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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25화 (724/1,000)

725화. 혈전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다. 대천왕법신 못지않은 지존법신을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정예 세력에서도 얻기 어려운 수련법이었다.

하우도 목진의 뒤쪽에 나타난 지존법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의 지존법신은 낯설면서도 어디서 본 듯 익숙했다.

“저건…….”

잠시 생각하던 하우는 흠칫 놀란 채 중얼거렸다.

“가루라가 수련한 신비로운 지존법신과 비슷한 것 같군.”

하우는 가루라의 신비롭고 강대한 지존법신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에는 없지만 그 엄청난 위력에 놀랐었다.

하우는 의심은 갔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목진의 지존법신은 가루라의 신비로운 지존법신과 비슷하지만 풍기는 기운이 완전히 달랐다.

“똑같은 지존법신은 아닐 거야!”

하우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목진의 출신과 능력으로 봤을 때 그가 자신마저 탐내는 강대한 지존법신을 수련했을 리가 없었다.

또한, 양자의 지존법신이 똑같다고 해도 하우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똑같은 법신이라 해도 사람에 따라 발휘하는 힘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가루라보다 훨씬 뒤처졌으니 그 지존법신의 위력도 그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그는 점차 안정을 되찾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자네가 지존법신만 믿고 나를 상대하려 한다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네.”

“그건 싸워봐야 알지 않겠나?”

목진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무런 파동도 없었다.

이에 하우는 콧방귀를 뀌며 대천왕법신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는 발을 힘껏 굴렀다.

위잉.

녀석의 발에서 빛이 발하더니 지존법신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음메!

대천왕법신의 방대한 육신에서 특이한 무늬가 나타나더니 입을 쩍 벌려 괴상하게 울부짖었다. 이로 인해 형성된 음파는 허공에 모여 백 장 정도의 신인들을 이뤘다.

왕관처럼 생긴 신인은 난폭하기 그지없었고 산맥을 짓누를 정도의 무서운 위력을 지녔다.

신인 하나에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를 죽일 정도의 힘이 깃들었는데 하우가 만들어낸 양은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른 강자도 자칫 잘못하면 죽을 정도였다.

“천왕불멸인(天王不滅印)!”

하우의 나지막한 고함에 신인들은 허공을 가르며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여태껏 천왕불멸인에 죽은 9급 지존경 강자들이 수두룩했고 심지어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도 있었다.

천왕불멸인은 오묘하기 그지없어 부서져도 즉시 살아나 끊임없이 공격했고 한꺼번에 없애지 않는 이상 이를 막아내기란 절대 불가능했다.

하우는 목진이 절대 자신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목진은 분명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하우는 9급 원만급 강자한테도 쉽게 천왕불멸인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목진은 너무 종잡을 수가 없어 별다른 수가 없었다.

한편, 목진은 파멸의 파동을 방출하며 달려드는 상대방의 공격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신인들에게서 불멸의 파동을 읽었다.

일단 신인들에 휩싸이면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고 억지로 뚫으려다가는 영력이 다 닳아 죽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한 손으로 결인했다.

위잉!

대일불멸신의 체내에 갑자기 황금색 태양이 떠오르더니 폭발해 황금색 홍류를 이뤘다.

잇따라 대일불멸신이 커다란 손을 내밀자 황금색 홍류는 수중에 모여 표면에 오래된 부적이 새겨진 거대한 황금색 원반을 이뤘는데 그 속에 무궁무진한 위력이 깃든 것 같았다.

“팔양천륜!”

목진이 나지막하게 외치자 황금색 원반에서 무한한 금광을 발했다.

정면으로 상대하기 어려우면 전부 돌려주면 되는 법, 하우도 자신의 천왕불멸인의 위력을 몸소 느껴볼 때가 되었다.

쿠쿵!

신인들이 닿자 황금색 원반은 역회전했는데 순간 시간마저 멈춰 섰다.

목진에게 향했던 수많은 신인이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엄청난 기세로 자신에게 향해오는 것을 발견한 하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젠장!”

