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3화. 황충(凰蟲)
“이걸 어쩐담?”
소소, 임정 등의 도움이 있어도 만다라의 본체를 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반드시 외부의 강대한 조력이 있어야만 가능해.”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생각하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
외부의 강대한 조력이라…….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오래된 영패가 나타났는데 이건 그가 경매장에서 획득한 두 번째 전주의 병부였다.
이는 두 번째 전주의 군대인 도령위의 병부였다.
목진은 오래된 병부를 보고는 방법이 떠올랐다. 만다라의 말대로 수많은 지지존으로 이뤄진 도령위는 비록 전멸했지만 두 번째 전주는 분명 특수한 수법으로 그 형태를 보존해 호위의 작용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여 목진이 이 병부로 도령위를 장악하면 대전을 뚫고 만다라의 본체를 취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이번 일을 잘 해내면 목진은 장경루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건 엄청난 기회였다.
목진은 자신한테 만다라의 본체를 봉인한 곳을 보여준 것은 우연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럼 누군가 이를 조종했단 말인데 그 상대는 아마 장경루일 것이다.
장경루는 목진이 만다라의 본체를 취할 수 있는지 보고 싶은 것 같았다. 목진이 성공하면 인정을 받고 장경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실패하면 만다라의 본체는 물론이고 대일불멸신의 진화법도 획득하지 못할 것이다.
목진한테는 너무 치명적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진화법이 없으면 그의 지존법신은 고작 대일불멸신에서 끝나야 했고 만다라의 본체를 취하지 못하면 대하 황조의 하황과 성마궁의 성마황 육원이 찾아왔을 때, 난감해질 것이다.
만다라는 상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하황 정도를 막아내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성마황까지 오면 승산이 없었다.
하여 목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다라의 본체를 취해야만 했다.
고민을 끝낸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주먹을 꽉 쥐고 오래된 대전을 쓰윽 훑었다. 이건 첫 번째 전주의 거처일 것이다.
돌기둥에 ‘제일(第一)’이란 글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두 번째 전주의 거처부터 가서 병부로 도령위부터 장악하자.”
순간, 목진은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리더니 눈앞의 광경이 확 바뀐 것을 발견했다.
그의 앞에는 구름이 자욱한 하늘이 펼쳐졌고 아래쪽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산 한 채가 우뚝 솟아 있었다. 목진은 그 위에 서 있었다.
산봉우리에 크기를 알 수 없는 웅장한 건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속에 웅장하고 오래된 기운을 풍기는 대전들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곳에 가장 웅장한 대전이 있었는데 천 장 정도로 높은 대전 앞에 있으니 사람이 개미처럼 하찮아 보였다.
그 밖에 대전의 위쪽에 ‘제2전’ 석 자가 황금색으로 박혀 있었는데 그 속에서 내뿜는 웅장한 힘에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이곳이 제2전이란 말인가?”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거대한 대전을 보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신속하게 날아갔다.
대신 파손된 영진에 뛰어들지 않도록 부단히 주위를 살폈는데 이곳의 영진들은 과거 일어났던 대전을 통해 전부 사라진 것 같았다.
목진은 1각 정도를 달려 대전 앞에 도착하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는데 청동 대문에 봉인이 있었다. 그의 힘으로는 절대 열 수 없었다.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사색에 잠겼는데 청동 대문 위쪽에 걸린 편액을 보고는 금룡 제자의 영패를 꺼냈다.
잇따라 영패에서 발하는 금광이 편액에 스며들자 꼭 닫힌 문에 빛이 내리쬐었고 만 년도 넘게 닫혀 있었던 청동 대문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다.
목진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상고의 천궁에서 신분 영패는 역시 중요한 물건이었다. 어딜 가든 영패로 신분을 밝혀야 했으니 말이다.
청동 대문이 열리자 오래된 홍황의 기운이 휘몰아쳤는데 귓가에 처절하기 그지없는 전쟁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잇따라 대문이 완전히 열리자 다시 정신을 차린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두 번째 전주의 거처로 들어갔다.
