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화. 잔혹한 녀석
“산하새, 산하 장벽!”
하우는 결국 산하새의 마지막 횟수를 사용해 자기 앞쪽에 방어막을 형성했다.
쿵!
목진의 주먹이 산하 장벽에 닿자 살이 찢어지며 피가 났는데 그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쿵! 쿵!
“미친놈! 미친놈!”
하우는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목진 때문에 깜짝 놀라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목진, 자네가 이겼네! 내 당장 물러나겠네!”
목진은 비록 신통을 소환했지만 바로 쇠약해질 거라 하우는 그때를 노리려 했다.
쿵! 쿵!
그런데 목진은 타협하지 않고 살이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무덤덤하게 서서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하우는 드디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산하 장벽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풉!
하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피를 토했는데 다시 주먹을 휘두르는 목진의 모습을 보고 소름이 쫙 끼쳤다.
“목진, 자네가 나를 죽이면 아바마마께서 절대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대하 황조는 반드시 자네한테 대가를 물을 것이야!”
이에 목진이 멈칫하자 하우는 조금이나마 안심되었다. 목진은 미친놈이긴 하지만 하황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목진은 다시 시뻘건 눈으로 하우를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자네를 풀어주면 대하 황조에서 나를 가만두긴 할 건가?”
목진이 하우와 이 정도로 싸운 이상, 하황은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봐줄 필요가 없었다.
쿵!
목진은 다시 정색하며 흑광이 맴도는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하우는 잔뜩 겁에 질려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리며 물러났고 목숨을 살릴 만한 수단은 전부 사용하려 했다.
퍽!
목진의 느려보이는 공격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하우의 머리를 때렸는데 순간, 흑광이 폭발하자 공간이 유리처럼 와장창 깨졌다.
이와 동시에, 하우의 머리도 깨졌다.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난폭하기 그지없었던 영력 파동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거대한 대천왕법신도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금세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 목진이 정녕 하우를 죽였단 말인가?”
누군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하더니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목진의 결단력 있는 모습에 소름이 쫙 끼쳤다.
하우는 대하 황조의 태자로 차대 하황이었다.
하황께서 하우가 목진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텐데 목진 따위가 이걸 정녕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정작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머리가 폭발한 시체를 쳐다봤다. 그의 공격에 하우의 머리뿐만 아니라 지존해까지 폭발했다.
즉 하우는 완전히 사망했다.
목진도 여기서 하우를 죽이는 것은 대하 황조의 미움을 사는 짓이란 걸 잘 알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하우는 교활한 놈이라 풀어주면 앞으로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이었다.
또한, 하우 역시 천부적 재능이 상당해 시간이 흐르면 지지존경에 이를 가능성도 제법 있었다.
그럴 바에는 녀석을 죽이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는 미래의 지지존의 눈에 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목진은 대하 황조의 차기 황을 완전히 죽여버렸다.
“대하 황조와 완전히 적이 되었군.”
목진은 우수수 떨어지는 광점을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대하 황조의 하황은 천라대륙의 한 구역의 패주라 그가 나서면 목진한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는데 다행히 만다라가 있어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만다라를 도와 본체를 찾아야겠어.”
목진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하황도 상위 지지존이었고 중급 성물 산하새가 있어 전투력은 일반 상위 지지존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러니 만다라가 나선다고 해도 대결에서 승리할 거란 확신은 없었다.
더구나 만다라한테는 천적인 성마궁의 주인까지 있었다.
그러니 목진은 반드시 만다라를 도와 본체를 찾야만 했다. 만다라가 일단 본체와 융합하면 실력은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를 거라 하황은 물론이고 천라대륙에서도 그녀를 따라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목진은 비록 만다라와 친구이긴 하지만 계속 그녀의 도움만 받을 수는 없었다. 그 역시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그는 반드시 만다라를 도와 본체를 찾아낼 것이다.
생각을 마친 목진은 고개를 들고 앞쪽을 바라봤는데 검은색 옥새가 허공에 떠 있었다. 이는 하우가 사용했던 가짜 산하새였다.
그는 흥미진진하게 옥새를 살펴보았다. 지존법신과 본체의 연계를 끊는 보물은 처음이라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번에 목진이 사신마권을 선보이지 못했다면 아마 풍신선을 사용해 강제로 봉인을 뚫었을 것이다.
검은색 옥새를 쥐고 살펴보던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옥새의 영력이 다 닳아 다시 사용하려면 대량의 시간을 들여 영력을 주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옥새는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목진은 옥새를 가볍게 던지며 잠시 고민하다가 거두고 하우의 금룡 영패까지 낚아챘다.
잇따라 목진이 녀석의 금룡 영패를 가볍게 털자 빛덩이들이 떠올랐는데 이는 영롱한 천지지정으로 여덟 알이나 있었다.
이건 하우가 생전에 포획한 천지지정인 모양이었다.
“제법 빠른걸?”
