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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02화 (701/1,000)

702화. 공간 암투

한편, 북계 사람들은 부서진 공간의 파동이 잠잠해진 것을 발견하고 이내 화색이 되었다.

“우리가 나설 차례가 된 것 같군.”

누군가의 말소리에 목진이 뒤쪽을 힐끗 보니 다름 아닌 천현전의 전주, 유천도였다.

목진은 천현전과 원한 관계가 상당했고 유명과 유염도 그와 싸우다 중상을 입었었다. 그러나 대라천역이 강대해지자 천현전도 더는 전과 같지 않아 만다라와 목진을 대하는 태도도 확 달라졌다.

또 극서의 땅에는 천라대륙의 정예급 강자가 한가득 모였는데 하위 지지존의 실력은 상당히 평범했다. 상위 지지존인 만다라가 없었다면 북계 연맹은 지금 이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쫓겨났을 것이다.

그때 유천도도 목진의 눈빛을 느끼고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시선을 피했다.

“상고 천궁의 상황은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더는 말하지 않겠네. 이번에 우리는 협력해 공간 통로를 만들어 휘하의 사람들을 들여보낼 것이네.”

만다라는 주위를 쓰윽 훑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공간 통로에는 너무 많은 수의 사람은 들일 수 없으니 대라천역에서는 세 명만 보낼 것이네.”

북계 연맹에는 다섯 세력이 있는데 그들은 많아 봐야 열 사람 정도만 들여보낼 수 있었다. 하여 대라천역에서 세 사람을 들여보내는 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유천도 등은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만다라의 실력이면 사실 더 많은 사람을 들여보낼 수도 있었다.

“목진, 구유, 임정. 난 너희 셋을 들여보낼 것이다.”

만다라가 목진 등을 바라보며 한 말에 유천도 등은 흠칫 놀랐다. 대라천역의 실력 최강자는 수황인데 만다라는 왜 그를 내세우지 않는 걸까?

목진과 구유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임정은 또 누구란 말인가?

“나도요? 고마워요, 역주님!”

목진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임정도 흠칫하더니 금세 정신을 차리고 커다란 눈을 끔벅이며 만다라를 바라봤다.

“내가 아니어도 넌 상고의 천궁에 들어갈 수 있을 테지만 이번 기회에 연을 쌓으면 좋지 않을까?”

만다라는 속내를 시원하게 드러냈다.

비록 임정의 실력은 지지존에 이르지 않았지만 만다라는 상고 천궁 밖의 난폭한 공간은 절대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임정은 배시시 웃으며 만다라의 말을 피해갔다.

이와 동시에, 천현전, 유명궁 등 세력들도 결정을 마쳤는데 전부 휘하의 장로들로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들이었다.

그중, 최강 실력자는 천현전의 장로로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다.

“9급 지존경이라니!”

목진도 조금 놀랐다. 천현전은 최근 상고의 천궁을 위해 실력이 막강한 강자를 영입했다.

“저 사람은 현명지존(玄冥至尊)으로 북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강자인데 혼자 다니길 좋아하고 오만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야. 천현전에서 저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들었어.”

구유가 옆에서 나지막하게 한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면 너희는 서로의 벗이니 누군가 위험해지면 나서 도와주길 바란다. 이런 곳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성과를 이루기 어려울 거란다.”

만다라가 한 말에 목진 등은 숙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현명지존이 목진 등을 쓰윽 훑더니 입을 열었다.

“대라 역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후배들을 챙길게요.”

현명지존의 오만한 태도에 사람들은 몰래 투덜거렸다. 그는 나이만 믿고 우쭐거리는 것 같았다.

목진과 구유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었지만 별다른 소리는 하지 않았다. 현명지존은 오만하긴 하지만 좋은 뜻으로 한 말이라 굳이 따질 필요가 없었다.

그 광경에 만다라는 가볍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비가 끝났으면 이만 떠나자꾸나.”

“갑시다.”

말을 마친 만다라는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라 극서의 땅에서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유천도 등도 바로 뒤따랐다. 목진, 구유, 임정, 현명지존 등 상고의 천궁에 들어갈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이와 동시에, 극서의 땅의 외곽 지역에서도 웅장한 영력 파동이 솟구쳐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각 정예 세력의 주인들도 덩달아 나선 모양이었다.

슉!

목진 등은 만다라를 따라 극서의 땅으로 진입했는데 깊숙이 들어갈수록 부서진 공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실하게 느껴졌다. 숨 막힐 정도로 무서운 공간 돌풍의 여파에 체내의 영력마저 몸에서 빠져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힘이 이렇게 난폭하다니…….”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여파마저 위력이 이렇게까지 강하니 그 속에 빠졌다면 육신과 영력은 바로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부서진 공간에는 검은색 공간 균열이 쭉 뻗어 있었고 그 속에서 전해진 공간 파동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놀라웠다.

잠시 후, 만다라 등은 공간 균열에서 수만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내려앉아 웅장한 영력으로 뒤쪽에 서 있는 목진 등까지 감싸 공간 돌풍을 차단했다.

목진 등은 거대하기 그지없는 공간 균열의 앞쪽에 서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을 관찰했다. 자세히 보니 어둠 속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전각이 어렴풋이 보였고 전각에서 신비로운 기운을 방출했다.

여기가 바로 상고의 천궁 입구였다.

그때 만다라는 돌아서서 하위 지지존들과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나섰는데 실체 같은 영력의 빛기둥을 체내에서 내뿜어 공간 돌풍으로 인해 찢긴 검은색 균열을 공격했다.

쿠쿵!

