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화. 백 번째 천지지정?
쿵!
구룡시선진에서 거대한 용이 포효하며 날아올라 웅장한 빛을 이루더니 천지의 령을 공격했다. 그러자 녀석은 큰 타격을 입었고 발하는 빛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잠시 후, 천지의 령은 눈부신 결정체가 되어 서서히 떨어졌다.
이에 목진은 손을 내밀어 천지지정을 거두고는 만족하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하루 동안, 천지지정을 62알이나 수집했다.
그의 예상대로 이 정도 양이라면 이곳에 모인 사람 중 3위권에는 들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비록 영진 덕분에 천지지정을 대량 포획했지만 소소, 임정, 주염, 가루라 등도 분명 필살기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 1위는 자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고급 세례를 받을 수 있겠어.”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고급 세례를 받는 것도 좋지만 누구나 가장 좋은 걸 얻길 바라는 법, 목진은 영진으로 천지지정을 백 알까지 획득할 수 있는지 시도해보고 싶었다. 백 알을 모으면 완벽한 세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 한 번 해볼까?”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영진들이 다시 가동되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쿠쿵!
겹겹이 쌓인 영진에서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난폭한 공격을 개시하자 그 속에 갇힌 천지지령도 발하는 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목진은 빠르게 사그라드는 천지지령을 보고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지금껏 천지지정을 99알이나 수집했고, 그의 눈앞에 놓인 녀석이 바로 백 번째 천지지정이었다.
이제 한 알만 더 모으면 완벽한 세례를 받을 수 있다.
“완벽한 천지 세례를 받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군.”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더니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완벽한 세례가 너무 쉽다는 생각에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목진은 영진 함정으로 천지지정 백 알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상고의 천궁의 실력으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완벽한 세례를 받은 제자가 그토록 적었던 걸까?
목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었다. 일단 백 번째 천지지정을 수중에 넣는 것이 우선이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진으로 부단히 공격을 개시했다.
위잉.
잠시 후, 천지의 령이 발하는 빛이 완전히 어두워져 천지지정으로 변한 뒤, 서서히 내려앉아 목진의 수중에 들어갔다.
백 번째 천지지정을 획득한 목진은 아래쪽 금룡 영패에 이를 주입했다.
천지지정은 특이하게 영패로만 보관할 수 있었고 영패는 천지의 세례를 시작하는 필수품이라 백 번째 천지지정을 주입하면 아마 세례가 시작될 것이다.
퍽!
그런데 천지지정과 금룡 영패가 부딪친 순간, 천지지정이 다시 튕겨 목진의 손에 들어갔다.
“이런!”
목진은 순간 넋이 나갔다.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금룡 영패를 바라보기만 했고, 영패가 왜 백 번째 천지지정을 배척하는지 궁금했다.
“역시 이상해.”
목진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했다. 만약 백 번째 천지지정을 금룡 영패에 주입하지 못하면 기껏해야 고급 세례밖에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천지지정을 배척하지 않아야 정상인 영패가 왜 이런단 말인가? 설마 이것이 진정한 백 번째 천지지정이 아니란 말인가? 그럼 백 번째 천지지정은 어떻게 획득해야 하지?
잠시 고민하던 목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금룡 영패를 내리치자 수십 갈래의 빛덩이가 날아올랐다. 이건 목진이 포획한 99알의 천지지정이었다.
목진은 손을 뻗어 영력으로 빛덩이를 형성해 천지지정을 모조리 감싼 뒤, 녀석들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했다. 그는 반드시 백 번째 천지지정을 획득할 방법을 찾아내리라 믿었다.
그러나 천지지정 99알은 천천히 떠 있기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목진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럼 완벽한 세례는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혹시 상고의 천궁이 몰락해 천지의 세례에도 결함이 생겼단 말인가?
쿠쿵!
그때 천지가 갑자기 파르르 떨리더니 특이한 파동이 나타났고 목진은 흠칫 놀랐다.
이건 천지의 세례를 나타내는 파동이었다.
누군가 천지의 세례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쿠쿵!
잇따라 특이한 파동이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세례를 시작하자 목진은 천지가 사람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없어.”
이건 천지가 닫힐 시간이 곧 다가올 거란 의미였는데 목진은 아직 백 번째 천지지정을 획득하지 못했다. 정녕 고급 세례밖에 받지 못하는 걸까?
목진은 입술을 깨물며 앞쪽에 떠 있는 99알의 천지지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목진은 천지지정끼리 부딪칠 때, 일부는 밝아지고 나머지는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
이는 꼭 누군가가 다른 천지지정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는데 그 변화가 너무 미약해 목진마저 발견하지 못할 뻔했다.
“설마…… 한 놈이 나머지를 전부 집어삼켜야 한단 말인가?”
목진은 한참 고민하고 나서야 서서히 입을 열었다.
혹시 백 번째 천지지정은 따로 포획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99알의 천지지정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 번 해봐?”
지금 상황에서 실수하면 천지의 세례를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인제 그한테 천지지정을 수집할 시간이 더는 없었다.
목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바로 결정을 내렸다. 고급 세례와 완벽한 세례는 같은 등급이 아니고 후자를 받을 수 있으면 지지존경을 돌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한 번 해보는 거야!
목진이 99알의 천지지정에 흔적을 남기고 옷깃을 휘날리자 녀석들은 사방에 날아가 미친 듯이 천지에 깃든 웅장한 영력을 흡수해 다시 눈부신 빛을 발하는 거대한 천지의 령으로 변했다.
녀석들은 눈부신 별처럼 반짝이며 영진 무리에 나타났는데 상당히 웅장한 영력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
잇따라 목진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 여기 있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으니, 그의 예상대로라면 천지지정에 남긴 흔적으로 다시 녀석들을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예상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목진은 저급 세례마저 받지 못할 것이다.
