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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96화 (695/1,000)

696화. 개팔양(開八陽)

하홍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굽히자 빨간색 장창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강력하고 난폭한 적광을 발하며 목진의 머리를 겨눴다.

쿵!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의 공격을 무시한 채, 강력한 힘이 깃든 주먹을 힘껏 휘둘러 하홍의 등을 때렸다.

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목진의 주먹이 하홍의 갑옷에 닿자 갑옷에서 적광을 내뿜었고 적룡의 무늬가 꿈틀거리며 입을 쩍 벌려 무서운 힘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빨간색 갑옷의 방어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퍽!

그런데도 하홍은 여전히 멀리 튕겨 나갔다.

그때 목진은 다시 미간의 멸생동으로 검은색 빛줄기를 발사해 자신을 향해 오는 장창을 물리쳤다.

하홍은 간신히 멈춰 서서 몸을 추스르고 장창을 거두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만약 갑옷이 없었다면 그는 목진의 공격에 바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매서운 대결에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고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심아, 목산, 강릉 등도 어느새 숙연해졌다. 목진과 하홍의 대결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되었지만 얼마나 위험한 공격이 오갔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정도였다.

“목진은 오늘의 대결로 천라대륙에서 유명해지겠군.”

심아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9급 지존경에 이른 하홍은 준 성물을 두 가지나 꺼냈는데도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른 목진을 이기지 못했으니, 이 정도 실력이라면 목진은 적어도 천라대륙 젊은 강자 순위권 20위는 될 것이다.

“이래도 죽지 않는단 말인가? 바퀴벌레 같은 녀석.”

하홍은 미간의 세로 눈을 끔벅이는 목진을 노려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후회했다. 목진을 상대하기가 이리 어려운 줄 알았더라면 그는 완벽한 해결책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그럼 절대 지금처럼 난감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된 이상, 그는 반드시 대결에서 이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목진은 하홍 덕분에 천라대륙에서 유명인사가 될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하홍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오늘 일이 대하 황조에 알려지면 아바마마께서 더는 전처럼 그를 예뻐해 주지 않으실 것이고 형제들도 기어오르려 할 것이다.

하여 하홍은 오늘, 목진을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생각을 마친 하홍은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을 노려봤는데 그 엄청난 기운에 주위의 온도마저 뚝 떨어졌다.

녀석은 빨간색 장창을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위잉!

그러자 하홍의 뒤쪽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웅장한 지존해가 나타났는데 지존해 속 영력은 빨간색을 띤 것이 도천의 살기가 깃든 듯했다.

쿵!

미친 듯이 요동치던 지존해에서 갑자기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일어 연무장의 위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였다.

이렇게 빨간색 영력은 하홍의 뒤쪽에서 미친 듯이 모여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장 정도의 지존법신을 이뤄냈다.

암홍색 지존법신이 내뿜는 난폭한 살기에 사람들은 숨쉬기조차 버거웠고 두 팔, 두 다리, 등, 가슴팍 등 온몸에 부문 아홉 개가 새겨졌는데 그 속에서 도천의 흉기가 폭발하는 것이 꼭 원고의 흉수가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진은 잔혹하고 무서운 거대한 지존법신을 보고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구흉천수신으로 99등급 지존법신 중 57위였다.

웅장한 흉기가 휘몰아치며 나타난 거대한 지존법신은 원고에서 온 흉수의 집합체처럼 난폭하고 사악한 기운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빨간색 지존법신을 보았고 무서운 흉기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이것이 바로 하홍이 수련한 구흉천수신이란 말인가? 해당 법신을 수련하려면 9가지 흉수의 신백을 제련해야 한다고 들었네. 그 과정은 상당히 위험한 대신, 일단 성공하면 흉수의 엄청난 흉기가 일반 법신에 닿으면 바로 깨질 정도로 무섭다고 들었네.”

누군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하홍이 수련한 지존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57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지존급 강자들이 수련한 법신은 일반 법신이고 가끔 운이 좋은 사람들은 순위권 말단의 지존법신 수련법을 획득하곤 한다. 그러나 구흉천수신 같은 법신은 실력이 뛰어난 정예 세력한테만 있는 수련법으로 보통 사람은 그 수련법을 획득한다고 해도 빼앗기곤 한다.

“반보 9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내게 지존법신까지 선보이게 하다니, 제법이군.”

하홍이 눈을 내리 뜬 채 말했다.

목진도 도천의 흉기를 바라는 지존법신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하홍이 천라대륙 젊은 강자 순위권 중 20위 안팎을 차지할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가 선보인 수법들은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는 물론이고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라도 꼼짝 못 했을 것이다.

그때 하홍은 서서히 날아올라 구흉천수신의 거대한 어깨에 내려앉더니 목진을 바라보며 씨익 웃다가 갑자기 발을 힘껏 굴렀다.

쿵!

구흉천수신의 육신에서 도천의 흉기가 폭발해 천 장 정도의 빨간색 하천을 이뤄 목진에게 향했다.

구흉천수신의 힘을 빌린 하홍의 공격은 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이에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두 손으로 결인했고, 온몸에서 금광을 발하며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금광 권인이 용음과 함께 휘몰아쳐 홍류에 맞섰다.

퍽!

하홍의 공격이 훨씬 강해져 금광 권인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지존법신을 소환하게. 안 그럼 자넨 내 손에 죽을 것이네.”

하홍은 태연하게 서서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지존법신도 없이 자신을 쓰러뜨리려 하는 것이 너무 우스웠다.

목진은 빨간색 홍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을 삐쭉 내밀며 눈을 서서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을 때, 눈에서 미친 듯이 금광이 발했다.

쿠쿵!

