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5화. 하홍과 싸우다
“불쌍한 녀석.”
하홍은 목진과 구유가 자신을 가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했지만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바로 마음을 추슬렀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대결은 자신이 패배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차용증이든, 그가 대결에서 승리해 임정과 구유를 데려가든 쌍방은 절대 약속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하홍은 목진을 죽인 뒤, 임정과 구유를 나서게 하려고 일부러 저리 제안한 것이었다. 하홍은 구유와 임정을 다룰 방법이 수두룩했다.
하홍은 여우처럼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임정을 보고는 의욕이 흘러넘쳤다. 내 손에 들어와도 지금처럼 웃을 수 있나 두고 보지.
그러나 그 전에 일단 얄미운 목진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는 칼 같은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일전의 대결로 미세하게 열세에 처했던 그는 더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전력을 다해 대전에 임함으로써 대하 황조 황자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천라대륙 강자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대라천역 따위는 우쭐거릴 자격이 없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잇따라 천지의 영력이 요동치며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목진에게 향하자 아래쪽 대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목진도 어느새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홍을 바라봤다. 녀석은 비록 용비지존과 같은 9급 지존이지만 실제 전투력은 훨씬 강했다. 그는 아마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도 정면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생각을 접고 손을 축 드리운 채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영력이 파도처럼 휘몰아쳤고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며 지존해가 나타나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해 하홍이 형성한 영력 위압감을 모조리 떨쳐냈다.
목진은 비록 반보 9급 지존일 뿐이지만 지존해 속의 영력은 신수지원 신해의 공간에서 2년 동안 갈고 닦아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그는 불사조의 불사의 화염을 제련해 영력이 생기로 차고 넘쳤다. 하여 영력의 지구력과 농도만 비교하면 현재의 목진은 절대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 못지않을 것이고 심지어 저들보다 더 강할 것이다.
“흥미롭군.”
하홍도 목진의 유난히 웅장한 영력을 보고 피식 웃더니 바로 정색했다.
퍽!
웅장한 영력이 폭발하자 하홍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한테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현란한 동작 하나 없는 하홍의 공격에는 지극히 난폭한 영력이 깃들었고 주먹을 휘두른 순간, 그의 몸에서 방출한 혈기가 주먹에 모이며 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고함도 함께 들렸다.
“저건 하홍이 수련한 살신전체(殺神戰體)군.”
심아는 하홍의 몸에서 폭발한 혈기를 보더니 이내 정색했다. 살신전체는 지극히 난폭하고 괴이한 단체 신술로 수많은 전쟁을 통해 적의 피로 수련해야 했다. 하홍은 과거 직접 전장에 뛰어들어서야 비로소 수련에 성공했다.
“하홍도 단체 신술을 수련했다 이건가…….”
엄청난 살기가 깃든 웅장한 열기가 휘몰아치자 목진은 순간 앞쪽에 도천의 혈해가 요동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그한테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했다.
잇따라 목진이 용봉체를 소환하자 몸에서 자금색 빛을 발했고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신을 빚은 듯 태연하게 서서 주먹을 휘둘렀다.
비록 하홍의 육신도 강력할 테지만 목진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였다.
하홍이 9급 지존경에 이른 강력한 영력 우세로 접근했다면 목진한테 어느 정도 위협이 되었을 텐데 육신의 힘으로라면 절대 목진을 제압하지 못할 것이다.
용봉체를 수련한 목진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를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으로 진화시켜 육신만큼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한테마저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무서운 힘이 깃든 두 사람의 주먹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힘껏 부딪쳤다.
쿵!
공기의 폭발과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공간이 일그러졌고 두 사람의 아래쪽 대지는 충격에 못 이겨 미친 듯이 균열이 일었다.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하홍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목진을 발견하고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반면, 하홍은 충격파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목진의 육신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누군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반보 9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육신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아, 강릉 등도 안색이 어두워졌고 하홍도 예상외로 강한 목진의 실력에 흠칫 놀랐다.
쿵!
웅장한 살기를 내뿜던 하홍은 발을 힘껏 굴러 대지를 부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목진 주위를 고속으로 회전하며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은 절대 피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쿵! 쿵!
하홍의 엄청난 공격에 목진이 가만히 서서 옷깃을 휘날리자 체내에서 자금색 용이 날아올라 강대한 보호막을 형성해 상대방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쿠쿵!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며 목진의 아래쪽 바닥이 계속해서 무너졌다.
그러나 난폭하기 그지없는 하홍의 공격에 진정한 용이 형성한 방어막마저 견디지 못했고, 빈틈을 찾은 권풍은 바로 목진의 머리를 때렸다.
퍽!
그런데 그때, 늘씬한 손이 나타나 주먹을 막아내자 난폭한 영력 충격이 폭발했다.
슉!
두 사람은 뒤로 물러났고 지면에 긴 흔적을 남기며 간신히 멈춰 섰는데 그 순간 지면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에 사람들이 양쪽을 확인해보니 목진은 황금빛을 발하는 손을 내민 채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옷이 조금 찢어졌지만 공격 여파로 인한 흔적이었고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홍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일전의 공격은 반보 9급은 물론이고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라도 막아내기 힘든데 목진은 옷깃이 살짝 찢어진 것이 다였다.
놀라운 결과에 하홍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후우.
하홍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다시 마음을 가라앉혔고 목진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하홍한테서 위협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하홍이 무덤덤하게 서서 손을 내민 뒤, 주먹을 꽉 쥐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에서 적광을 발하더니 부적이 가득 새겨진 빨간색 장창을 만들어냈다. 장창에서 지극히 놀라운 영력 파동과 살기가 느껴졌다.