대전은 아주 크고 넓었지만 아수라장이 되어있었고 대전을 겪어 바닥이 상처투성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이에 개의치 않고 바로 대전의 끝자락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대전에 끝자락에 황금 왕좌가 놓여있었고 그 위에 보라색 도포를 입은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패기 넘치는 모습과 엄청난 위압감에 천지마저 제압될 것 같았다.
목진은 상대방의 엄청난 기세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상대방이 허상이 아니라 진정한 육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두 번째 전주의 거처에서 이 정도 기세를 갖춘 사람이 그 주인이 아니면 또 누가 있겠는가?
더구나 육신에서 생기가 느껴졌는데, 설마 두 번째 전주가 죽지 않았단 말인가?
왕좌에 앉아있는 보라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내뿜은 엄청난 기운에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고 무서운 위압감이 대전 전체를 가득 채웠다.
목진도 상대방의 무서운 위압감에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는데 용봉체를 소환하자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육신에서 황금빛이 발했다.
그는 거물급 존재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목진은 잔뜩 경계하며 보라색 도포를 입은 사내를 쳐다봤는데 은은하게 맴도는 생기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두 번째 전주가 설마 죽지 않았단 말인가?
그런데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두 번째 전주를 정면으로 관찰할 수 있는 쪽으로 이동했는데 그를 자세히 관찰하고는 소름이 쫙 끼쳤다.
두 번째 전주는 두 눈을 부릅뜬 채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고 미간에 검은색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은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목진은 이것이 두 번째 전주의 치명적인 상처란 걸 바로 알아챘다.
목진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는 잘 모르지만 현재, 천라대륙에서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열 명도 채 안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존재를 한 방에 죽였으니 그의 실력은 또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잇따라 목진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살펴보니 역시나 자그마한 구멍이 나 있었다. 천 장 정도의 지붕과 비교하면 바늘구멍처럼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그는 너무 무서워 소름이 쫙 끼쳤다.
역외족이 천라대륙에 왔을 때, 상상 이상으로 강대한 존재가 상고의 천궁으로 향했고 그는 도착하자마자 천제보다 먼저 공격을 개시했던 게 틀림없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제2전의 지붕에 구멍이 생겼고 두 번째 전주의 미간에도 구멍이 뚫려 체내의 생기를 완전히 없앤 것이다.
그는 단번에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죽였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간신히 마음을 다스렸다. 이건 천제와 함께 죽은 마제가 아니고서야 해낼 사람이 없었다.
더구나 천제보다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니, 그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역외족에 이토록 엄청난 존재가 있다니! 대천세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나설만했군.”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역외족이 알면 알수록 강대하고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천세계의 천적은 역시 엄청났다.
녀석들은 지금도 대천세계를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것이다.
생각에 잠겼던 목진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현재, 그는 역외족을 상대하기에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두 번째 전주 같은 강자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종족을 상대하려면 천지존은 되야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두 번째 전주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주위를 쓰윽 훑었다.
그의 목표는 두 번째 전주 때문이 아니라 도령위 때문이었다.
목진은 조심스럽게 대전을 살폈는데 두 번째 전주한테 집중하느라 이곳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이제야 발견했다.
대전의 중심에 두 번째 전주의 왕좌가 놓여 있었고 아래쪽에 백 장 정도로 긴 돌계단이 있었으며 그 뒤쪽에 검은색 갑옷을 입은 군사들이 서 있었다. 목진은 그들을 보더니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대량의 검은색 갑옷을 입은 군사들은 두 번째 전주의 뒤쪽에 서서 그를 호위하고 있었는데 대충 봐도 오천 명 정도 되는 것 같았고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또한, 녀석들의 검은색 갑옷에는 암홍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피로 이뤄진 듯 엄청난 살기를 방출했다. 게다가 수중에 쥔 묵직한 장창의 창끝이 빨개 혈기가 맴도는 것 같았다.
