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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91화 (690/1,000)

691화. 신비로운 소녀

은반에 놓여있는 오래된 황금색 영패는 세월의 흔적으로 가득했고 특수한 파동은 없지만 신비로운 느낌을 발산하는 것이 왠지 눈에 띄었다.

방대한 누각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황금색 영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경매장에 온 사람 중 대부분은 신비로운 황금색 영패 때문에 온 것이었다.

보아하니 만다라만 두 번째 전주를 아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천라대륙의 다른 정예 세력들도 상고의 천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두 번째 전주와 그 지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영패가 나타났단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상고의 천궁에는 자원과 기회가 정말 많아 누가 그것을 얻든 바로 천라대륙을 일통하는 패주가 될 것이고, 대천세계의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것이다.

하여 상고 천궁의 물건은 무엇이든 더없이 진귀했고 반드시 얻어내야만 했다.

한편, 누각 3층에 앉아있던 4황자 하홍은 물론이고 천애루의 심아 아씨와 점룡각의 소각주 목산, 검선종의 강릉마저 한껏 정색했다.

그들이 바라던 물건이 드디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한산은 가볍게 웃으며 수중의 은반을 들었다.

“이 물건의 경매를 시작하겠네. 경매 가격은 지존영액 백만 방울이고 백만 이상을 덧붙여 불러야 하네.”

영패의 경매 가격은 네 개의 물건 중 제일 저렴했지만 아무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다들 영패의 가격이 네 개의 물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찍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존영액 이백만 방울이오!”

역시나 한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 바로 값을 불렀다.

“지존영액 삼백만 방울이오!”

덩달아 또 다른 누군가가 값을 더 비싸게 불렀다.

“지존영액 사백만 방울이오!”

* * *

장내의 분위기는 순간 들끓었고 다들 혈안이 되어 경매에 참여했다.

이렇게 1각도 안 되는 사이, 영패의 가격은 지존영액 천만 방울이 되었고 이쯤 되자 경매를 포기한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뒷배는 적어도 일류 세력일 것이다.

또 1각 정도가 지나자 가격은 지존영액 천 육백만 방울을 넘었다.

“지존영액 천 육백만 방울이라니!”

상황을 살피던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아직 진정한 정예 세력들은 나서지도 않았는데 가격이 이렇게까지 올라왔으니 말이다.

“지존영액 천 팔백만 방울이오!”

그때 3층에서 전해진 말소리에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점룡각의 소각주 목산이 배시시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정예 세력을 등에 업은 점룡각 소각주가 드디어 나섰다.

목산은 바로 가격을 이백만이나 높게 불렀고 이에 일류 세력 강자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고민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허허, 목산 소각주, 통쾌하군! 그럼 우리 대하 황조도 뒤처질 수는 없지. 지존영액 이천만 방울이오.”

목산이 값을 부르자마자 느긋한 소리로 하홍이 나섰다.

그 광경에 요행을 바랐던 사람들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리에 앉았다. 지금부터는 재력이 뛰어난 정예 세력들 사이의 다툼이었다.

“지존영액 이천 백만 방울이오”

가녀린 목소리로 천애루의 심아 아씨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생긋 웃었다.

“두 분 다 경매에 참여했는데 천애루에서 빠질 수야 없지.”

“지존영액 이천 이백만 방울이오.”

검선종의 강릉도 덩달아 나섰다.

4대 정예 세력이 동시에 나서자 가격은 무서울 정도로 올라갔고 나머지 세력 사람들은 그제야 완전히 생각을 접었다.

그때 하홍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세 사람을 힐끗 보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지존영액 이천 오백만 방울이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영패를 얻어내야 했는데 3대 정예 세력 때문에 일이 복잡해졌다. 저들 때문에 지존영액을 대량으로 지불해야 했지만 하홍은 두렵지 않았다. 점룡각, 천애루와 검선종에 비해 대하 황조의 재력은 훨씬 뛰어났다.

이에 목산, 심아, 강릉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도 하홍의 속내를 바로 알아챘다. 지존영액 이천 오백만 방울은 그들한테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하여 그들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존영액 이천 팔백만 방울이오.”

하홍이 피식 웃으며 나머지 세 정예 세력을 비웃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의 말소리가 정적을 깼다.

슉!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개를 돌렸는데 미소를 지은 채 앉아있는 젊은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파손된 영진 진도를 획득한 목진이었다.

“저 사람이 정녕 이렇게 많은 양의 지존영액을 낼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 지존영액 이천 팔백만 방울은 아무나 내놓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심아, 목산 등도 화들짝 놀란 채 목진을 쳐다봤고 하홍도 넋 놓고 앉아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여긴 자네가 장난칠 수 있는 곳이 아니네. 내키는 대로 값을 불렀다가 큰코다치는 수가 있네.”

“4황자, 대라천역도 지존영액 이천 팔백만 방울 정도는 내줄 수 있으니 괜한 걱정은 말게.”

목진의 무덤덤한 말투에 뒤에 서 있던 담추 등은 깜짝 놀랐다. 이들한테 남은 지존영액은 삼천만 방울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놀라워도 꿈쩍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 높게 불러 상대방을 제압해야 더 많은 양의 지존영액이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존영액 이천 팔백만 방울로 과연 하홍이 물러설까?

한편, 상대편에 앉아있던 하홍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목진을 노려봤다. 대하 황조가 재력이 엄청나긴 하지만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존영액 삼천만 방울은 일류 세력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인 데다 수많은 강자를 휘어잡을 수 있는 양이기도 했다.

그런데 잠시 고민하던 하홍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존영액 삼천만 방울이오!”

