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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01화 (700/1,000)

701화. 병부(兵符)

만다라가 정색하며 한 말에 목진은 혀를 내둘렀다. 이곳이 이렇게까지 위험할 줄이야, 그런데 듣자 하니 실력이 너무 강대한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신수지원과 같았다.

“그럼 지금은…….”

“상고의 천궁에 지지존을 용납할 수 있는 장소는 한 군데뿐이야.”

“그게 어딘데?”

“바로 천제릉원(天帝陵園)이야.”

“혹시 천제가 사망한 곳이야?”

이에 만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천제릉원은 천제께서 직접 만드신 곳으로 일단 사망하면 자연스레 그곳에 묻히게 되어있어.”

상고의 천궁에서 상위 지지존의 구미를 당길만한 곳은 강대한 성물이 아니라 천제가 수련한 절세의 신통인 일기화삼청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절세의 신통을 얻으려면 천제가 사망한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하여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각 세력의 최정예급 강자들이 잠시 통로를 열어 공간이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들여보내는 거야.”

만다라는 목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천제의 령원에 들어가면 이 물건을 부숴. 그럼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공간 너머에 있는 천제릉원에 들어갈 수 있어.”

말을 마친 만다라가 손을 펼치자 영광이 번쩍이는 옥석이 나타났는데 그 속에서 공간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은 지지존급 강자는 들어갈 수 없다는 만다라의 말에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되면 상고의 천궁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다.

“너도 일기화삼청이 탐 나? 경쟁자가 많아 빼앗기 쉽지 않을 거야.”

목진이 수중의 옥석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절세의 신통인 일기화삼청이 나타나면 상위 지지존들은 혈안이 되어 달려들 것이다. 그때는 적은 물론이고 북계 연맹에 속한 지지존들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일기화삼청은 여태껏 북계에서 쌓아온 모든 걸 포기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다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황원 깊숙한 곳의 부서진 공간을 바라보며 답했다.

“절세의 신통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나 수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만다라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난 내 본체를 되찾기 위해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려는 거야.”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옆에 서 있는 만다라를 쳐다봤다.

“그럼 지금은 본체가 아니란 말이야?”

본체가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까지 또렷하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영체는 아닌 것 같은데…….

“본체가 뭐야?”

“난 천제께서 생전에 키우시던 한 송이 꽃이야.”

만다라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난 천제께서 생전에 키우시던 한 송이 꽃이야.”

목진은 만다라의 말에 표정이 확 굳어졌고 속도 발칵 뒤집혔다.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만다라를 바라봤다. 목진은 만다라가 상고의 천궁에 대해 잘 아는 것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녀가 천제께서 키우시던 꽃일 줄은 몰랐다.

그 꽃은 분명 평범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놀라워?”

만다라는 가볍게 웃더니 저 멀리 공간 균열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오래된 전각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난 기억도 억제되었었는데 상고의 천궁과 가까워질수록 풀리더니 지금은 기억이 전부 돌아왔어.”

“그럼 본체는 도대체 뭐야?”

목진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더니 침을 꼴깍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만다라는 의미심장하게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도 잘 아는 꽃이야. 내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아?”

스읍.

목진은 소름이 쫙 끼쳤다.

“설…… 설마 본체가 상고의 만다라 꽃이야?”

대천세계에 만다라 꽃이란 신화가 존재하는데 타고난 지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잘만 성장하면 엄청난 신수 못지않은 실력자로 거듭날 것이다.

다만, 신화는 너무 희소하고 일단 모습을 드러내면 정예 세력들이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곤 했다. 신화를 가져가 배양하면 천지존급 존재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그제야 만다라가 첫 만남에 왜 자신을 그리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는지 알 것 같았다. 목진의 체내에 깃든 신비로운 종이에 대일불멸신의 수련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상고의 만다라 꽃으로 이뤄진 신문 낙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문만 아니었으면 목진은 이미 구유한테 육신을 빼앗겼을 것이다.

이리 보면 목진은 만다라 꽃과 제법 인연이 있었다.

“지금의 난 본체의 작은 꽃봉오리에서 떨어져나온 존재로 영체가 아니라 실존해.”

만다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것이 바로 상고의 만다라 꽃의 특징이지. 완전한 파멸만 아니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어.”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이런 수단은 아마 대원만급 지지존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분신의 실력이 무려 상위 지지존이라면 본체는 얼마나 강했어?”

목진은 바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질문을 던졌다. 인간 강자였다면 분신에게 상위 지지존의 실력을 부여하려면 본체는 아마 천지존에 이르렀어야 할 것이다.

그럼 만다라의 본체도 천지존이란 말인가?

만다라는 목진의 속내를 꿰뚫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내 본체는 상태가 제일 좋을 때에도 지지존 대원만급일 뿐이었어.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실력도 줄어들었겠지? 대신, 난 지금껏 수련을 열심히 했으니 실력을 유지하는 것쯤은 문제없을 거야.”

“지지존 대원만급이란 말인가…….”

목진은 이내 감탄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했다. 천라대륙에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본체에서 막 떨어져나왔을 때, 난 너무 쇠약한 데다가 체내의 저주 때문에 실력이 기껏해야 5, 6급 지존경에 이르렀어. 네가 아니었으면 난 지금도 수면 상태를 유지하며 저주를 억제했을 거야. 그리고 상위 지지존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했겠지. 상위 지지존에 이르지 못했다면 상고의 천궁이 나타나도 감히 오지 못했을 거야.”

만다라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괜히 머쓱해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체내의 만다라 꽃이 만다라한테 이렇게 큰 도움이 되었을 줄 몰랐다.

“그런데 상위 지지존에 이르지 않았으면 왜 여기 못 온다고 한 거야?”

“내 천적을 벌써 잊었어?”

