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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11화 (710/1,000)

711화. 진입

목진은 손을 휘익 저으며 말했고 고개를 들어 드넓고 오래된 대지를 바라보다가 한 줄기 빛이 되어 빠르게 허공의 돌섬으로 향했다. 구유와 임정도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목진 일행은 첫 번째 돌섬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위에 지어진 전각들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영물들도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돌섬의 모습만 봐도 과거 여기서 경천의 대전이 벌어졌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에 그들은 낙심하지 않고 다른 곳을 살폈는데 허공에 뜬 돌섬 외부에 영진이 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영진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외부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영진을 뚫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절대 돌섬 내부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상고의 천궁에 이러한 돌섬은 적어도 만 개는 되었고 하나씩 들어가 구부를 찾는 것은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이에 목진 등은 돌섬 외부의 영진을 뚫고 하나씩 들어가 봤는데 다행히 수수하게 생긴 섬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목진은 수수한 섬에 놓인 해골 옆에서 옥첩을 발견했는데 그 속에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목진 등은 지도를 발견하고 이내 화색이 되었다.

지도에는 상고 천궁의 각 구역의 위치가 그려져 있었고 구부의 분포와 오전의 위치까지 나와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목진 등은 곧장 구부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목진아, 넌 정말 대단해!”

임정은 텅 빈 돌섬을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했는데 목진의 엄청난 발견에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목진도 방긋 웃더니 지도를 쓰윽 훑은 뒤, 서북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도에 따르면 구부 중 하나인 풍부(風府)가 저쪽에 있다는데 일단 저쪽으로 가볼까?”

풍부는 구부 중 하나로 그 주인은 하위 지지존이었다. 그러니 엄청난 보물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갑시다!”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북쪽을 바라보며 외치더니 구유, 임정과 함께 수많은 돌섬을 지나 풍부로 향했다.

그 후로 1각 정도 지나 목진 등은 서서히 속도를 줄였는데 그들 앞에 아주 평범해 보이는 돌섬이 나타났다.

돌섬은 눈에 전혀 띄지 않았고 그 돌섬이 구부 중 하나인 풍부일 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기가 구부 중 하나인 풍부란 말인가?”

구유와 임정은 수수한 돌섬을 보고는 괜히 의심이 갔다.

구부는 상고의 천궁에서 지위가 상당히 높은 장소로 그 주인의 지위도 5전의 전주들 다음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구부의 주인들은 천라대륙 정예 세력의 주인과 비슷할 텐데 왜 이렇게 평범할까?

“지도가 틀림없다면 이곳은 분명 풍부일 거야.”

목진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돌섬에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을 튕겨 한 갈래 영력을 쐈는데 갑자기 영력 방어막이 나타나 영력이 바로 사라졌다.

이에 목진은 돌섬에 조금 더 가까이 갔다. 그는 눈을 감고 손을 방어막에 붙여 돌섬을 자세히 살피고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영진은 뚫기 어렵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빈틈이 생겼어. 들어가는 데는 문제 없을 거야. 아마 만 년 전이었으면 우리는 절대 영진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을 테지만 말이야.”

말을 마친 목진이 손으로 영진을 가볍게 때리자 영력 방어막에 바로 한 장 정도의 균열이 생겼다.

“영진사가 있어서 참 좋네.”

임정은 목진이 손쉽게 영진을 뚫은 것을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 임정 혼자 왔더라면 강제로 영진을 없애느라 제법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들어가죠.”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구유와 임정을 쳐다보더니 함께 균열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앞쪽에 안개가 피어오르다가 금세 사라지고 주위 환경이 확 달라졌다.

수수해 보였던 돌섬은 수만 장 정도의 방대한 섬으로 변했다. 수많은 전각이 보였고 석탑들이 우뚝 솟아 올라와 있었다. 또한, 돌섬의 중심에는 청색 대전이 있었고 그 주위에 돌풍이 휘몰아쳐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여기야말로 진정한 풍부군.”

목진은 휘황찬란한 돌섬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지도는 정확했다. 이곳은 틀림없이 구부 중 하나인 풍부였다.

이렇게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돌섬에 들어가 허공에 서서 아래쪽을 쓰윽 훑고는 깜짝 놀랐다.

