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화. 주천성진진(周天星辰陣)
“이렇게 끊임없이 싸워야 한단 말인가?”
목진이 중얼거리던 찰나, 튼실한 석상이 이내 포효하며 주먹을 휘두르자 공간에 파문이 일었다.
쿵!
그런데 목진은 무서운 힘이 깃든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고, 곧 닿을 때가 돼서야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꽉 쥐고 힘껏 휘둘렀다.
위잉!
순간 목진의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더니 용음이 울려 퍼졌다.
쿵!
양자의 주먹이 부딪치자 대지가 파르르 떨렸고 목진은 가만히 선 채 주먹에서 무섭기 그지없는 힘을 방출했다.
이에 석상은 맥없이 튕겨 나가다가 무서운 힘의 충격파에 산산이 부서졌다.
녀석은 단번에 쓰러졌다.
그러나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었다. 반보 9급 지존경에 이른 석상에게마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야 한다면 그는 더 높은 단계에 도전할 필요가 없었다.
한편, 백응 제자의 사망에 광장은 잠시 조용해졌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석상이 각성했다.
미세한 진동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여섯 번째 돌기둥 위에 서 있던 석상이 눈을 번쩍 뜬 것이었다.
그는 회색 도포를 입은 사내로 옷에 하얀색 교룡이 그려져 있었는데 녀석은 흉악한 기운을 내뿜은 채 날아다녔다.
“백교 제자?”
목진은 도전 권한이 갑자기 확 늘어난 사실에 흠칫 놀랐다. 백응 제자에서 바로 백교 제자가 되다니. 등용문은 목진이 백응 제자와 싸울 때 실제 실력이 반보 9급 지존경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아채고 상대를 바꿔준 모양이었다.
목진의 예상대로라면 백교 제자의 실력은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을 것이고 유회, 왕통현, 현명지존 등과 비슷할 것이다.
그때 백교 제자가 돌기둥에서 내려오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손을 들자 두 손에서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손이 백옥으로 빚은 것처럼 아름다웠는데 그 속에서 엄청나게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그러다 녀석이 백옥 같은 두 손으로 결인하자 앞쪽에 백옥 사자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옥사령인(玉獅靈印)!”
나지막한 소리를 내뱉으며 백교 제자는 권인을 쐈다.
크으으으!
미친 듯이 휘몰아치던 백광은 천 장 정도의 방대한 옥사로 변했고 녀석은 허공을 가르며 목진을 덮쳤다.
백교 제자는 바로 최강수를 써서 목진을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목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발을 힘껏 굴러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대일불멸신을 소환했다.
잇따라 황금색 태양 8개가 대일불멸신 내부에서 서서히 떠오르며 부서져 들끓는 황금색 홍류를 이뤘고 한데 모여 거대하고 묵직하며 오묘한 황금색 광륜을 이뤘다.
“팔양천륜!”
목진은 백교 제자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바로 방어와 공격이 완벽하게 아우러진 수법을 선보였다.
쿵!
그러다 옥사가 황금색 광륜과 부딪쳤는데 경천의 소리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황금색 광륜이 역으로 회전하자 옥사는 방향을 틀어 주인을 공격하러 갔기 때문이었다.
퍽!
돌풍처럼 휘몰아치는 영력 파동과 함께 백교 제자의 육신은 바로 부서져 수많은 광점이 되어 사라졌다.
백교 제자는 이렇게 패배했다!
그러나 목진은 백교 제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서서 금광을 거두며 조용히 기다렸다.
그는 등용문이 또 어떤 도전 권한을 줄지 궁금했다.
잠시 후, 대지가 다시 진동하자 목진은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왼쪽 세 번째 돌기둥 위에 서 있던 석상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거대한 백룡을 옷깃에 수놓은 녀석은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해 광장 전체를 휩쓸었다.
그는 백룡 제자였다.
“백룡 제자라…….”
목진은 세 번째 돌기둥 위에서 서서히 눈을 뜨는 석상을 보고는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고 강력한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으며 지존해까지 소환했다.
