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화. 네 번째 금룡 제자
금룡 제자가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언젠가 힘이 닳아 없어질 것이고, 목진은 지존영액만 있으면 계속해서 영진을 칠 수 있었다.
더구나 현재, 두 사람의 대결에 간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여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 되어야 마땅했던 목진과 금룡 제자의 대결은 왠지 우스워졌다. 도전자인 목진은 직접 나설 생각은 없고 멀리 숨어서 부단히 영진만 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신 그는 한꺼번에 구룡시선진을 두 개나 조종할 수 없어 한 채가 폭발하면 바로 다른 영진을 조종했다.
비록 목진의 수단이 비겁하긴 했지만 규칙에 어긋난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룡 제자의 영력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러다 네 번째 거대한 용이 자폭하자 금룡 제자의 육신에 균열이 생겼고 그 속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땀이 흥건해진 목진은 이를 발견하더니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해서 종사급 영진을 치는 것은 목진한테도 엄청난 소모라 그는 손이 파르르 떨렸고 눈앞이 아른거리는 것이 곧 쓰러질 것 같았다.
구룡시선진처럼 복잡한 영진을 치는 일은 영력만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정력 소모도 상당해 일단 한계치에 이르면 바로 쓰러질 것이다.
“미안하네.”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반쯤 쳤던 구룡시선진이 사라졌다. 지금의 금룡 제자는 더는 목진한테 위협이 되지 않았다.
목진의 도전은 성공한 셈이었다.
목진은 그제야 소경음이 금룡 제자가 될 자격이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그녀는 그저 강대한 영충이 다치거나 죽을까 봐 일부러 내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그녀는 청룡 제자란 신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상고 천궁의 금룡 제자가 된 것을 축하하네.”
그때 금룡 제자는 목진한테 축하의 인사를 건네더니 몸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며 수많은 광점이 되어 사라졌다. 이는 한데 모여 목진의 앞쪽에서 오래된 영패를 이뤘다.
영패의 표면에 새겨진 거대한 금룡은 강력한 위압감을 내뿜었다.
금룡 영패였다!
후우!
목진은 금룡 영패를 보고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연달아 구룡시선진을 여러 개를 쳐 육신에 큰 부담이 되었던 탓이다.
또한, 그는 이번 시험을 통해 지존영액을 삼백만 방울이나 사용했다.
다행히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어 여태껏 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이곳 공간에 파동이 일더니 한 갈래 빛줄기가 목진을 감싸 그를 싣고 공간 균열을 통과했다.
목진은 드디어 등용문의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등용문 밖은 여전히 떠들썩했는데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등용문을 쳐다봤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확실히 목진은 다른 누구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목진은 도대체 등용문에서 뭘 하기에 아직도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아무도 목진이 금룡 제자에 도전할 줄은 몰랐다.
소경음은 왠지 불안해져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등용문을 쳐다봤다.
위잉!
그런데 그때, 한동안 조용했던 등용문이 드디어 빛을 내뿜더니 비스듬히 열려 목진을 뱉어냈다.
다들 굵직한 황금색 빛기둥에 휩싸인 목진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금색 빛기둥 표면에 거대한 금룡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광경에 주위는 조용해졌고 다들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다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저…… 저건 금룡 제자가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따냈단 말인가!”
* * *
그곳은 허공에 떠 있는 외진 돌섬으로 오래된 기운으로 가득 찼는데 경천의 대전을 겪은 듯 폐허가 되었다.
탁.
미세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돌섬 한쪽에서 걸어 나왔다. 이에 주위의 온도는 한순간에 끓어올랐고 하늘은 암홍색으로 변했다. 그의 발이 닿는 곳은 암석마저 순식간에 암장으로 녹아내렸다. 다들 그 엄청난 파괴력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빨간색 장발을 드리운 채 고봉에 서서 주위를 쓰윽 훑더니 흠칫 놀라 뒤쪽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는 상고의 천궁 밖에서 황금색 빛기둥이 솟구친 것을 발견했다.
이건 그가 발동한 것과 똑같은 빛기둥이었다.
“또 금룡 제자가 나타났단 말인가? 소경음인가? 그녀가 설마 수중의 강대한 영충을 내세웠단 말인가?”
그는 조금 놀란 듯 중얼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상고의 천궁 내부의 부서진 석탑에 두 사람이 마주 서서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그곳에는 사내와 여인이 대치하고 있었다.
남자는 검은색 도포를 입은 훤칠한 사내로 그윽한 눈매에 상냥하게 웃고 있었는데 그 미소에 수많은 여인이 푹 빠질 것처럼 매혹적이었다.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멀리 떨어져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여인은 오색 찬연한 치마를 입고 곱실한 장발을 허리까지 드리웠고 완벽한 몸매에 길쭉한 다리까지 흠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절세의 미모가 가려져 아쉬웠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런데 사내는 그녀의 미모보다 자신과 같은 금룡 제자가 되었단 사실에 적잖게 놀랐다.
“난 성마궁의 가루라인데 그댄 어디 출신인가? 천라대륙에 그대처럼 아름답고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 있단 사실은 처음 알았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일전에 금룡 제자의 신분을 획득했는데 신비로운 미녀도 곧장 금룡 제자가 되었다.
