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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12화 (711/1,000)

712화. 부자 임정

눈 깜짝할 사이에 대전은 텅 비었다.

그런데 목진 등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어느샌가 계단의 끝자락에 놓인 석좌에 사람 한 명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청색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로 위엄 넘치는 모습을 하고 지극히 강대한 영력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사내가 앉아있는 위치와 기세로 보아 그는 아마 풍부의 주인일 것이다.

이에 목진 등은 꼼짝없이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아직 상대방이 죽었는지 사악한 기운이 체내에 깃들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잠시 후, 풍부의 주인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만 년도 넘게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고, 눈동자에 빨간 점이 생긴 것이 무척 사악해 보였다.

“쳇.”

임정이 커다란 눈을 굴리며 콧방귀를 뀌자 목진과 구유는 괜히 투덜댔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지!”

임정이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 정말 사실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임정이 입을 삐쭉 내밀며 물었는데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덤벼 보기라도 해볼까?”

목진은 영기로 가득 찬 못과 청색 성물 및 청옥 족자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진정한 지지존이 와도 탐낼 물건인데 목진은 오죽할까? 그들은 보물을 찾기 위해 상고의 천궁에 들어왔는데 기회를 코앞에 두고 포기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히히, 그럼 어디 해볼까?”

임정도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듯했다. 하긴, 그녀의 성격상 상대가 아무리 강하게 밀어붙여도 절대 쉽게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구유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날 수 없으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풍부의 주인이 만 년 동안 실력이 줄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이와 동시에, 계단의 끝자락에 앉아있던 풍부의 주인은 목진을 노려보더니 발을 힘껏 굴렀다.

쿵!

검은색 돌풍이 휘몰아쳐 공간을 가르며 목진 등을 향했는데 돌풍이 지난 곳은 순식간에 공간이 부서졌다.

슉!

그때 한 갈래 한광이 나타났는데 임정의 빙령우가 나서서 수중의 한빙 장검을 휘둘렀다.

이에 백 장 정도의 방대한 한기가 거대한 이무기처럼 날아올라 검은색 돌풍과 부딪쳤다.

퍽!

양자가 부딪치자 공간마저 부서졌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강력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뇌명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꽈르릉!

빙령우는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무서운 충격파에 멀리 튕겨 나가 거대한 돌기둥에 부딪혔는데 기둥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실력이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는 바로 열세에 처했다.

그 광경에 목진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풍부 주인의 실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들은 풍부의 주인이 사악한 기운에 육신은 보존했지만 만 년도 넘게 시간이 흘러 실력이 확 줄어들었을 거라 여겼는데 여전히 일반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보다 훨씬 강했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주먹을 꽉 쥐자 수중에 적홍색 장창과 적룡이 새겨진 선홍색 갑옷이 나타났다.

이건 목진이 하홍한테서 뺏은 적룡전창과 적룡전갑으로 쌍을 이룬 준 성물이었다. 위력은 상당해 보였지만 목진은 처음 사용했다.

쿵!

목진이 갑옷을 입은 채 장창을 꽉 쥐자 웅장한 영력이 순식간에 폭등해 강력한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다. 이는 진정한 9급 원만급 강자라도 결코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파동이었다.

또한, 빙령우도 서서히 허공에 떠올라 한빙 장검으로 풍부의 주인을 가리켰고 구유의 주위에 수정 같은 화염이 피어오르자 대전의 온도는 확 달아올라 공간마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임정도 이내 정색하며 가녀린 손에서 은은한 백광을 발하더니 손바닥에 빛이 모여 특이하고 오래된 부적을 이뤘는데 그 속에서 무서운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목진, 임정, 구유, 빙령우가 내뿜은 강력한 압박감에 풍부 주인이 형성한 위압감은 대부분 흩어졌다.

크으으으!

풍부의 주인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듯 나지막하게 울부짖으며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떨쳤다.

한편, 체내에서 홍수처럼 요동치는 웅장한 힘을 확인한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발을 힘껏 구르며 나섰다.

“공격!”