풍부는 일전에 들어갔던 다른 돌섬처럼 폐허가 되지 않았고 오래된 전각은 여전히 웅장했다. 이곳은 만 년도 넘게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목진 등은 바로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풍부의 강자들로 추정되는 해골들이 공포에 떠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한순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 죽음에 이른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저런 표정으로 남아있을 리 없었다.

목진도 고개를 들고 영진 밖 하늘을 쳐다봤는데 그곳에 검은색 흔적이 얼핏 보였다. 그 흔적은 아주 작았지만, 과거 역외족이 그곳을 통해 강림했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역외족의 무서운 존재가 사악한 기운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풍부 사람들을 한순간에 죽인 모양이었다.

“과거 역외족이 천라대륙을 공격했을 때, 지위가 상당하고 실력이 뛰어난 마제도 함께 왔었다고 들었어. 보아하니 풍부 사람들은 마제의 손에 죽은 것 같아.”

옆에 서 있던 임정이 나지막하게 말했고 목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고의 천궁은 천제의 통제 구역이었고, 그는 원고 시기, 대천세계의 정예급 강자로 구제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대천세계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 역외족에서 마제 정도는 파견해야 상고의 천궁을 공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날의 전쟁으로 천제께서 사라지셨고 상고의 천궁은 전멸했으니…… 역외족은 결국 원하던 바를 이뤘군.”

구유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상고의 천궁에 온 마제가 제법 대단한 인물이라고 들었어.”

임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께서 그 마제는 역외족 마제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강자였다고 하셨어. 그런데 그날의 전쟁을 통해 그는 천제와 함께 사라졌다고 했으니 죽은 거겠지?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우리가 역외족과 다시 싸우게 될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라.”

임정은 더는 참혹한 그 날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듯 바로 화두를 돌렸다.

“풍부는 아주 깔끔하게 털린 것 같아. 만약 풍부의 주인이 죽지 않았다면 증표를 얻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역외족의 사악한 기운은 여간 난폭한 게 아니라고 들었어. 그건 사람의 의식을 빼앗을 수도 있어 일단 체내에 깃들면 사람은 사악한 존재로 거듭난대. 우리는 풍부의 주인이 그리되지 않았기를 빌어야 해.”

“우리의 운이 그렇게 나쁠까…….”

목진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풍부의 주인은 무려 하위 지지존이고 아무리 만 년도 넘게 지났다고 해도 실력이 엄청날 것이라 마주치면 상대하기 꽤 까다로울 것이다.

“일단 저기부터 가볼까? 저기가 이곳의 핵심 장소인 것 같아.”

목진은 섬 중심에 있는 청색 대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돌풍으로 휩싸인 대전은 분명 풍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일 것이다. 그곳에서 증표를 찾아낼 가능성이 컸다.

이에 구유와 임정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 등은 1각이 지나서야 돌풍에 휩싸인 대전에 도착했다.

“이건 종사급 영진이야.”

목진은 대전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청색 돌풍을 살펴보았다. 이건 일반 돌풍이 아니라 강대한 영진이었다.

목진의 생각이 옳다면 이건 진정한 종사급 영진일 것이다.

옆에 서 있던 구유와 임정은 흠칫 놀랐다. 상고의 천궁은 역시 대단했다. 풍부의 대전 밖 영진마저 종사급이니 말이다.

“뚫을 수 있겠어?”

구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종사급 영진은 그들의 실력으로는 강제로 뚫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영진사인 목진한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목진은 영진을 한참 쳐다보며 생각하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영진이 아무리 만 년 넘게 유지됐다지만 진정한 종사급 영진이라 뚫는 건 불가능해. 대신 빈틈만 찾으면 자그마한 균열을 내서 들어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만약 이것도 안 되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강제로 영진을 뚫으려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었기에 그럴 바엔 다른 곳을 찾아가는 것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날 도와줘.”

목진이 자리에 앉아 열 손가락을 튕기자 영인이 나타나 대전에서 백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스며들었는데 순간, 특이한 파동이 형성되었다.

구유와 임정은 바로 뒤로 물러났고 임정은 빙령우까지 소환해 목진을 보호했다.

