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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15화 (714/1,000)

715화. 주염과의 대결

목진의 말에 주염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돌풍이 휘몰아치는 거대한 영진과 목진을 번갈아 보고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녀석한테 이런 재주가 있을 줄 몰랐다.

“저 영진을 장악했단 말인가?”

주염은 목진이 종사급 영진을 장악했다는 것이 차마 믿기지 않았다.

이에 목진은 옆에 놓인 거대한 영진을 가볍게 때리며 답했다.

“이 돌기둥은 마침 영진의 제어 중심이라 내가 영인을 주입해 제어권을 장악했네.”

해당 영진을 장악하려면 풍부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목진 등은 마침 풍부 주인의 증표를 획득해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에겐 알리지 않았다.

“최종 승자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마침, 내 운이 항상 좋았네.”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젠 물건을 돌려주겠나?”

목진이 상냥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자 주염은 그를 한참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엔 내가 실수했네. 난 자네가 그 기둥을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네.”

주염이 미리 발견했더라면 목진을 기둥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었고 지금 같이 난감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그저 웃으며 예리한 눈빛으로 주염을 노려보기만 했다.

“상황이 나한테 불리한 것 같긴 한데…….”

주염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하더니 눈빛이 돌변했다.

“나 주염의 손에서 물건을 빼앗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

쿵!

그가 말을 마치자 뒤쪽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져 지존해가 나타났고 그 속에 수많은 화산이 폭발해 지극히 난폭한 영력이 모였다. 강력한 영력 위압감에 주위의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잇따라 주염이 발을 구르자 암장이 분출했고 그는 불빛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영진으로 향했다.

그는 목진이 정말 종사급 영진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거라 여기지 않았기에 빈틈이 보이면 바로 도망가려고 했다. 일단 대전에서 벗어나면 목진 따위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주염이 이렇게 쉽게 물건을 내주면 강자방 1위도 안 되었을 것이다.

그때 기세등등하게 날아오른 불빛을 바라보던 목진이 손으로 돌기둥을 가볍게 때리자 또 영진이 스며들었다.

휘익!

잇따라 대전을 감싼 거대한 영진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색 돌풍은 잠에서 깨어난 용처럼 공간을 가르며 불빛을 향했다.

지극히 무서운 영력 파동을 방출하는 청색 돌풍은 아무리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라도 닿으면 바로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이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돌풍을 바라보던 주염도 안색이 확 변했다. 그도 돌풍에 깃든 영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껴졌다. 아무리 그라도 자칫하면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

하여 그는 어쩔 수 없이 멈춰서서 돌풍의 공격을 미친 듯이 피했다.

한편, 목진은 종사급 영진의 공격을 무사히 피해 가는 주염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녀석의 실력은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종사급 영진의 공격을 그리 쉽게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쿵!

그때 청색 돌풍이 귀신처럼 주염의 뒤에 나타나 채찍처럼 힘껏 그를 내리찍었다.

주염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아 팔을 휘둘렀는데 옷깃에서 무궁무진한 화염이 휘몰아쳤다. 난폭한 화염이 나타나자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공기마저 활활 타올랐다.

이렇게 무궁무진한 화염은 점차 모여 화룡을 이루더니 뒤쪽에서 날아오는 청색 돌풍과 부딪쳤다.

퍽!

돌풍과 화염이 부딪치자 하늘에 성대한 불꽃이 피어났다.

그런데 화룡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부서졌고 돌풍은 소리 없이 날아가 주염의 등을 때렸다.

쿠쿵!

주염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맥없이 추락하더니 바닥에 긴 흔적을 남기고서야 겨우 멈춰 섰다.

그는 더 이상 전처럼 자신만만하지 않았고 암장이 요동치며 등에 난 상처를 치유하려 했지만 난폭한 청색 영력 때문에 쉽지 않았다.

스읍.

등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주염은 정신이 벌떡 들었다. 이것이 바로 종사급 영진의 위력이란 말인가? 지지존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은 역시 그저 나온 말이 아니었다. 주염의 육신이 튼튼하지 않았다면 벌써 크게 다쳐 쓰러졌을 것이다.

“녀석…….”

주염은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고 멀지 않은 곳에 무덤덤하게 서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그는 목진처럼 어린 사람이 종사급 영진의 위력을 이 정도로 끌어올릴 줄은 몰랐다. 그는 영진에서 빈틈이라곤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주염, 물건을 그만 돌려주게.”

목진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는데 주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서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등 쪽 상처를 치유하며 영진을 뚫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진은 주염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주염이 아무 말 없자 그는 다시 돌기둥을 때려 거대한 청색 돌풍이 강림해 주염을 감싸게 했다.

휘이익.

파멸의 기운이 깃든 무서운 광풍이 휘몰아치자 주위의 공간은 와장창 깨졌고 수많은 공간 파편이 휩쓸며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주염은 자신을 가둔 돌풍을 보더니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돌풍의 감옥은 주염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했다.

“어디 계속 우쭐거려봐!”

임정은 통쾌하다는 듯 외쳤다. 그녀는 감히 물건을 빼앗은 주염이 미웠던 참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녀석을 쓰러뜨리려 했는데 목진이 이토록 엄청난 수를 숨겼을 줄 몰랐다.

“목진아, 넌 정말 대단해!”

임정이 싱글벙글 다가가 목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런데 목진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임정을 쏘아봤다. 그의 영력 중 대부분은 청색 깃털 부채가 흡수했고 방금 영진까지 소환해 체내의 영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이에 임정이 히쭉 웃더니 바로 지존영액을 건넸다.

“이제 생각이 바뀐 건가?”