이와 동시에 목진의 우레와 같은 고함이 대전에 울려 퍼졌다.

슉!

목진이 나지막하게 외치며 먼저 수중의 선홍색 장창을 힘껏 휘두르며 웅장한 영력을 주입하자 백 장 정도의 빛줄기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풍부 주인의 가슴팍을 공격했다.

적룡전창과 적룡전갑 덕분에 목진의 공격은 지극히 예리해졌고 장창이 쏘아 올린 빛줄기는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를 갈기갈기 찢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런데 빛줄기가 곧 닿을 찰나, 풍부 주인의 몸에서 갑자기 흑광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 모습이 유난히 사악해 보였다.

잇따라 풍부의 주인이 사악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커다란 손을 내밀자 앞쪽 공간이 부서지며 날아오는 예리한 빛줄기를 냉큼 잡았다.

위잉!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마저 죽일 수 있는 예리한 빛줄기는 녀석의 손에서 꼼짝도 못 했다.

그 광경에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그는 빛줄기를 낚아챈 검은색 손바닥에 얼마나 무서운 힘이 깃들었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목진의 영력이 아무리 난폭한 충격을 가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풍부의 주인은 사악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씨익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퍽!

예리한 빛줄기는 풍부 주인의 손에서 와장창 깨졌다.

그러다 목진의 공격을 무산시킨 풍부의 주인이 목진을 향해 흑기가 맴도는 주먹을 휘두르자 앞쪽 허무한 공간은 순간 폭발했다.

쿵!

한 갈래 흑광이 공간을 부수며 미친 듯이 목진한테 날아가더니 사정없이 그의 가슴팍을 때렸다.

목진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멀리 튕겨 나갔고, 스쳐 지나간 거대한 돌기둥은 무서운 힘에 바로 부러졌다.

목진은 뒤로 수천 장 정도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지만 체내의 영력이 요동쳤고, 갑옷의 가슴팍 쪽에 1촌 정도 되는 깊숙한 권인이 생겼다.

풍부 주인의 실력은 너무 강력했다. 적룡전갑이 없었다면 목진은 상대방의 공격에 바로 크게 다쳤을 것이다.

지금도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고 피를 토할 것 같았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체내에 요동치는 기혈을 가라앉히고는 이내 정색하며 상대방을 바라봤다. 일전의 공격에서 그는 풍부 주인의 실력을 대충 알아챘다. 그는 진정한 지지존은 아니었지만 9급 지존경 원만급보다는 확실히 강했다.

풍부 주인의 실력은 지지존과 9급 지존경 원만급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러나 만 년의 시간 덕분에, 그의 실력은 확 줄어들었다.

이에 목진은 조금이나마 안심되었다. 상대방이 진정한 지지존이었다면 목진 등은 빙령우가 있어도 절대 상대가 안 됐을 것이다.

슉!

그런데 그때, 목진의 앞쪽 공간이 갑자기 부서지더니 한 갈래 흑광이 나타났다. 그건 풍부의 주인이었고, 목진한테 달려가 검은색 손바닥으로 그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조심!”

임정이 깜짝 놀라 외치더니 한기가 휘몰아치며 한빙 장검이 목진의 머리 위쪽에 나타나 풍부 주인의 장풍과 부딪쳤다!

한빙 장검은 바로 부서져 얼음 부스러기가 사방에 튀었는데 검은색 손바닥은 멈칫하다가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슉!

목진은 그 한순간을 이용해 신속하게 자리를 피하고 잔영을 남겼다.

쿵!

목진이 체내에서 웅장한 금광을 발하자 거대한 대일불멸신이 뒤쪽에 나타났고 체내에서 황금색 태양이 떠올랐다.

쿠쿵!

대일불멸신의 황금색 거수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이 깃든 황금색 액체를 머금은 채 풍부 주인의 육신을 공격했다.

목진의 공격에는 그의 모든 힘과 대일불멸신의 무서운 힘이 깃들어 있었다.

하여 풍부의 주인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체내에서 발하는 흑광도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목진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큰 타격은 입지 않았다.

