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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97화 (696/1,000)

697화. 팔양천륜(八陽天輪)

허공에 떠 있는 황금색 법신은 금광을 발하며 천지를 밝혔고 신비롭고 웅장한 기운과 함께 상당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사람들은 지존법신의 엄청난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그때 황금 법신에서 무서운 힘이 깃든 황금색 태양 여덟 개가 동시에 떠올랐는데 ‘꽈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앞쪽 공간이 부서졌고 그 속에서 빨간색 권인이 도천의 흉기를 내뿜으며 날아왔다. 원고의 흉수가 입을 쩍 벌리고 이곳 천지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던 목진은 무서운 빨간색 권인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휘몰아치는 살기에 옷이 펄럭였다.

하홍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는 물론이고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라도 막 다루지는 못할 것이다.

녀석은 얄밉긴 하지만 실력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르지 않았으면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었겠군.”

목진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빨간색 권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쉽군…….

잇따라 목진은 두 손으로 특이한 인법을 그리며 외쳤다.

“구양신통, 개팔양!”

쿵!

대일불멸신에서 떠오른 여덟 개의 황금색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들끓는 황금색 홍류가 전부 거대한 손에 모였고 눈부신 금광에 하늘에 걸린 석양마저 빛을 잃었다.

“구양신통, 팔양천륜!”

대일불멸신의 거대한 손에 빠르게 모인 금광은 점차 백 장 정도의 황금색 광륜을 이뤘다.

황금색 광륜은 금반 모양으로 오묘하고 복잡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것이 수수하면서 묵직했는데, 꼭 오랜 세월의 흔적이 실린 듯 아득하고 웅장했다.

서서히 떠오른 황금색 천륜은 견고한 방패처럼 목진의 앞을 가렸고 뒤쪽에 서 있는 목진은 완벽한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오는 빨간색 권인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가볍게 휘둘렀다.

위잉!

이에 황금색 천륜이 천천히 회전하자 표면에 새겨진 오래된 무늬에서 빛을 뿜었고 주위의 공간은 일그러져 곧 부서질 것 같았다.

“센 척하기는!”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하홍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공격이 얼마나 강대한지 잘 아는 그는 반보 9급 지존은 물론이고 목진이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다고 해도 분명 죽을 거라 확신했다.

“죽거라!”

하홍의 나지막한 외침과 함께 빨간색 권인은 도천의 흉기를 실은 채 백 장 정도의 황금색 천륜과 부딪쳤다.

쿵!

순간, 그 구역은 움직임을 멈춘 것 같았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 만 장 범위의 공간이 일그러졌으며 아래쪽 대지는 쩍 갈라졌다.

또한, 연무장 주위에 모였던 사람들은 충격파에 닿을까 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홍은 미친 듯이 팽창하는 적광을 보고는 표정이 점차 사악해졌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자넨 육신마저 영원히 사라지겠군!”

하홍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상황을 살피던 하홍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친 듯이 팽창하던 적광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하홍뿐만 아니라 지켜보던 사람들도 갑작스러운 변고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경천의 대폭발을 예상했는데 왜 이토록 조용한 걸까?

그때 금광과 혈광이 마주친 곳의 빛은 갑자기 고요해지더니 파멸의 힘은 강제로 제압된 것 같았다.

그러다 시야가 확보되자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저건!”

하홍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은 여전히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었고 황금색 천륜은 서서히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빨간색 권인이 응고된 채 떠 있었고 도천의 흉기마저 흐름을 멈췄다.

꼭 그 주위 시간만 강제로 흐름을 멈춘 것 같았다.

“이럴 수가!”

하홍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목진을 쳐다봤다.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진이 그가 전력을 다한 공격을 이렇게까지 쉽게 막아내다니! 그는 순간 자신이 날린 공격과 연계가 전부 끊겼고 그 속에 깃든 영력마저 더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이건 꼭 전력을 다해 날린 공격이 갑자기 적의 편을 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하홍을 쳐다봤다.

“예상 밖의 일에 적잖게 놀란 모양이군. 4황자의 선물은 너무 귀중하여 받기 힘들 것 같으니 그대로 돌려주겠네.”

말을 마친 목진이 두 손으로 원을 그리고 갑자기 휙 돌리자 앞쪽에 떠 있던 황금색 천륜이 역방향으로 회전했다. 그러자 목진을 공격했던 빨간색 권인이 서서히 방향을 틀더니 먼 곳에 있는 하홍을 조준했다.

“하홍의 공격을 고스란히 돌려주다니!”

그 광경에 사람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심아, 목산 등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목진이 사용한 수법은 대체 어떤 수법이란 말인가?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상황을 살폈다. 이것이 바로 대일불멸신의 위력이었다. 목진은 영력 수련과 더불어 대일불멸신의 힘을 개발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황금색 천륜은 공격과 방어가 완벽해졌는데 상대방의 공격 궤적을 바꿔 있는 그대로 다시 돌려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토록 오묘한 기술은 강대한 신술 못지않았지만,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목진의 실력의 한계치를 벗어나면 천륜도 바로 부서질 것이다.

다행히 하홍은 아직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4황자, 어디 공격을 받아보게.”

말을 마친 목진이 까무러치게 놀란 하홍을 보고 씨익 웃으며 인법을 바꾸자 황금색 천륜은 파르르 떨며 도천의 흉기가 깃든 빨간색 권인을 발사했다.

그런데 권인의 목표는 그 주인인 하홍이었다.

쿠쿵!

도천의 살기가 휘몰아치자 하홍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전력을 다해 선보인 공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이 갔다.

이건 절대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하홍은 코앞까지 닥친 공격을 막아야 살 수 있단 생각에 이를 악물고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구흉천수신에서 들끓는 흉기를 내뿜어 빨간색 권인에 맞섰다.

