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화. 내역으로
구유와 임정이 등용문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목진은 뒷짐을 쥔 채 조용히 서서 기다렸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편, 사람들은 목진이 무슨 수로 금룡 제자의 신분을 획득했는지 궁금했지만 감히 묻지는 못했다. 목진은 더 이상 반보 9급 지존경이 아니었다.
그때 소경음이 생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경지를 돌파한 것 같은데 축하하네.”
그녀는 등용문에서 나온 목진 체내의 영력 파동이 전보다 강해진 것을 발견했다. 이건 목진이 등용문에서 9급 지존경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했다.
다른 때였으면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사람한테 관심조차 두지 않았겠지만, 그 사람이 목진이라면 눈여겨볼 만했다.
또한, 소경음은 목진이 금룡 제자를 쓰러뜨린 것은 절대 경지를 돌파해서가 아닐 거라 확신했다. 목진한테는 분명 강력한 필살기가 있을 것이다.
이에 목진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네.”
목진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에 소경음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등용문의 금룡 제자를 쓰러뜨리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무슨 수로 대결에서 이긴 건가?”
그녀의 질문에 진경칩, 유괴 등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목진은 그녀의 질문을 대충 넘겨버렸다.
“운이 좋았을 뿐이네.”
구룡시선진은 목진의 필살기라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일단 사람들이 이 수단을 알면 그한테 영진을 칠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귀신을 속여라!”
사람들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운이 좋아 금룡 제자가 되었단 말을 믿을 사람은 없었지만 자기 수단을 감추고자 한 말이란 걸 잘 알아 다들 바로 수긍했다.
소경음도 가볍게 웃기만 했다. 그녀는 목진이 금룡 제자가 된 이유를 알려주길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은 것이 정말 운이라도 분명 뛰어난 점이 있을 것이다.
등용문에서 금룡 제자와 싸워본 소경음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한동안 조용해졌던 사람들은 다시 등용문에 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빛줄기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등용문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목진은 여전히 뒷짐을 쥔 채 조용히 서서 구유와 임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목진은 등용문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솟구친 것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바로 구유였다. 그 앞에 빛이 모여 황금색 교룡이 새겨진 영패를 이뤘다.
그건 금교 영패였다.
사람들은 다시 수군대며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구유를 바라봤다. 실력이 9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구유가 무려 금교 영패를 획득했다니, 이건 지금껏 진경칩 한 사람만 얻은 영패로 유괴 등의 신분도 백교일 뿐이었다.
이건 구유의 전투력이 유회, 왕통현 등 강자방 상위권 강자들을 뛰어넘었단 것을 의미했다.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구유는 원고의 불사조의 계승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불사조 수존의 가르침까지 받아 강대한 필살기가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금교 제자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임정은 뭘 받을까?”
목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등용문을 쳐다봤다. 그마저 임정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고 그녀는 수많은 천재지보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비록 임정은 단 한 번도 직접 나서지 않았지만 무조의 딸, 무경의 공주마마께서 수련에서 뒤처질 거라고 여기지 않았다.
1각 정도가 지나자 등용문에서 갑자기 거대한 황금색 빛기둥이 솟구쳤는데 목진의 것과 같이 거대한 금룡이 날아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다섯 번째 금룡 빛기둥이었다!
사람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고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목진 다음으로 또 금룡 제자가 나올 줄 몰랐던 것이었다!
설마 등용문의 시험이 쉬워졌단 말인가?
사람들은 이리 생각하다가 그 생각을 바로 접었다. 실력을 제법 갖춘 강자들의 성적으로 보면 그 난이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에 다들 고개를 들고 금룡 빛기둥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그 속에서 어여쁜 소녀가 생긋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임정이었다.
“어찌…….”
사람들은 순간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임정이 소환한 강대한 영우가 소경음의 공격을 막아낼 때부터 그녀가 범상치 않은 인물일 거라 예상했지만 금룡 제자가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목진 일행은 두 명의 금룡 제자에 금교 제자 한 명이란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상고의 천궁에 들어온 사람은 수없이 많았고 모두 천라대륙에서 제법 유명했지만 그들이 한곳에 모여봐야 목진 일행보다 못했다.