백룡 제자는 비록 용패 제자 중 최하위지만 그를 상대하기도 절대 쉽지 않았다. 진경칩도 결국 금교 제자의 신분밖에 획득하지 못한 것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상고의 천궁에서 금교 제자와 백룡 제자 사이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일단 등급 상승에 성공하면 지위가 훨씬 높아질 것이고 수련 자원도 부쩍 늘어날 것이다.
목진의 예상대로라면 백룡 제자의 실력은 아마 대부분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들을 뛰어넘었을 것이고,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도 상대할 실력이 있을 것이었다.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가볍게 드리운 채 몰래 손을 움직였다.
쿵!
드디어 깨어난 백룡 제자는 강력한 기운을 내뿜었고 수중의 장도에서 예리한 기운을 방출해 주위의 공간마저 균열이 일었다.
녀석은 초점 없는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하늘 높이 날아올라 수중의 장도를 힘껏 내리찍었다.
슉!
검은색 칼의 기운은 검은색 홍류를 이뤄 허공을 지났는데 지난 곳마다 공간이 바로 반으로 갈라졌고 견고하기 그지없는 광장에도 길쭉한 흔적이 생겼다.
자신에게 향하는 검은색 홍류를 바라보던 목진은 바로 발을 힘껏 굴렀고, 이어 대일불멸신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다시 황금색 태양 여덟 개가 떠올랐다.
잇따라 금광이 폭발해 다시 황금색 천륜을 이뤄 앞쪽을 가렸다.
쿵!
검은색 홍류가 닿자 금륜은 역으로 회전해 상대방의 공격을 그대로 돌려보냈는데 백룡 제자는 손쉽게 이를 무산시키고 칼을 머리 위로 들더니 힘껏 휘둘렀다.
그의 동작은 제법 느렸지만 칼이 스치자 공간마저 찢어졌다.
쿵!
순간 장도의 방대한 검은색 도광이 휘몰아쳤는데 이는 잔뜩 화가 난 흑룡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한 살기를 내뿜었고, 앞길을 막는 존재면 무엇이든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흑룡 같은 도광은 다시 황금색 천륜을 힘껏 때렸고 천륜에서 발하던 금광은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결국 폭발했다.
목진은 황금색 파편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팔양천륜이 부서지는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상대방이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부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전의 도광에 깃든 힘은 황금색 천륜이 담을 수 있는 한계치를 벗어난 모양이었다.
팔양천륜은 공격과 방어가 완벽하게 아우러지긴 했지만 적재하는 힘에 한계치가 있었다.
한편, 백룡 제자는 여전히 초점을 잃은 눈으로 대일불멸신 위에 서 있는 목진을 쳐다보더니 수중의 검은색 장도를 높이 들어 흑광을 모은 뒤, 힘껏 휘둘렀다!
슉! 슉!
칼을 천천히 휘둘렀던 전과 달리, 백룡 제자는 이번에는 빠르게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수많은 검은색 도광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고 주위 만 장 범위를 포위하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뒤로 물러나 옷깃을 휘날렸다. 영인들이 빗방울처럼 떨어져 허공에 스며들었다.
백룡 제자와 같은 강적을 상대하기에는 반보 9급 지존경의 영력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이에 그는 영진을 사용하기로 했다.
위잉.
허공에 스며든 영인들은 서로 이어져 거대한 영진을 이뤘다. 이건 십수 개나 되는 방어형 영진으로 방어력은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가 전력을 다한 공격마저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퍽! 퍽!
폭우처럼 내리꽂히는 도광에 영진은 신속하게 무너져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전부 사라졌고 가장 뒤쪽에 숨어있던 목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백룡 제자는 역시 명불허전이군.”
목진은 고개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녀석을 보더니 이내 감탄했다.
아무리 진경칩이라도 목진의 겹겹이 쌓인 방어 영진들을 전부 뚫는 데 한참 걸릴 텐데 백룡 제자한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천품 저급 영진마저 당신을 막아내지 못하다니…….”
목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리다가 옷깃을 힘껏 휘두르자 영광이 솟구치며 수천수만 개의 영인이 밀물처럼 몰려나왔다.