목진은 지존영액을 흡수해 체력을 회복했고 돌풍 속에 갇힌 주염한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날 이런 꼴로 만든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네.”

주염은 목진을 한참 노려보더니 그제야 눈길을 거두며 답했다.

“영광이네.”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건가?”

“풍신선을 돌려주면 우리가 떠난 뒤, 영진의 위력이 점차 줄어들게 설정할 것이네. 그럼 혼자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뭘 믿고 자네 말을 따른단 말인가?”

주염이 미간을 찌푸리며 목진을 노려봤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은데…….”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내가 그냥 떠나도 자넨 영진을 뚫고 나올 수 있지 않은가?”

목진은 주염의 확실한 실력을 잘 몰랐지만 강자방 1위라면 분명 종사급 영진을 뚫고 나올 필살기가 한 가지쯤 있을 거라 확신했다. 물론 대가는 엄청날 테지만 말이다.

목진의 말에 주염은 한참 고민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다시 목진을 바라봤다.

“천라대륙에 자네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니, 흥미롭군. 이번엔 자네가 이겼네. 그런데 다음번에 마주치면 제대로 힘을 겨뤄보지.”

말을 마친 주염은 바로 청색 깃털 부채를 건넸다.

이에 목진은 부채를 돌려받고 가볍게 돌리며 말했다.

“고맙네.”

목진은 풍신선을 돌려받은 후, 주염을 무시한 채 구유와 임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전리품을 나눌 일만 남았어.”

목진은 아수라장이 된 대전에 서서 수중의 풍신선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너희부터 골라.”

풍신선은 진정한 성물이라 위력이 상당히 강하지만 그는 이를 양보하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성물이 처음이 아니었고 일전에 획득한 성진진마탑도 만다라한테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유와 임정은 잠시 풍신선을 살피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이 물건과 함께 적을 물리친 적이 있으니 그 주인은 네가 가장 적합해.”

그들의 말처럼 목진은 풍신선을 작동시킬 인법을 그리는 방법을 획득했고 힘을 합쳐 풍부의 주인을 상대한 경험이 있어 그 주인이 될 확률이 구유나 임정보다 더 컸다.

이에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풍신선을 거뒀다.

“그럼 이번엔 내가 득 좀 볼게.”

목진은 손으로 허공의 청옥 족자와 지존영액으로 이뤄진 못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저것들은 어떡할래?”

“일단 무엇인지부터 볼까?”

말을 마친 구유가 청옥 족자를 잡고 눈을 감더니 흠칫 놀란 듯 눈을 번쩍 떴다.

“이건 호풍술(呼風術)이라 불리는 소신통으로 영력을 무궁무진한 강풍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데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

본체가 구유작으로 비행에 능숙한 신수가 엄청 빠르다고 할 정도면 그 속도는 상당할 것이다.

목진도 흠칫 놀랐다. 해당 신통은 보조 유형의 신통인 것 같은데 공격 유형의 신통보다 훨씬 귀중해 보였다.

이 신통만 잘 수련하면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바로 도망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하위 지지존과 마주쳐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물건은 진정한 보물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이미 풍신선을 가져 호풍술을 탐내지 않았다.

“도망가기 위한 신통이라니, 이건 아니지.”

임정이 입을 삐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그녀는 해당 신통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에 구유는 고맙다며 임정한테 가볍게 인사했다. 임정이 구유한테 신통을 양보하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세 사람 중 구유보다 호풍술과 어울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그녀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질 것이고 아무리 목진이라도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내가 가질게.”

이렇게 호풍술의 주인은 구유가 되었다.

“그럼 지존영액으로 이뤄진 못은 내가 가지면 되겠네?”

임정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빙령우가 날아가 한빙 장검으로 못을 조금씩 파냈고 임정이 다시 손을 휘익 저어 못 전체를 거뒀다.

그 속에 깃든 지존영액의 양은 적어도 수천만 방울은 될 거라 대천세계에서 신통 한 가지쯤 구매하기엔 충분했다.

목진은 물건을 다 나누고 나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풍부에서의 수확이 제법 좋았다.

목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여전히 돌풍에 휩싸인 주염을 노려봤다. 녀석만 아니었으면 기분 상할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만 떠나자.”

목진은 텅 빈 대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더는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떠나려 했다.

이에 구유와 임정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염은 돌풍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비스듬히 감고 있었다. 목진은 녀석을 힐끗 보더니 구유, 임정을 데리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잠시 후, 주염이 다시 눈을 뜨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 등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며 씨익 웃었다.

“목진…… 참 재미난 친구군.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여기서 당한 걸 배로 갚아줄 것이니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말게.”

* * *

대전의 주위를 감싼 돌풍 영진에 갑자기 균열이 일더니 목진 등이 그 속에서 걸어 나왔고 균열은 바로 사라졌다.

대전 밖으로 나오자 이곳을 발견한 사람들이 수두룩했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려왔다. 그러나 다들 보물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가끔 환호 소리가 들려왔는데 운 좋은 사람들이 상고 천궁의 보물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 밖에 목진이 들어갔던 대전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많았는데 무서운 영진 때문에 감히 뛰어들지는 못했다.

하여 목진 등이 나오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들을 쳐다보더니 탐욕을 드러냈다.

대전에 보물이 있었음이 분명했고 목진 등이 그곳에서 나왔다면 빈손일 리가 없을 것이다.

슉!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한 갈래 한광과 함께 무서운 한기가 휘몰아쳐 대지에 한빙이 뒤덮였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한광을 피하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목진 등을 쳐다봤다. 그 앞쪽에 한기로 가득 찬 빙령우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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