목진의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솟구쳤고 황금색 태양이 뒤쪽에서 서서히 떠오르더니 금광이 모여 황금색 거인을 이뤘다.

호호탕탕하게 나타난 황금색 거인은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잇따라 황금색 거인이 금광을 발하며 방대하기 그지없는 금광 보호막으로 주위 천 장 범위를 감싸자 빨간색 홍류는 금광에 닿자마자 빠르게 녹아내렸고 목진과 백 장 정도의 거리를 둘 때쯤 전부 사라졌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하홍의 지존법신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낸 목진의 지존법신을 쳐다봤다. 이건 도대체 무슨 법신이란 말인가?

그러다 눈부신 금광이 조금이나마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목진의 지존법신을 제대로 확인했는데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허공에 뜬 목진의 뒤쪽에 금광을 발하는 거인이 조용히 서 있었는데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몸과 더불어 머리 뒤에 태양이 떠 있었다. 그 모습이 신비롭기 그지 없었고 왠지 모를 위압감까지 느껴졌다.

“이건 도대체 무슨 법신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목진의 지존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었는데 위력만 보면 절대 일반 법신이 아니었다.

한편, 멀리 떨어진 채 관전하던 심아, 목산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황금 법신을 쳐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에 기재된 지존법신이 아니네. 그럼 설마…….”

대천세계는 한없이 크고 넓어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에 모든 지존법신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신비롭고 강대한 지존법신이 존재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이 지존법신은 왠지 낯익지 않은가?”

심아가 흠칫 놀라 묻자 목산과 강릉은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 떠오른 듯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성마궁의 가루라가 수련한 신비로운 지존법신과 닮은 것 같네.”

심아는 한껏 정색하며 목진의 지존법신을 관찰했다. 그녀는 천라대륙 젊은 강자 순위권 중 3위에 오른 가루라의 지존법신을 본 적 있는데 목진의 지존법신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달랐다.

“닮긴 하였는데…….”

목산과 강릉은 다시 가루라의 지존법신을 되뇌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비슷하기만 할 수도 있네. 가루라가 어떤 인물인가? 그가 수련한 지존법신은 강력하기 그지없고 신비로워 순위권 1, 2위에 오른 두 사람도 막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네. 그런데 대라천역 출신인 목진이 무슨 수로 그런 지존법신의 수련법을 획득했단 말인가?”

이에 심아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우연일 수도 있었다. 다만, 목진의 지존법신이 범상치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 하홍의 구흉천수신 못지않은 목진의 지존법신 덕분에 두 사람의 대결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것이 목진이 수련한 지존법신이란 말인가?”

임정도 황금 법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난번에 목진을 만났을 때, 그는 지존법신마저 없었고 이를 수련하기 위해 재료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안 본 사이, 확실히 열심히 수련한 모양이었다.

하홍도 미간을 찌푸린 채 목진의 황금 법신을 관찰했다. 방대한 몸에서 내뿜는 웅장하고 신비로운 기운에 그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금세 진정을 되찾고 살기를 품었다. 목진이 아무리 날뛰어봐야 그는 반드시 녀석을 죽일 것이다.

“더는 미루면 안 되겠군.”

이러한 생각에 하홍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정색하며 합장해 괴상한 인법을 그렸다.

크으으으!

잇따라 구흉천수신도 나지막하게 울부짖었는데, 아홉 마리 흉수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흉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다 적광이 휘몰아치자 지존법신의 몸에 새겨졌던 아홉 마리 흉수의 무늬가 파르르 떨렸고 녀석들은 되살아난 듯 지존법신의 몸에서 벗어나 시뻘건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지존구수법(至尊九獸法), 호마(虎魔)!”

하홍이 무덤덤하게 서서 각종 인법을 그렸는데 그 모양이 꼭 흉수의 모양 같았다.

순간, 지존법신에 새겨졌던 까만색 호마가 목놓아 외치자 온몸에서 적광이 발했다.

“웅마(熊魔)!”

“귀마(龜魔)!”

“우마(牛魔)!”

* * *

하홍의 외침에 흉수 아홉 마리가 눈을 번쩍 뜨더니 무서운 흉기가 실체로 되어 이곳 천지에 휘몰아쳤다.

그 광경에 심아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하홍은 목숨을 걸고 덤비려는 것 같군. 지존구수법을 구흉천수신과 함께 사용하면 힘은 부쩍 늘어날 것이네. 그때도 하홍은 똑같은 방법으로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를 쓰러뜨렸네.”

“용마(龍魔)!”

하홍의 마지막 말에 지존법신에 새겨졌던 거대한 흑룡이 용안을 떴고 흉기는 극치에 이르렀다.

흉수 아홉 마리가 전부 눈을 뜨자 그 구역은 도천의 살기로 가득 찼다.

“지존구수법, 구흉천마권(九兇天魔拳)!”

하홍의 눈에서 내뿜는 살기도 실체가 된 듯 목진을 쏘아보더니 도천의 흉기로 인해 생긴 혈기로 하늘을 가리며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크으으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흉수들은 지존법신이 휘두른 주먹과 함께 들끓는 적광으로 변하며 한데 아우러져 천 장 정도의 빨간색 권인을 이뤘다.

권인에 녹아든 흉수 아홉 마리가 포효하자 무서운 살기를 방출해 하늘마저 집어삼킬 것 같았다.

사람들은 구흉천마권의 위력에 왠지 소름이 끼쳤다. 9급 지존이 해당 공격에 적중하면 즉사할 것이다.

하홍은 이번 공격에 혼신의 힘을 실었다.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던 목진도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서서히 손을 들었다.

잇따라 대일불멸신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더니 몸의 곳곳에서 황금색 태양 여덟 개가 한순간에 떠올랐다.

구양신통, 개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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