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화. 엄청난 수확
녀석의 공격에 주위의 물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자 목진은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부단히 적룡전창에 주입했고, 미간의 세로 눈에 어두운 빛을 모아 난폭한 빛줄기를 쏘았다.
천지의 령은 두 준 성물의 힘에 다시 뒤로 튕겨 나갔고 눈부신 빛도 조금 어두워졌다.
“다루기가 너무 어렵군.”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준 성물을 힘을 빌려서야 천지의 령한테 효과가 있었으니 정말 놀라웠다.
쏴아아!
공격이 몇 번이나 무산된 천지의 령은 화라도 난 듯 미친놈처럼 목진한테 달려들었다.
이에 목진은 적룡전창과 멸생동의 협동 공격으로 녀석을 계속해서 물리쳤다.
퍽! 퍽!
천지에 난폭하기 그지없는 충격이 계속 폭발했고 묵직한 천지에 끊임없이 파도가 일었다.
쌍방의 미친 듯한 대결은 반 시진 정도가 지나서야 주춤해졌는데 천지의 령이 발하는 빛이 전보다 훨씬 어두워졌다. 보아하니 목진의 강력한 공격을 견디느라 영력 소모가 엄청난 모양이었다.
그러나 목진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는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가득 맺혔다.
목진도 천지의 령의 무서운 공격을 막아내느라 대량의 영력을 소모했다. 다행히 천지에 영력이 충분해 목진은 싸우면서 영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안 그랬으면 아무리 그라도 이렇게까지 버티지는 못했을 것이다.
위잉.
그런데 그때, 부단히 진동하던 천지의 령이 갑자기 뒤돌아서 도망가려 했다. 상대가 물리치기 어려운 존재인 것을 알아챈 녀석은 이대로라면 잡힐 것 같다는 생각에 도주를 결심한 모양이었다.
녀석은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듯했다.
“어딜 가?”
그러나 목진은 녀석을 절대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었다. 그가 손을 확 내밀자 다섯 갈래의 영력 빛줄기가 날아가 신속하게 천지의 령을 감싼 뒤, 녀석을 힘껏 끌어당겼다.
이에 천지의 령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결국 목진한테 잡혔고 갓난아이의 주먹처럼 작은 빛덩이로 변했다.
잠시 후, 영력의 빛이 모여 영롱한 정석으로 변했는데 그 속에 하천이 흘렀고 순수하고 웅장한 파동을 내뿜었다.
“이것이 천지의 령의 진정한 모습이란 말인가?”
목진은 수중의 영롱한 정석을 보더니 감탄했다. 이렇게 작은 정석 때문에 그는 한 시진이나 공을 들였다.
조심스럽게 천지의 령을 거둔 목진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다. 수집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었다.
한 시진에 한 알을 수집할 수 있고 영력 소모가 엄청나다니, 이대로라면 온종일 쉬지 않고 수집해도 기껏해야 다섯 알 정도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의 령을 서른 알 수집하려면 닷새 정도 걸리고 완벽한 세례를 받으려면 적어도 보름은 걸릴 것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목진은 천지의 령을 천천히 수집해도 괜찮았겠지만, 천지의 봉인이 언제 닫힐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빨리 수집하고 세례를 시작하는 편이 나았다.
잠시 고민하던 목진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다들 천지의 령을 잡느라 바빴다. 포악한 천지의 령을 상대하느라 극소수의 강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여 일부 강자들은 힘을 합쳐 천지의 령들을 한데 모아 한꺼번에 포획하려 했는데 오히려 속도도 더 느렸고 치른 대가도 훨씬 컸다.
또한, 일부는 여러 차례의 실패를 겪더니 결국 포기하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수련을 시작했다. 그들은 천지의 세례를 포기하고 이곳에서 영력 수련을 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이렇게 천지는 떠들썩해졌다. 목진은 주위를 한참 살피고는 눈길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무턱대고 잡으려고 하면 천지의 령을 서른 알 수집하는 것도 버거울 것이다. 천지의 령을 얻으려면 녀석의 힘을 빼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지만 목진은 전혀 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영패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앞으로 서서히 나아갔는데 가끔 보이는 천지의 령을 잡으려 하지 않고 자세히 관찰했다.
