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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77화 (676/1,000)

677화. 반보 9급 지존경

“그런데 목진은 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거죠?”

구유는 드넓은 바다를 쓰윽 훑으며 물었다. 목진은 1년 전 바다에 들어간 뒤로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아마 바닷속 깊숙한 곳의 영력이 더 웅장하고 그윽해 그 속에서 수련하는 것 같았다.

“뭐지?”

그런데 그때, 먼 곳 바다가 갑자기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일었고 메마른 소년이 그 위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음?”

구유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녀는 목진 주위의 영력 파동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목진은 아직도 7급 지존이었다.

2년이나 수련했는데도 목진은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걸까?

구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쳐다봤다. 이런 엄청난 수련 성지에서 천부적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전혀 실력이 늘지 않을 리 없었다.

“녀석, 제법이군.”

이에 구유가 어리둥절해 있는데 궁장을 입은 부인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힘을 한껏 모아서 한꺼번에 방출하려는 게 아닐까?”

총명한 구유는 바로 부인의 말을 알아챘다.

“일부러 경지를 돌파하지 않았단 말인가요?”

“많이 억누룰수록 반등이 더 심하단다…… 그런데 곧 한계치에 이를 것 같으니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켜보자꾸나.”

궁장을 입은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목진이 이번 수련을 통해 8급 지존경에 이를 거라 여겼는데 소년은 체내의 영력을 2년 동안이나 억눌렀으니, 지금 방출하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리되면 보통 8급 지존도 절대 목진의 상대는 안 될 것이다.

쿠쿵!

드넓은 바다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만 장이 넘는 파도가 계속해서 일었는데 파멸의 힘이 깃든 듯 상당히 무섭게 들렸다.

정작 그 속에 앉아있는 목진은 파도가 아무리 매섭게 육신을 때려도 끄떡없었다. 영력을 모조리 거둔 채 피부 표면에서 은은한 금광만 발할 뿐이었는데 이는 전보다 밝아지기는커녕, 훨씬 어두워졌다. 목진의 몸에서 발하는 금광은 수만 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황금처럼 묵직한 빛이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은 한 해 동안 꼭 감고만 있었던 눈을 서서히 뜨기 시작했다.

쿵!

목진의 검은색 눈동자는 어느새 눈부신 황금색으로 변했고 이는 실체 같은 금광과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내뿜었는데 앞쪽 해면에 순간 백 장 정도의 구멍이 파여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목진을 자세히 보면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팔에 핏줄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무서운 힘을 방출해 주위의 공기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이는 목진 체내의 지존해에 깃든 웅장한 영력 때문이었으니, 목진이 수련을 계속하면 지존해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폭발할 수도 있었다.

목진 체내의 피와 살, 경맥 하나하나에 극한에 이르는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지금 누군가 목진을 공격한다면 얼마 안 되는 힘만으로도 목진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체내 영력에 대한 장악력이 한계치에 이른 목진은 폭발하는 영력 때문에 육신마저 잃고 죽을 것이다.

지금의 목진은 곧 폭발할 화산과 같았다.

그러나 목진이 화산이 폭발할 듯 솟구치는 힘을 전부 받아들인다면 그 수확은 엄청날 것이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목진은 체내의 난폭한 영력을 느끼며 중얼거리더니 이내 정색하며 결인했다.

쿵!

순간,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피부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피가 스며져 나왔다.

그런데 목진의 체내 상황은 이보다 훨씬 무서웠다. 지존해의 웅장한 영력은 사정없이 폭발해 잔뜩 화가 난 용처럼 미친 듯이 체내 곳곳을 오갔고 지나간 곳의 혈맥은 바로 일그러졌다.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며 피마저 부단히 체내에 빨려 들어갔다.

그 무서운 힘에 목진은 육신과 체내가 모조리 망가졌다.

그러나 목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억지로 견디면서도 조용히 앉아있기만 했다. 그는 영력을 억제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다.

목진은 열심히 수련해봐야 겨우 8급 지존에 이를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구유처럼 불사조의 계승 정혈이 없어 한꺼번에 두 단계를 훌쩍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인간은 신수와 전혀 달랐다. 인간의 수련은 기반을 잘 닦으며 천천히 해야 하는데 신수들은 아무리 오래 수련해도 전혀 효과가 없다가 일단 무언가를 깨달으면 구유처럼 실력이 부쩍 늘었다.

목진은 실력이 뛰어난 구유를 겨우 따라잡았는데 구유 역시 그를 또 따라잡았다.

목진이 어렵게 얻은 기회로 최대한 실력을 끌어올리려면 다른 방법으로 수련해야만 했다. 예를 들면 영력을 부단히 흡수해 한꺼번에 방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방법은 억제한 영력이 너무 강하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멸할 가능성도 있지만, 여태껏 생사를 오가는 시련을 수도 없이 겪어온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쿵! 쿵!

목진의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부단히 충돌해 그의 눈이 점차 빨갛게 달아올랐다. 눈에서 이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육신에는 혈문이 가득 새겨진 것이 곧 폭발할 것 같았다.

섬에 있던 구유는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폈다. 목진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만약 실패하면 2년 동안의 수련이 수포가 될 뿐만 아니라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크으으으!

그런데 그때, 거센 파도가 폭발하자 용음과 함께 목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불태웠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영력 충격이 폭발해 주위 만 장 범위의 바닷물이 강제로 짓눌려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뤘고 그 주위의 바닷물은 멀리 밀려났다가 섬에 이르기 직전에 사라졌다.