하여 흥미진진해진 가루라는 신비로운 여인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뒤를 밟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루라를 힐끗 보며 말했다.
“계속 따라오면 나와 싸우자는 것으로 알겠네.”
이에 가루라가 포기하지 않고 또 뭐라 하려 했는데 저 멀리 후측방에서 하늘 높이 솟구친 황금색 빛기둥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또 금룡 제자가 나타났단 말인가? 소경음일까, 하우일까?”
가루라는 금광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신비로운 여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떠나려 했다.
“저기…….”
가루라가 바로 말을 건네려 했는데 신비로운 여인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한 갈래 다채로운 빛으로 가루라의 미간을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가루라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신비로운 여인이 범상치 않은 상대란 것을 알아챈 그는 바로 멈춰 서서 체내에서 발하는 금광으로 온몸을 감쌌다. 육신이 금으로 빚은 듯 상당히 견고해 보였다.
퍽!
다채로운 빛줄기는 미간과 반 촌 정도 거리를 두었을 때, 휘몰아치는 금광으로 인해 사라졌다. 그러나 그 속에 깃든 엄청난 영력 때문에 가루라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고개를 들었는데 신비로운 여인은 벌써 떠나고 없었다.
“흥미롭군.”
가루라는 가볍게 웃으며 여인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신비로운 여인의 출신은 분명 범상치 않은 듯했다. 이 정도 실력은 일반 세력에서 키워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는 뭘 얻고자 상고의 천궁에 온 걸까? 가루라는 신비로운 여인과 이익이 충돌하지 않길 바랐다. 안 그럼 아무리 그라도 골치 아파질 것이다.
“성마 대인께서는 여기서 나처럼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사람을 마주칠 거라고 말씀하셨고, 상대방을 죽여야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지.”
가루라는 뒷짐을 쥔 채 광풍이 휘몰아치는 곳에 서서 옷깃을 휘날리며 살기를 품은 채 중얼거렸다.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녀석이 너무 약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군. 안 그러면 대결이 너무 무미건조할 것 아닌가? 나의 대일불멸신은 그대의 피의 세례를 받아야 하는데 말이야.”
말을 마친 가루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앞으로 한 보 나섰다. 그러자 앞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를 꿀꺽 삼켰다.
* * *
오래된 등용문에서 솟아오른 황금색 빛기둥은 천지를 관통한 것 같았고 빛기둥 표면에 거대한 용이 날아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황금색 빛기둥을 쳐다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저…… 저건 금룡 빛기둥이 아닌가!”
“그럴 리가! 목진이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었다니!”
“소경음도 못해낸 일을 반보 9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이 해내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녀석은 요물이 틀림없네!”
* * *
목진이 금룡 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사람들한테 엄청난 충격인 모양이었다.
소경음도 못해낸 일을 목진이 해냈을 줄 몰랐다.
진경칩, 유회, 왕통현 등 천라대륙 강자방 20위권에 등 사람들도 표정이 확 굳어졌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목진을 쳐다봤다.
그들의 실력은 반보 9급 지존급 강자인 목진을 훨씬 뛰어넘었다. 특히, 진경칩은 실력이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는데 겨우 금교 제자밖에 안 되었다.
한참 지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린 진경칩 등은 바로 소경음한테 눈길을 돌렸는데 그녀도 주먹을 꽉 쥔 채 제법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등용문의 시험을 본 그녀는 금룡 제자가 되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았다. 아무리 그녀라도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포기하고 청룡 제자가 되었는데 목진은 반보 9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자신보다 나은 금룡 제자가 되었다.
이건 분명 목진한테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를 제압할 정도로 강력한 필살기가 있다는 뜻이었다.
“저 녀석이!”
소경음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녀는 목진 일행에서 임정을 제외하고는 크게 신경 쓸 사람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목진의 실력도 출중했다.
“역시 금룡 제자를 얻었군.”
반면, 임정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과거 임정의 어머니한테서 엄청난 평가를 받은 소년이었기에 임정은 목진이 분명 금룡 제자가 될 거라 확신했다.
구유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그 결과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북계 연맹 사람들은 귀신 쳐다보듯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목진을 쳐다봤다. 그들은 목진의 수단과 방법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금룡 제자가 될 줄은 몰랐다.
현명 지존 역시 너무 놀란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 목진이 정말 자신의 실력으로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어낸 것이라면 그의 실제 실력은 절대 반보 9급 지존경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현명지존은 저절로 식은땀이 났다. 그는 그것도 모르고 감히 나서서 북계 연맹의 수령 자리를 도맡겠다고 했는데 목진이 그 자리에 욕심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코가 납작해졌을 것이다.
잠시 후, 황금색 빛기둥이 드디어 사라지고 목진 앞쪽에 수수한 황금색 영패가 나타났다.
그는 황금색 영패를 힐끗 보더니 만족하듯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쓰윽 훑었다. 다들 더는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목진이 여태껏 실력을 숨겼단 사실을 알았고 그가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는 물론이고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영원히 강자들 편이라 아무도 더는 목진을 반보 9급 지존급 강자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은 사람들은 무시한 채 임정과 구유를 지그시 쳐다봤다. 이에 두 여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함께 등용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