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6화. 가루라
목진은 대신통인 사신마권의 엄청난 위력에서 이보다 두 등급 높은 신통의 위력을 가늠해보고는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예상이 되었다.
대신통은 만다라 같은 상위 지지존도 탐낼 정도였는데 이처럼 엄청난 신통은 만다라한테도 없는 진귀한 존재였다. 36부 절세 신통은 천지존 정도의 강자나 다룰 수 있는 신통이라 목진한테는 멀고도 먼 미래의 일이었다.
“천라대륙의 패주였던 상고의 천궁은 사람들이 꿈에도 그리는 성지인데 들어가면 이 두 곳은 반드시 찾아가야 해.”
만다라가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어딘데?”
목진이 흠칫 놀라 물었다.
“신통전(神通殿)과 천지(天池)야.”
만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신통전은 상고의 천궁이 신통을 보관하는 곳으로 강대한 신통이 수두룩한데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이 그곳에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천지는 상고의 천궁 강자들도 바라는 성지로 신통전보다 더 중요한 곳이지.
그곳은 강대한 신력을 지녀 기반을 확고히 하고 영력을 원만하게 함으로써 한계를 돌파하고 영겁을 건널 확률을 높여주지. 원고 시기, 상고의 천궁에서도 큰 공을 세운 사람만 천지에 들어갈 수 있었어.”
차분하게 서 있던 목진과 구유는 한계를 돌파하고 영겁을 건널 확률이 커진다는 말에 순간 눈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대천세계에서 지지존에 이르러야 비로소 강자라 불리고 한 세력의 패주가 될 자격을 갖추는데 바로 하위 등급인 9급 지존과는 천지 차이였다.
그러나 지지존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해도 이 세상 9급 지존 중 경지를 돌파한 사람은 1할도 안 되었다. 강대한 지지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과 죽거나 죽기보다 못할 정도로 괴롭고 무서운 영겁을 건너는 것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여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들도 감히 경지 돌파에 도전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다 영겁을 건너지 못하면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목진과 구유도 지지존에 이르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이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밖에 조심해야 할 사람이 한 명 있어. 가루라(迦樓羅)라고 하는 사람인데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면 이 사람이 너한테 가장 큰 위협이 될 거야.”
만다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 말에 목진은 멈칫하더니 뭔가 눈치채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장 큰 위협이라…….”
만다라가 이렇게까지 주의하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이가 분명했다.
“가루라라…….”
조용한 정원 속, 목진은 강적을 마주친 듯 한껏 정색하며 만다라를 쳐다봤다.
“어떤 놈이야?”
북계는 논쟁이 끊이질 않는 곳이긴 하나 실력이 천라대륙의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수수한 편일 뿐만 아니라 소식통도 느려 목진은 가루라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
“가루라는 천라대륙 남역(南域) 성마궁(聖魔宮)의 성자로 너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이지.”
만다라는 히쭉거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남역의 땅은 북계보다 훨씬 크고 가루라는 남역에 혁혁한 공적을 세운 사람으로 수많은 종파 세력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세력들도 그의 말이라면 꼼짝 못 하고 심지어 주변 세력들마저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해. 녀석은 9급 지존경에 이른지 한참 되었는데 막 9급 지존경에 이르렀을 때도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사람마저 상대할 정도로 엄청나다고 들었어.”
“그 외, 천라대륙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실력으로 순위권을 만들었는데 가루라는 무려 3위에 올랐어.”
목진은 순간 흠칫 놀랐다. 천라대륙의 젊은이 중 3위라니,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천라대륙은 대천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으로 천재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런 곳에서 이름을 날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 목진은요?”
옆에 있던 구유가 갑자기 배시시 웃으며 묻자 만다라는 목진을 힐끗 쳐다보며 답했다.
“목진이 누군지도 모를걸?”
목진은 순간 머쓱해졌다. 북계는 천라대륙에서 실력이 수수할 뿐만 아니라 말썽이 많고 진정한 패주가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곳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목진은 늘 숨어서 수련해 공적이 엄청난 것도 아니라서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정상이었다. 천라대륙 젊은 강자들 사이에 이름이 퍼졌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구유와 만다라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이러는 걸 보면 고의로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은 가루라처럼 실력이 막강한 사람도 천라대륙 젊은 강자들 속에서 3위 밖에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천라대륙의 젊은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아마 신수지원에서 만났던 사람들 못지않을 것이다.
비록 목진이 신수지원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은 신수 종족의 천재들이긴 하지만 최정예급은 아니었다. 백명만 봐도 봉황족의 핵심 인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성마궁은 어떤 곳이야?”
목진은 잡다한 생각을 접고 화두를 돌렸다.
이에 만다라는 정색하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답했다.
“성마궁은 남역의 진정한 패주로 궁주는 성마황(聖魔皇)이라 불리는 육원(陸垣)이야. 몇 년 전에 이미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렀어.”
“성마황 육원이라…… 설마 그 사람과 원한이 있어?”
목진은 상대방의 위험천만한 호칭에 흠칫 놀라더니 바로 만다라의 표정 변화를 읽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역과 북계는 천백만 리 정도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에 지역이 제법 있었다. 아무리 지지존이라도 그곳까지 가려면 제법 시간이 걸렸을 텐데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예전부터 알던 사람이야. 그 녀석이 나한테 저주를 걸었지.”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만다라는 체내의 저주 때문에 죽도록 괴로워했고 목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잠만 자며 애써 버텨왔는데 그 저주가 성마궁의 육원 짓이라니!