활활.

이와 동시에, 수정 같은 화염이 갑자기 휘몰아쳐 풍부 주인의 주위를 감쌌다. 사악한 기운은 무서운 고온으로 인해 끓어오르며 나지막하게 울었다.

온몸에 수정 같은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구유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상황을 살피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녀의 불사화는 풍부의 주인을 조금이나마 억제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풍부의 주인이 체내에서 흑광을 발하자 주위의 공간마저 어두워졌고 온몸을 휘감은 수정 화염은 모조리 꺼졌다.

이에 목진과 구유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풍부의 주인은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슉!

잇따라 도천의 흑광이 한데 모여 검은색 장도를 이뤄 공간을 가르며 구유에게 향했다.

“빙아, 막아!”

임정이 소리를 지르자 빙령우는 순식간에 구유의 위쪽에 나타나 한기를 모아 두꺼운 한빙 갑옷을 이뤘다.

그러다 임정이 주먹을 꽉 쥐자 수많은 옥 부적이 수중에 나타났고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부적은 옥광이 되어 빙령우를 감쌌다.

퍽!

검은색 도광이 닿자 옥광이 부서지기 시작했고 도광도 함께 사그라들었다. 하여 검은색 도광은 결국 빙령우의 한빙 갑옷에 깊숙한 흔적만 남겼을 뿐,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목진과 구유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빙령우가 풍부 주인의 공격을 막아내 놀랐을 뿐만 아니라 갑옷에 흔적만 남고 본체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이건 분명 옥 부적 덕분이었다.

“저건 설마 호신 부적?”

목진은 옥 부적들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부적에 깃든 강력한 힘이 온전히 느껴졌다. 부적에는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의 공격을 막아낼 정도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부적은 소모품이고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워 가격이 제법 비쌌다. 보통 사람은 하나라도 있으면 애지중지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임정은 한 움큼씩 사용했으니…….

이를 지켜보는 목진은 왠지 마음이 아팠지만 정작 임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번엔 제대로 준비를 해왔어. 그러니까 너흰 전력을 다해 공격하고 난 빙령우와 함께 방어를 책임질게. 우리가 함께 나서도 녀석을 쓰러뜨릴 수 없을까!”

목진과 구유는 넋 놓고 서서 임정을 한참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잣집 딸은 역시 달라!”

임정 덕분에 전세는 확 바뀌었다. 목진과 구유가 전력을 다해 공격하자 풍부의 주인도 미친 듯이 포효하며 공격을 개시했는데 임정의 옥부를 온몸에 휘감은 빙령우가 나서 완벽하게 방어했다.

더구나 풍부의 주인은 지능이 없어 빙령우를 피해 공격할 줄 몰라 녀석이 몸에 얼마나 강력한 방패를 두른 줄도 모르고 괜히 그한테 집착하기 시작했다.

하여 없어질 줄 모르는 임정의 호신 부적 덕분에 풍부 주인의 몸에서 발하던 흑광은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풍부 주인의 몸에 깃든 사악한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 광경에 목진과 구유는 조금이나마 안심되었다. 그들은 치열한 혈투가 벌어질 거라 예상했는데 임정 덕분에 상황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쿠쿵!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풍부 주인은 본능적으로 공격을 그만두었다. 더는 빙령우를 상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목진은 멈칫하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풍부 주인이 청색 깃털 부채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

목진은 순간 불안해졌다.

풍부 주인은 이미 청색 깃털 부채가 놓인 돌기둥 앞에 나타나 검은색 손을 쭉 뻗었다.

쿵!

그가 부채를 잡자 무서운 돌풍이 휘몰아쳐 공간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부채는 진정한 성물이었다!

목진과 구유, 임정은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아무도 지능이 없는 풍부의 주인이 갑자기 달려가 성물인 부채를 잡을 줄 몰랐다.

풍부 주인의 실력에 진정한 성물의 힘까지 더해지면 지지존 못지않을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면 임정한테 호신 부적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젠장.”

목진은 인상을 확 쓰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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