소경음도 그 광경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잔뜩 경계하며 목진 등을 쳐다봤다. 일 대 일이라면 그녀는 아무도 두렵지 않았지만 세 명이 그녀 한 사람을 공격한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대단해.”
목진이 임정한테 엄지를 척 내밀며 웃었다.
“괜찮았어. 나의 빙령우마저 녀석들의 상대가 아니라서 결국 내가 직접 나섰어.”
정작 임정은 아쉬움이 남은 듯 등용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임정이 말한 상대하기 어려운 녀석은 아마 금룡 제자일 것이다. 그녀가 내세운 빙령우는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라 대결에서 이길 수 없었고 이에 임정이 직접 나섰다.
임정의 전투력은 9급 지존경 원만급 못지않은 듯했다.
무경의 공주마마는 역시 실력이 엄청났다.
등용문에서 나온 구유와 임정은 바로 목진의 곁에 와서 섰고 북계 연맹 사람들도 속속 도전을 마쳤는데 성적은 수수했다. 실력 최강자인 현명 지존도 겨우 백교 제자의 신분을 획득했으니, 목진 등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영패를 얻었으면 이만 떠납시다.”
목진은 다들 영패를 얻은 걸 확인하고는 바로 떠나려 했다.
일전에 목진이 금룡 제자의 신분을 따낸 일로 북계 연맹 사람들은 더는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현명 지존마저 오만한 자태를 거뒀다.
이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목진은 구유, 임정과 눈을 마주치더니 소경음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금룡 영패를 꼭 쥐었다. 그러자 영패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그를 감싼 채 앞쪽의 방대한 영진을 지나 상고의 천궁 내역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임정, 구유 등이 신속하게 따라붙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점차 멀어졌다.
진경칩, 유회 등은 목진 등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목진 등이 선보인 실력으로 보아 소경음, 하우, 가루라 등 변태급 강자들과 정면 상대해도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상고의 천궁 쟁탈전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치열할 것이다.
소경음도 목진 등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목진이라…… 참 흥미로운 녀석이군. 우린 분명 언젠가 다시 만날 텐데 그때 가서 제대로 실력을 검증해봅시다. 자네가 과연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을만한 실력인지 말이야.”
말을 마친 소경음은 현장에 흥미를 잃은 듯 발을 가볍게 굴렀다. 그러자 영충이 나지막하게 울었고 손에 쥔 청룡 영패에서 청광을 발하며 그녀를 감싸 영진을 건넜다.
잇따라 다른 세력 사람들도 신속하게 등용문에 들어가 신분 영패를 획득한 뒤, 속속 상고의 천궁 내역으로 들어갔다.
내역에 들어가야 비로소 상고의 천궁에 들어간 것이었다. 운만 좋으면 엄청난 기회나 보물을 획득해 한꺼번에 강자방 사람들을 따라잡고 천라대륙에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사람들은 바로 수중의 영패를 쥐고 천지를 갈라놓은 방대한 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금룡 영패에서 발한 금광으로 온몸을 휘감은 목진이 상고의 천궁 외곽에 있는 영진을 지나자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후, 눈앞에 달라진 광경이 보였다.
그는 허공에 서서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그들은 여전히 오래된 구역에 서 있었지만, 그곳은 바깥보다 더 웅장한 기운이 맴돌았다. 거대한 산맥들이 우뚝 솟아있었고 바닥에는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한가득 놓여있었다.
그곳은 비록 폐쇄된 지 만 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웅장한 영력으로 넘쳤다.
원고 시기, 얼마나 좋은 수련 성지였을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산 정상에는 수많은 전각이 세워져 있었고 산들 사이에 흘러내리는 폭포는 거창한 소리를 내며 주위에 울려 퍼졌다.
그 외, 허공에는 거대한 돌섬이 수두룩했는데 그곳에 세워진 전각의 모습으로 보아 과거의 번창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 광경에 목진은 감탄했다. 여기와 비교하면 대라천역의 대라천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가 진정한 상고의 천궁이란 말인가?”
