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4화. 하우와의 대결
“썩 꺼지게!”
목진의 한기 어린 말은 웅장한 영력을 실은 채 주위에 퍼졌는데 천지의 물마저 요동치다가 파도가 일었다.
이에 사람들은 휘몰아치는 파도를 피하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목진이 하우 같은 사람을 이렇게까지 막대할 줄 몰랐다.
하우는 무려 대하 황조의 태자이고 강자방 4위인 정예였다.
천라대륙 젊은이 중 실력이 하우를 뛰어넘을 사람은 얼마 안 될 것이다. 그는 신분이 아닌 수많은 혈전을 치르면 명성을 쌓았기 때문에 가루라, 소경음 등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목진은 담도 커.”
누군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탔지만 하우 등 노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크다고 여겼다.
“그러게 말이네. 그런데 저렇게 어린 나이에 저 정도 실력을 갖춘 걸 보면 절대 상대하기 쉬운 녀석은 아닐 것이네.”
“허허, 금룡 제자의 신분을 획득한 사람이 상대하기 쉬울 리가 있을까? 난 하우와 목진이 정말 싸우면 승패를 가리기가 힘들다고 보네.”
하우를 싫어하는 일부 강자들은 목진한테 왠지 마음이 갔다.
“농은 그만하게. 목진이 금룡 제자의 신분을 획득했다고 해도 하우와는 급이 다르네. 분명 저 녀석이 꼼수를 썼을 것이네.”
* * *
하우는 사람들이 수군대든 말든 여전히 팔짱을 끼고 금룡 영패를 디딘 채 목진을 노려보았고 점차 웃음을 거뒀다.
“내 앞에서 우쭐대는 녀석은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하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게 바로 나군.”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목진은 하우가 몇 번이나 그의 앞길을 막고 기회만 생기면 악랄한 수단을 써서 언짢았던 참이었다. 일전에는 최대한 빨리 천지의 세례를 받기 위해 녀석을 놔뒀는데 지금은 천지지정(天河之晶)까지 빼앗으려 하다니,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죽고 싶어 안달난 것 같은데 그리해주지. 대결이 끝나면 자네 시체를 대라천역에 보낼 것이네.”
“누가 누굴 보낼지는 싸워봐야 알지 않겠나?”
하우가 사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 말에 목진은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주위에 친 영진에 자신이 있나 보군.”
하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주위에 친 영진들만 믿고 우쭐거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영진이 아무리 강해도 그 속에 발을 들여야 상대방한테 상처를 줄 수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영진이 있는 걸 알면서 들어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우는 목진이 어떤 꼼수를 부린다고 해도 절대 그 주위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목진이 가장 바깥에 친 영진에 하우는 위협감을 느꼈는데 일단 뛰어들면 아무리 그라도 쉽게 뚫고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날 혼내주러 왔다면서 이것저것 따지고 재다니, 대하 황족의 태자가 참 구질구질하군.”
목진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하우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당장 목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목진은 하우의 눈빛을 무시한 채 말을 이어갔다.
“대하 황조의 태자가 이렇게 보잘것없으니 내가 양보해야지. 그러다 다들 내가 영진으로 자네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면 어쩐단 말인가?”
말을 마친 목진은 금룡 영패를 타고 영진 무리에서 벗어났다.
목진은 하우가 영진에 뛰어들지 않을 걸 알고 일부러 버티고 서 있었는데 하우가 천지의 령들을 유인해 영진을 공격하게 하면 목진은 되려 곤경에 빠질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 천지의 령을 한 알이라도 더 포획하는 게 중요했다. 이에 목진은 먼저 나서 영진을 보호하기로 했다.
“쯧쯧, 목진이 영진의 보호를 포기했다니, 참으로 어리석군.”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최강 수단을 포기하고 강적을 상대하려면 엄청난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했다.
“대하 황조의 태자가 이렇게 주춤거리다니. 역시 가루라, 소경음 등보다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
누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네.”
일부 강자들은 목진의 태도에 이내 감탄했고 하우를 못난이로 취급했다.
이에 하우는 순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목진 때문에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을 줄은 몰랐다.
하우가 대결에서 이긴다고 해도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패배하면 목진의 발판만 되고 말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그는 반쯤 패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여우 같은 녀석!”
하우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자신의 신중함으로 인해 목진의 꼼수에 넘어갈 줄 몰랐다. 목진은 나이는 어리지만 여우처럼 교활했다. 하홍은 녀석과의 대결에서 패배하고 엄청난 대가를 치를 만했다.
정작 목진은 가볍게 웃기만 했다. 그는 영진을 포기하는 대신, 하우한테서 무언가를 얻어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하우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하우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다스리고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그는 이곳에서 목진을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잇따라 하우가 두 팔을 축 드리우자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화산 폭발하듯 내뿜었고 천 근 무게의 천지가 갈라져 그 주위가 진공 상태를 이뤘다.
이와 동시에,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퍼졌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우가 형성한 영력 위압감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건 진정한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형성한 영력 위압감이었다.
하우는 역시나 지지존의 경지를 돌파할 자격이 있었다. 이리되면 목진은 위험해질 것이다.
“내가 반드시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꼼수를 부려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깨닫게 해주겠네.”
하우는 가만히 서서 목진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쿠쿵!
순식간에 웅장한 영력이 한데 모여 하우의 손바닥 아래에서 거대한 용을 이뤘다. 녀석은 만물의 지배자에서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존귀한 기운을 내뿜었다.
“대하 황조, 천자신장(天子神掌)!”