그들은 생전에 분명 사방을 다니며 적과 싸웠을 것이고 지지존급 강자마저 죽였을 것이다.
한편,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수중에 묵직한 장창을 쥔 군사들을 쳐다보고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들이 바로 목진이 원했던 도령위였다.
흥분도 잠시, 그는 오천 명도 넘는 도령위한테서 파동을 전혀 느끼지 못해 흠칫 놀랐다.
도령위는 완전히 죽은 것 같았다.
도령위를 장악하지 못하면 만다라의 본체를 꺼내기가 불가능했기에 목진은 금세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이럴 수가…….”
목진은 인상을 확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도령위 같은 정예 부대는 죽기 직전에 밀법으로 잔존한 생기를 이용해 시병(屍兵)을 이루곤 한다. 비록 오천 명 모두 시병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시병이 되면 이들은 여전히 부대의 한 사람으로 주인을 지키고 싸울 수 있다.
대신 시병은 생령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지나도 육신이 부식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도령위들은 완전히 죽은 것처럼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는 걸까?
“저들을 소환하는 무언가가 빠져서 그러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돌아서 보니 늘씬한 여인이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소경음이었다.
소경음도 제2전에 왔다니.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서서 몰래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소경음한테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코 사이가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난 자네와 싸울 생각이 없으니 그리 긴장할 필요 없네. 그리고 여기에서만큼은 우리가 협력하면 더 좋을 것 같군.”
소경음이 생긋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게 무슨…….”
“혹시 저 군대가 목표인가? 허허, 저건 마음을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네.”
소경음은 목진을 노려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건 자네와 상관없지 않은가?”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말을 이어갔다.
“그럼 저들을 소환하는 데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에 소경음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답했다.
“저들은 완전히 소멸한 것이 아니네. 두 번째 전주가 죽었을 때, 저들은 두 번째 전주의 생기를 조금이나마 보존하려고 신백을 태워 그 힘을 주입하였네. 하여 저들을 장악하려면 그 힘을 돌려줘야 하네.”
“그런다고 지지존이 되살아날까? 참으로 어리석군.”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경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것만으로는 불가능하네. 두 번째 전주한테는 황충이란 진귀한 영충이 있는데 녀석이 열반(涅槃)하면 그 주인은 생기를 되찾을 수 있네. 대신 지극히 방대한 힘이 필요하지만.”
“황충이라…….”
소경음의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그럼 그가 두 번째 전주한테서 느꼈던 미세한 생기의 파동은 황충이었단 말인가?
그럼 두 번째 전주가 부활할 수도 있단 말인가?
“두 번째 전주는 완전히 죽어 절대 되살아나지 못하네.”
소경음은 목진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듯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두 번째 전주가 입은 타격은 너무 치명적이라 체내의 모든 기관이 부서졌지. 아무리 황충이라도 절대 살릴 수 없네.”
소경음은 목진한테 돌아서며 말을 이어갔다.
“내 목표는 황충이네. 내가 녀석을 수중에 넣으면 밀법으로 흡수했던 군사들의 힘을 다시 뱉어내게 할 수 있네. 그럼 자넨 군대를 장악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 협력하지.”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뭘 하면 되는가?”
그는 소경음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지만 시도해 볼 만하다고 여겼다. 그러다 소경음의 말이 거짓이란 것이 밝혀지면 그에 대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목진의 말에 소경음은 활짝 웃더니 금세 정색하며 대전의 중심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위잉.
소경음의 손에서 한 갈래 영력이 솟구치자 대전이 진동하며 허공에 수많은 영력 광선이 모였고 용음과 함께 거대한 영진이 대전 전체를 감쌌다.
“이 영진을 뚫어 주게.”
소경음은 무서운 위력을 자랑하는 영진을 바라보며 정색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 거대한 영진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건 처음 보는 영진이 아니었다.
이건 구룡시선진이었고, 완전한 형태의 영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