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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13화 (712/1,000)

713화. 반서(反噬)

풍부 주인이 청색 깃털 부채를 휘두르자 파멸의 기운이 깃든 돌풍이 휘몰아쳐 주위의 공간이 부단히 떨리며 부서질 것 같았다.

“젠장.”

그 광경에 목진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들은 진정한 성물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었다. 성물은 지지존마저 탐내는 물건이었다.

풍부의 주인이 정말 청색 깃털 부채의 힘을 일깨우면 전투력은 생전의 최상급까지는 아니어도 지지존까지는 무리 없을 것이다.

풍부 주인의 실력이 지지존에 이르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목진 등은 전혀 승산이 없고, 임정의 호신 부적도 큰 작용을 하지 못할 것이다. 호신 부적의 힘으로는 지지존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임정과 구유는 한껏 정색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철수할 준비나 해!”

목진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이를 악물고 고민하더니 바로 결단을 내렸다. 지금은 그들이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함부로 나섰다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었다.

보물이 아무리 진귀해도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기에 목진은 철수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임정과 구유도 조금 아쉬웠지만 결국 목진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들도 목진의 선택이 최선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빙령우한테 뒤쪽을 책임지라고 할게.”

임정은 빙령우로 세 사람이 도망갈 시간을 벌려고 했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보물을 얻기는커녕, 청색 깃털 부채 못지않게 진귀한 빙령우를 잃게 생겼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었기에 목진 등은 결국 빙령우를 뒤로한 채 철수했다.

슉!

그런데 그때, 풍부 주인이 바로 눈치를 채고 어둡고 사악한 눈빛으로 목진 등을 바라보며 청색 깃털 부채를 휘두르려 했다.

이에 목진 등은 바로 속도를 끌어올렸고 임정은 빙령우를 조종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다.

위잉!

풍부의 주인은 들끓는 검은색 영력을 미친 듯이 방출하며 전력을 다해 수중의 청색 깃털 부채로 파멸의 기운이 깃든 공격을 개시하려 했는데 갑자기 변고가 생겼다.

청색 깃털 부채에서 갑자기 영롱한 청광을 발하더니 풍부 주인의 검은색 사망의 기운을 모조리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크으으으!

풍부의 주인은 괴로운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부채를 꼭 쥐려고 손에 힘을 줬는데 녀석은 영성이 있는 것처럼 손에서 벗어나 되려 풍부의 주인을 공격했다.

쿵!

순간, 청색 돌풍이 일어나 용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풍부의 주인을 공격했다.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풍부의 주인은 멀리 튕겨 나 대전의 벽에 부딪혔고 대전은 세차게 흔들렸다.

청색 깃털 부채의 공격은 엄청났고, 풍부 주인의 몸에서 발하던 흑광이 빠르게 어두워지며 웅장한 사망의 기운도 확 줄어들었다.

철수하려 했던 목진 등은 멍하니 상황을 살피더니 표정이 복잡 미묘해졌다.

임정도 커다란 눈을 비비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고 구유도 화들짝 놀랐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은 청색 깃털 부채가 갑자기 풍부의 주인을 공격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목진도 넋 놓고 한참 서 있다가 그제야 무언가 생각난 듯 이내 화색이 되었다.

“풍부의 주인은 성물에 반서 당한 것 같아!”

“반서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구유가 멈칫하며 묻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성물은 영성이 있어 길흉을 판단할 수 있어. 성물이 풍부 주인의 물건은 맞지만 몸에 사악한 기운이 깃들기 전의 풍부 주인의 물건이지. 현재 그는 사악한 기운이 몸에 깃든 사악한 존재일 뿐이라 부채의 주인을 죽인 진범이나 다름없지. 그래서 성물은 진범을 죽이려고 공격을 개시했던 거야.”

구유와 임정은 그제야 깨달았다. 풍부 주인의 육신에 사악한 기운이 흘러넘쳐 영성이 있는 성물은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직 철수할 때가 아닌 것 같아.”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에서 아직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빙령우까지 희생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구유와 임정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그들은 조용히 서서 청색 깃털 부채와 풍부의 주인이 싸우는 것을 보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성물을 손쉽게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육신이 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찬 풍부의 주인은 벽에 박힌 몸을 추스르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수백 장 정도의 검은색 거수가 청색 깃털 부채의 위쪽에 나타나 강제로 물건을 잡으려 했다. 풍부의 주인이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

후우!

이에 청색 부채가 다시 힘껏 흔들자 청색 돌풍이 휘몰아쳐 검은색 거수를 찢어버렸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이것이 진정한 성물의 위력이란 말인가? 주인 없이 영성만으로도 이토록 무서운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니.

청색 돌풍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라도 겨우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공격이 무산된 풍부의 주인은 너무 화가 나 도천의 사악한 기운을 내뿜었는데 이는 수많은 흑광으로 변해 청색 부채를 공격했다.

그런데 청색 부채는 사악한 기운을 극도로 싫어하는 듯 전력을 다해 반격을 시작했다. 한 번씩 흔들 때마다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해 공간이 찢어졌고 도천의 사악한 기운도 모조리 없앴다.

이에 대전에는 풍부의 주인과 청색 깃털 부채의 대전이 시작됐고 목진 등은 관객이 되어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쿠쿵!

부단히 형성된 충격파는 대전의 돌기둥을 모조리 부숴버렸는데, 그 파괴력에 목진은 너무 놀라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과연 누가 이길까?”

임정이 가까이 와서 묻자 목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성물이 대단하긴 하지만 주인이 없는 상태라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성물은 아무리 대단해도 주인이 있어야 진정한 위력을 낼 수 있다. 비록 청색 깃털 부채가 지금은 남은 영력으로 싸우고 있지만 언젠가 영력이 다 닳으면 수면 상태에 빠지거나 자신을 폭발시켜서라도 풍부의 주인을 죽이려 할 것이다.