하우의 공격에는 대하 황조의 용의 기운이 깃들었다. 이는 온 천하를 통솔하는 황제처럼 위엄이 흘러넘쳤으니, 일반 9급 지존은 이러한 공격에 겁을 먹고 더는 싸우지 못할 것이다.
하우는 바로 강력한 실력을 온전히 선보였다.
쿠쿵!
거대한 용은 용새(龍璽)의 장을 이뤄 공간을 부수며 목진에게 향했는데 그 속에 깃든 황제의 기운은 고귀하고도 난폭했다.
하우의 공격은 수수해 보이지만 그 위력은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는 물론이고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도 막아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하 황조 따위가 감히 황제라 자칭하다니.”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하 황조가 천라대륙의 패주였다면 내뿜은 황제의 기운이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웠을 테지만 기껏해야 한 지역의 패주였다. 압도적인 기세를 내뿜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크으으으!
목진이 합장하자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했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그림자가 뒤쪽에 나타나 날아다니며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위압감을 방출했다.
이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위엄이었다. 그 둘은 대천세계의 정예로 대하 황조의 황제의 기운은 새 발의 피였다.
“용봉의 장, 만물 통솔.”
잇따라 목진이 손을 휘두르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금광으로 변해 장풍과 함께 상대방에게 향했다.
쿠쿵!
두 사람은 각자 존귀하고 위엄 넘치는 기운을 내뿜은 채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한데 부딪쳐 무서운 충격파를 형성했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나타나 황제의 용과 싸우기 시작했다.
쿠쿵!
그 여파에 천지마저 요동쳤는데 하우는 황제의 용이 바로 열세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수련한 천자신장은 난폭했지만 기세와 위력으로 보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보다 뒤처졌다. 하우의 영력이 목진보다 강하지 않았더라면 황제의 용은 이미 없어졌을 것이다.
“자네한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있다니!”
하우는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더니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진정한 용의 령을 쳐다봤다. 그가 만약 진정한 용의 령을 획득해 황제의 기운을 주입하면 그의 전투력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오늘 반드시 널 죽이겠다.”
하우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더니 허약해진 황제의 용을 신속하게 거두고 발을 굴렀다. 그러자 뒤쪽에서 만 장 정도의 빛을 발하며 거대한 법신이 만들어졌다.
산처럼 우뚝 솟아오른 법신은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었고 단숨에 산 한 채를 집어삼킬 수 있을 것 같은 위압감을 뿜어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건 설마…… 대천왕법신?”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에서 대천왕법신은 무려 45위였다.
위잉!
웅장한 소리가 퍼지자 천지에 파도가 일었고 하우의 뒤쪽에 패기 넘치는 지존법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숨을 들이켜자 묵직한 천지에 물기둥이 형성되었다.
이와 동시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무서운 위압감이 형성되어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거대한 지존법신은 하우가 수련한 대천왕법신으로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무려 45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 순위에 오른 지존법신은 실력이 뛰어난 정예 세력에서도 귀중한 존재였고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대하 황조의 태자라 그런지 하황께서 좋은 것만 마련해주셨군!”
누군가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의 지존법신의 가치는 진정한 신통 못지않았다.
대천왕법신 앞에 서 있는 하우는 무덤덤하게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존법신의 등장에 본체의 힘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
현재 그의 실력은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쯤은 손쉽게 죽일 수 있었고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른 강자도 감히 그한테 덤비지 못할 것이다.
하우는 여태껏 수많은 혈전을 치렀는데 실력이 그보다 강한 사람들도 대천왕법신 앞에서는 꼼짝 못 했다.
99등급 지존법신 중 45위를 기록한 대천왕법신의 위력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엄청난 기세에 목진마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대천왕법신이 일반 지존법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하우가 천라대륙 강자방 4위에 오른 것은 절대 허풍이 아니었다.
녀석은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춘 강자였다.
잇따라 하우가 발을 구르자 뒤쪽에 나타난 대천왕법신은 패기 넘치는 기세로 목진을 노려봤다.
쿵!
대천왕법신은 커다란 손을 뻗어 목진을 공격했다.
녀석의 공격은 현란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 깃든 힘은 일반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했다. 이토록 무서운 힘이라면 상대방의 공격이 아무리 현란해도 아무 소용 없을 것이다.
커다란 장인이 내려앉자 천지는 밀려나 거대한 진공 상태를 이뤘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장인은 주위 천 장 범위를 감싸 퇴로를 전부 막았다. 그러나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뒤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며 지존해가 나타났다.
쿠쿵!
목진이 앞으로 한 보 나서자 지존해에서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휘몰아치며 금광이 폭발하더니 거대한 황금 법신이 나타났다.
머리에 태양을 얹은 목진의 지존법신은 대천왕법신처럼 패기 넘치지는 않았지만 신비로운 기운을 방출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황금 법신은 커다란 손에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모아 만 장 정도의 금광을 이룬 뒤 장풍을 쐈다.
퍽! 퍽! 퍽!
양자가 부딪친 순간,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천지는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다. 천지 역시 격렬하게 떨리며 물기둥을 이뤄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충격파가 난폭하게 휘몰아치자 구경꾼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의 뒤쪽에 형성된 지존법신이 하우의 대천왕법신의 공격을 무사히 받아냈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목진이 수련한 지존법신은 도대체 뭐지? 어찌 이토록 강하단 말인가!”
“위력이 대천왕법신 못지않은 것 같네.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군!”
“그런데 왜 녀석의 지존법신을 처음 보는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