천지에서 태어난 천지의 령은 어느 정도 지능이 있었고 분명 행동에도 규칙이 있을 것이다.
반나절이 지난 시각 목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주먹을 꽉 쥐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효과가 있길 바라네.”
목진은 옷깃을 휘날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천지의 령을 서른 알 정도 획득하는 일은 그리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심지어 잘만 하면 더 높은 등급의 세례에 도전해볼 수도 있었다.
목진은 천지 위에 놓인 금룡 영패에 서서 떠들썩한 주위를 쓰윽 훑고는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는 떠오른 방법이 가능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천지는 웅장한 영력 때문에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고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위압감은 강해졌다. 하여 일반 제자의 영패는 깊게 들어갈 수 없었는데 목진은 최고 등급의 신분을 획득해 천지를 활보할 수 있었다.
목진이 천지에 깊게 들어갈수록 사람들은 적어졌다. 그는 적당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은 뒤, 손가락을 가볍게 떨며 영인을 이뤄 허공에 주입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의 앞쪽에 영진이 나타났다.
이는 아무런 공격성도 없는 취영진으로 목진이 내던진 미끼였다.
목진은 천지의 령이 나타난 곳에 영력이 유난히 풍족한 걸 발견했다. 보아하니 천지의 령은 이런 곳을 선호하는 모양이었다.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계속해서 영력을 흡수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하여 목진은 천지의 령을 찾아다니기보다 영력이 풍족한 곳을 만들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미끼가 있으면 덫도 쳐야 하는 법. 목진은 형태를 이룬 취영진을 보고 미소를 짓고는 다시 영인을 만들어 취영진 밖에 주입했고 그사이에 다른 영진이 빠르게 형태를 갖춰갔다.
목진은 바로 영진을 가동한 것이 아니라 계속 영인을 만들어 영진을 하나둘씩 쌓아갔다.
목진이 친 영진은 천급 영진이라 수량이 많아야 몰려온 천지의 령들의 힘을 뺄 수 있을 것이다.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른 천지의 령을 포획하려면 천급 영진만으로는 부족했다.
하여 그는 천급 영진을 십수 개 친 뒤, 깊게 숨을 들이켜며 이내 정색했다.
잇따라 목진은 수많은 영인을 만들어 제일 바깥에 또 다른 영진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건 파손된 종사급 영진인 구룡시선진이었다.
마지막 영인이 허공에 스며들어 서로 연결돼 공명을 일으키자 그제야 목진은 안심했다.
목진은 앞쪽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현재 이곳에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뛰어들어도 살아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럼 효과가 있는지 볼까?”
목진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앞쪽을 바라보며 취영진을 소환하자 눈부신 빛과 함께 흡인력이 폭발했다.
쏴아아.
주위의 물이 요동치더니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이 휘몰아쳐 빠르게 취영진에 빨려 들어갔다.
천지에 깃든 영력이 너무 웅장해 취영진의 효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1각도 안 지났는데 취영진에 영력 결정이 맺히기 시작했고 영무를 방출했다.
취영진의 영력은 천지의 어떤 곳보다 더 순수하고 웅장했다.
목진은 만족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끼를 쳤으니 물고기가 모이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그는 효율은 낮지만 이전의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영력 파동을 감추는 영진을 치고는 눈을 감고 금룡 영패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시간은 서서히 흘렀고 천지의 깊숙한 곳은 물 흐르는 소리 외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 방법이 안 통한단 말인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목진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또 1각 정도가 지났는데 주위는 여전히 조용했다. 하여 포기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앞쪽에서 이상한 파동이 느껴졌다.
쏴아아.
물결이 일더니 멀리서부터 한 줄기 빛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건 다름 아닌 천지의 령이었고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녀석은 황급히 달려와 바로 취영진에 뛰어들었다. 역시나 이곳의 영력이 다른 곳보다 그윽해 한걸음에 달려온 모양이었다.
목진의 방법이 통했다.
