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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21화 (720/1,000)

721화. 원한

위잉.

목진도 바로 상대방의 살기를 눈치채고 몸에서 금광을 발하자 팔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헤엄치며 강력한 힘의 파동을 내뿜었고 뒤쪽에 지존해가 나타나 웅장한 영력을 선보였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엄청난 살기를 품었고, 상대방이 수련한 지존법신을 바로 알아챘다.

대일불멸신의 수련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다른 경쟁자들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진화법은 오직 한 사람한테만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잇따라 구유도 바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수정 같은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그 모습에 소소와 임정은 멈칫했다. 두 여인은 목진과 구유가 왜 말도 없이 갑자기 싸울 준비를 하는 건지 몰랐다. 하지만 가루라를 보더니 자연스레 영력 파동을 방출했다.

가루라는 모르는 사람이고 실력이 강해 보였지만 두 여인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목진을 돕기로 했다.

이렇게 목진의 뒤쪽에 서 있던 세 여인까지 영력을 끌어올리자 가루라의 영력 위압감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주위 백 장 정도에서만 머물렀다.

이를 발견한 가루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소소와 임정을 살펴봤다. 그는 두 여인한테서 자신 못지않은 영력 파동을 읽었다.

가루라는 목진만 상대하면 전혀 두렵지 않았지만, 나머지 사람들까지 합류하면 승산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살기와 강대한 영력을 점차 거두며 미소를 지었다.

“자네도 대일불멸신을 수련했군. 오늘 이리 만나게 되어 반갑네.”

가루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서서 말했는데, 목진은 그것만으로도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사람 중에 평범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 반갑네.”

목진도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는데 사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장면을 봤다면 아마 두 사람이 친한 친구가 되려고 이러는 줄 알 것이다. 그러나 목진과 가루라는 서로 천적인 데다가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목진은 가루라가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향한 길을 막는 가장 큰 적인 걸 알면서도 소소 등의 힘을 빌려 녀석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협동 공격을 해도 녀석은 분명 도망갈 방법을 마련해 두었을 것이다. 지금은 천지의 세례를 받아 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했다.

대신 목진은 가루라에게 경고하듯 지그시 쳐다봤다.

“허허, 알겠네.”

가루라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하더니 멀리 물러났다.

“녀석은 상대하기 그리 쉽지 않을 거야. 그런데 어쩌다 저 녀석을 건드린 거야?”

소소는 바로 물러나는 가루라를 보더니 멈칫했다. 녀석은 실력이 막강한 데다가 눈치가 빨라 상대하기가 여간 어려운 놈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전에 녀석과 한 번 마주친 적 있는데 오래 싸우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그 실력이 짐작되었다.

“초면이야. 그리고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어.”

목진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나와 저 녀석 중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어.”

대일불멸신의 수련자인 목진과 가루라의 원한은 하우보다 더 깊었다. 목진이 먼저 물러나도 가루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죽이려 들 것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그럼 죽여.”

임정이 목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녀석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승자는 결국 네가 될 거야.”

“날 그렇게까지 믿어?”

목진이 흠칫 놀라 한 질문에 임정은 입을 삐쭉 내밀며 답했다.

“어머니께서 너를 그리 좋게 평가해주셨는데 저따위 녀석도 해결하지 못하면 너무 창피하잖아?”

이에 목진은 임정을 노려봤다.

“그런데 천라대륙 강자방 4위권에 든 사람 중 너를 살갑게 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네?”

구유가 옆에서 히쭉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목진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도 친구가 있으니 괜찮아.”

목진은 소소와 임정을 힐끗 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목진과 구유, 임정, 소소 네 사람이 뭉치면 주염이라도 감히 덤비지 못할 것이다.

목진의 말에 세 여인은 그를 흘겨봤다.

“이제 어떡해? 천지가 코앞인데 들어갈 수가 없어.”

소소는 바로 화두를 돌려 천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천지는 봉인된 상태인 것 같아. 봉인은 천제께서 하신 거라 강제로 들어갈 수는 없을 거야.”

“그럼 어떡해?”

임정도 덩달아 물었다. 목적지가 코앞인데 들어갈 수 없다니. 이보다 애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 목진이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걱정 마. 구부의 증표가 한데 모이면 천지의 봉인은 자연스레 풀릴 거고 그때가 되면 우리도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목진은 상고의 천궁에 들어오기 전, 만다라한테서 해당 정보를 알아냈다.

소소 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산 정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소를 나누며 다른 증표가 나타나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먼 곳 하늘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선홍색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와 천지 주위에 멈춰 섰다.

“저 녀석이 나왔네? 제법 빠른걸?”

선홍색 빛줄기를 발견한 임정이 흠칫 놀라 입을 열자 목진도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목진이 풍부에 가뒀던 주염이었다.

한편, 자리에 멈춰 선 주염은 온몸에서 암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바로 목진 등을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

“자네가 이리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

주염은 목진이 꼼수를 부릴 줄 알았는데 정말 그가 말했던 대로 영진을 조금 손봤을 뿐, 또 다른 함정은 없었다.

목진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주염은 빠져나올 방법이 있었지만 목진이 약속을 잘 지킨다는 점이 상당히 의외였다.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나왔군.”

“자네가 약속을 지킨 것에 놀라긴 했지만, 그거 때문에 좋게 봐줄 생각은 전혀 없네.”

