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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05화 (704/1,000)

705화. 금교(金蛟) 제자

크으으으!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목진의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이 발하더니 진정한 용의 발로 뒤덮인 주먹을 휘둘렀다.

쿠쿵!

목진의 주먹과 영충이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의 대지가 주저앉았다.

그 충격파에 영충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멀리 튕겨 나갔다.

그 광경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경음의 영충은 9급 지존경에 이르는 힘을 지녔는데 목진은 손쉽게 녀석을 내쳤다.

이에 사람들은 더는 전처럼 목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가 하홍과의 대결에서 이긴 것은 절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흥미롭군.”

상황을 살피던 소경음은 가볍게 웃으며 중얼거리더니 육신이 얼음으로 뒤덮인 영충을 소환했다. 그리고 녀석은 음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다시 목진을 공격했다.

이번 영충은 지난번 녀석보다 상대하기 더 어려웠다.

활활!

그런데 그때, 갑자기 수정 같은 화염이 휘몰아쳐 영충을 감싸자 한기 가득한 녀석은 미친 듯이 아우성치며 물러나더니 더는 나서지 않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다니,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목진의 옆에 서 있던 구유가 수정 같은 화염을 손에 머금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소경음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녀는 소경음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 것 같았다. 소경음의 뒷배가 아무리 만충노조라고 하지만 구유족을 등에 업은 구유 역시 전혀 두렵지 않았다.

“허허.”

그런데 소경음은 구유의 말에 전혀 화를 내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다시 옷깃을 휘둘렀는데 무서운 살기와 함께 선홍색 영충이 나타났다.

오공처럼 발이 천 개나 되는 영충은 숨을 쉴 때마다 웅장한 영력을 내뿜어 돌풍을 이뤘다.

“저건 혈오공(血蜈蚣)으로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들도 골치 아파하는 녀석이라고 들었네.”

선홍색 영충의 출현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쿵!

그런데 혈오공은 여전한 기세로 빠르게 구유에게 향했다.

목진은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소경음에 안색이 확 어두워져 신속하게 영인을 그렸다.

소경음 정도의 상대를 물리치려면 영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옆에 서 있던 임정이 배시시 웃으며 나서서 혈오공을 바라보더니 옷깃을 휘날렸다.

순간, 한 줄기 흑광이 솟구치더니 폭등해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로 변했다. 그는 다름 아닌 임정 수중의 빙령우였다.

슉!

빙령우는 나타나자마자 검을 휘둘렀는데 도천의 한기가 휘몰아쳐 주위의 온도가 확 떨어졌다.

소경음은 빙령우의 출현에 드디어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빙령우의 무서운 한기가 깃든 공격에 혈오공은 처량하게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도망갔는데 웅장했던 영력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이에 소경음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황급히 혈오공을 거뒀다.

“히히, 난 언니 영충에 관심이 있는데 가진 아이들을 전부 풀어서 나한테 보여주면 안 될까요?”

임정이 생긋 웃으며 소경음을 바라봤다.

그녀는 정말 소경음의 다른 영충들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임정을 바라봤다. 아무도 어여쁜 소녀한테 이토록 엄청난 필살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들은 빙령우한테서 엄청난 위협감을 느꼈다.

소경음 역시 임정의 앞쪽에 서 있는 빙령우를 보더니 표정이 확 굳었다. 그녀는 빙령우가 9급 원만급 실력자 못지않은 무서운 전투력을 지녔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소경음이 최강 필살기를 선보이지 않고서는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다.

“저 계집은 누구지?”

소경음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리더니 다시 활짝 웃으며 영충들을 전부 거둔 뒤,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일전엔 내가 실수했으니 용서하게.”

목진 일행이 예상 밖으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발견한 소경음은 그들과 적이 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웃고 넘겼다.

그는 비록 소경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를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정한 거리를 두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양쪽 반응에 실망한 눈치였다. 다들 등용문 밖에서 엄청난 대결을 구경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목진 등은 소경음에게 영충을 거두게 하는 것으로 대결이 끝났다.

이에 다들 목진 등을 힐끗거리다가 다시 거대한 등용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졌고 누군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드디어 나섰다. 목진 등은 바로 주의를 기울였다.

웅장한 대지에 덩그러니 놓인 거대하고 오래된 석문은 이 세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존재한 듯했다. 석문 밖에는 천라대륙 각 세력의 강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오래된 석문은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로 시험에 통과해야 상고의 천궁 제자가 되어 자격을 갖출 것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누군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나섰다.

“하하, 다들 너무 신중한 것 같은데 등용문은 반산종(搬山宗)에서 먼저 들어가겠네!”

그때 누군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고, 한 무리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등용문으로 향했다.

목진도 바로 고개를 들었는데 나선 사람들은 전부 회색 도포를 입었고 우두머리는 튼실해 보이는 사내로 피부 표면에 회색 광문이 아른거리는 것이 몸이 무서울 정도로 묵직해 보였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산 한 채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반산종의 임걸(林傑)은 9급 지존으로 강자방 28위를 기록한 강자였다.”

목진은 녀석을 보자마자 그에 관한 정보가 떠올랐다.

임걸은 결코 무명인사가 아니었고 이 정도 순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천라대륙에서의 지위가 충분히 설명되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임걸의 출현에 다들 이목을 몰렸을 텐데 이곳에 모인 천재들이 너무 많아 임걸은 오히려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그 역시 절대 평범한 존재는 아니었다.

한편, 임걸은 거대하고 오래된 석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한 갈래 빛줄기로 변해 돌진했다.

