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화. 한 주먹에 황위를 따내다
쿵!
용비지존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목진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멀리 튕겨 나가 석대에 내려앉았는데 순식간에 깊숙한 흔적이 생겼다.
이렇게 강제로 몸을 추스른 목진은 옷이 찢어졌고 두 팔에 혈흔이 가득 생겼지만 전혀 낙심하는 듯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전의가 활활 타올랐다.
이 대결은 목진이 9급 지존경과 싸우는 첫 대결이었다.
전투는 치열했지만 목진은 늘어난 자신의 실력에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한때, 9급 지존경을 우러러보기만 했고 지금도 용비지존이 놀라운 용의 힘으로 조금이나마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여태껏 열심히 수련한 것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그는 전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허.”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난단 말인가?”
앞쪽에 서 있던 용비지존이 정색하며 묻자 목진은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내가 한 공격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바로 패배를 인정하겠네.”
“말도 안 되는 소리!”
용비지존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크으으으!
그런데 그때, 목진의 체내에서 갑자기 맑은 용음이 울려 퍼지더니 암금색 빛이 폭발해 뒤쪽에 발이 아홉 개인 백 장 정도의 암금색 용을 형성했다. 녀석이 형성한 지극히 놀라운 위압감이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용비지존은 상대방의 엄청난 용의 위압감에 순간 소름이 쫙 끼쳤고 화들짝 놀라 외쳤다.
“이건…… 진정한 용이 아닌가!”
용음과 함께 나타난 암금색 용이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하자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다.
“진정한 용이라니!”
천취황과 영동황도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진정한 용은 용족의 황으로 천지존에 맞먹는 무서운 실력을 갖췄다.
“저건 진정한 용이 아니네…… 그런데 진정한 용의 기운이 깃들어 있긴 하군.”
어느새 눈을 뜬 수황이 목진의 뒤쪽에 나타난 거대한 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건 아마 목진이 수련한 용봉체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네. 한 해 만에 용봉체를 저리 놀라울 정도로 수련하다니, 대단하군.”
수황의 말에 천취황과 영동황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두 사람은 목진이 용봉체를 수련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전에는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지는 않았다.
“진정한 용의 위엄만 해도 보통 반보 9급 지존경보다 훨씬 뛰어나군.”
두 사람은 이내 감탄했다. 그들은 그제야 목진이 왜 용비지존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목진은 역시나 엄청난 필살기가 있었다. 진정한 용의 그림자에 깃든 힘을 빌리면 목진은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를 상대할 자격이 충분했다.
황금색 왕좌에 조용히 앉아 있던 만다라도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의 뒤쪽에 나타난 진정한 용의 그림자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만다라는 목진이 수련한 용봉진경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목진의 몸에 새겨졌던 진정한 용의 무늬에서 비롯된 것임을 바로 알아챘다. 그런데 이전에는 목진에게 일정한 힘을 보태주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그의 몸에서 벗어나 영체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극강의 힘까지 지녔다.
“녀석,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용봉진경을 무슨 수로 이렇게까지 수련한 거야?”
만다라는 목진이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용봉진경은 수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음 단계에 이르기도 유난히 어려웠고 조건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아마 진정한 용의 무늬에서 현재의 진정한 용의 그림자를 이루려면 신수의 정혈을 끝도 없이 흡수해야 가능할 것이다.
설마 신수지원에 들어가 사망한 신수의 해골을 모조리 쓸어 담은 건가?
만다라가 중얼거리던 그때, 용비지존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진정한 용의 그림자를 바라보더니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는 진정한 용의 그림자가 허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고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 기운 때문에 용비지존 체내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던 용의 힘마저 흐름이 느려졌다. 이건 상위 강자가 형성한 위압이었다.
진정한 용은 용족의 패주로 혈맥이 존귀하고 강대한데 용비지존의 팔은 염룡의 것이라 혈맥이 아무리 강대해봤자 진정한 용보다는 못했다.
그런데 인간인 목진의 몸에 어떻게 진정한 용의 기운이 깃들었단 말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목진을 무시했던 용비지존은 더는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진정한 용의 그림자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으로만 봐도 목진이 할 공격을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칠 것이 분명했다.
후우.
용비지존은 깊게 숨을 들이켜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팔에서 발하는 적광이 점차 강해졌고 팔도 부풀어 올랐다.
또한, 용비지존의 열 손가락은 점차 날카로워지더니 용린이 촘촘하게 덮여 인간의 팔이 아니라 흉악한 기운을 풍기는 염룡의 팔이 되었다.
이렇게 용비지존은 모든 힘을 끌어올렸고 이를 바라보던 목진도 이내 정색하며 주먹을 쥐었다.
위잉!
목진은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전쟁의 신처럼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느리지만 묵직한 목진의 주먹에 산 십만 척의 무게가 깃든 것 같았다.
목진의 몸에서 발하던 금광은 전부 팔을 따라 주먹에 모였다.
금광이 한데 모이자 목진의 주먹은 황금으로 빚은 것 같았고 권풍의 파동에 주위의 공간마저 부서졌다.
“진룡권인(真龍拳印)!”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웅장한 금광이 솟구쳐 실체를 이룬 황금 권영을 이뤘다.
크으으으!
허공에 떠 있던 진정한 용의 그림자도 포효하며 실체를 이룬 황금 권인에 스며들었는데 권인에 순간 암금색 용린이 생겨났고 위력이 폭등했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천취황 등 9급 지존경에 이른 정예 강자들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의 공격에서 그들은 상당히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
쿠쿵!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권인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용비지존의 길을 전부 막았다.
