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719화 (718/1,000)

719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목진은 독 안개를 뚫고 나오자 누군가 예리한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금세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하우와 눈이 마주쳤다.

이에 하우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는 목진과 마주쳐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목진은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살기를 품었다. 하우는 상고의 천궁 공간 통로에서 목진 등의 통로를 부쉈고 하마터면 그들은 공간 난류에 휩쓸려 죽을 뻔했다.

“허허, 목진, 용도에서 제법 많은 보물을 수확한 것 같은데 잠시 나와 대화를 나누겠나?”

하우는 상냥하게 웃으며 멀리 떨어진 목진을 바라봤다. 이와 동시에, 그 주위에 서 있던 수십 명의 강자가 사냥감 노려보듯 목진을 노려봤다.

그들은 천라대륙 강자방 15위권에 든 이들로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실력자들이었다. 게다가 하우는 강자방 4위로 9급 지존경 원만급의 실력을 지녀 천라대륙 젊은이 중 진정한 정예 강자로 꼽혔다.

반면에 목진은 막 9급 지존경에 이르렀으니 그를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때 한쪽 팔을 잃은 하홍이 사나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이미 목진의 처참한 미래를 본 것처럼 행동했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듯 목진을 쳐다봤다. 다들 목진이 용도에서 나오자마자 하우 등을 마주쳐 참 운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우는 목진이 용도에서 보물을 찾아냈든 말든 분명 뭐라도 얻어내려 할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와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그냥 가겠네.”

목진의 답변에 하우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껄껄 웃었다.

“멍청한 녀석, 형님이 자네 의견을 물은 줄 아는가?”

하우 옆에 서 있던 사내가 강대한 영력 파동을 내뿜은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씨익 웃었다.

“자네가 조용히 오지 않으니 내가 직접 가야 하지 않나…….”

쿵!

말을 마친 사내는 바로 웅장한 영력을 내뿜었다. 그는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로 강자방에서 15위를 차지한 천재였다.

사내는 귀신처럼 갑자기 목진 앞에 나타나 영광이 요동치는 손으로 목진을 잡으려 했다.

녀석의 손이 순간 백 장 정도로 커지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강자방 15위인 거령수(巨靈手) 노규(盧虬)가 아닌가?”

“노규는 강력한 육신으로 9급 지존을 세 사람이나 죽였다고 들었네.”

“감히 하우의 말을 거역하다니, 녀석 참 겁도 없지. 인제 보물을 내준다고 해도 무사히 이곳에서 빠져나가지는 못할 것이네.”

목진은 고개를 들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거수를 보고는 체내에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금광을 발했다. 오른팔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나타나 손을 뻗어 목진의 손과 완벽히 맞물렸다.

순간, 팔에서 무서운 힘이 폭발했고 목진은 무덤덤하게 주먹을 휘둘렀는데 금광이 솟구쳐 거대한 손과 부딪쳤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노규는 목진이 육신으로 자신을 정면 상대하려는 것을 보고 씨익 웃더니 갑자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목진의 주먹에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지극히 무서운 힘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쿵!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충격파가 폭발해 주위 만 장 범위를 감싸자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충격을 받은 중심 구역을 바라봤다. 그런데 괴이한 장면을 본 듯 안색이 어두워졌다.

노규는 큰 타격을 입은 듯 목진의 공격에 맥없이 튕겨 나갔다.

“이럴 수가!”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허공을 쳐다봤다. 다들 맥없이 튕겨 나간 이는 분명 목진일 거라고 여겼다.

쿵!

하지만 튕겨 나간 이는 다름 아닌 노규였다. 이를 발견한 하우도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손을 뻗어 노규를 부축했다.

“허허, 대단하군.”

하우는 가볍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진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진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대하 황조의 수십 명이나 되는 강자를 전부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용도에서 얻은 보물을 내놓고 한쪽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네.”

하우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목진이 피식 웃었다.

이에 하우는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목진은 멍청하게도 감히 자신의 위치와 신분도 모른 채 자신한테 덤비고 있었다.

이에 하우는 옆에 있는 강자에게 눈짓하며 목진을 상대하라고 했다. 목진 따위를 상대하는 일에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용도의 위쪽에 싸인 독 안개가 파르르 떨리더니 또 다른 이들이 나와 목진한테 다가갔다.

“쯧쯧, 목진아, 너도 참 대단해. 우리보다 빨리 나간 지 얼마나 된다고 벌써 일을 친 거야?”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리며 임정, 소소, 구유가 나타났다. 그들을 발견한 대하 황조 사람들은 멈칫하더니 여인들의 모습을 보고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세 명이나 있었다니! 저들이 자네를 지켜줄 수나 있을 것 같나? 좋은 말로 할 때, 용도에서 얻은 보물을 내주게.”

하우의 옆에 서 있던 요상하게 생긴 사내가 세 여인을 쓰윽 훑으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 말에 소소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을 보더니 손을 들어 휘익 휘둘렀다. 이에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사내의 뺨을 때렸고 사내는 얼굴에 시뻘건 혈흔이 남은 채 휘청거렸다.

“이런!”

대하 황조의 강자들은 깜짝 놀라 씩씩거리며 소소를 노려봤다. 아무도 여인이 먼저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우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소소가 한 공격에서 그녀가 절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님을 눈치챘다.