“그럼 천품 고급 영진은 얼마나 대단한지 검증해 주게.”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수많은 영인들이 빠르게 허공에 스며들었고 인법을 바꾸자 영인들은 눈부신 빛을 발하며 서로 이어졌다. 그리고 만 장 정도의 거대한 영진을 이뤄 목진과 백룡 제자의 주위를 감쌌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은하수같이 방대한 영진을 쳐다보다가 백룡 제자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는 상대방에게 지능이 없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말을 건넸다.
“이 영진은 주천성진진으로 천품 고급 영진이라네. 잘 부탁하네.”
주천성진진은 만다라가 목진을 위해 구해온 영진으로 그가 장악한 완전한 영진 중 등급이 가장 높았다.
주천성진진 같은 천품 고급 영진은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를 죽일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녔고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른 강자도 자칫 잘못하면 상처를 입을 것이다.
백룡 제자는 지능은 없지만 영진의 위력을 바로 알아채고 잔뜩 긴장한 채 수중의 검은색 장도를 꽉 쥐었다.
위잉!
검은색 장도가 파멸의 힘이 깃든 검은색 도광을 내뿜자 주위의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그때 주천성진진이 드디어 움직이자 영진 내부의 하늘은 은하수로 변해 수많은 별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다 하늘에 달린 별 하나가 떨어지자 천 장 정도로 방대한 성광으로 변해 백룡 제자를 공격했다.
그 속에 깃든 힘은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도 적중하면 즉사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에 백룡 제자는 고개를 들며 수중의 검은색 장도를 서서히 들었는데 칼끝에 검은색 광점이 미친 듯이 모여들었다.
쿵!
은하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백룡 제자의 위쪽에 나타났다.
슉!
백룡 제자가 수중의 검은색 장도를 휘두르자 한데 모인 흑광은 순간 팽창하여 주위를 집어삼키려 했다.
그런데 양자가 충돌하자 경천의 소리라곤 없었고 검은색 도광은 방대한 흑광과 함께 날아가 별을 억지로 부숴버렸다.
목진은 어두워진 검은색 도광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더니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백룡 제자는 대단하군.”
영진 속 추락하는 별에 깃든 힘은 일반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였으면 이미 죽었을 텐데 백룡 제자는 단칼에 잘랐다.
위잉! 위잉!
그때 하늘에 걸린 은하수가 다시 파르르 떨리더니 별 네 개가 동시에 추락해 백룡 제자를 공격했다!
주천성진진은 진정한 별의 추락을 흉내 낼 수 있었는데 그 속에 깃든 힘은 상당히 무서웠다.
쿠쿵!
별 네 개가 동시에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 백룡 제자가 다시 칼을 휘두르자 보다 짙은 흑광을 발하는 도광이 공간을 가르며 별에게 향했다.
그러다 별 세 개가 부서지자 백룡 제자의 칼끝에서 발하는 흑광은 훨씬 흐릿해졌다.
“이런 방식으로 자넬 이겨서 미안하네.”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네 번째 별이 갑자기 백룡 제자의 뒤쪽에 나타나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백룡 제자는 다시 칼을 휘둘렀는데 양자가 부딪치자 칼끝에서 발하던 흑광은 바로 흩어졌다.
퍽!
잇따라 백룡 제자 수중의 검은색 장도도 부서졌고 양자의 공격으로 인한 충격파에 그의 육신마저 폭발해 수많은 광점이 되어 사라졌다.
목진은 한껏 정색하며 사라져가는 백룡 제자를 바라봤다. 백룡 제자가 의식이 있었다면 절대 쉽게 목진이 친 영진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쉽게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했을 것이다.
“백룡 제자를 제압하기도 이렇게 어렵다니…….”
목진은 백룡 제자를 상대하는 데 벌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주천성진진을 선보였다. 그러니 다음번 상대는 얼마나 무서울지 예상도 되지 않았다.
목진은 이쯤 되니 경지를 돌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럼 그는 등용문에서 금용 제자의 신분을 따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그때, 광장이 다시 파르르 떨리더니 첫 번째 돌기둥 위에 서 있던 패기 넘치는 석상이 서서히 깨어났다.
목진은 옷자락에 거대한 금룡이 날아다니는 석상을 보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등용문은 목진에게 금룡 제자의 도전 권한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