슉!

임걸은 사람들의 주시 하에 등용문 바로 앞에 나타났는데 등용문이 갑자기 빛을 발하자 녀석은 순식간에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졌고 목이 빠지라 임걸이 다시 나타나기만 기다렸는데 오래된 석문은 다시 조용해졌다.

잠시 후,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오래된 석문에서 미세한 파동이 일더니 눈부신 빛과 함께 신비로운 부적이 끊임없이 요동쳤다.

끼익!

그러다 꼭 닫혔던 석문이 비스듬히 열리자 한 줄기 빛을 내뿜으며 모양새가 한껏 초라해진 임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잇따라 한 갈래 빛이 그 앞에 모이더니 수수한 영패로 변했다.

슉!

이에 다들 두 눈을 부릅뜨고 영패를 쳐다봤고 목진도 바로 눈길을 돌렸는데 영패에 커다란 청색 매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다.

“청응패네!”

누군가 바로 영패에 새겨진 글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자 다들 적잖게 놀랐다. 임걸은 무려 강자방 30위권에 든 사람인데 겨우 청응패 제자였다.

“상고 천궁의 평가가 너무 각박한 것 아닌가?”

누군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말했다. 임걸 정도면 천라대륙의 어느 정예 세력에서든 핵심 인물이 될 자격이 있었고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도 남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그보다 실력이 못한 사람은 기껏해야 랑패 제자의 신분을 획득할 것이다.

이건 상고의 천궁 최하층이었다.

“용패 제자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군.”

목진도 한껏 정색한 채 구유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용패 제자는 물론이고 교패도 얻기 쉽지 않을 거야. 상고의 천궁은 역시 한때 천라대륙을 일통한 패주답네.”

구유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리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보통 천재는 상고의 천궁에서 수수한 편이라 진정한 정예급 강자라야 비로소 등용문의 이름답게 단번에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정작 임걸은 눈앞에 나타난 청응패를 보더니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그는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등용문의 시험이 그리 어려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한숨만 나왔다.

임걸이 손을 내밀어 청응패를 쥐자 영패에서 청광을 발하며 그를 감쌌고 앞쪽의 얽히고설킨 영력 광선들이 사라지며 임걸이 들어가도록 길을 터줬다.

“들어갔네?”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역시 신분 영패를 획득하면 영진을 건널 수 있었다.

임걸이 사라진 상황에 비춰보면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허상이나 다름없었고 영진을 통과해야 진정한 상고의 천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들끓었고 각 세력 강자들도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슉!

임걸을 뒤따랐던 반산종 강자들도 바로 등용문으로 들어갔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쫓겨났고 전부 청랑패를 획득했다.

그들은 역시나 임걸보다 못했다.

이에 반산종 강자들은 쓸쓸하게 웃더니 청랑패에서 발하는 청광을 빌려 영진을 지나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슉! 슉!

반산종 사람들이 전부 영진을 지나가자 사람들은 완전히 시름을 놓고 하나둘씩 등용문으로 향했다.

위잉.

하여 등용문은 부단히 빛을 발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을 전부 빨아들였다.

이렇게 등용문은 부단히 사람을 빨아들이고 내뱉었으며 백광, 청광, 심지어 금광이 주위에서 빛을 발했다.

정작 목진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상황만 살폈는데 지금껏 나타난 영패 중 최고급은 금응패였고 그 주인은 강자방 21위로 목진 바로 뒷자리의 주인이었다.

“이대로라면 난 기껏해야 금응 제자의 신분밖에 얻지 못하겠군.”

목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피식 웃었다.

“쳇, 약한 소리 하시네.”

구유는 목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목진이 얼마나 많은 필살기를 숨겼는지 잘 아는 구유는 그가 절대 금응패 밖에 얻지 못할 거라 여기지 않았다. 목진은 9급 지존은 물론이고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도 정면 상대할 여력을 지니고 있었다.

“대단한 분이 나섰군.”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살피던 임정이 갑자기 입을 열자 목진과 구유는 바로 고개를 돌렸는데 강자방 17위인 유회, 16위인 왕통현과 5위인 진경칩이 동시에 등용문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드디어 참을성이 다한 모양이었다. 강자방 20위권이 움직이자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슉!

세 사람이 동시에 등용문 앞에서 사라지자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 결과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다들 그 광경에 흠칫 놀랐다. 이대로라면 금응패의 최고 기록은 곧 깨질 것이다.

위잉!

그때 조용해졌던 등용문이 다시 열리며 굵직한 빛줄기를 내뿜었고 그 속에서 진경칩 등이 나왔다.

잇따라 그들 앞쪽에 세 개의 영패가 나타났는데 그 정체를 확인하고는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그중에서 유회의 앞쪽에 나타난 수수한 영패에는 하얀색 교룡이 강력한 파동을 내뿜은 채 누워있었다.

“백교패네! 유회가 무려 백교 제자의 신분을 획득했어!”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드디어 교패 제자가 나타난 것에 적잖게 놀란 모양이었다.

“왕통현도 백교 제자네!”

또 다른 누군가가 왕통현의 영패에도 하얀색 교룡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외쳤다.

“그럼 진경칩은 뭔가?”

이에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녀석의 앞쪽에 나타난 영패에서 금광을 발했고 위험천만한 황금색 교룡이 누워있었다.

“저건…….”

목진도 금광을 발하는 영패를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금교패야!”

진경칩 같은 사람도 겨우 금교 제자의 신분밖에 획득하지 못했다니!

등용문의 시험이 이렇게까지 어렵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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