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화. 산하새(山河璽)
쿵!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들마저 천지에 휘몰아치는 난폭한 영력 충격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들이었다면 전력을 다해 상대해도 결코 견뎌내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실력이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목진의 전투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내 감탄하며 고개를 들고 난폭한 전장을 바라봤다. 그곳에 두 채의 거대한 지존법신이 웅장한 영력을 내뱉으며 무서운 공격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천지를 부수고도 남을 정도의 강력한 공격은 영력에 대한 소모가 엄청나 목진을 신속하게 제압하지 못했고 이에 하우는 소모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로 지지존과 한 보 차이라 목진보다 체내의 영력이 더 웅장했다.
하여 소모전으로 목진의 영력이 고갈될 때까지만 버티면 대결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 다르게 목진의 대일불멸신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눈부시게 빛났고 영력도 여전히 무궁무진해 보였다.
목진의 영력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 못지않았다.
“이럴 리가!”
하우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은 영력에 불사의 화염을 융합해 엄청난 생기가 깃들었기에 그의 영력이 다 닳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녀석의 지존법신은 너무 강한 데다가 본체의 힘까지 더하여 더 무섭군. 녀석을 죽이려면 법신과 분리한 뒤, 하나씩 죽여야겠어!”
하우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목진이 막 9급 지존경에 이른 실력으로 하우와 여태껏 대치 상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신비로운 지존법신 덕분이었다. 양자를 잠시 갈라놓으면 목진을 죽이는 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일단 목진과 그 지존법신만 갈라놓을 수 있다면 하우는 목진을 죽일 자신이 충분했다. 다만, 가루라를 상대하려고 아껴뒀던 수법을 여기서 쓰면 녀석이 더는 이 술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 하우는 목진을 잡아 신비로운 지존법신의 수련법을 획득할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후우.
고민을 끝낸 하우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혀를 깨물어 정혈을 내뱉자 그 속에서 한 갈래 어두운 빛이 스며져 나오는 것이었다.
잇따라 어두운 빛은 빠르게 퍼져 검은색 옥새를 만들었는데 표면에 산과 하천을 수놓은 옥새는 중후한 기운을 내뿜어 주위의 공간마저 그 힘에 못 이겨 부서졌다.
“저건…… 대하 황조의 국보, 산하새가 아닌가?”
멀리서 관전하던 강자들은 검은색 옥새의 출현에 화들짝 놀랐다.
“그럴 리가! 산하새는 중급 성물로 지지존경에 이르러야 사용할 수 있고 하황이 직접 다스린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하우한테 넘겼을까? 그러다 빼앗기기라도 하면 대하 황조한테 큰 타격이 될 텐데 말이네!”
누군가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저건 진정한 산하새가 아니고 대하 황조에서 제련한 가품이네!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다고 들었는데 위력만 따지자면 저급 성물과 비슷하다고 들었네!”
눈썰미가 좋은 누군가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말했다.
“가품이라도 위력은 엄청나군. 하우가 목진을 죽이려고 작정했나 보네.”
누군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건 하우가 아껴두었던 필살기인 것 같은데 목진을 쓰러뜨리기 위해 사용했으니 하는 말이었다.
목진도 검은색 옥새를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것이 바로 대하 황조의 국보, 산하새의 모조품이란 말인가?
하우는 역시 숨겨운 수단이 있었다.
“나에게 이 물건까지 쓰게 하다니, 자네도 참 대단하군!”
하우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양손으로 결인했다. 그러자 검은색 옥새가 파르르 떨었고 표면에 새겨진 무늬가 실물로 변할 것만 같았다.
“산하새, 산하 장벽!”
하우가 손가락을 튕겨 옥새를 가볍게 때리자 맑은소리와 함께 산하새는 사직도를 내뿜어 무형의 장벽을 형성해 대일불멸신을 감쌌다.
순간, 목진은 대일불멸신과의 연계가 끊어진 것을 발견했고 체내에서 폭발한 웅장한 영력도 확 줄어들었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 역시 미리 준비했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무형의 장벽은 여전히 그의 방어막을 뚫고 대일불멸신을 완벽히 감쌌다.
“지존법신을 위한 성물이라니!”
목진은 흠칫 놀랐다. 그는 이런 성물은 처음 봤는데 그 위력이 역시나 엄청났다. 이 물건만 있으면 상대방의 지존법신을 봉인할 수 있어 대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황이 천라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것은 강대한 성물 덕분이었다. 모조품만 해도 이렇게 강한데 진품의 위력은 어떨까?
“목진, 지금은 후회해도 이미 늦었네!”
하우는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목진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인제 목진이 도망가려야 갈 수도 없을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목진은 이 엄청난 변고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산하새가 강하긴 하지만 그한테도 풍신선이 있었다. 그것으로 산하 장벽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목진은 바로 풍신선을 꺼내지 않았다. 이는 목진이 사람들 앞에서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무기인 데다 가루라를 상대할 때 사용하고 싶었다.
쿵!
그런데 그때, 하우가 발을 힘껏 구르자 대천왕법신에서 만 장 영광이 폭발했고 웅장한 영력이 부단히 하우 체내에 스며들어 육신이 팽창했다. 피부에 드러난 영력 무늬에서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잇따라 하우는 주먹을 쥐고 씨익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지존법신의 힘을 잃었고 반대로 하우는 대천왕법신의 힘을 몸에 주입해 쌍방의 힘의 차이가 엄청났다.
승패는 이미 갈렸다.
퍽!
하우가 사악하게 웃으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목진에게 향했다. 그 엄청난 속도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천왕권(天王拳)!”
하우가 나지막하게 외치며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쳤고 그는 눈부신 태양처럼 무서운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다. 이에 위쪽에 천왕처럼 위엄 넘치는 얼굴이 나타났다.