목진은 이번에 엄청난 도박을 하는 셈이었다.
철퍼덕.
천지에서 나온 목진은 금룡 영패를 디딘 채 수면 위에 서서 주위를 훑고는 혀를 끌끌 찼다. 수많은 빛줄기가 천지에서 솟구쳐 제법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저것이 바로 천지의 세례인가?”
목진은 수면 위로 올라오자마자 멀지 않은 곳으로 눈길이 돌렸는데 영패 위에 서 있는 녀석이 발을 구르자 영패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고 광점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속에는 지극히 순수하고 방대한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광점들은 바로 천지지정으로 서른 방울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저급 세례일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표정을 보니 제법 만족하는 눈치였다. 천지지정을 포획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라도 쉽게 얻지 못했으니 30알을 획득한 것에 만족할 만했다.
위잉.
천지지정들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한데 모이더니 거대한 빛줄기로 변했는데 이는 하늘과 천지를 이은 다리 같았고 녀석은 마침내 다리에 서 있었다.
쏴아아.
웅장한 천지가 휘몰아쳐 사내의 위쪽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하였는데 그 속에서 순수한 영력이 모이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빗방울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빗방울은 청록색을 띠었고 지극히 강렬한 생기와 영력이 깃든 듯했다. 한방울의 가치가 지존영액 만 방울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를 바라보던 사내는 이내 화색이 되어 지존법신을 소환하고 두 손을 벌려 마음껏 비를 맞았다.
위잉!
빗방울이 지존법신에 스며들자 만 장의 빛을 발했다. 체내에서 폭발한 영력은 놀라운 속도로 폭등했으며 표면에 청록빛 광막을 형성했다. 광막은 취약해 보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사내의 지존법신의 위력은 적어도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더구나 사내의 육신도 세례를 받아 몸 표면이 은은한 빛을 발했다. 그는 환골탈태를 거쳐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하하, 역시 천지의 세례는 남다르군!”
사내는 지존법신의 엄청난 변화에 이내 화색이 되어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이번 세례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천지 세례의 범상치 않음에 흠칫 놀라더니 바로 세례를 시작했다.
“저급 세례도 저 정도라니!”
목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사내의 실력이 부쩍 향상된 것은 기반이 든든한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저건 저급 세례일 뿐이었고 그 위로 고급 세례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완벽한 세례가 있었다.
쿠쿵!
그때 하늘 높이 솟구치는 빛줄기가 점차 많아지면서 도천의 파동을 일으켰다. 이는 천지의 세례를 시작한 사람이 점차 많아졌다는 것을 뜻했다.
다만, 저급 세례 위주였고 천지지정의 수량 차이로 효과에도 일정한 차이가 존재했다.
“어머, 고급 세례네?”
목진이 멈칫해 먼 곳을 바라봤는데 갑자기 굵직한 빛줄기가 솟구쳤다. 그 속에 깃든 힘은 다른 세례의 빛을 전부 더한 것보다 더 강력했다.
세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다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다름 아닌 등용문에서 마주쳤던 진경칩으로 한때의 강자방 5위였다.
진경칩이 수집한 천지지정은 70알로 압도적이었다.
이 정도 수량의 천지의 세례는 지금까지 처음이었고 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웅장한 빛이 위쪽에 맑은 하천을 이룬 뒤, 청량한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려 진경칩의 머리에 스며들었다.
녀석은 지존법신을 소환하지 않았지만 체내에서 방출한 검의가 점차 예리해지는 것을 다들 느꼈다. 그 주위의 공간마저 찢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천의 세례로 인해 진경칩 체내의 검의는 점차 예리해졌다.
잠시 후, 하천의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자 그는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는데 눈에서 내뿜은 검의에 아래쪽 천지에 천 장 정도의 검흔이 생겼다.
또한, 진경칩 체내에서 방출한 영력 파동도 놀라울 정도로 폭등했다. 이건 9급 지존경 원만급이었다.
“진경칩이 경지를 돌파했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진경칩을 바라봤다. 진경칩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9급 지존경 정상이었는데 지금 바로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르렀다.
9급 지존경 원만급에 이르면 지지존경에 도전할 자격이 생기고 일단 지지존경에 이르면 엄청난 강자로 거듭날 것이다.
지존경과 지지존경은 천지 차이였다.
일단 지존경에 이르면 대천세계의 강자로 거듭나 이 세상을 살아갈 능력이 생기고 지지존경에 이르면 한 구역의 패주가 되어도 충분하며 천라대륙 같은 엄청난 대륙에서 파벌을 만들어 세력을 꾸려나갈 자격을 얻는다.
“천지가 괜히 상고 천궁의 핵심이 아니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음?”
목진이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어딘가에서 갑자기 여러 명이 나타났다. 그들이 디딘 금룡 영패에서 발한 눈부신 금광에 다들 바로 진경칩한테서 시선을 거뒀다.
사람들은 그들이 천라대륙 젊은이들의 대표인 주염, 가루라, 소경음 등인 것을 확인하고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이와 동시에, 소소, 임정과 구유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무시한 채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임정은 가볍게 인사만 건네고는 말았다. 각자 천지의 세례를 받아야 하는지라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곧 주염도 목진을 발견하고 지그시 바라봤고 소경음은 흥미진진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가루라 역시 미소를 지은 채 목진을 쳐다봤다.
“허허, 자넨 먼저 나왔군. 하우에게 아무런 소식도 없더니 결국 자네 손에 죽었군. 자네는 역시 대단하네.”
가루라의 말에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린 채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과 하우의 혈전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