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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80화 (679/1,000)

680화. 새로운 왕들

사방에서 몰려온 사람들은 대라천역의 깊숙하고 높은 산 정상에 놓인 광장에 내려앉았다.

대라천역은 지금 1년 전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는데 휘하에 강자가 가득한 것이 북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현재, 대라천역에서 가장 떠들썩한 곳은 바로 이 커다란 광장이었다.

왕급 회의를 할 때마다 새로운 왕이 탄생했는데 대라천역에서는 왕이 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세력을 만들 자격이 있고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수많은 강자가 왕이 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래서 왕위 쟁탈전은 점점 더 훨씬 치열해졌다.

목진이 있을 때만 해도 5급 지존경에 이르면 왕위에 도전할 자격이 있었는데 지금은 7급 지존경이 아니고서야 감히 나설 수도 없었다.

이것만 봐도 대라천역의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그때 저 멀리에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우르르 몰려오자 사람들은 부러운 듯 기세등등한 녀석들을 쳐다봤다. 대라천에서 이 정도 기세를 갖춘 무리는 왕급 세력이었다.

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대라천역의 핵심 인물들만 설 수 있는 광장의 중심 구역에 내려앉았다.

이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핵심 구역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물건은 바로 돌계단 끝자락에 놓인 황금색 왕좌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위엄이 흘러넘쳤다. 이에 사람들은 경외의 눈빛으로 왕좌를 바라보곤 했다. 그곳은 바로 대라천역의 역주이고 북계 최강자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금색 왕좌의 아래에는 밝게 빛나는 은좌가 놓여 있었는데 세 사람이 각각의 자리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사람들의 눈빛 세례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수황, 천취황과 영동황으로 처음부터 만다라와 함께한 3황이었다.

3황 아래편에는 석좌가 수두룩했고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사람들이 가볍게 웃으며 담소를 나눴는데 그들이 바로 대라천역의 왕들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실력 최강자인 수라왕, 열산왕 등이 아니라 최전방에 앉아있는 두 사람이었다.

왼쪽에 앉아있는 사람은 연로하고 몸이 삐쩍 마른 것이 멀리서 보면 곧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나무처럼 생겼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체내에서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었다.

그는 대라천역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북계의 유명한 강자인 고노인이었다.

그리고 고노인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튼실한 중년 사내는 그림자만으로도 고노인을 완벽히 감쌀 정도였는데 팔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두꺼웠다. 자세히 보면 중년 사내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폭발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손짓 하나로 산 한 채를 부술 힘을 지닌 듯했다.

그가 바로 용비지존으로 한때, 북계의 정예 강자로 영력 수련법이 특수해 용의 팔 한 쌍을 자기 팔과 바꿔 용족 못지않은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들었다.

또한, 고노인과 용비지존은 막 9급 지존경에 이르렀는데 이 정도 실력이면 대라천역의 왕들보다 훨씬 강했다. 수라왕 등 대라천역의 왕들도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두 사람은 대라천역의 왕들을 상대로 취급하지도 않았고 히쭉거리며 은좌에 앉아있는 3황을 힐끗거렸다. 고노인과 용비지존은 3황마저 무시하는 눈치였다.

두 사람의 실력과 명성은 대라천역의 3황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만사 귀찮을 것 같은 수황만 아니면 천취황과 영동황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자기 실력에 걸맞게 대라천역의 황이 되고 싶었다.

천취황과 영동황도 상대방의 도발적인 눈빛을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움찔했다.

대라천역의 노참인 그들은 짧은 시간 동안, 왕좌의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몸소 느꼈고 그들이 자신의 자리마저 탐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고노인과 용비지존만 봐도 명성과 실력이 자신보다 뛰어났기에 뭐라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천취황과 영동황은 역주가 준 방대한 자원으로 실력을 끌어올려 9급 지존이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이미 야심만만한 신참들의 먹잇감이 되었을 것이다.

대라천역의 신구 신하들의 갈등은 황들한테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저들은 반드시 황위를 따낼 것 같군.”

영동황은 고노인과 용비지존을 힐끗 보더니 몰래 천취황에게 말을 전했다.

두 사람은 평소 관계가 그리 좋지만 않았지만 대라천역에 신인이 많아지면서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공동의 적을 물리치려는 뜻까지 품었다.

영동황의 말에 천취황은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실력이 충분하고 1년이면 대라천역에서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으니 자네 말대로 무사히 황위에 오를 것 같네.”

말을 마친 천취황은 언짢은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 용비지존과 고노인이 황위에 오르면 앞으로 훨씬 골치 아파질 것이다.

“허허, 몽형은 어찌 생각하는가?”

영동황은 느긋하게 앉아있는 수황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그와 천취황의 밀담은 수황을 피해가지 않았다.

영동황은 비록 수황과 같은 9급 지존이지만 태도만은 여전히 공손했다. 수황은 역주의 곁을 가장 오래 지킨 사람으로 충심이 가득했고 역주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가장 먼저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수황은 눈을 비스듬히 뜨더니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역주께서는 황위를 두 개 정도 늘려도 될 것 같다고 하시더군.”

영동황과 천취황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참으로 아쉽군.”

용비지존과 고노인은 일전에도 황위에 오르고자 했지만 만다라가 극구 반대해 오르지 못했다. 황위는 아무나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용비지존과 고노인은 비록 실력과 명망은 충분하지만 대라천역에 대한 충심과 공로가 상당히 부족했다.