목진은 천지지정 여덟 알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자신은 열심히 영진을 치고 함정을 파서야 13알밖에 포획하지 못했는데 하우와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 8알도 목진의 것이 되었으니, 그는 대수롭지 않게 물건을 거뒀다. 이리되면 목진 수중의 천지지정은 21알이라 아홉 알만 더 수집하며 저급 천지의 세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전리품을 전부 거두고 다시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사람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목진은 일전의 대전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영력 소모가 엄청나 대일불멸신은 영력을 보존하기 위하여 거뒀고 영력 파동도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일부 강자들이 이를 발견하고 감히 목진에게 접근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목진이 획득한 산하새와 천지지정이 탐이 났다.
목진은 녀석들을 힐끗 보더니 일전에 친 영진 무리에 뛰어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구룡시선진이 가동되어 웅장한 영력과 함께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이에 접근하던 사람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구룡시선진에서 지극히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
“목진은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네. 이렇게 강한 영진을 쳤으니 일전에 하우가 감히 가까이하지 못했지…….”
“목진이 영진까지 사용했더라면 하우는 더 빨리 패배했을 것이네.”
“저 녀석은 건드릴 수 없으니 이만 물러납시다.”
* * *
목진의 물건을 탐내던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물러났다. 그들은 빈틈을 보이지 않는 목진한테서 물건을 빼앗을 자신이 없었다.
목진은 그제야 영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신속하게 상태 회복에 애썼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천지지정을 포획하러 떠났다. 그러다 목진이 휴식을 마치고 이들을 공격하려 하면 큰일이니 당장 떠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렇게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곳은 다시 조용해졌고 천지는 요동치며 혈투로 인한 흔적을 빠르게 없앴다.
* * *
이와 동시에, 천지의 다른 쪽에서 하우가 죽은 것을 발견한 주염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이 대결에서 이길 줄 몰랐지만 아무 말 없이 뒤돌아 떠났다.
“내가 볼일을 마치면 반드시 자네를 찾아갈 것이네.”
소소가 피식 웃으며 한 말에 주염은 왠지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이번 일로 염제의 딸을 단단히 화나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든지.”
그런데 주염은 간단한 답변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떠났다.
* * *
“목진은 참 대단하네.”
소경음은 수중의 선홍색 오공을 만지작거리며 생긋 웃었는데 왠지 모르게 묵직한 기운이 깃든 것 같았다. 하우와 싸운 적 있는 그녀는 녀석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하우를 죽일 확신이 없었는데 목진이 이를 해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구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소경음을 노려보기만 했다.
“허허, 걱정하지 말게. 난 더 이상 저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을 것이네. 그쪽에 사람이 그리 많은데 내가 바보도 아니고 왜 덤빈단 말인가?”
소경음은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손을 휘두르며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구유는 소경음이 멀리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방은 그녀보다 실력이 강했고 호풍술로 잠시 대치 상태를 이룰 수는 있어도 대결에서 이기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다행히 목진이 이겼으니…….
구유는 고개를 들고 멀리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 * *
가루라는 목진이 하우의 머리를 부수는 장면을 보고는 바로 동경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참으로 잔혹한 녀석이군.”
그는 대수롭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에 파동이 일 수밖에 없었다. 일전의 대전에서 목진이 선보인 전투력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목진의 앞길을 막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네.”
임정이 오래된 부적이 새겨진 검은색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배시시 웃자 가루라는 피식거리며 말했다.
“난 목진과 적어도 한 번은 싸워야 하네. 내가 녀석을 반드시 죽일 것이네.”
“그럼 자네도 죽을 것이네.”
임정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가루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에 가루라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뒤돌아섰다.
“그럴 수도…….”
* * *
천지의 깊숙한 곳에 영진들이 나타나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을 방출하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목진은 그 속에 앉아 꼭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는데 주위를 맴도는 영력이 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용처럼 놀라운 기운을 내뿜었다.
“영력이 향상되었군.”
목진은 이전보다 좋아진 영력에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일전의 대결로 그는 영력이 더 강해져 9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렀다.
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일전에 혈전을 벌였던 곳은 다시 조용해졌고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목진 주위를 얼씬거리던 사람들은 전부 떠난 듯했다.
목진은 녀석들이 아직도 주위를 맴돌면 그들한테서 천지지정을 빼앗을 생각이었는데 왠지 아쉬웠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일단 천지지정부터 수집하자.”
목진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지의 세례에 집중했다.
이렇게 그는 다시 반 시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영진들을 보완하고 나서야 만족하듯 가볍게 손뼉을 쳤다.
현재 목진 주위에는 영진이 수두룩했는데 그 위력에 목진마저 심장이 떨렸다. 아마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뛰어들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영진 함정을 다 친 목진은 또 그 중심에 취영진을 쳤는데 이번에 친 취영진의 등급은 전보다 더 강력했다.
목진은 다시 천지의령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 *
방대한 천지의 내부는 상당히 떠들썩했고, 빛줄기들은 부단히 날아다니며 천지의 령을 찾았다.
처음에는 천지의 령의 실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일부 운이 없는 사람들은 수중의 제자 영패까지 산산이 부서졌을 뿐만 아니라 육신마저 잃고 죽었다.
천지의 령이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사람들은 서로 협력해 녀석을 포획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효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분배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러다 조금만 잘못해도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그 외, 실력이 강한 사람들은 혼자서 천지의 령을 포획하러 다녔는데 일단 한 놈을 발견하면 바로 경천의 대전을 펼쳐 주위에 만 장 파도가 일었다.
이에 천지는 발칵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