“용도의 보물은 우리가 애써 얻은 것인데 왜 당신들한테 줘야 한단 말인가?”

임정이 배시시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묻자 하우 뒤에 서 있던 하홍이 사악하게 웃으며 답했다.

“내가 알려 주지. 우리가 그쪽보다 더 강하고 우리 형님이 상고 천궁의 금룡 제자이기 때문이네!”

하홍의 말에 사람들은 하홍을 바라보는 눈빛이 확 달라졌다. 다들 상고의 천궁에 들어오려면 신분 영패를 획득해야 하는데 그중, 금룡 제자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우는 왠지 불안해져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목진 등도 조금 놀란 듯 하우를 바라봤다. 그들은 하우가 소경음보다 높은 신분을 획득했을 줄은 몰랐다.

목진 등은 잠시 놀라더니 서로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금룡 제자라…….”

임정의 말에 목진은 바로 그녀가 뭘 하려는지 알았다.

역시나, 임정이 금광을 발하는 영패를 꺼내 가볍게 휘두르자 황금색 빛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는데 그 표면에 거대한 금룡이 누워있었다.

그 광경에 대하 황조의 강자들은 흠칫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임정 수중의 황금색 영패를 쳐다봤고 하우도 제법 놀란 듯했다.

“저건…… 금룡 영패가 아닌가!”

주위에 모인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다.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금룡 영패를 획득하다니!

그때 소소도 눈을 깜빡이더니 하우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그리고는 금세 황금색 영패를 꺼냈는데 또 다른 황금색 빛기둥이 솟구쳤다.

이에 목진도 피식 웃었다. 그는 점차 어두워지는 하우의 안색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쿵!

잇따라 목진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황금색 영패가 나타나 세 번째 황금색 빛기둥이 나타났다.

대하 황조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기세등등해진 목진을 바라봤고 우쭐거렸던 하홍은 어느새 사색이 되었다. 그는 하우의 금룡 제자 영패로 기선 제압을 하려 했을 뿐인데 제압하기는커녕, 되려 제압당하고 말았다.

목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하홍을 보다가 안색이 확 어두워진 하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상냥하게 웃었다.

“자네가 금룡 제자라 이건가? 이를 어쩌나, 우리도 금룡 제자인데 말이야.”

세 갈래의 금룡 빛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쳐 백 리의 땅을 비추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들은 금룡 제자가 얼마나 획득하기 어려운지 직접 체험해봐서 잘 알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이는 상고의 천궁 같은 천라대륙의 패주였던 세력에서도 정예급 존재였다.

천라대륙에서 강자방 4위권에 든 네 사람만이 금룡 제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여겼는데 눈앞에 서 있는 낯선 세 사람이 모두 금룡 제자라니!

“저들이 정녕 전부 금룡 제자란 말인가?”

잠시 정적이 흘렀던 현장은 순간 떠들썩해졌다.

“그럴 리 없네. 금룡 제자가 어디 쉽게 얻을 수 있는 신분이던가? 설마 꼼수라도 부렸단 말인가?”

“허허…… 등용문에서 꼼수를 부릴 수 있었다면 금룡 제자가 지금처럼 적지 않았겠지.”

“저 세 사람의 실력이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 * *

꼼수를 부려 등용문의 시험에서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이에 사람들은 세 사람의 신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편, 대하 황조의 강자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 등을 바라봤다. 하홍은 사색이 된 채 서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목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자네 따위가 어찌 금룡 제자가 되었단 말인가?”

일전에 그와 싸웠던 목진의 실력은 반보 9급 지존경일 뿐이었다. 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나도 9급 지존경 정상이 다였는데 금룡 제자는 적어도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라야 이길 수 있었다. 숨긴 필살기가 있지 않고서야 절대 그를 쓰러뜨리고 금룡 제자의 신분을 얻지 못할 것이다.

대하 황조의 강자들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있어도 금룡 제자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입 닥치거라!”

하우는 이내 포효하며 하홍을 노려보더니 소소와 임정을 지그시 쳐다봤다. 그는 두 여인한테서 왠지 모를 위협감을 느꼈다.

그리고 목진은……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것 같지만 분명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잘못 걸려들었다.

하우는 저도 모르게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간 통로에서 마주쳤을 때 목진을 죽였어야 했는데 지금은 신비롭고 강력한 조력자가 두 사람이나 생겨 불가능했다. 싸움이 시작된다고 해도 대하 황족이 우세를 차지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

잠시 후, 세 갈래의 금룡 빛기둥이 사라지자 목진 등은 금룡 영패를 거둔 뒤, 하우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래도 우리가 보물을 내줘야 하나?”

하우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소소와 임정을 바라보았다.

“난 당신들을 천라대륙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혹시 어디서 왔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난 대하 황조의 태자, 하우인데 오늘 일은 우리와 목진 사이의 문제이니 이 일에서 물러나면 반드시 큰 사례를 하겠네.”

목진도 금룡 제자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신비로운 여인들이 빠지면 일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하우는 목진이 자신보다 더 강할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런데 목진은 생긋 웃으며 하우만을 바라봤다. 대하 황조 따위가 뒷배가 엄청난 두 여인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