목진은 빨간색 장창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준 성물이라…….”
이에 하홍은 씨익 웃더니 몸에서 다시 적광을 발했고 포효하는 용이 새겨진 빨간색 갑옷이 나타났다.
피로 물든 것 같은 갑옷과 장창이 내뿜는 기운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한 쌍인 듯했다. 두 물건 덕분에 하홍의 영력 파동은 놀라운 정도로 폭등했다.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라도 지금의 하홍을 막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건 적룡전창(赤龍戰槍)과 적룡전갑(赤龍戰甲)으로 쌍을 이룬 준 성물이네. 함께 사용하면 그 위력은 준 성물 중 패주라 할 수 있지. 독한 녀석, 저것들까지 꺼내다니…….”
심아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엄청난 필살기를 선보인 하홍의 공격은 심아 등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였다.
여러 차례의 공격이 무산되자 드디어 살수를 두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목진은 이제 정말 위험해졌다.
하홍의 주위에서 만 장 정도의 빨간색 기가 파도처럼 요동치자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수중의 빨간색 전창의 창끝에서는 부단히 적광을 내뿜었다. 대충 휘둘렀는데도 단단한 지면이 두부 잘리듯 찢어졌다.
하홍은 날아다니는 적룡이 새겨진 빨간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은은한 용음의 포효와 함께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하홍의 기세는 상당히 강력했다.
사람들은 놀라운 하홍의 모습에 부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하 황조는 역시 엄청난 재력을 지녔다. 9급 지존들은 하홍의 갑옷과 전창이 탐이 나 눈이 이글거렸다.
장창과 갑옷은 한 묶음으로 된 준 성물로 함께 있으면 위력이 훨씬 강해졌는데 이것만으로도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와 싸우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광경에 구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구유도 하홍한테서 짙은 위협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9급 지존경에 이르렀는데도 준 성물의 힘을 빌리다니, 참 비겁하군요.”
담추가 이를 갈며 말했다.
백황 등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비록 목진과 용비지존의 대결을 직접 봤지만 하홍이 선보인 전투력은 용비지존을 훨씬 뛰어넘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대결엔 승패만 있을 뿐, 패배한 사람은 승자의 대결 방식에 의문을 제기할 자격이 없네.”
하홍은 적광을 내뿜는 수중의 장창을 가볍게 흔들며 막연하게 목진을 쳐다봤다.
쿵!
잇따라 하홍이 갑자기 정색하더니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수중의 적룡전창으로 백 장 정도의 적광을 발사했다. 예리하기 그지없는 살기가 하늘을 뚫을 듯 미친 듯이 솟구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 날아온 창망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 장창과 갑옷 덕분에 하홍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이에 목진은 뒤로 두 보 물러나며 진정한 용의 령으로 자금색 광막을 형성해 앞을 가렸다.
위잉!
하늘을 가르며 날아온 장창이 미친 듯이 적광을 발하며 사정없이 자금색 광막을 때리자 진정한 용의 령으로 이뤄진 광막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부서졌다.
목진의 진정한 용의 령은 진화하긴 했지만 실력이 반보 9급 지존경 밖에 안되어 지금의 하홍의 공격을 받아내기가 힘들었다.
창망이 곧 목진의 숨통을 찌르려 할 때, 미간에 빛이 모이더니 괴이한 세로 눈이 나타나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은색 빛줄기를 내뿜었다.
퍽!
잇따라 검은색 빛줄기가 창망과 힘껏 부딪치자 무서운 충격파가 폭발해 창망은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고 장창은 파르르 떨며 멀리 튕겨 나갔다.
“자네도 준 성물이 있었군!”
하홍은 조금 놀란 듯 목진의 미간에 나타난 괴이한 세로 눈을 쳐다봤다.
“그러나 자네의 준 성물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바로 깨달을 걸세.”
하홍이 콧방귀를 뀌며 손을 파르르 떨자 수중의 빨간색 장창이 적광을 내뿜더니 거대한 적룡처럼 생긴 빛줄기를 형성해 웅장한 영력을 내뿜었다.
크으으으!
적룡처럼 생긴 빛줄기는 파멸의 힘을 실은 채 목진한테 날아갔다.
이토록 강력한 공격은 진정한 9급 지존이라도 받아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이를 바라보더니 체내에서 다시 자금색 빛을 발하며 거대한 날개를 펼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슉!
적룡처럼 생긴 빛줄기가 지면에 닿자 주위 수백 장 정도의 대지는 움푹 파였고 깊숙한 구멍이 생겨났다.
퍽!
“속도가 엄청나군!”
공격이 무산되자 하홍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그는 목진의 엄청난 속도에 적잖게 놀랐다.
설마 속도마저 일부러 억제했던 건가?
슉!
그런데 그때, 목진이 귀신같이 뒤쪽에 나타났고 하홍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빨간색 장창을 소환했다.
쿵!
그러나 목진은 장창이 돌아오기도 전에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크으으으!
그때 목진의 한쪽 팔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동시에 나타나 자금색 빛을 발하며 주먹을 따라 방출되었다.
잇따라 자금색 빛은 공기를 가르며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문을 형성했는데 음파와 함께 아래쪽 대지에도 깊숙한 흔적이 새겨졌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의 힘이 깃든 목진의 공격에 9급 지존경이 적중하면 필경 중상을 입을 것이다.
한편, 뒤쪽에서 전해진 무서운 힘에 하홍은 깜짝 놀랐고, 그도 목진의 공격이 전보다 강해진 것을 바로 알아챘다.
목진의 엄청난 속도 때문에 하홍은 피하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