그와 동시에, 목진은 더 많은 영인을 만들어 빠르게 허공에 주입했다.

이에 대전 주위의 돌풍은 무슨 낌새라도 알아챈 듯 난폭한 뇌명과 함께 폭동을 일으켰고 또 강력하기 그지없는 압박감을 형성했는데 그 속에 깃든 놀라운 영력 파동에 구유와 임정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이 강제로 영진을 뚫으려 했다면 벌써 크게 다쳤을 것이다.

다행히 폭동을 일으켰던 돌풍은 목진 등을 공격하지 않고 다시 사그라들었다.

바로 그때, 목진이 눈을 번쩍 뜨더니 손을 콕 찔러 자신의 피로 허공에 쓰윽 그었다.

순간, 주위에 수많은 영인이 나타나더니 대전 밖 청색 광막에 한 장도 안 되는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들어가자!”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균열로 뛰어들었고 구유와 임정도 바로 뒤따랐다. 균열은 그들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목진 등이 대전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뒤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누군가 용암 같은 발을 성큼 내디뎠다.

* * *

목진 등이 청색 대전으로 들어가자 눈부신 빛과 함께 수수하고 웅장한 대전이 눈앞에 나타났다.

대전의 바닥에는 청석이 깔려 있었고 돌풍의 형태를 한 돌기둥이 우뚝 솟아올라 대전을 지탱하고 있었다. 또한, 대전의 중심에 있는 고요한 못에서 자란 수련에서 내뿜는 연기가 대전을 가득 채웠다.

목진 등은 연기를 흡수하고는 깜짝 놀랐다. 연기에는 지극히 순수하고 웅장한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저건…….”

목진은 두 눈을 부릅뜨고 못을 노려봤다.

“저건 지존영액으로 이뤄진 못이야!”

구유도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녀는 풍부의 씀씀이에 적잖게 놀랐다. 지존영액으로 이 정도 규모의 못을 이루려면 적어도 몇억 방울은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현재, 못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지존영액으로 치면 적어도 오천만 방울은 될 것이다. 이건 대라천역에서도 절대 적은 양이 아니었다.

“역시 구부의 재력은 알아줘야 해.”

목진도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나 지존영액을 거두는 데 급급해하지 않고 고개를 들고 대전을 쓰윽 훑었다.

그때 대전의 깊숙한 곳에 있는 굵직한 돌기둥의 끝자락에 놓인 물건 두 개가 눈부신 빛을 발하는 것을 발견했다.

물건들은 각각 청색 깃털 부채와 청옥 족자였다.

“저건…… 성물이야!”

청색 깃털 부채를 살피던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돌기둥 위에 조용히 떠 있는 청색 깃털 부채에서 무서운 파동을 느꼈다. 이건 준 성물이 지닐 수 있는 파동이 아니었다.

부채는 틀림없이 성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청옥 족자도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닐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절대 깃털 부채와 함께 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고의 천궁은 역시 명불허전이군.”

구유도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풍부의 주인은 생전에 기껏해야 하위 지지존일 뿐이었는데 진정한 성물을 지녔으니, 이것만으로도 북계의 정예 세력 주인들은 혈안이 되어 달려들 것이다.

만다라도 목진 덕분이긴 하지만 네 번째 전주한테서 성물을 하나밖에 얻지 못했다.

“엄청난 수확인걸?”

임정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좋은 물건이지만 얻기는 그리 쉽지 않을 거야.”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으로 못 뒤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 있었고 계단 양측에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의 옷에는 각각 청교, 금교, 심지어 백룡, 청룡이 새겨져 있었는데 전부 풍부의 강자들처럼 보였다. 등급이 가장 높은 사람은 청룡 제자로 앉아있는 위치로 보아 지위도 상당해 보였다.

그들은 밖에 있는 시신들과 달리, 아직 살이 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았는데 얼굴에는 역시나 공포가 드리워 있었다.

그들도 역외족의 무섭고 사악한 기운에 목숨을 잃은 모양이었다.

“생기 없는 시체일 뿐이야.”

임정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손을 휘두르자 영력 돌풍이 휘몰아쳐 녀석들은 바로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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