잇따라 엄청난 소리가 들려오며 천지가 파르르 떨렸고, 무궁무진한 영력의 빛기둥으로 인해 공간 돌풍에 십수 장 정도 되는 균열이 일었다.

목진은 반으로 갈라진 공간 돌풍을 보더니 입이 떡 벌어졌다. 역시 지지존은 남달랐다. 그 웅장한 영력은 9급 지존경과 천지 차이였다.

“지금이야!”

만다라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수많은 영력의 빛기둥이 솟구쳤고 저 멀리 어딘가의 공간 돌풍에도 균열이 생겼다.

천라대륙의 정예 세력들도 만다라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 강제로 공간을 찢어 최대한 많은 사람을 천궁에 들여보내려 했다.

상고의 천궁에는 곧 상당히 치열하고 잔혹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켰는데 눈빛이 금세 날카로워졌다.

“갑시다.”

목진은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공간 돌풍 속 균열로 향했고 구유, 임정 등은 바로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신속하게 만다라 등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공간 균열에 들어간 목진은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공간 균열에 들어간 목진 일행은 무궁무진한 어둠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는데 난폭하기 그지없는 공간 파동에 공간 통로가 부서질 것 같았다.

그들은 순간 불안함을 느꼈다. 이러다 공간 통로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그들은 천궁에 들어가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만다라 등 지지존들이 협력해 만든 통로는 상당히 튼튼했다. 보기와 달리 통로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고, 목진 등은 통로를 따라 빠르게 전진했다.

가는 길에 가끔 공간 균열이 생겼는데 목진 등은 그 사이로 오래된 대지와 하늘을 발견했다.

그곳에 오래된 구역이 봉인된 것 같았다.

“다들 조심하게.”

“나 혼자서 모두를 보호하기 힘드니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면 내 뒤에 바짝 붙게.”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현전의 현명 지존의 오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목진을 힐끗 쳐다봤는데 꼭 이곳에서 자신이 수령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현명 지존의 말에 조금 언짢았지만, 그가 무리 중 최강이라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반면, 목진은 북계의 유명인사이긴 했지만 실력이 반보 9급 지존경일 뿐이라 현명 지존과 어느 정도 실력 차이가 있었다.

이에 무리 중 일부는 현명 지존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 모습에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수령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데 노인네가 괜한 짓을 한다는 생각에 구유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이만 믿고 행동하는 사람과는 따져봐야 입만 아프다. 그에게 목진과 구유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목진은 그런 사람 때문에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일단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면 기회를 봐서 구유와 임정을 데리고 저들과 갈라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현명지존은 목진의 생각도 모르고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 흐뭇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공간 통로를 따라 빠르게 전진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목진이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주위의 공간 파동이 점차 격렬해지며 그들이 지나온 것과 비슷한 공간 통로가 나타났다.

이를 따라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는데 보아하니 그들은 상고의 천궁에 들어온 다른 세력 사람들이었다.

엇갈린 공간 통로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서로를 보고 잔뜩 경계하다가 서로 멀어져서야 긴장을 풀었다. 목진도 다른 세력 사람들을 보내고 조금이나마 시름을 놓았는데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쳤다.

그때 지극히 위험한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어 오른쪽을 보자 그곳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또 다른 공간 통로가 나타났고 그곳에 사람 십수 명이 서 있었다.

그중에는 낯익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대하 황조의 4황자인 하홍이었다!

녀석은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한쪽 팔을 잃어 안색이 창백해진 채 서 있었다. 그는 목진을 발견하자마자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녀석은 옆에 서 있는 누군가와 수군거렸고 목진은 눈길을 돌리다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방은 황금색 도포를 입은 사내로 훤칠하게 생긴 데다가 자태가 남다른 것이 상위자의 기품이 흘러넘쳤다.

하홍도 제법 괜찮은 천재인데 그 사람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목진은 바로 그 황금색 도포를 입은 사내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던 것이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직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대하 황조 사람들을 마주치다니! 더구나 황금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강자방 4위인 대하 황조의 태자 하우일 것이다.

한편, 하우는 하홍의 말을 다 듣고는 아무렇지 않게 목진을 쳐다봤는데 꼭 고귀한 제왕이 신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녀석은 목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바로 눈길을 거두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잇따라 대하 황조 무리에서 노인 세 명이 나왔는데 체내에서 발하는 강력한 영력 파동으로 보아 모두 9급 지존경 정상인 듯했다. 그들은 현명 지존 못지않은 실력자들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나서며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쿠쿵!

웅장한 영력이 만 장 크기의 파도를 이뤄 목진 등에게 향했다. 그들은 목진 일행의 공간 통로를 부수려 했다.

“젠장!”

“저런 미친놈!”

북계 연맹 강자들은 순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외쳤다. 상대방이 여기서 바로 싸움을 벌일 줄은 몰랐다. 현명 지존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빠르게 결인했는데 하늘색 영력이 미친 듯이 휘몰아쳐 거대하기 그지없는 영력 방패를 만들어 공간 통로를 감쌌다.

일반 9급 지존급 영력은 공간 통로에서 벗어나면 바로 외부의 난폭한 공간 돌풍으로 인해 사라지기 때문에 현재, 북계 연맹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은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현명지존 한 사람뿐이었다.

쿵!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세 강자의 강력한 공격이 얼음 방패를 때리자 난폭한 충격이 휘몰아쳐 얼음 부스러기가 사방에 튀었고 방패에 균열이 일더니 바로 부서졌다.

그 광경에 현명지존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혼자서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사람을 세 명이나 상대하는 건 버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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