하우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 * *

목진의 팔양천륜이 하우의 공격을 막아내자 천지의 다른 쪽에서 천지의 령을 수집하던 가루라는 고개를 번쩍 들고 목진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팔양까지 열었단 말인가?”

가루라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수중의 천지지정을 만지작거리더니 바로 목진에게 향했다.

“이제 없앨 때가 되었군.”

쿵! 쿵!

천지의 물이 되감겼고 수많은 신인이 미친 듯이 하우를 공격했다.

“젠장!”

하우는 되돌아온 공격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목진이 이런 방법으로 자기 공격을 막아낼 줄 몰랐다.

하우는 되돌아온 난폭한 신인을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신인에 적중하면 아무리 그라도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크으으으!”

이에 하우가 발을 힘껏 구르자 대천왕법신이 입을 쩍 벌려 포효했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음파가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천왕소(天王嘯)!”

음파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자 공간마저 갈기갈기 찢어졌고 되돌아온 신인은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퍽! 퍽! 퍽!

1각도 안 되는 사이, 수많은 신인이 완전히 사라졌고 천지는 만신창이가 되었다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엄청난 파괴력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녀석의 실력은 일반 9급 지존경 원만급을 훨씬 뛰어넘었다.

“자네가 수련한 지존법신은 역시나 가루라와 똑같은 것이었군!”

하우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전의 대결로 그는 목진과 가루라의 지존법신이 같다는 걸 확신했다.

태양이 떠올라 힘을 방출하는 방식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점은 가루라의 지존법신은 어두운 빛을 띠어 당최 가늠이 안 갔고 목진이 수련한 신비로운 지존법신은 눈부신 태양처럼 기세등등했다.

하우의 말에도 목진은 무덤덤하게 서 있기만 했다. 그는 하우와 가루라가 대결을 펼쳤을 때, 상대방이 수련한 대일불멸신을 본 적이 있을 거라 여길 뿐이었다.

“자네가 수련한 신비로운 지존법신의 수련법을 나한테 주면 대가는 원하는 대로 주겠네. 그러면 자네는 대하 황조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네.”

하우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우가 가루라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주요한 원인이 바로 그가 수련한 신비로운 지존법신이 자신이 수련한 대천왕법신보다 강력하고 난폭하기 때문이라 여겼다. 그의 지존법신을 순위로 매기면 적어도 30위권 안에는 들 것이다.

그건 엄청난 것이었다. 대하 황조의 지존법신 중 최고 등급은 하황이 수련한 천자법신(天子法身)으로 순위권에서 40위 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하우가 목진이 수련한 신비로운 지존법신의 수련법을 획득할 수만 있다면 그는 가루라, 심지어 주염을 뛰어넘고 천라대륙 젊은이 중 진정한 일인자가 될 자신이 있었다.

또한, 지지존에 이르면 지존법신은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는데 지존법신이 강대할수록 그 힘도 더 강해진다.

하여 하우는 반드시 목진의 지존법신을 얻어내야만 했다.

“어떤가? 대하 황조에서는 자네가 얼마를 부르든 그 값을 치를 것이네!”

하우는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의 탐욕스러운 눈빛에도 끄떡없었다. 그는 가만히 서 있다가 무덤덤하게 발을 굴렀다. 그러자 대일불멸신의 커다란 손에서 금광이 발하다가 거대한 황금 지팡이를 만들었다.

“칠양절천장!”

잇따라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황금 지팡이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하우와 대천왕법신을 공격했다.

이것이 바로 목진의 답변이었다.

“멍청한 녀석! 그럼 내가 자네를 쓰러뜨린 뒤, 천천히 알아내도록 하겠네!”

하우는 표정이 확 일그러진 채 외쳤다.

쿵!

그가 두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하자 뒤쪽에 웅장한 지존해가 나타나 영력을 미친 듯이 대천왕법신에 주입했다.

“지존신통, 천왕지장(天王之杖)!”

