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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22화 (721/1,000)

722화. 천지의 령

목진의 태도에 소경음은 입을 삐쭉 내밀더니 더는 다가가지 않고 웅장한 천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는데 여전히 구면으로 용도 밖에서 목진 등과 마주쳤던 대하 황조 무리였다.

녀석들은 증표를 얻기 위해 제법 타격을 입은 듯 보였다. 이곳에 온 사람은 다섯 명 정도였지만 실력 보존은 제법 잘 되어있었다.

하우가 바로 음침한 눈빛으로 쏘아보았지만 목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눈을 감았다.

이에 하우는 콧방귀를 뀌더니 가루라, 주염 등과 눈길을 교환했다.

잇따라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부단히 들리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실력이 가장 뒤처진 사람도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고 천라대륙 정예 세력에서 키운 강자도 제법 있었지만 낯선 강자들도 존재했다. 아마 천라대륙 이외의 세력에서 온 사람들일 것이다.

한 시진도 안 되는 사이에 조용했던 천지 주위는 떠들썩해졌고 웅장한 영력 파동들이 치솟아 그 존재를 알렸다.

쏴아아.

사람들이 많아지자 웅장한 천지도 영향을 받은 듯 청량한 물소리를 냈다.

순간, 사람들은 체내의 영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는데 이는 천지에 들어가 제련과 정화하고 싶은 극도의 갈망이었다.

위잉.

그때 목진은 갑자기 풍부의 증표가 서서히 뜨거워지더니 한 갈래 빛이 되어 솟구치는 것을 발견했다.

슉! 슉!

증표를 획득한 다른 사람들한테서도 빛이 발하더니 천지의 외부에 거대한 부적이 만들어졌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구부의 증표가 한데 모이는 것이다.

오래된 부적에서 발한 빛이 천지 밖의 봉인을 비추자 봉인이 진동했고 천지의 영력이 비등해 봉인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꽈르릉!

뇌명 같은 소리가 들리며 놀라운 영력이 휘몰아쳐 천지의 영력이 순간 비등했다.

“참으로 순수한 영력이군.”

소소 등은 틈새에서 느껴지는 웅장한 영력에 적잖게 놀랐다.

그런데 천지는 영력만 지닌 것이 아니었다. 다른 오묘한 힘도 함께 깃들었는데 사람들의 영력, 피와 살, 심지어 수련한 지존법신마저 갈망의 소리를 냈다.

만약 천지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면 육신은 물론이고 영력, 심지어 지존법신까지 환골탈태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이내 입맛을 다셨다. 대라천역에도 대라금지가 있는데 목진은 대라천역에 오자마자 대라금지로 지존법신을 강화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대라금지는 천지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였다.

“세례를 받는 데 성공하면 지지존경에 이르기 위한 기반을 단단히 다질 수 있을 거야.”

목진은 소소 등과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봉인 균열로 향했다. 천지가 코앞인데 여기서 포기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쿵!

목진 등이 나서자 천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사람들도 신속하게 봉인 균열로 향했다.

이곳 천지는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했다.

슉!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천지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혈안이 된 채 봉인 균열로 향했다.

다들 봉인 균열에서 전해진 무궁무진한 힘을 느꼈고, 여기까지 온 사람 중 평범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지라 상고의 천궁에서 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았다. 심지어 상고의 천궁 제자 중 천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상고의 천궁은 몰락했고 천지만 남아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앞으로의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 천운이 따라 천지의 수련을 마치면 천라대륙의 젊은이 중 최정예급 강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여 다들 미친 듯이 천지에 뛰어들었다.

상고 천궁의 규칙에 따르면 구부의 증표를 획득해야 천지에 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은 수호자가 없어 봉인에 균열이 생기자 증표가 없는 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들어가려 했다.

이에 목진도 바로 뛰어나갔다. 그는 천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가장 빨리 봉인에 뛰어들었다.

후우!

봉인 균열을 넘어 천지에 발을 담근 순간, 만 년 동안 묵혀 있던 오래된 기운이 확 몰려와 목진은 순간 황홀해졌고, 눈앞에 상고의 오래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날아와 웅장한 천지에 몸을 담그고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천지의 별들을 쫓아다녔다.