목진은 상대방이 형성한 무서운 위압감에 온몸이 찌릿했고 몸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도 위험을 감지한 듯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하우의 공격에 적중하면 아무리 육신이 단단한 목진이라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이게 목진의 마지막이라는 듯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목진은 상대방의 공격에서 느껴지는 사망의 기운에 눈가를 파르르 떨기만 할 뿐, 제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었다.
“너무 겁나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하우가 피식거리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목진은 여전히 사망의 기운을 느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포기했군.”
사람들은 지존법신을 잃은 목진은 더는 하우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목진이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는데 눈이 어느새 빨갛게 상기 되어 있었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살기가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목진은 하우의 파멸의 기운이 깃든 공격에서 사망의 기운을 느꼈다.
궁지에 몰렸다면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죽을 각오로 덤벼야 하는 법!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체내에서 도천의 살기가 폭발해 천지마저 빨갛게 물들었다.
잇따라 그가 주먹을 들어 서서히 휘두르자 천지의 물은 미친 듯이 폭발했다.
이 한 몸 내던져 고금을 짓밟으리!
사신마권!
쿵! 쿵! 쿵!
목진이 방출한 웅장한 살기에 천지는 시뻘겋게 물들었는데 꼭 전장을 방불케 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다들 피가 들끓었고 그윽한 살기가 휘몰아쳐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난폭한 살기로군!”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살기에 휩쓸려 이성을 잃고 사람을 마구 죽이면 큰일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수련했기에 목진의 살기가 이렇게까지 강하단 말인가?”
누군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신통이네!”
눈치가 빠른 일부 강자들은 눈을 부릅뜬 채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정한 신통이라야만 구경꾼들마저 살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녀석이 신통을 수련하는 데 성공했다니!”
누군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신통은 강대하긴 하지만 지지존경에 이르러야 수련 가능했다. 이에 보통은 수련법을 획득해도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런데 목진이 신통을 선보였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란 건 구경꾼들뿐만이 아니었다. 하우도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대하 황조에도 신통이 있고 하우도 이를 수련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9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수련에 성공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가진 재능이 엄청난 녀석이군. 오늘 녀석을 반드시 없애야겠어!”
하우는 이를 갈며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하우마저 목진이 선보인 천부적 재능과 잠재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대하 황조는 이미 목진과 적이 되었으니 완벽한 절세의 강자로 거듭나기 전에 죽이지 않으면 큰 화를 부를 것이다.
“강제로 선보인 신통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디 볼까?”
하우는 목진의 지존법신을 봉인했으니 강제로 선보인 신통의 위력이 그리 강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반면, 하우는 대천왕법신의 힘까지 획득해 목진 따위를 제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여겼다.
그때 목진을 향한 천왕권에서 만 장의 빛을 발하며 파멸의 파동을 방출했다.
그러나 목진은 무덤덤하게 서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천왕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목숨을 내던질 준비를 마쳤다.
상대가 하우가 아니라 천지존이라도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끝났다.
사신마권은 목숨을 내던질 용기가 없으면 진정한 위력을 끌어낼 수 없기에 목진은 진정 한치의 두려움도 없었다.
목숨까지 내던진 사람한테 과연 두려움이 남아 있을까?
목진이 천천히 주먹을 휘두르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목진의 주먹에는 흑기가 맴돌았고 기세로 보아 하우가 선보인 천왕권이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런데 목진은 이를 발견하지 못한 듯 서서히 주먹을 휘둘러 천왕권과 힘껏 부딪쳤다.
천왕권의 크기는 천 장 정도 되었고 영광이 번쩍이었을 뿐만 아니라 위엄 넘치는 천왕의 얼굴까지 있었다. 일반 강자라도 일단 닿으면 바로 겁에 질려 도망갈 것이다.
천 장 광권에 비하면 목진의 주먹은 더없이 하찮아 보였다.
그런데 양자가 부딪친 순간,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문이 일었고 하우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전력을 다한 광권이 목진의 하찮은 주먹과 부딪쳤는데도 목진은 꼼짝도 않고 서 있었고 휘두른 주먹도 끄떡없었다. 기세등등하게 날아간 거대한 광권이 오히려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목진의 왜소한 주먹에서 전해진 악마의 기세에 하우는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혈안이 된 목진을 바라봤다.
하우는 드디어 목진이 목숨을 걸고 자신과 싸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미친놈!”
하우는 목진의 미친 짓에 깜짝 놀랐다. 그는 처음부터 목숨을 걸 생각이 없었다. 대하 황조의 태자인 그는 궁지에 몰려도 무사히 빠져나갈 방법이 수도 없이 많았고 누구와 싸우든 목숨을 걸지 않았다.
그한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이런 생각에 하우는 더는 목진 같은 미친 녀석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다만, 지금 물러나기엔 이미 늦었다.
그때 목진의 주먹에 닿은 광권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균열이 퍼져나갔다.
퍽!
광권 전체에 균열이 퍼지자 하우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산산이 부서져 영력 광점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그 광경에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 목진이 하우가 전력을 다한 공격을 이렇게 쉽게 무산시켰단 말인가?
한편, 목진의 기운에 영향받은 하우는 중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전의도 완전히 사라졌다.
풉.
하우가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가자 체내에서 폭발한 웅장한 영력도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목진은 천왕권을 부순 뒤,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하우한테 다가가 녀석의 가슴팍을 공격했다.
목진의 이번 공격은 상당히 수수했는데 엄청난 살기와 목숨을 건 독기에 하우는 어느새 겁에 질려 사색이 되었다.
목진의 공격에 적중하면 그는 죽을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