강력한 영력이 폭발하자 대천왕법신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솟구쳐 왕의 권장을 한껏 이룬 뒤, 모조리 나서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꽈르릉! 꽈르릉!

양자의 공격이 부딪친 순간, 수많은 천뢰가 폭발한 듯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충격이 휘몰아쳐 천지에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일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난폭한 충격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목진의 지존법신이 여전히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하우와의 대결에서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다니!”

누군가 너무 놀라 외쳤다. 하우는 전력을 다해 공격한 데다가 지존 신통까지 선보였는데도 대결에서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목진의 지존법신이 범상치 않군!”

눈썰미 좋은 누군가가 말했다. 그는 목진이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실력으로 하우와 싸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신비로운 지존법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우한테 다른 수단이 없다면 절대 목진을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네…….”

누군가 이내 감탄하며 말하더니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확 변했다.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실력으로 하우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이다니 그 전투력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오늘부터 강자방 5위는 목진의 것이네.”

* * *

그때 먼 곳에서 한 갈래 금광이 물을 가르며 대결이 펼쳐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가루라로 금룡 영패를 딛고 전진하면서 수중의 동경으로 목진과 하우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녀석이 수련한 대일불멸신은 나와 다르네? 대일불멸신은 역시 신기하군. 똑같은 수련법으로 수련해도 결과물이 이렇게나 다르니 말이야.”

가루라는 동경에 비친 대일불멸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우가 목진을 쓰러뜨리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군. 녀석의 영력이 다 닳으면 내가 나서서 죽여야겠어.”

가루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는 정정당당하게 나서서 목진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목진이 가장 약해졌을 때 빠르게 숨통을 끓을 생각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뭐라 비아냥거리든 개의치 않았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가루라는 하우가 목진을 쓰러뜨리기 전에 전장에 이르려고 속도를 끌어올렸다.

슉!

그런데 그때, 가루라가 흠칫 놀라 앞쪽 허무한 공간에 손가락을 튕기자 그곳에서 놀라운 한기를 내뿜는 장검이 나타났다.

탕!

가루라의 공격에 한빙 장검은 바로 부서졌고 누군가 귀신처럼 나타났다.

“영우?”

가루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방을 바라봤는데 저 멀리 물이 요동치더니 한 여인이 금광을 밟은 채 날아왔다.

그녀는 바로 목진과 함께 있던 임정이란 신비로운 여인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열심히 천지의 령이나 수집하게.”

임정은 검은색 구슬을 가볍게 내던지며 말했는데 그 표면에 복잡하고 오래된 부적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가루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임정을 바라보다가 수중의 검은색 구슬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그는 검은색 구슬에서 왠지 모를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검은색 구슬은 바로 성물이었다. 임정은 대체 누구기에 아무렇지 않게 성물을 꺼낸단 말인가!

“자네가 날 막아도 목진은 죽을 것이네.”

가루라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잠시 생각하더니 금룡 영패를 누르며 가볍게 웃었다.

하우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목진이 아무리 대일불멸신이 있어도 그 상대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임정은 생긋 웃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내기나 한 판 할까?”

“허허.”

가루라는 그저 웃었다. 그는 내기에 흥미가 없었지만 더는 나아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가 신비로운 여인을 뚫고 갔을 때쯤이면 대결이 끝났을 것이다.

“자네가 날 막는다고 해도 그쪽 사람들은 목진을 돕지 못할 것이네. 하우는 미리 도와줄 사람을 불렀거든.”

가루라는 고개를 들고 저 멀리 허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와 동시에, 천지의 다른 쪽에서 주염이 소소한테 달려가 목진에게 향하는 길을 막았고, 구유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자기 앞을 가로막은 소경음을 노려봤다.

“하우는 큰 대가를 치르고 나더러 자네를 막으라고 하였네. 그런데 난 자네를 칠 생각이 없으니 그냥 서 있어 주기만 하면 안 되겠나?”

구유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하는 소경음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우는 죽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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