“우리가 성마궁과 제법 인연이 있는걸? 난 성마궁의 성자와 천적이고 넌 성마왕과 천적이니 말이야.”
목진은 살기 가득한 얼굴로 서 있는 만다라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넌 이번에 반드시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획득해야 해. 절대 가루라와 싸워 패배하면 안 돼!”
만다라가 한껏 정색하며 한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았다. 그는 이것만 바라보고 지금껏 달려왔고 절대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가루라가 천라대륙에서 아무리 명성이 자자하다고 해도 목진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원하는 바를 이루고야 말 것이다.
“가루라도 방금 내가 말했던 신통전과 천지에 대해 알고 있을 테니까 조심해야 해.”
목진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상고의 천궁은 사라진 지 만 년도 넘었고 이런 정보는 극비일 텐데 너와 육원은 어찌 그리 잘 아는 거야?”
만다라는 멈칫하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 그 녀석은 상고의 천궁 출신이니까.”
“뭐?”
목진과 구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만다라를 바라봤다. 만다라가 상고의 천궁 출신이라니! 상고의 천궁은 원고 때의 대전을 치르고 천제와 함께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만다라와 육원은 무슨 수로 빠져나왔단 말인가?
아무도 두 사람이 상고의 천궁 출신이란 걸 몰랐다. 하긴, 이 사실이 알려지면 두 사람은 지금처럼 각자의 세력을 만들고 천라대륙에서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길기도 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아.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해준 것뿐이야.”
만다라가 손을 휘익 저으며 대화를 마치려 하자 목진과 구유는 하려던 말을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그들은 그제야 만다라가 상고의 천궁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이유를 알았다. 그녀는 상고의 천궁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려는 세력 중, 주의해야 할 곳이 있어?”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실력이 엄청나단 소리가 아닐까?”
만다라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들은 바에 의하면 남역의 패주 성마궁은 반드시 참석할 거고, 그 외에도 동역(東域)의 하황조(夏皇朝), 서역(西域)의 홍황종(洪荒宗), 백만대산(百萬大山)의 만수왕(萬獸王), 유명간(幽冥澗)의 유명의 주인(幽冥之主) 등이 있지.”
“그들은 전부 상위 지지존에 이르는 막강한 실력자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세력도 실력이 상당해. 천라대륙에서 알려지지 않은 정예 강자와 소문을 듣고 온 천라대륙 이외의 사람도 수두룩할 거야.”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순간 아찔했다. 천라대륙의 정예급 강자가 대부분 올 텐데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그야말로 장관일 것이다.
“천지존도 올까?”
목진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천지존급 강자는 일반 원고의 유적지에는 관심이 없겠지만 상고의 원고 시기, 천지존 중에서도 최정예급 존재인 천궁은 천제가 사망한 곳이었다. 천제가 수련한 일기화삼청은 36부 절세 신통 중 하나로 아무리 천지존이라도 이 정도의 신술은 탐 날 것이다.
“상고의 천궁이 나타난 곳은 웅장한 영력이 허공을 부숴 공간 난류를 이뤘다고 들었어. 그리고 상고의 천궁은 천제와 역외족의 마제가 싸운 곳으로 몰래 심어뒀던 공격을 발동하면 아무리 천지존이라도 무사히 빠져나오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까 아무리 솔깃해도 감히 들어갈 사람은 없을 거야.”
만다라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은 조금이나마 안심되었다. 만약 천지존마저 나선다면 목진이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도 소용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사람을 많이 거느리고 가도 천지존의 눈에는 아주 하찮은 존재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상고의 천궁 쟁탈전은 최근 만년 사이, 가장 치열한 전쟁이 될 것이다.
“상고의 천궁에서는 나도 실력이 억제되어 대일불멸신의 진화체는 온전히 네 힘으로 얻어야 해. 난 너한테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거야.”
만다라는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난 기껏해야 육환 등을 막아줄 수 있어.”
“그거면 됐어!”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만다라의 이 한마디를 위해 대라천역에 들어와 부단히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것이다. 뒷배가 전혀 없는 목진은 만다라 같은 상위 지지존의 지지와 보호가 없으면 운 좋게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얻었다고 해도 상고의 천궁에서 살아나오긴 힘들 것이다.
이에 만다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튕겼는데 한 줄기 금광이 목진에게 향했다.
금광은 오래된 황금색 족자로 변했는데 목진은 수중의 족자에서 익숙한 파동을 느꼈다. 그건 영진의 파동이었다.
“이건…… 천계 고급 영진이야?”
목진은 고개를 들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만다라를 쳐다봤다.
“영진에 관한 조예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으니 이제 고급 영진을 장악할 때도 되었어. 그런데 등급이 높은 영진일수록 희귀하고 구하기 어려워서 구하는 데만도 한참 걸렸어.”
만다라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비록 넌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르렀지만 네 상대는 천라대륙 젊은이 중 최정예들이라 북계 사람들과 전혀 비교가 안 돼. 그러니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거야.”
목진은 수중의 황금색 족자를 꼭 쥐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만다라가 자신을 돕기 위해 애쓴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정도 등급의 진도를 구하려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만다라는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휘익 젓더니 한마디 말만 남기고 떠났다.
“보름 뒤에 상고의 천궁 유적지에 갈 거니까 준비 잘해!”
목진은 멀어져가는 만다라를 바라보더니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는 곧 천라대륙에서 상당히 유명한 젊은 강자들과 싸우러 갈 것이다.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지 볼까?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그는 상고의 천궁 쟁탈전이 제법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