하홍의 말에 사람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지존영액 삼천만 방울이라니, 이건 준 성물을 여러 개 사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고 대천세계에서 지지존에게 청구 살인을 부탁하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엄청난 가격에 심아 등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목진이 포기할지 말지 궁금하여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데 그때,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입을 열었다.

“지존영액 삼천 백만 방울이오.”

다들 목진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몰랐지만 구유와 담추 등은 잘 알고 있었다. 이 가격은 그들이 부를 수 있는 한계치로 그 위로는 지존영액을 만 방울도 더 내놓기 힘들었다.

슉!

그때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자리에서 일어난 하홍이 이를 갈며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너무 화가 나 앞쪽 난간이 휠 정도로 꽉 쥐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목진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다!

“지존영액 삼천 오백만 방울이오!”

하홍의 나지막한 외침에 다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또한 대하 황조의 한계치였다.

이에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 앉아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속으로는 한숨밖에 안 나왔다. 대하황조의 엄청난 재력에 그마저 더는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 정도였다.

지존영액 삼천 오백만 방울은 지금의 구유궁의 한 해의 수입보다 더 많았다. 하여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포기하기로 했다.

“방법이 분명 있을 거야.”

구유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하홍이 경매장에서 영패를 구한다고 해도 그 물건의 주인이 된다는 법은 없었다.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값을 더 비싸게 부르지 그러나?”

“대라천역 따위가 겁도 없이 감히 대하 황조의 물건을 빼앗으려 하다니!”

하홍은 그제야 시름 놓고 히쭉거리며 말했다.

녀석의 말에 구유가 이내 정색하며 나서려 하자 목진이 바로 막아 나섰다. 경매장에서 일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얼른 영패의 주인을 알리게.”

잇따라 하홍은 석대 위에 서 있는 한비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자신이 부른 가격보다 더 높게 부를 사람은 절대 없을 거라 확신했다.

한비도 그리 생각한 듯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매를 끝내려 했는데 앳된 소녀의 목소리와 들려와 다들 순간 넋이 나갔다.

“저기, 잠깐만. 내가 지존영액 사천 오백만 방울을 내겠네.”

쏴아아.

경매장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하홍, 심지어 목진마저 멍해졌다. 도대체 누가 값을 바로 천만이나 올렸단 말인가?

사람들은 미친 듯이 주위를 훑었는데 하나 같이 목진 쪽에 눈길을 멈추는 것이었다.

이에 목진이 흠칫하여 고개를 돌려보니 뒤쪽에 갑자기 선녀처럼 아름다운 소녀가 현의를 입은 채 나타나 영과를 만지작거리며 사람들을 쳐다봤다.

소녀는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화들짝 놀란 목진을 보더니 영과를 꼴깍 삼키고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목진아, 안녕? 또 만났네?”

목진을 포함한 모두가 두 눈이 휘둥그레져 갑자기 나타난 현의 소녀를 바라봤다. 소녀의 정교한 외모와 맑은 눈동자가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설마…… 임정이야?”

목진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화들짝 놀라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정은 목진이 북창령원을 떠나 천라대륙으로 향하는 길에 경상대륙에서 만났던 사람으로 무경의 공주마마였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바로 대천세계의 거장인 무조였다.

목진은 여기서 다시 임정과 마주치게 될 줄 몰랐다. 그는 소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때의 목진은 지존법신도 없었는데 지금은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여기는 왜 왔어?”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천라대륙에 상고의 천궁이 나타났다고 들어서 구경하러 왔어. 그리고 네가 천라대륙에 온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 집에만 있기 귀찮았던 참에 바로 도망 나왔지.”

임정은 생긋 웃으며 말하고는 주위를 쓰윽 살폈다.

“그런데 우린 어쩜 매번 경매장에서 마주칠까?”

목진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모두 뚫어져라 임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부른 높은 가격에 잔뜩 놀란 듯했다.

“흥,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 감히 난동을 부리는 건가!”

맞은편에 있던 하홍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임정을 노려보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고귀한 기품을 가진 임정을 보는 눈빛에 탐욕이 어렸다.

하홍은 임정과 구유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미인이라고 생각했다. 전자는 수려하고 귀여우며 후자는 냉염하고 오만한 것이 미인이라면 오죽을 못 쓰는 그한테는 마약처럼 치명적이었다.

“험, 방금 했던 말은 취소해.”

목진이 황금히 임정을 말렸다. 지존영액 사천 오백만 방울은 대라천역을 탈탈 털어도 절대 모을 수 없는 양이었다. 또한, 신비로운 영패의 구체적인 작용도 모르는데 거금을 들이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참, 여기가 어디라고 값을 마음대로 부르고 취소한다는 건가?”

목진이 말을 마치기 바쁘게 하홍은 콧방귀를 뀌며 임정을 바라보았고 이내 가볍게 웃었다.

“여기 와서 나와 함께 경매를 관람한다면 일전의 무례는 용서하겠네.”

이에 임정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럼 나 대신 지존영액 사천 오백만 방울을 내줄 건가?”

하홍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영패는 지존영액 사천 오백만 방울 어치나 하지 않으니 일전에 자네가 한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네.”

“누가 장난이라고 했지? 내가 지존영액 사천 오백만 방울을 낼 것이니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내지 못할 거면 그만 포기해.”

임정이 입을 삐쭉 내밀며 한 말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소녀한테 정녕 지존영액 사천 오백만 방울이 있단 말인가?

천애루의 심아, 잠룡각의 목산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임정을 바라봤다. 오늘 일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벗어났다.

상대방의 태도에 하홍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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