오래된 장면이 사라지자 목진 등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는데 드넓은 천지는 맑고 투명했으며 무궁무진한 힘이 깃든 것 같았다.

천지가 요동칠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졌고 이곳의 물은 한 방울에 천 근 무게가 실린 듯했다.

그때 목진 뒤에서 천지에 들어온 사람들이 갑자기 혈안이 되어 탐욕스럽게 천지를 바라봤다.

슉!

일부는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나아가 천지에 뛰어들었다.

으악!

비명이 들리더니 천지에 파도가 일어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가 납작하게 으깨졌다.

이에 다들 안색이 어두워져 황급히 물러났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천지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곳인지 몰랐다.

“어떻게 된 일이지?”

임정도 깜짝 놀랐다. 그녀도 무턱대고 천지에 뛰어들었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천지에 무서운 힘이 깃들어 무턱대고 뛰어들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어.”

목진은 예상이라도 한 듯 태연해 보였다.

“그럼 어떡해?”

소소의 질문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금룡 영패를 꺼내 내던졌다. 그러자 영패가 금광을 폭발하며 팽창해 자그마한 배가 되었고 금광은 광막을 형성해 배를 감쌌다.

이렇게 금룡 영패에 내려앉은 목진은 천지를 마음껏 지날 수 있게 되었다.

“영패가 이런 작용을 하다니…….”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바로 목진을 따라 신분 영패를 내던졌고 영패는 빠르게 팽창하며 빛을 뿜어 광막을 형성했다.

영패의 등급이 서로 달라 뿜어내는 색도 달랐고 형성한 보호막의 단단한 정도도 제각각이었다.

천지에는 무서운 힘이 깃들어 맨몸으로 뛰어들면 죽기 십상이었다. 신분 영패가 있어야 안전하게 오갈 수 있었다.

잇따라 소소, 임정 구유도 영패가 이룬 자그마한 배에 타더니 신기한 듯 주위를 살폈고 임정은 계속 손으로 광막을 찔러봤다.

“이제 뭘 하면 돼?”

임정이 흥미진진하여 물었다.

“천지에 들어와서 딱히 할 건 없어. 여기서 수련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천지에는 웅장한 영력이 깃들어 이곳에서 하루 수련하면 밖에서 한 달 수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정도에 만족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더 많은 걸 얻고자 하면 천지에 들어가야 해.”

목진의 말에 소소가 질문을 던졌다.

“천지의 세례는 어떻게 받는 거야?”

소소는 천지의 세례에만 관심이 갔다.

“규칙에 따르면 천지의 세례를 받으려면 천지의 령을 수집해야 하고 그 양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완벽한 세례를 받고 환골탈태할 수 있어.”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천지의 령은 또 뭔데?”

임정이 어리둥절해 물었다. 그녀는 천지의 세례를 받기가 이렇게 귀찮을 줄 몰랐다.

그때 목진이 천지의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 가끔 빛덩이가 휙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멀리 떨어졌는데도 빛덩이 속에 깃든 무서운 위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저게 바로 천지의 령으로 한 알에 순수하기 그지없는 힘이 깃들어있어. 천지의 령은 세례의 힘의 원천인데 세례에도 저급, 고급, 완벽한 세례 등 세 가지 등급이 존재해…… 완벽한 세례를 받으려면 천지의 령 백 알이 필요해.”

목진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완벽한 세례를 받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야.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상고의 천궁 제자 중에서도 완벽한 세례를 받은 사람이 극소수라고 했어.”

“흥미로운걸?”

목진의 말에 소소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당연히 완벽한 세례를 받고 싶었다.

“그럼 이만 나서볼까?”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발을 구르자 금룡 영패에서 금광을 발산하며 빠르게 천지에 스며들었다.

천지의 령은 분산되어 있어 목진 등은 각자 수집하기로 했다.

그들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영패와 함께 천지 내부에 있는 천지의 령을 찾으러 갔다.