구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거대한 소용돌이의 위쪽을 쳐다봤다.

소용돌이의 위쪽에는 온몸에서 영광을 발하는 목진이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을 내뿜은 채 서 있었고 그 파동의 세기는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7급 지존경!

7급 지존경 정상!

8급 지존경!

목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7급 지존경에서 8급 지존경까지 이르렀다.

“8급 지존경에 이르렀어요!”

이에 육신이 거의 사라진 궁장을 입은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이게 다가 아닌 것 같구나. 녀석, 욕심도 참 많군.”

“그럼 9급 지존경까지 이를 수 있단 말인가요?”

구유는 이내 정색하며 물었다. 목진이 이번에 바로 7급 지존경에서 9급 지존경이 되면 앞으로의 수련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력을 다한다면 9급 지존경에 이르지 못할 것도 없지…… 대신에 대가는 치러야 할 거란다.”

궁장을 입은 부인이 말했다.

천지존인 그녀는 목진이 다시 경지를 돌파할 실력이 충분하다는 걸 한눈에 알아봤지만, 구유처럼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얻으려 하다가 오히려 해가 될까 봐 걱정되었다.

구유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먹을 꽉 쥐고 목진을 쳐다봤다.

한편, 목진의 체내에서 솟구치는 영력 파동은 여전한 기세로 강해지더니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일반 8급 지존경을 훌쩍 넘어 8급 지존경 정상으로 향했다.

그러다 또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목진은 마침내 8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다.

구유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목이 바짝 말랐다. 보아하니 목진만 원하면 바로 9급 지존경에 이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목진이 정말 9급 지존경에 이르면 그다음은 지지존이었다.

목진은 진정한 강자와 점차 가까워졌다.

쿵!

역시나 목진이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은 다시 폭등해 8급 지존경에서 벗어나 9급 지존경에 가까워졌다.

“하…….”

구유는 아쉬운 듯 가볍게 한숨을 쉬었고 옆에 서 있던 궁장을 입은 부인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정도 자제력도 없으면 목진은 지지존에 이르기 위해 엄청난 고난을 겪어야 할 것이다.

한때의 엄청난 신수, 천지존급 정예 강자인 그녀는 이 세상에 9급 지존은 수도 없이 많지만 지지존에 오른 사람은 얼마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일전의 수련에서 조금이라도 착오가 생기면 아무리 천부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영원히 9급 지존경에 머무를 것이다.

목진의 상황은 그리 엄중하지 않지만 오늘의 일 때문에 앞으로 배가 되는 정력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지지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뭐지?”

그런데 그때, 두 여인이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미친 듯이 증가하던 영력 파동은 9급 지존경에 이르는 순간,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웅장한 영력이 밀물처럼 휘몰아치는 곳에서 늘씬한 소년이 은은한 금광을 발하며 몰래 위압감을 형성했다.

구유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화색이 되었고 궁장을 입은 여인도 인정하듯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역시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았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목진이 이곳의 힘을 계승할 자격을 갖출 거란 확신이 들었다.

현재의 목진은 9급 지존경에 이를 수도 있는데 일부러 영력을 억제하였고, 8급 지존경 정상을 넘어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드넓은 바다에 웅장한 영력이 현란한 빛을 발하며 떨어졌고 그 중심에 목진이 서 있었다. 막 경지에 돌파한 그는 아직 체내의 영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 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옷자락이 미친 듯이 요동쳤고 주위의 공기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때 목진이 영광이 깃든 눈을 서서히 뜨자 몸에 가득 새겨진 혈문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반보 9급 지존경이라…….”

목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길쭉한 손을 쳐다보며 체내의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느꼈다. 그는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북창령원을 떠났을 때까지만 해도 목진은 지존법신도 없었고 대라천역에 들어갔을 때는 그저 1급 지존일 뿐이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드디어 지존경의 끝자락에 이르렀다.

목진이 9급 지존경을 뛰어넘으면 진정한 강자인 지지존에 이를 것이다!

그가 일단 지지존에 이르면 대천세계를 마음껏 다닐 자격이 갖춰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목진은 진정한 강자로 낙신족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인제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일이 되었다. 목진은 지금까지 열심히 수련하기 잘했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해졌다.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육신을 확인하고 체내의 지존해를 관찰했는데 규모가 여러 배 확장된 지존해에 깃든 영력도 훨씬 웅장해졌다.

또한, 그 속에 깃든 영력도 상당히 단단했는데 자세히 보니 영력에 투명한 화염 같은 것이 깃들어 엄청난 생기를 방출했다.

“일전에 흡수했던 불사의 화염이군.”

그 광경에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목진이 2년 동안 수련하며 지존해에 들였던 불사의 화염도 완전히 영력과 어우러졌다. 이번 수련으로 그는 엄청난 걸 얻었다.

불사의 화염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이를 융합한 영력에서 무한의 생기를 방출했다. 목진이 지금은 반보 9급 지존일 뿐이지만 온전히 영력만 보면 진정한 9급 지존한테 전혀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잇따라 목진은 두 팔을 관찰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의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눈부신 황금색에서 완전히 암금색이 되었고 적당한 보랏빛까지 맴돌았다.

그런데 그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가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그러자 주위의 해면마저 움푹 꺼졌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8급 지존이라도 이러한 위압감에 꿈쩍도 못 할 것이다.

신해의 공간에서 수련한 2년 동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에도 변화가 생긴 모양이었다.

이제 목진이 다시 백명과 싸우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만으로도 녀석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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