목진은 만다라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성마족의 육원 때문에 그러는 거야?”

하긴, 육원은 상위 지지존이라 만다라의 실력이 그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녀석을 상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녀석은 정체가 뭐야?”

목진이 정색하며 물었다. 만다라의 말대로라면 그녀와 육원은 상고의 천궁 출신인데 왜 사이가 나쁜 걸까? 그리고 육원은 왜 만다라한테 그렇게 무서운 저주를 내린 걸까?

이에 만다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

“녀석은 상고의 혈고(血蛟)이면서 천제의 탈것이야.”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원이 천제의 탈것이라니?

그런데 천제께서 가꾸신 만다라 꽃과 탈것이 왜 사이가 이렇게까지 틀어진 걸까?

만다라와 육원은 같은 상고의 천궁 출신인데 말이다.

“천제께서 역외족의 마제와 싸우다가 결국 천제릉원을 닫고 상고의 천궁 전체가 파멸의 난을 겪었어. 그런데 난 그때의 기억은 전혀 없어.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상고의 천궁은 이미 멸망했고 나와 육원만 살아남았어.”

“그래서 함께 상고의 천궁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육원이 갑자기 나한테 저주를 걸었어. 난 가지를 절단하고 자신을 봉인한 뒤, 분신으로 겨우 빠져나왔지.”

“왜 그랬을까?”

목진이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에 만다라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상고의 천궁 전주들이 사망하고 천궁의 계승 보물이 상당히 많이 남았는데 그중, 천제의 계승을 얻으면 천지존에 이를 수도 있어. 녀석은 아마 천궁의 계승을 독차지하려 했을 거야.”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궁의 계승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만다라에게 그런 만행을 저지를 법도 하단 생각이 들었다. 육원은 참 야심만만한 사람이었다.

“이번에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면 네 본체를 찾아줄게.”

목진은 만다라가 분신이든 본체든 상관없었다. 대신, 그녀를 도와 본체를 되찾아 실력을 회복하면 목진한테도 상당히 유리할 것이다.

이에 만다라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목진의 답변에 그리 놀라지 않은 듯했다. 여태껏 목진을 상대해온 만다라는 그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한테 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참, 이 물건이 뭔지 알아?”

목진은 갑자기 경매장에서 획득한 신비로운 영패가 생각나 만다라한테 건넸다.

물건을 건네받은 만다라는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한참 생각하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흠칫했다.

“이게 뭔지 알아?”

목진도 흠칫하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런데 만다라는 아무 말 없이 영패를 한참 쳐다보더니 괴상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도대체 어디서 얻은 물건이야?”

“이 물건 때문에 난 대하 황조의 하홍과 원한을 맺었어.”

“잘했어.”

만다라는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넌 운이 왜 이렇게까지 좋은 거야?”

“도대체 뭔데 그래?”

목진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이건 아마 병부일 거야.”

만다라는 영패를 한참 만지작거리더니 천천히 답했다.

“병부?”

목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정확히 말하면 두 번째 전주 휘하의 도령위(屠靈衛)의 병부일 거야. 도령위는 두 번째 전주 휘하의 최정예 부대로 지지존을 죽인 적도 있어.”

“도령위? 지지존을 죽여?”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영패에서 느꼈던 은은하고도 익숙한 특이한 파동은 바로 전의의 파동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도령위가 아무리 강해도 만 년도 넘게 지났으니 지금쯤 잿더미가 되었을 텐데 병부가 있어도 무슨 소용일까?

그때 목진의 표정을 읽은 만다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상고의 천궁 소속 군대는 수련법이 특이하여 일부 전사들은 사망한 후, 영력이 육신에 스며들어 지능이 없는 꼭두각시가 된다고 들었어. 그리고 그들은 병부에 의해서만 움직이는데 두 번째 전주의 도령위가 그런 존재일 수도 있어.”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만다라의 말을 듣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전주의 궁전에 들어가면 꼭 도령위가 있는지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진이 도령위를 장악하면 상고의 천궁에서 진정한 지지존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목진은 점차 의지가 불타올랐다.

“언제쯤 들어갈 수 있어?”

이에 만다라는 고개를 들고 부서진 공간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닷새 뒤, 난 너희를 상고의 천궁에 들여보낼 거야.”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부서진 공간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오래된 전각을 바라봤다.

오랜 기다림 끝에 목진은 드디어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게 되었다.

극서의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떠들썩해졌고 북계 연맹이 자리를 잡은 지역에도 세력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만다라 등을 보더니 알아서 피해갔다. 지금 상황에서 분쟁을 일으켜봐야 좋을 것 하나 없었다.

이렇게 닷새가 훌쩍 지나갔다.

마지막 날의 해가 떠오르자 눈을 감고 수련하던 목진도 서서히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저 멀리 부서진 공간을 쳐다봤다.

그곳 공간은 여전히 난폭했는데 점차 사그라드는 것이 확연히 보였고 요동치던 공간 균열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멀리서 보면 누군가 몰래 부서진 공간을 복구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저건 천지가 알아서 부서진 공간을 복구하는 거야.”

만다라가 목진 뒤쪽에 놓인 청석 위에 서서 말했다. 광풍이 일어 그녀의 옷깃이 미친 듯이 휘날렸고 그녀는 바람의 힘에 못 이겨 곧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목진은 잘 알고 있었다. 만다라의 왜소한 몸에 얼마나 무서운 힘이 깃들었는지를.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쓰윽 훑었다. 그는 그제야 극서의 땅을 중심으로 소름 끼칠 정도로 강대한 영력 파동이 퍼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위력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는데, 그건 아마 정예 세력 주인들이 내뿜은 영력 파동일 것이다. 저들도 부서진 공간을 호시탐탐 노리며 최적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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