주염이 무덤덤하게 말했고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자네 혹시 염령족 사람인가?”

목진 뒤에 서 있던 소소가 흥미진진하게 주염을 노려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 말에 주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상대방을 쳐다봤다. 그는 소소한테서 상당히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진 곁에 없었는데 이 신비로운 여인은 도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소소가 생긋 웃자 자그마한 채색 뱀이 다시 기어 나와 주염을 노려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탄천망이라니, 자네 설마 무한의 화역 사람인가? 염제와는 어떤 사이지?”

주염은 자그마한 채색 뱀을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과거 염제와 염령족은 내기를 했는데 염령족이 내기에서 져서 신화를 건네주게 되었다. 그 일로 침수 노조가 잠에서 깨어났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이 일은 염령족의 치욕으로 양쪽의 사이는 더욱 더 나빠졌다. 염령족은 여태껏 신화를 빼앗으려고 수많은 강자를 파견했지만 매번 무한의 화역을 이기지 못해 실패했다.

이에 염령족인 주염은 무한의 화역에 대해 잘 알았고, 그 안주인이 탄천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소한테도 탄천망이 있다니, 그들 사이는 분명 범상치 않을 것이다.

“무한의 화역 염제가 우리 아버지라네.”

소소가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주염은 화가 치밀어올라 몸에서 암장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켜며 소소를 한껏 쏘아봤다. 지금만큼은 목진과의 원한보다 소소가 우선이었다.

“그럼 나와 함께 염령족에 가줘야겠네. 그럼 자네 아버지가 신화로 자네를 바꾸러 올 테니 말이야.”

말을 마친 주염의 체내에서 도천의 화염이 폭발해 하늘마저 활활 타올랐다.

활활!

도천의 화염이 천지에 휘몰아쳐 무서운 고온을 방출하자 하늘마저 불타올랐고 주염은 화신처럼 허공에 선 채 무서운 압박감을 내뿜었다.

주염은 바로 강력한 실력을 선보였는데 이는 가루라보다 훨씬 강했다. 역시 강자방 1위다웠다.

그러나 소소는 대수롭지 않게 주염을 흘겨보며 물었다.

“아버지께서 염령족에 가시면 상대할 자신은 있나?”

염제께서 염령족을 제대로 혼내주고 침수 노조까지 나섰는데도 결국 신화를 빼앗겼는데 지금은 실력이 또 얼마나 늘었을까?

염제가 정말 염령족에 찾아가면 침수 노조가 다시 잠에서 깨어나도 절대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더구나 과거 염제는 홀로 대천세계를 누비고 다녔지만, 지금은 무한의 화역이란 무서운 최정예급 세력을 이뤘으니 염령족도 대천세계의 정예급 세력이고 역사가 유구하긴 하지만 정말 싸움이라도 나면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이를 잘 아는 주염은 소소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염제의 노여움은 염령족 따위가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염제가 무섭긴 하지만 주염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난 자네를 손님으로 염령족에 모셔가려는 것뿐이니 다치게는 하지 않을 것이네.”

주염은 소소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았다.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염령족에 돌아가면 소족장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염령족에 데려가려 하다니, 자네는 그럴 자격이 없을 것 같네만…….”

소소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천라대륙 강자방 1위가 전혀 무섭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염령족을 꽉 잡고 있었고 소소는 그의 딸이었다. 그녀는 염령족 젊은이 정도는 휘어잡을 자신이 있었다.

주염은 소소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그도 소소와 싸우는 것은 상당히 꺼려졌다.

“난 이곳 상고의 천궁에서 언젠가 자네와 대결을 펼칠 것이네.”

잠시 고민하던 주염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소를 만났으니 적어도 한 번은 싸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으니 더 좋은 기회가 닿으면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지금은 그에게도 천지의 세례를 받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든지.”

소소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그녀는 주염의 도발이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그 말에 주염은 소소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더는 말을 섞지 않고 먼저 물러나 주위의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괜찮겠어?”

목진은 주염이 완전히 물러나서야 안심하고 물었다. 주염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에 소소는 자그마한 채색 뱀과 놀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저 녀석은 나한테 맡겨. 절대 너희를 건드리지 못할 거야.”

한편, 목진 등은 전혀 흔들림 없이 자신감 넘치는 소소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염도 강하지만 소소도 진정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했다.

그녀는 염제의 딸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는데 염령족이 감히 염제한테서 신화를 받지 못한 걸 알고 자신을 공략하려 한 것이 괘씸했다. 이번 기회에 녀석들을 제대로 짓밟아주리라 결심했다.

잇따라 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주인공은 목진 등이 등용문에서 만났던 소경음이었다.

소경음은 여전히 사익 갑충에 올라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그녀는 미리 와있는 목진 등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허허, 이렇게 빨리 와 있을 줄은 몰랐네.”

소경음은 생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보더니 몰래 임정과 처음 보는 소소를 힐끗거렸다.

그녀는 소소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끼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녀석, 어디서 또 신비로운 강자를 데려왔단 말인가?”

소경음은 중얼거리며 두 여인을 훑어봤다. 임정과 소소는 분명 천라대륙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눈길을 거뒀다. 소경음은 등용문에서 청룡 제자의 신분밖에 획득하지 못했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성격이 유별나 소경음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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