슉!

목진은 금룡 영패를 이용해 빠르게 물을 가르며 나아갔는데 그를 보호하는 황금색 광막은 특이해서 물이 얼마나 매섭게 때리든 끄떡없었다.

그는 천지에 깊게 들어갈수록 압박감을 느끼고 흠칫 놀랐다. 영패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실력으로는 절대 천지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앞쪽에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는 것이 보였다.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눈부신 빛을 발하는 빛덩이가 웅장한 영력을 방출하며 떠다니는 것이었다.

바로 천지의 령이었다.

목진은 코앞에 나타난 천지의 령을 발견하고 이내 화색이 되었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위압감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위잉.

목진이 가까이 가자 조용히 떠 있던 천지의 령은 무언가 발견한 듯 부르르 떨다가 갑자기 목진을 향해 돌진해 왔다.

이에 화들짝 놀란 목진은 육신을 금광으로 감싼 채 웅장한 영력으로 금광 권인을 이뤄 영패가 이룬 광막 너머로 천지의 령을 공격했다.

영력은 천지 내부에서 전혀 저항을 받지 않아 목진의 공격은 더 빠른 속도로 천지의 령에게 향했다.

쿵!

금광 권인에 적중한 천지의 령은 멈칫하더니 권인이 되어 폭발했고, 별처럼 생긴 천지의 령은 있는 힘껏 목진의 영패 광막을 공격했다.

퍽!

광막은 격렬하게 떨리며 물결이 일었고 영패는 뒤로 수백 장 정도 물러났다.

그 광경에 목진은 소름이 쫙 끼쳤다. 보아하니 금룡 영패는 이 정도의 공격에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영패가 부서지면 목진은 완벽한 세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천지의 령의 공격이 이렇게 무섭다니! 그 위력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의 공격과 비슷했다.

슉!

그런데 그때, 천지의 령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젠장!”

천지의 령의 끊임없는 공격에 목진은 이내 정색했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제야 천지의 세례를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

완벽한 세례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위잉!

별처럼 반짝이는 천지의 령이 계속해서 진동하자 천지에 물결이 일었고 지극히 무섭고 난폭한 영력 파동도 함께 퍼졌다.

한편, 목진은 눈부신 천지의 령을 보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천지의 령의 공격성은 정말 놀라웠다.

녀석의 공격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의 공격이나 다름없었는데 천지에서만큼은 더 뛰어날 것이다.

이렇게 목진은 천지의 령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천지의 세례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최저급 세례를 받으려고 해도 천지의 령이 서른 알이나 필요하고 완벽한 세례는 백 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천지의 령 한 알마저 상대하기 어려웠다. 서른 알은 턱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목진은 낙심하지 않고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여태껏 간난신고를 겪어온 그는 천지의 세례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위잉!

그때 천지의 령이 다시 파르르 떨더니 만 장의 빛을 발하며 광구처럼 목진에게 향했다. 녀석의 충돌에 난폭한 힘의 물결이 일었고 천지는 멀리 흩어졌다.

이번 공격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도 감히 덤비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더는 녀석이 영패 광막을 공격하게 둘 수 없어.”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금룡 영패는 천지에서 활보할 수 있는 필수품이었다. 만약 파손되면 수단과 방법이 아무리 많아도 더는 천지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쿵!

이에 목진이 몸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자 뒤쪽에 지존해가 나타나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잇따라 목진이 적룡전창을 꺼내 창끝을 파르르 떨자 적광이 폭발하며 적홍색 기의 회오리를 내뿜었다. 이는 거대한 용처럼 난폭한 힘을 실은 채 신속하게 천지의 령에 맞섰다.

퍽!

양자가 부딪치자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휘몰아쳐 주위를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쿠쿵!

천지의 령은 더 이상 목진의 공격을 쉽게 뚫지 못했다. 비록 적룡전창이 격렬하게 떨렸지만 천지의 령도 뒤로 수백 장 정도 물러났다.

그러나 목진은 기쁘기는커녕,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물러난 천지의 령이 잠시 주춤하더니 더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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