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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06화 (705/1,000)

706화. 금룡 제자

황금색 교룡패가 허공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자 유회와 왕통현의 백교패는 왠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무려 금교패네!”

“역시 진경칩은 대단하군. 무려 금교 제자가 되었다니 말이야!”

“대단하군!”

* * *

사람들은 이내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랑패와 응패가 수도 없이 많이 나온 상황에서 금교패는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진경칩의 안색은 썩 좋지 않았는데 금교패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진경칩은 청련검종에서 수백 년 만에 나타난 가장 뛰어난 직전 제자로 여태껏 수많은 천재를 쓰러뜨렸을 뿐만 아니라 세력에서 가장 젊은 지지존이 될 가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 엄청난 천부적 재능과 실력을 갖춘 사람도 등용문에서는 겨우 금교패 밖에 얻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진경칩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미 정해졌으니 아무리 안타까워 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진경칩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반면, 유회와 왕통현은 예상했던 바를 이뤘고 진경칩도 금교패 밖에 얻지 못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들은 강자방 순위에서 진경칩보다 훨씬 뒤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셋은 바로 상고의 천궁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남아서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그들은 용패를 획득한 사람이 나올지 궁금했다!

이러한 생각에 그들은 자연스레 소경음을 바라봤다. 현장에서 용패를 획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바로 소경음이었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소경음을 바라봤고 목진, 구유 등마저 그녀한테 눈길을 돌렸다.

“소경음은 분명 용패 제자가 될 수 있을 거야.”

구유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구유는 비록 소경음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실력만은 인정했다.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소경음은 과연 어떤 등급의 용패를 획득할까? 백룡패, 청룡패, 아니면 최상급 금룡패일까?

그때 검은 날벌레 위에 서 있던 소경음도 흥미진진해하며 등용문을 쳐다봤다.

그녀마저도 자신이 무슨 영패를 획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소경음이 피식 웃으며 발을 가볍게 구르자 검은색 영충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날개를 떨쳐 빠르게 등용문으로 들어갔고 현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등용문을 쳐다봤다. 다들 소경음이 뛰어난 성적을 거둘 거라 확신했다.

“등용문의 시험은 도대체 뭘까?”

구유가 부단히 빛을 발하는 등용문을 노려보며 묻자 목진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등용문은 상고 때의 성물이니 시험은 그리 쉽지 않을 거야.”

이에 구유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물인 등용문이 상고 천궁의 멸망과 함께 큰 타격을 입지 않았더라면 제자의 실력을 측정하는 것으로만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인제 기다릴 일만 나았군.”

말을 마친 목진이 조용히 서서 오래된 석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 1각 정도가 지나 등용문은 드디어 고요를 깨고 파르르 떨렸다.

위잉.

등용문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꼭 닫혔던 문이 서서히 열리며 웅장한 빛줄기를 내뿜었다. 이는 여태껏 내뿜은 빛줄기 중 가장 눈부셨다.

크으으으!

그때 갑자기 눈부신 빛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는데 주위에 거대한 용이 맴돌며 소리를 질렀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경음은 역시나 용패 제자가 된 게 틀림없었다.

빛줄기는 신속하게 모여 소경음을 뱉어냈다. 그리고 그 앞쪽에 수수한 영패가 나타났는데 짙은 청색을 띤 거대한 용이 새겨져 있었다.

그건…… 청룡패였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상황을 살피더니 소경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백룡도 아닌 청룡패를 획득했다!

이건 상고의 천궁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실력이었다.

소경음은 역시 강자방 2위 다웠다.

진경칩, 유회 등은 청광을 발하는 용패를 보고는 몰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소경음과는 실력이 천지 차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청룡패라…….”

그러나 목진은 놀란 것 같지 않았다. 소경음의 실력으로 청룡 제자의 신분을 얻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경음마저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지 못했다니!”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도대체 등용문의 시험이 얼마나 어렵단 말인가?

사람들의 경외에 찬 눈빛 세례를 받던 소경음은 미간을 찌푸리며 청룡패를 보았다. 그리고 뭐라 말하려다가 흠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저 멀리 하늘을 내다봤다.

목진 등도 바로 고개를 돌렸는데 멀리서 갑자기 황금색 빛기둥이 솟구쳤고 그 표면에 금룡이 날아다녔다.

“금룡패네!”

사람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다른 등용문에서 누군가 금룡 제자의 신분을 획득한 듯했다.

“저건 분명 주염일 걸세!”

누군가 고민도 없이 바로 말했다. 현재 천라대륙 젊은 강자 중,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은 강자방 1위에 오른 주염 뿐이었다.

“대단한 녀석이군.”

목진은 한껏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이건 상고의 천궁이 만 년도 넘게 닫힌 뒤로 나온 첫 번째 금룡 제자일 것이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저 멀리 하늘에서 황금색 빛기둥이 경천의 기둥처럼 솟구쳤고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훤히 보였다. 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금룡 제자가 또 나타났다!

만약 첫 번째 금룡 제자가 주염이라면 두 번째는 누구란 말인가? 소경음도 겨우 청룡 제자의 신분을 얻었는데 말이다.

한편, 황금색 빛기둥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목진은 왠지 그 주인이 가루라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강자방 3위로 소경음보다 실력이 모자란 것 같지만 대일불멸신을 수련해낸 사람의 실제 전투력이 그것밖에 안 될 리 없었다.

목진은 가루라의 실제 실력이 강자방 1위인 주염 못지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

그런데 그때, 목진은 또 다른 변고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두 번째 황금색 빛기둥이 생긴 쪽에서 금룡이 새겨진 빛기둥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세 번째 황금색 빛기둥이었다!