잇따라 웅장하고도 묵직한 권풍이 휘몰아치자 무서운 힘이 느껴져 용비지존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날 쓰러뜨리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네!”
용비지존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정없이 장풍을 쐈다.
쿵!
적광이 폭발하자 용비지존의 손바닥에서 거대한 염룡이 날아올라 도천의 화염을 내뿜었다. 그 화염에 그곳의 모든 것이 불태워 없어질 것만 같았다.
쿠쿵!
황금색 권인과 염룡의 장풍이 사정없이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하늘에 순간 눈부신 태양이 떠오른 것 같았고, 주위 수만 장 범위의 공간이 무서운 충격파에 바로 일그러졌다.
퍽! 퍽!
아래쪽 석대도 충격파에 못 이겨 산산이 부서졌고 광장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도망갔다.
이에 만다라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광장의 주위에 거대하고 투명한 광막을 형성해 무서운 충격파를 완벽히 차단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폈다. 난폭하기 그지없는 황금빛은 어느새 적광을 전부 집어삼켰다.
이를 발견한 용비지존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그는 목진의 공격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쿵!
그런데 용비지존이 뭔가 조치를 하기도 전에 금광 파문이 공간을 부수며 날아가 그는 맥없이 뒤로 튕겨 나갔다.
슉!
사람들은 뒤쪽 공기를 폭발시키고 공간까지 부수며 튕겨 나간 용비지존을 보고는 소름이 쫙 끼쳤다.
쿵!
용비지존은 수만 장 정도 뒤로 물러나더니 겨우 멈춰 섰다. 그는 입가에 묻은 피도 닦지 않고 음산한 눈빛으로 산 정상에 펼쳐진 광장을 바라봤다.
용비지존은 목진의 공격에 광장에서 쫓겨났다.
그는 목진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을 날려버렸단 사실이 차마 믿기지 않았다.
광장에서 관전하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멀리 튕겨 나간 용비지존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반보 9급 지존인 목진이 한 주먹에 9급 지존경에 이른 정예 강자를 수만 장이나 튕겨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이 목진의 공격에 맞았다면 바로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내 광장의 중심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안개가 가신 곳에 목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주먹을 휘두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주먹에서는 피가 흘렀다. 이건 일전 공격의 위력이 너무 강력해서 육신마저 견디지 못해 생긴 현상이었다.
목진은 진정한 용의 그림자와 주위를 맴도는 강력한 영력 파동을 거두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서 있는 용비지존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용비지존, 내 공격이 어떤가?”
목진은 혼신의 힘을 담은 데다가 진정한 용의 그림자의 힘까지 더해 공격했다. 이는 진정한 9급 지존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용비지존은 멀리 떨어져 허공에 서 있는 목진을 한참 바라보더니 더는 나서지 않았다. 그는 더는 목진을 쓰러뜨릴 확신이 서지 않았다.
비록 그는 모든 힘과 필살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목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우기 시작하면 용비지존은 무사히 빠져나올 자신이 없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공손하게 손을 모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황위는 자네의 것이네.”
용비지존의 말에 현장은 순간 떠들썩해졌다. 결과에 놀란 것이 아니라 목진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이다.
반보 9급 지존경인 목진은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를 상대하기에 충분한 실력자였다.
목진은 황위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다.
“참…… 대단하군.”
수라왕은 아수라장이 된 석대에 서 있는 목진을 보더니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과거 목진은 통령일 뿐이었는데 이제 모든 사람을 뛰어넘고 황위에 올랐으니 말이다.
다른 노참들도 적잖게 놀랐다. 다들 목진의 성장 과정을 직접 봐왔기 때문이다.
“혈응왕, 과거에 목왕, 구유왕과 관계가 상당히 나쁘지 않았나?”
열산왕이 혈응왕을 힐끗 보며 말했다. 구유가 대라천역에 돌아왔을 때, 혈응왕과 마찰이 적잖게 일어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혈응왕은 괜히 머쓱해졌다. 목진과 구유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알았더라면 혈응왕은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혈응왕은 자신이 선을 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는 대라천역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구역의 왕들도 몰래 수군댔다. 아무도 용비지존과 고노인이 황위 쟁탈전에서 패배할 줄 몰랐다. 이리되면 목진과 구유가 자연스레 대라천역의 네 번째, 다섯 번째 황이 될 것이고 대라천역의 형세도 확 바뀔 것이다.
대라천역에서 황의 권리는 정말 강했기 때문에 왕들에게 주어질 자원의 양마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다.
새로 왕이 된 일부 사람들은 목진과 구유에게 아부라도 떨어야 하나 고민하였다.
이렇게 광장은 떠들썩해졌고 천취황, 영동황 등은 흐뭇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구유와 목진은 대라천역의 노참이라 황위에 올라도 천취황 등한테 불리한 일을 할 리 없었다. 용비지존과 고노인이 황위에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나았다.
그때 만다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떠들썩했던 광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노참이든 신참이든 하나같이 경건하게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상위 지지존, 북계의 패주인 만다라는 현재 북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다.
“황위 쟁탈전은 끝났으니 오늘부터 대라천역의 새로운 황은 목황과 구유황이다.”
“목왕, 구유왕의 황위 등극을 경축드립니다!”
만다라가 무덤덤하게 말하자 사람들은 공손하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더니 부러운 듯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이렇게 젊은 황은 대라천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부러움도 잠시, 다들 목진과 구유의 놀라운 천부적 재능과 실력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용비지존, 고노인처럼 북계의 오래된 노참들과 싸워 이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