 눈길이 닿은 곳은 공간마저 일그러져 곧 부서질 것 같았다.

그때 구유의 미간에 화염처럼 생긴 특이한 광문이 나타났는데 광문이 점차 밝아지자 몸 표면에서 타오르는 화염도 점차 강력해졌다.

후우.

잇따라 구유가 백기를 내뱉자 앞쪽에 은은한 화염을 이루더니 ‘푹!’ 하는 소리를 내며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나무가 잿더미가 되었다.

그런데 하얀색 화염은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고 그 속에서 신기한 힘이 스며져 나왔다.

잠시 후, 잿더미가 된 곳에서 어린 새싹이 솟아올라 생기를 방출했다.

구유는 이를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제법이구나. 넌 이미 불사의 화염의 요점을 장악해 사에서 생을 창조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방법만 장악하면 앞으로 웬만큼 크게 다쳐도 혈맥에 깃든 불사의 화염으로 상처를 빠르게 치유할 수 있을 거란다.”

그때 구유의 뒤쪽에서 누군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전보다 훨씬 힘들어 보였다.

이에 구유가 바로 뒤돌아보니 궁장을 입은 부인이 곧 사라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힘겨워 보였지만 애써 웃으며 구유를 바라봤다.

불사조 수존의 령영도 곧 한계치에 이르러 사라질 것이다. 수련하는 반년 동안, 만령조 수존과 황수 수존은 이미 영력이 다 닳아 완전히 사라졌고 불사조 수존만 불사의 화염의 힘을 빌려 여태껏 버텨왔다.

구유는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고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

궁장을 입은 부인의 아낌없는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구유는 절대 이렇게 완벽한 불사조의 계승 정혈을 흡수하고 제련해 불사조의 화염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흐뭇하게 웃으며 자리에 서서 구유의 절을 받았다. 그녀는 구유의 천부적 재능 또한 목진 못지않게 뛰어난 것을 발견했고 언젠가 진정한 원고의 불사조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여 그녀는 어느새 구유를 자기 계승자로 여겼다.

“지금부터는 스스로 터득하고 수련해야 한단다. 불사조는 정말 희귀한 신수 종족이란다. 우리는 비록 봉황족에 속하지만 봉황족의 패주는 진정한 봉과 진정한 황이고 우리 같은 존재는 경계할 뿐, 전혀 벗으로 여기지 않는단다.”

궁장을 입은 여인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봉황족에서 진정한 봉은 봉족을 이끌고 진정한 황은 황족을 이끄는데 불사조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봉황족은 불사조 종족을 충분히 존중해 주긴 하지만 진정한 동족으로 여기지 않고 경계하곤 했다.

이에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유족 사람인 그녀는 언젠가 불사조가 되어도 구유족에 남을 거라 봉황족의 권력 다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구유가 웅장한 화염을 전부 거두자 머리카락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눈동자는 이전보다 훨씬 빛났다.

구유는 고개를 숙여 주먹을 꽉 쥐어 체내의 웅장한 영력 파동을 느끼더니 만족하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어느덧 신해의 공간에 들어온 지도 2년이나 지났는데 밖은 기껏해야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2년 동안, 구유는 혈맥이 완벽해졌을 뿐만 아니라 불사조의 계승 정혈에 깃든 힘으로 7급 지존에서 9급 지존으로 거듭났다!

구유는 2년 만에 등급이 두 개나 올랐다!

지금의 구유는 진정한 9급 지존이었다!

그녀가 이대로 대라천역에 돌아가면 바로 대라천역의 네 번째 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구유를 보면 아마 까무러칠 것이다. 보통 7급 지존이 경지를 돌파하는 것도 여러 해가 걸려야 겨우 해낼 수 있고, 대량의 자원과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일이었다.

구유도 불사조의 계승 정혈과 신해의 공간처럼 특수한 수련 공간, 천지존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절대 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도움이 되겠지?”

구유는 생긋 웃으며 먼 곳을 내다봤다. 대라천역에 막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녀는 목진을 도와줄 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목진이 그녀를 훌쩍 뛰어넘어 더 이상 도움이 안 되었다.

심지어 신수지원에서는 목진이 대부분 상대를 물리치고 구유는 조용히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구유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목진을 보살펴왔던 그녀는 갑자기 보살핌을 받게 된 것이 영 어색했다.

이제는 실력이 부쩍 올라 왠지 시름이 놓였다.

구유는 목진이 상고의 천궁을 찾아내기 위해 천라대륙에 온 걸 알고 있었다. 목진은 그곳에서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획득해야 한다. 신수지원에서의 수련도 전부 그날만을 위해서였다.

구유족의 일이 마무리되면 목진은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구유는 그런 목진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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