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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03화 (702/1,000)

703화. 등용문(登龍門)

공격의 여파에 공간 통로가 흔들리자 북계 연맹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공간 통로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은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나서 옷깃을 휘날리자 수많은 영인이 정령처럼 날아올라 공간 통로 밖 공간에 스며들었고 영인의 파동과 함께 신속하게 영진을 이뤘다.

목진은 하우와 하홍 등을 발견하자마자 몰래 영인을 모았는데 지금이 그것을 사용할 때였다.

퍽! 퍽!

목진이 친 영진의 등급은 높지는 않지만, 그 수가 상당히 많았고 방어용 영진이라 한꺼번에 사용하면 방어력이 엄청났다.

하여 공격 여파로 인한 충격은 영진을 십수 개 정도 부수고 힘이 닳아 사라졌다.

후우.

북계 연맹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하 황조 강자들이 실패하자 하우는 그제야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들고 목진을 다시 살폈다. 그는 반보 9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소년이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 세 명의 공격 여파를 무리 없이 받아낼 줄 몰랐다.

“영진사란 말인가?”

그는 상냥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자넨 정말 놀라운 사람인 것 같군. 언젠가 상고의 천궁에서 만나게 되면 한 번 힘을 겨뤄보지.”

하우는 친구와 소꿉장난을 하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꼭 일전의 지독한 공격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목진은 하우가 하홍보다 훨씬 위험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홍이 살벌한 늑대라면 하우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독사로 싸움이 벌어지면 분명 치명적일 거라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마친 하우는 대결이 흐지부지 끝나 아쉬워하는 나머지 일행들을 데리고 공간 통로를 지나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공간 통로가 엇갈리는 시간은 아주 짧았기에 하우는 그냥 떠나기로 했다.

북계 연맹 사람들은 멀어져가는 하우 등을 쳐다보며 몰래 욕설을 퍼붓고는 목진한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현명지존이 아니었으면 난 절대 공격 여파를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공로를 현명지존에게 돌렸다.

이에 현명지존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는 혈기왕성한 목진이 공로를 독차지하려 하지 않아 흠칫 놀랐다.

“북계의 젊은이들이 이렇게까지 훌륭하다니, 참으로 놀랍군.”

현명지존은 훨씬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비록 상대방의 공격을 대부분 막아냈으나 여파의 힘도 상당해 자신이 전력을 다해 나선다고 해도 무리 없이 막아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미리 수많은 영진을 준비해 이를 막아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웃었다. 그는 비록 천현전과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배를 탄 사람들이었다. 굳이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었다.

“곧 도착이네.”

목진은 앞쪽 공간 통로 주위의 공간 파동이 평온해지며 하얀색 광권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공간 통로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면 다들 조심하게.”

목진의 말에 다들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 등이 경계 태세를 취하며 공간 통로를 지나 끝자락의 하얀색 광권을 넘자 어둠이 빠르게 가셨고 다들 눈을 비스듬히 뜬 채 급변한 환경에 적응했다.

잠시 후, 목진 등은 산 정상에 내려앉았는데 주위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오래된 기운이 물씬 풍겼다.

목진은 오래된 장소를 쓰윽 훑고는 괜히 마음이 벅차올랐다.

드디어 상고의 천궁에 들어왔단 말인가?

오래된 지역은 망황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하늘은 어두웠으며 공간은 여전히 불안정해 공간 균열이 생기곤 했다.

목진 등은 산맥 정상에 서서 천라대륙의 수많은 강자가 호시탐탐 노리던 오래된 공간을 살폈다.

산맥 주위는 광활한 대지였다. 멀리서 산맥들이 우뚝 솟아올랐으며 그 위에 오래된 전각이 있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더 멀리 보면 하늘에 돌섬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전부 황량한 기운을 내뿜는 것으로 보아 방치된 지 오래된 모양이었다.

목진은 황량한 공간을 바라보며 냄새를 맡고는 이내 정색하며 구유, 임정 등을 바라봤다. 그들은 이곳 공간에 남아있는 기운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압박감을 느꼈다.

그 기운은 상당히 희박해 발견하기 어렵지만 목진 등은 여전히 위압감이 느껴졌다.

원고 시기, 이곳에서 실력이 뛰어난 강자들이 생활했음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천지를 뒤흔들 수 있었고 만 년도 넘게 지난 오늘까지 기운이 사라지지 않아 압력을 형성했다.

“역시 상고의 천궁은 남다르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현명지존을 바라봤다.

“여러분, 내 생각엔 여긴 상고 천궁의 변두리 같은데 어딜 먼저 가면 좋겠나? 만약 뾰족한 수가 없다면 일단 내키는 대로 가보는 것이 어떻겠나?”

현명지존은 상고 천궁에 대한 정보가 아주 적었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라 목진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헛기침하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사람들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더니 저 멀리 산 정상에 있는 전각으로 향했고 북계 연맹 사람들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목진 등은 비행을 하며 아래쪽을 쳐다봤는데 대지에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균열이 나 있었고, 그건 절대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치열한 대전을 거쳐 생긴 것으로 원고 시기, 여기서 엄청난 전쟁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었다.