퍽!

양자가 부딪치자 무서운 적광이 돌풍처럼 휘몰아쳐 대지가 부서지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러다 강대한 구흉천수신에 균열이 일기 시작하더니 1각도 안 된 사이에 온몸에 퍼져 적광을 발하며 폭발했다.

풉!

법신이 깨지자 하홍은 많은 피를 토했고 영력 파동은 확 줄어들었으며 충격파에 휘말려 멀리 튕겨 나갔다. 만약 적룡전갑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는 이미 반쯤 죽었을 텐데 지금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홍의 체내의 기혈이 미친 듯이 솟구치는 것으로 보아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

퍽!

하홍은 지면에 천 장 정도의 흔적을 남기며 바닥에 떨어졌는데 지나간 곳의 돌사자마저 바로 폭발했다.

풉.

하홍은 다시 피를 토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

충격파가 가시자 조용히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소년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는 하홍의 패배에 큰 감정 변화가 없어 보였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홍이 대결에서 패배했다니!

심아, 목산, 강릉 등도 적잖게 놀랐다.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대결하기 전과 확 달라졌다. 그들은 오늘만 지나면 목진은 천라대륙에서 이름을 날릴 것이고 바로 젊은 강자 순위권 20위권에 들어갈 거라 생각했다.

그때 드디어 몸을 추스른 하홍이 상처를 확인하더니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대하 황조의 강자들을 쳐다봤다.

“저들을 죽이거라!”

하홍의 명령에 대하 황조에서 실력 최강자인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바로 정신을 차리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임정을 바라보자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른 세 강자는 그와 함께 어여쁜 여인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상대하기 가장 쉬울 것 같은 임정을 목표로 삼았다.

쿵!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앞으로 나섰고 하나 같이 임정을 노렸다. 이에 근처에 서 있던 구유마저 순간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젠장!”

구유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쥐자 수정 같은 화염이 활활 타올랐고 뒤로 손을 휘두르자 화염은 빠르게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의 등을 향했다.

슉!

그런데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구유의 공격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누군가 갑자기 몸을 던진 탓에 노인은 무사히 공격을 피했다.

퍽!

구유의 공격에 적중한 사람은 멀리 튕겨 나갔고 몸에서 수정 같은 화염이 활활 타올라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녀석은 대하 황조의 8급 지존이었다.

녀석은 구유의 공격을 막아내려 애썼지만 불사화의 위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방어막을 단단히 세웠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부하의 참담한 죽음에 흠칫 놀라더니 더 포악한 기세로 나머지 세 반보 9급 지존들과 함께 임정에게 향했다. 일단 임정을 잡으면 목진은 함부로 못 할 것이고 4황자를 구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신속한 대하 황조 강자들의 움직임에 구유는 임정을 구할 기회를 놓쳤다.

목진도 아래쪽 변고를 발견하고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는데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임정은 얼핏 보면 최약체인 것 같지만 정말 그리 생각해 함부로 덤비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무경의 공주마마, 위험천만한 무조의 딸이 상대하기 쉽다니. 아무리 바보라도 이런 존재는 수많은 필살기를 숨겼다는 것을 알 것이다.

어느새 임정한테 달려간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 등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린 채 공격을 개시했는데 정작 임정은 생긋 웃으며 상대방을 바라볼 뿐, 전혀 두려워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상대방을 비웃듯 바라보는 것 같았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 등을 바라보던 임정은 서서히 손을 벌렸는데 수중에 어느새 오래된 부적이 가득 새겨진 손바닥만 한 검은색 인형이 나타났다.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임정 수중의 검은색 인형을 보고는 왠지 모르게 위협감을 느끼고 멈칫했다.

“철수하라!”

점차 강해지는 위협감에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바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당장 철수하라!”

신중한 그는 결국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순간 자신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절대 임정을 잡지 못할 거란 확신이 섰다. 그들은 처음부터 목표를 잘못 잡았다. 상대하기 가장 쉬워 보였던 소녀야말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존재였다.

이에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강제로 멈춰 서더니 뒤로 물러났고 반보 9급 지존 세 사람은 영문을 몰랐지만 명령을 따랐다.

이렇게 임정한테 달려들던 사람들이 목표물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미친 듯이 물러났다.

“도대체 뭘 하는 거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히히, 나한테 왔으면 다시 떠나는 건 안 되지.”

임정은 배시시 웃으며 녀석들을 바라보더니 수중의 검은색 인형을 향해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위잉!

순간, 검은색 인형에서 하늘색 한기를 미친 듯이 내뿜더니 신속하게 팽창해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람으로 변하더니 임정 옆에 나타났다.

장창을 쥔 채 무덤덤하게 서 있는 검은색 도포 사내의 표면에는 오래된 부적이 수도 없이 새겨져 있었다. 부적은 번쩍이며 무서운 한기를 내뿜어 공기마저 얼어붙었다.

이와 동시에, 녀석의 체내에서 지극히 놀라운 영력 파동이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쿵!

강력한 영력 파동이 폭발하자 사람들은 순간 화들짝 놀랐고 심아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을 바라봤다.

“이건…… 설마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란 말인가!”

누군가 깜짝 놀라 외쳤다. 임정 수중의 검은색 인형은 순식간에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로 변했다.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목산이 흠칫 놀란 채 묻자 심아가 이내 정색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저건 영우로 보기 드문 꼭두각시인데 만들기 어렵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실력이 막강한 종족한테만 제작 방법이 있네. 또한,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른 영우를 만들려면 적어도 상위 지지존이 직접 나서야 하는 데 실패할 확률도 제법 크다네.”

목산 등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9급 지존경 원만급 실력을 지닌 영우라니, 소녀는 도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진귀한 영우를 지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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