세 번째 금룡 제자가 나타났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금룡 제자가 세 사람이나 나타났다!

사람들은 믿기지 않은 듯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고 소경음마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금룡 제자가 세 명이나 나타났다는 것은 그녀를 뛰어넘은 사람이 세 명이나 된다는 뜻인데 강자방 2위인 그녀의 체면이 어떻겠는가?

소경음은 영충으로 시험을 봐서 결과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져서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 밖에 목진, 구유 등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두 번째 금룡 제자가 가루라라면 세 번째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설마 하우는 아니겠지?

목진은 하우와 짧게 싸웠지만 그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 금룡 제자를 획득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럼 세 번째 금룡 제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소경음은 서서히 눈길을 거두고 한이 서린 눈빛으로 등용문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저 문을 확 부숴버릴라!”

소경음은 조금 언짢았지만 낙심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애써 배양한 영충이 시험에서 크게 다칠까 봐 걱정되어 내세우지 않았을 뿐이지, 그들을 내세웠다면 결과는 분명 더 좋았을 것이다.

다만, 세 개의 등용문 중 다른 두 군데에서는 금룡 제자가 나타났는데 이쪽에만 아무 소식도 없어 괜히 부끄러워졌다. 이건 이쪽에 모인 사람들이 무능하단 말이 아닌가?

비록 그 생각을 받아들일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이러한 생각에 소경음은 목진 등한테 눈길을 돌리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목진, 여태껏 구경했으면 나설 때도 되지 않았나?”

그녀는 목진한테 말을 건넸지만 시선은 임정한테 머물러 있었다. 소경음은 금룡 제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아마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임정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목진은…… 소경음에게 목진은 안중에도 없었다.

소경음의 말에 다들 목진 등한테 눈길을 돌렸다. 현재 천라대륙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 중 목진 일행만 빼고 전부 나선 상황이었다.

목진도 소경음이 자신보다 임정에게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아챘고 자신한테 말을 건 건 아마 임정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의 생각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등용문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앞으로 한 보 나섰다.

목진이 나서자 다들 바로 그를 쳐다봤고 소경음마저 눈길을 돌렸다. 대수롭지 않은 듯한 눈빛을 보니 목진한테 큰 기대가 없는 것 같았다.

“먼저 갈게.”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구유와 임정을 바라봤다.

이에 구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임정은 주먹을 꽉 쥔 채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힘내, 꼭 금룡 제자가 되어야 해!”

임정의 말에 사람들은 피식 웃었다. 소경음도 청룡 제자의 신분밖에 얻지 못했는데 강자방 20위 밖에 안 되는 목진이 금룡 제자가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무시한 채 등용문을 노려보다가 바로 나섰다.

슉!

목진이 등용문 앞에 도착하자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순식간에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사람들은 다시 떠들썩해졌는데 목진 때문이 아니었다. 다들 세 번째 황금색 빛기둥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자방 20위인 반보 9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한테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북계 연맹 강자인 현명지존 등도 목진한테 큰 기대가 없었다. 소경음 같은 사람도 겨우 청룡 제자의 신분밖에 얻지 못했는데 반보 9급 지존인 목진이 금룡패를 따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여 현장에서 등용문을 쳐다보는 건 오직 구유와 임정뿐이었다. 그들은 목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실제 실력이 반보 9급 지존경을 훨씬 뛰어넘는 목진은 분명 뛰어난 성과를 따낼 것이다.

* * *

목진이 등용문에 들어가자 주위 공간이 요동치며 눈부신 빛을 발했고 잠시 후, 빛이 가시자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광장은 오래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고 청석 대지는 수많은 전투를 겪어낸 듯 상처가 가득했다.

“이곳이 바로 등용문의 시험 장소란 말인가?”

목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커다란 광장을 쓰윽 훑더니 먼 곳 어딘가에 시선을 멈췄다.

그곳에는 거대한 돌기둥 십수 척이 우뚝 솟아 올라와 있었고 그 위에 사람 모양을 한 조각상들이 놓여있었는데 살아 숨 쉬듯 놀라운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조각상들을 노려보던 목진은 등용문의 시험이 바로 이것들이란 생각이 들어 오른쪽부터 훑었는데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왼쪽으로 갈수록 목진은 조각상에서 위협적인 파동을 느꼈고 특히 가장 왼쪽 조각상에 이르렀을 때는 소름이 쫙 끼쳤다.

젊은 사람 모양을 한 조각상이 지닌 장창에서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패기가 휘몰아쳤고 이로 인해 광장 위쪽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위잉.

그때 특이한 파동이 전해지더니 거대하기 그지없는 광장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도전자의 실력은 반보 9급 지존경으로 도전 한계는 백응 제자다.”

잇따라 연로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은 것 같았다.

“등용문은 성물급 보물이라 지능이 있을 텐데 지금 보니 그날의 전쟁 때문에 지능이 사라진 모양이군.”

목진은 무뚝뚝한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도전 한계가 백응제자라니?”

목진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는데 세 번째 돌기둥 위에 서 있던 석상이 되살아난 듯 파르르 떨더니 빠르게 목진한테 다가갔다.

그는 튼실한 사내로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 무서운 힘을 방출했는데 대지마저 그 힘에 못 이겨 격렬하게 진동했다.

“반보 9급 지존경이라…….”

목진은 바로 석상의 실력을 알아채고는 제법 놀랐다. 등용문은 도전자의 실력에 따라 도전 권한을 부여하는 모양이었다.

목진의 실력이 반보 9급 지존경이라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른 백응 제자를 파견한 모양이었다. 이대로라면 소경음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용패 제자에 도전할 권한을 얻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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