지면에 가끔 오래된 도성의 유적이 보이곤 했는데 깔끔하게 부서져 목진 등은 굳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러다 반 시진 정도가 지나 목진 등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이곳에 온 사람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다른 세력들이었는데 아직 이곳의 상황을 모르는 터라 아무도 감히 나서려 하지 않았고 멀리 떨어진 채 주위를 살폈다.

하여 목진도 다른 세력에서 눈길을 거두고 앞쪽 대전 폐허를 쳐다봤다. 대전 밖에는 시체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널브러져 있었는데 꼭 하늘에서 무서운 무언가를 본 듯 두려움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상고의 천궁 외곽의 방어벽일 것이네.”

목진도 멈춰 서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다. 역외사족은 아마 이곳을 기점으로 상고의 천궁과 천라대륙을 공격했을 것이다. 이에 상고의 천궁 외곽 방어벽은 순식간에 부서졌을 것이고 수비들도 도망갈 시간도 없이 즉사했을 것이다.

하늘을 한동안 쳐다보던 목진은 쭈그리고 앉아 시신들을 살폈는데 손바닥에서 빛을 발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손가락을 폈더니 동패가 보였다.

“청랑패(青狼牌)?”

동패에는 천궁처럼 생긴 오래된 무늬가 새겨진 동패에 푸른색 늑대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목진이 동패를 손에 넣자마자 갑자기 가루가 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흠칫 놀란 목진은 다른 시체를 살폈는데 그들도 동패를 쥐고 있었고 전부 하얀색 늑대가 새겨져 있었다.

“동패는 신분이나 등급을 상징하는 물건인 것 같아.”

옆에 서 있던 구유의 말에 목진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들로만 봐도 청랑패 소유자의 생전 실력이 더 강하고 백랑패(白狼牌) 소유자들의 실력은 못 하단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관한 정보는 별로 없었고, 다들 주위를 자세히 살피더니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은 실망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멀리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군.”

목진의 시선이 닿은 곳은 첩첩산중으로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오래된 전각이 보였다.

“이만 갑시다.”

목진은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영력 파동을 느꼈다.

수많은 산맥을 지난 목진 일행은 드디어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돌섬을 발견했다.

상고의 천궁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슉!

그런데 앞으로 나아가려는 찰나, 목진은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쳐 바로 자리에 멈춰 섰다.

“멈추게!”

이에 구유, 임정 등은 바로 멈춰 섰고 9급 지존급 강자 한 명만 차마 멈춰 서지 못하고 뛰어들었다.

퍽!

목진이 잽싸게 손을 뻗어 녀석의 팔을 잡고 강제로 끌어당기자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는 몸이 확 굳어졌다.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코앞을 쳐다봤는데 허무한 공간에 영력 광선들이 얽히고설켜 주위에 가득 쌓인 것이 보였다.

잘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광선들을 발견하자 사람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영력 광선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잇따라 목진이 9급 지존을 끌어내고 조용히 서 있다가 장창을 내던지자 장창은 광선에 닿자마자 여러 마디로 잘리더니 수많은 광점이 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장창은 중품 신기로 상당히 단단했는데 이렇게 쉽게 부서지다니, 사람이었다면 아마 9급 지존경도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서워…….”

임정이 놀란 듯 말했다.

목진 덕분에 살아남은 9급 지존은 식은땀을 흘리며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그는 장창처럼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고 지존해마저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영진이네.”

목진은 허무한 공간에 분포된 영력 광선들을 바라보더니 흠칫 놀라 말했다.

그는 영력 광선들에서 익숙한 파동을 느꼈고 그 파동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강력했다.

이건 적어도 종사급 영진이라 지지존이 와도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

“어떡하면 좋겠나?”

현명지존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물었다. 목진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여기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입구부터 찾읍시다.”

목진은 바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영진은 상고의 천궁에서 외곽에 친 호위 영진이라 제자들을 위한 통로가 있을 것이다.

이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살폈다. 영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 입구를 찾지 못하면 절대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목진 등은 조심스럽게 영진의 주위를 자세히 살폈는데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향했다.

잇따라 처량한 비명이 들렸고 일부 강자들은 영진에 부딪쳐 육신이 폭발했다. 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이로 인해 그 구역은 혼잡해졌지만 이상한 낌새를 발견한 사람들은 황급히 물러났다. 그들은 감히 영진에 뛰어들지 않고 목진 등처럼 입구를 찾아 나섰다.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목진 등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신속하게 거대한 암석으로 다가갔다. 목진 등처럼 눈치가 빠른 다른 세력의 강자들도 바로 낌새를 알아채고 움직였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이 구역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주위를 살피던 목진은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히 놀라운 영력 파동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그들은 하홍 못지않은 강자들이었다.

현재 그곳에는 강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목진은 생각하며 앞쪽 산맥을 바라봤는데 그곳에 거대하기 그지없는 오래된 석문이 있었고 표면에 오묘한 부적이 가득 새겨졌으며 위쪽에 오래된 글 석 자가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저건…….”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석문에 새겨진 오래된 글을 쳐다봤다.

등용문이라…….

“등용문?”

“그게 뭔가?”

“등용문을 통과해야 상고의 천궁에 들어갈 수 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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