그런데 천지의 령은 영진 무리에 뛰어들기 직전에 무언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멈춰 섰고 목진은 순간 긴장했다. 천지의 령이 이상한 파동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천지의 령에게 취영진의 웅장한 영력은 가장 맛난 음식이었다. 한참 방황하던 녀석은 더는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뛰어들었다.
위잉.
녀석은 취영진에 들어가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흡수하더니 기분 좋은 듯 소리를 냈고 목진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물고기가 덫에 걸렸으니 인제 포획하기만 하면 되었다.
쿵!
이에 종적을 감췄던 영진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취영진을 감싸자 천지의 령은 화들짝 놀라 도망가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천지의 령이 첫 번째 영진과 부딪치자 천급 영진은 순식간에 부서졌고 두 번째, 세 번째 영진도 덩달아 부서졌다.
그 광경에 목진은 혀를 끌끌 찼다. 그가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천지의 령은 지금쯤 이미 도망쳤을 것이다.
퍽! 퍽!
천지의 령의 난폭한 충돌에 영진들은 하나둘씩 부서졌지만 녀석의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천급 영진 때문에 녀석의 영력 소모도 엄청났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천급 영진은 전부 부서졌는데 목진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한테는 구룡시선진이 남아있었다.
크으으으!
천지의 령이 마지막 영진에 닿자 구룡시선진은 웅장한 영력을 모아 실체를 이룬 것 같은 거대한 용을 이루고는 녀석을 공격했다.
퍽!
양자가 힘껏 부딪치자 거대한 파도가 일었고 천지의 령은 타격을 받은 듯 멀리 튕겨났으며 몸에서 발하는 빛도 훨씬 어두워졌다.
구룡시선진은 역시 천급 영진보다 훨씬 강력했다.
목진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천지의 령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쿵! 쿵!
천지의 령은 여전히 포기할 줄 모르고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구룡시선진을 이기지 못하고 몸에서 발하는 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러다 마지막 충돌을 마치자 녀석의 몸통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때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지의 령한테 다가가 장풍을 쏘았고 웅장한 기의 회오리가 휘몰아쳐 녀석을 휘감았다. 녀석은 빠르게 줄어들어 내부에서 물이 흐르는 영롱한 정석으로 변했다.
목진은 천지의 령을 수중에 넣더니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주위의 공간에 영인을 주입해 녀석이 망가뜨린 영진을 보완했다.
그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또 하나의 천지의 령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 * *
반 시진 후, 목진 주위는 유난히 떠들썩해졌다. 하나둘씩 날아와 혈안이 되어 취영진에 뛰어든 천지의 령들이 목진이 친 함정에 빠져 몸부림치다 결국 반항을 포기했다.
이렇게 목진은 한 시진 동안 천지의 령을 13알이나 모았다.
엄청난 수확에 목진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서른 개의 천지의 영을 수집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곳의 영진의 파동이 주위에 퍼져 천지의 령을 수집하던 사람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진이 영진으로 손쉽게 천지의 령을 수집하는 것을 발견하고 두 눈이 질투로 이글거렸다.
그러나 그들은 목진이 친 영진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9급 지존경 원만급 실력자인 천지의 령도 속절없이 당하는 영진이었기에 다들 지켜보기만 했다.
쿵!
목진은 또 하나의 천지의 령을 포획하고는 갑자기 일어나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한 줄기 금광이 물을 가르며 날아왔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 앞에 나타났다.
금광을 발하는 영패에 금룡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니 녀석의 영패도 금룡 영패였다. 그 위에 낯익은 사람이 뒷짐을 쥔 채 서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하우였다.
하우는 금룡 영패를 디딘 채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자네가 이런 방법으로 천지의 령을 포획했을 줄은 몰랐네. 참으로 대단하군.”
그런데 목진이 노려만 볼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하우는 혼자서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획득한 천지의 령의 절반을 나한테 넘기면 여기서 멈추겠네. 안 그럼 난 자네가 친 영진을 부숴 더는 이따위 방법으로 천지의 령을 얻을 수 없게 만들 것이네.”
이에 목진은 피식 웃으며 손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썩 꺼지게!”
목진은 하우의 위협에 가장 단순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