뒤쪽에서 임정이 날아와 중얼거리며 주위를 쓰윽 훑더니 혀를 끌끌 찼다. 제아무리 무경의 공주마마라지만 상고 천궁의 규모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력 파동이 느껴지는 곳을 살폈는데 그들은 아마 상고의 천궁에 들어온 다른 세력 강자들일 것이다.
이렇게 만 년의 적막은 완전히 사라졌다.
상고의 천궁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곳을 발칵 뒤집어 놓기라도 하듯 혈안이 되어 보물을 찾아다녔다. 그들은 원고 시기, 천라대륙의 엄청난 세력이 남긴 유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고, 그중 한 가지라도 획득하면 바로 천라대륙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잘 알았다.
목진은 뒤돌아서 북계 연맹의 다른 강자들을 살폈는데 그들 역시 탐욕스럽게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여러분, 보물을 찾으러 다니고 싶으면 얼마든지 가도 됩니다. 대신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서로 도와야 합니다.”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북계 연맹에 속한 세력들은 그리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기에 목진은 사람들을 굳이 묶어두고 싶지 않았다. 안 그러면 저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자유를 박탈했다고 원망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알아서 각자 움직이는 편이 훨씬 나았고 자주 연락만 하면 될 것이다.
목진의 말에 다들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고의 천궁에 보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곳 영력이 여전히 그윽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은밀한 영력 파동도 느껴지는 것 같으니 부디 조심하게. 그러다 영진이라도 건드려 목숨을 잃으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목진의 충고에 다들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바로 뿔뿔이 흩어졌다.
“저들이 없으니 훨씬 편해졌어.”
구유는 북계 연맹 사람들이 전부 떠나자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북계 연맹에서 현명지존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강적을 만나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이 될 것이 분명했다.
각 세력의 지지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다닌 것이다. 지금 북계 연맹은 만다라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세력의 지지존들이 반드시 함께 힘을 모아야 했다.
그래야 천라대륙의 다른 정예 세력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구유의 말에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 또한 그러한 이유로 저들을 떠나보낸 것이다. 그한테 벗은 구유와 임정 두 사람이면 충분했다.
“이제 어떡할까?”
임정은 의지를 활활 불태우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상고의 천궁은 너무 큰 데다 과거에 갑자기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조심하는 게 좋아. 상고의 천궁 내역의 첫 번째 층에는 구부가 있을 거고 구부를 지나면 우리의 목표 중 하나인 천지가 보일 거야!”
목진은 주위를 쓰윽 훑으며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상고의 천궁은 천제 아래 구부 오전으로 나뉘는데 구부가 바로 이 구역에 있을 것이다.
“상고 천궁의 천지가 지금도 그날의 신묘한 힘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네?”
천지란 말에 임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도 천지에 대해 알아?”
목진은 흠칫했지만 무조 정도면 상고의 천궁에 관한 비밀을 아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에 임정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답했다.
“아버지께 들었어. 상고의 천궁이 천라대륙의 패주가 될 수 있었던 건 천제뿐만 아니라 천지도 한 몫을 차지했다고 들었어. 과거 수많은 천재가 천지의 세례를 얻기 위해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려 했대.”
“천지의 세례를 받으면 진정한 환골탈태를 할 수 있는데 영력을 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한 지존법신도 승화할 수 있다고 들었어.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른 강자가 천지의 세례를 받으면 지지존에 이른 경우도 있다지?”
임정의 말에 구유는 깜짝 놀랐다. 구유는 지지존의 경지에 가까워질수록 이를 돌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수많은 9급 지존들이 평생 노력해도 결코 경지 돌파에 성공하지 못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임정이 들은 소문에 거짓이 섞여 있겠지만 천지의 세례가 그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천지의 세례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상고의 천궁의 규칙에 따르면 구부의 인정을 받은 제자가 구부의 증표를 들고 가야 천지에 들어갈 수 있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록 상고의 천궁은 잔혹한 전쟁으로 몰락했지만 규칙은 아직 남아있을 거야. 등용문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구부를 찾아 증표부터 얻어야 해.”
구유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고의 천궁에 들어온 수많은 강자가 다들 천지에 들어가려 할 테니 얼마 안 되는 증표를 획득하려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럼 이만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