그런데 지금은 만다라마저 황위를 내주겠다고 하니, 두 사람이 황위에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천취황과 영동황은 이내 감탄했다. 두 사람은 역주를 따라서 오랜 시간 애를 쓰고 나서야 겨우 황위에 올랐다. 그런데 고노인과 용비지존은 대라천역에 들어온 지 한 해도 안 된 데다가 엄청난 공을 세운 것도 아닌데 벌써 자신과 동급이 된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 수황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용비지존 등을 힐끗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역주께서는 황위를 두 개 더 늘린다고 하셨지 저들이란 말은 하지 않았네.”

이에 영동황과 천취황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대라천역에서 황위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은 고노인과 용비지존 두 사람뿐일 텐데 설마 수라왕을 황위에 올릴 거란 말인가? 그리되면 용비지존과 고노인은 분명 불만이 클 것이다. 수라왕은 8급 지존경일 뿐이라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영동황과 천취황은 당최 이해가 안 되어 캐물으려 했는데 다시 눈을 감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쿵!

느긋하고 오래된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떠들썩했던 광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용비지존과 고노인을 포함해 다들 경외의 마음으로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잇따라 한 줄기 빛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와 광장의 중심에 놓인 눈부신 황금색 왕좌에 나타났다.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가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주위를 쓰윽 훑자 엄청난 위압감이 휘몰아쳐 용비지존 등마저 체내의 영력이 잠시 흐름을 멈춘 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상위 지지존의 힘으로 눈빛 하나만으로도 지존급 강자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다 만다라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며 입을 열자 그 구역 분위기는 발칵 뒤집혔다.

“지금부터 왕급 회의를 시작하겠다.”

만다라의 말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고 다들 혈안이 된 채 서 있었다. 특히, 대라천역의 왕위에 도전할 사람들은 자기 앞을 막아 나서는 사람이면 누구든 쓰러뜨릴 기세를 보였다.

대라천역의 왕위 쟁탈전은 전과 조금 달라졌다. 대결의 방식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적어도 왕 다섯 명의 지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만다라가 자리를 내주는지에 달렸다.

현재 대라천역에는 강자가 너무 많았고 자격이 되는 사람들을 전부 왕위에 올렸다가는 금방 내전이 일어날 것이다. 하여 만다라는 왕의 자리를 아주 조금씩 풀어주곤 했다. 이번에도 다섯 자리밖에 내어주지 않았다.

이번에 대결에 참석하는 사람은 수십 명이나 되어 탈락률이 엄청났다.

만다라가 말을 마치자 그 구역에 웅장한 영력이 폭발하더니 수십 명의 도전자가 거의 동시에 방대한 광장에 퍼져 있는 석대에 올랐다.

크으으으!

도전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일단 대라천역의 왕이 되면 그들한테도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받아 수련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한편, 황금색 왕좌에 앉아있던 만다라는 주위를 대충 훑더니 서서히 눈을 감았다. 지지존인 만다라한테 왕위 쟁탈전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 대라천역이 대폭 커지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전처럼 3황에게 왕급 회의를 맡겼을 것이다.

게다가 만다라는 왕위 쟁탈전을 구경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만다라는 아래쪽에 앉아있는 용비지존과 고노인을 힐끗 봤는데 여유작작한 모습이 이미 황위에 오른 사람들 같았다. 녀석들은 대라천역의 왕들 중,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만다라는 이러한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용비지존과 고노인의 실력은 뛰어나긴 하지만 너무 오만해 벌써 황위에 올리면 대라천역에 좋을 게 하나도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왕위 쟁탈전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도전자들의 실력 차이가 엄청난 한 시진 정도가 지나자 석대에는 다섯 사람만 남았다.

기세등등하게 서 있는 다섯 사람이 내뿜는 영력 파동은 하나 같이 강력했고 다들 8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들이었다. 목진이 신수지원에 들어가 마주친 백명과 비슷했다.

그들이 바로 오늘 새로 왕위에 오른 다섯 명이었다.

만다라는 녀석들을 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라천역이 성장하자 새로운 들어온 강자들의 실력도 훨씬 좋아졌다. 이제 대라천역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하여 수라왕, 열산왕 두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왕들은 아직 7급 지존경에 머물러있었는데 이것이 곧 신구 세력 사이의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노참들은 실력이 조금 뒤처진 대신 경험이 풍부하고, 신참들은 경험이 부족한 대신 실력이 막강해 분쟁이 일어나곤 했지만 만다라는 이를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녀는 이런 분쟁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새로운 왕들이 정해지자 광장은 환호성으로 넘쳤고 3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의 세력 소속을 알린 뒤 퇴장시켰다. 그러나 광장은 조용해지기는커녕, 점차 들끓었고 사람들은 광장의 중심 구역에 놓인 석좌에 조용히 앉아있는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들 오늘의 왕급 회의에서 왕위 쟁탈전보다는 황위 쟁탈전이 더 중요하단 걸 잘 알고 있었다.

대라천역에서 왕은 스무 명도 넘지만 황은 세 명뿐이라 만다라가 수련을 시작하면 대라천역은 3황이 다스리곤 했다. 그래서 그 자리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대신 황위는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라야 비로소 자격이 주어졌다.

하여 대라천역에서 용비지존과 고노인을 제외하면 황위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정녕 황위에 오르면 대라천역은 3황에서 5황이 될 것이고 형세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왕급 세력 일부는 용비지존과 고노인이 일단 황위에 오르면 잘 보살펴주십사 아부라도 떨어야 하나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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