“그럼 어떡할까?”

구유가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청색 깃털 부채가 자폭하면 그들한테는 엄청난 손해였다. 그들은 진정한 성물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나서자.”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도 진정한 성물이 폭발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위잉!

그런데 그때, 대전에서 다시 경천의 대결이 펼쳐지더니 청색 깃털 부채와 풍부의 주인은 각자 뒤로 튕겨 나갔고 돌기둥들은 와르르 무너졌다.

또한, 청색 깃털 부채에서 발하는 청광도 훨씬 어두워졌다. 청색 깃털 부채는 풍부의 주인과의 대결에서 영력 소모가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부채는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갑자기 목진 등을 향해 날아갔다.

슉!

청색 깃털 부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 앞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목진 쪽으로 비틀었다.

그 광경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설마 그에게 부채를 잡으라고 하는 건가? 녀석은 목진의 영력을 사용하려는 걸까?

목진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성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양의 영력을 사용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성진진마탑을 바로 만다라에게 줬던 것이다. 강제로 물건을 사용하려 했다가는 순식간에 영력이 다 닿아 죽을 수도 있었다.

위잉.

청색 깃털 부채는 재촉하듯 더 격렬하게 떨었다.

이에 목진은 고민에 빠졌다. 성물은 영성이 있어 목진이 도와주지 않으면 주인이 되기가 불가능했기에 잘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목진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결정을 마치고 깊게 숨을 들이켜며 손을 뻗어 청색 깃털 부채를 잡았는데 체내의 영력이 갑자기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목진이 손을 뻗어 청색 깃털 부채를 잡자 체내의 영력이 순간 비등했고 뒤쪽 공간이 파르르 떨더니 지존해마저 나타났다. 그 속에서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일며 괴성이 울려 퍼졌다.

위잉!

목진은 체내의 영력이 팔을 따라 끊임없이 부채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져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정작 자그마한 부채는 배부른 줄 모르듯 목진의 체내의 영력을 꿀꺽 삼켰는데 그 엄청난 속도에 목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성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영력의 양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한편, 목진의 뒤쪽에 나타난 지존해에서 만 장 정도의 물기둥들이 솟구쳐 지면과 하늘을 이으며 미친 듯이 부채에 스며들었고 이로 인해 지존해 해면은 서서히 낮아졌다.

그 광경에 구유와 임정도 깜짝 놀랐는데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목진을 도와주고 싶어도 함부로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 서로의 영력에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큰일이었다.

목진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청색 깃털 부채를 들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도 지존해의 변화를 발견한 듯했다. 보아하니 성물은 그의 지존해를 비울 것 같았다.

위잉.

목진의 주위에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쳤고 청색 깃털 부채가 발하는 빛은 점차 밝아졌으며 표면에 새겨진 오래된 무늬도 다시 또렷해졌다.

반면, 목진의 지존해 해면은 점차 낮아졌다.

이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일단 지존해의 영력이 고갈되면 지존해는 유지할 힘을 잃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변고가 생기면 목진한테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이다.

“젠장!”

목진은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도 성물에 필요한 영력의 양이 너무 많았다.

그는 이미 9급 지존경에 이르렀고 지지존과 한 보 차이인데 그 한 보가 이렇게 엄청나다니…….

어느덧 목진은 머리가 핑 돌았다. 이대로라면 그는 언젠가 영력을 전부 잃고 죽을 것 같았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말했다.

“적당히 해, 안 그럼 내가 강제로 너를 뿌리치고 떠날 거니까. 그럼 너와 저 녀석은 여기서 함께 죽는 수밖에 없어!”

목진은 청색 깃털 부채가 분명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나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청색 깃털 부채의 진동은 줄어들었고 아직 배가 부르지 않다며 화를 내듯 ‘위잉’ 울었다.

“밥을 먹었으면 일이나 해!”

목진이 이를 갈며 말했다.

위잉!

이에 수중의 청색 깃털 부채에서 서서히 청광을 발했는데 목진은 그 속에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무서운 파멸의 파동을 느꼈다.

청광이 강해지자 부채에서 오래된 인법이 전해졌다. 이는 부채가 목진에게 결인하라고 귀띔해 주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영성이 있어도 물건일 뿐이라 사람이 조종해야 진정한 위력을 발할 수 있었다.

하여 목진은 인법의 오묘함을 느낀 뒤, 바로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속도가 아주 느렸다.

목진은 인법을 바꿀 때마다 체내의 영력이 많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는데 결인하는 것만으로도 대량의 영력이 소모되었다.

이에 목진은 화가나 치를 떨었다. 목진이 반보 9급 지존이었다면 지금쯤 영력이 다 닳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꾹 참고 얼마 남지 않은 영력으로 결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한참 지나서야 인법을 전부 그려냈다.

쿵!

목진은 격렬하게 진동하는 청색 깃털 부채를 서서히 들어 올렸는데 이건 목진의 힘이 아니라 부채가 스스로 허공에 떠 오른 것이었다.

잇따라 목진은 먼 곳에 서 있는 풍부의 주인을 향해 부채를 힘껏 휘둘렀다.

“풍신인(風神印)!”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청색 깃털 부채에서 만 장의 청광을 발하더니 소용돌이를 이뤄 주위를 휩쓸고 다니며 공간을 부쉈고 파멸의 파동을 내뿜었다. 이에 목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다 사람 머리 크기의 짙은 청색 빛이 나타났는데 그 깊숙한 곳에 오래된 광인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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