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4화. 협력
커다란 대전에 난폭한 영력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고 영력 광문이 얽히고설켜 용의 형태를 이루더니 용음이 울려 퍼져 대전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구룡시선진이라…….”
목진은 낯익은 영진을 보더니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제2전의 호위 영진이 그가 접했던 구룡시선진일 줄 몰랐다.
더구나 완전한 형태를 갖춘 구룡시선진이라니!
목진은 대전 전체를 둘러싼 영진을 보고는 이내 감탄했다. 그가 친 파손된 영진과 비교하면 이곳의 구룡시선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했다.
비록 만 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영진의 영력 광문은 여전히 또렷하며 밝게 빛났고 무서운 파동까지 내뿜었다.
“이건 상위 지지존이라도 일단 빠지면 절대 벗어나지 못할 거야.”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완전한 형태를 갖춘 구룡시선진은 종사급 영진 중 중급 아니 고급 영진에 가까운 엄청난 영진이었다.
또한, 중급 종사급 영진은 상위 지지존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전주의 자리는 구룡시선진의 핵심으로 그의 실력과 영진의 위력까지 더하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뛰어들어도 완벽하게 제압당할 것이다.
다만, 그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난 마제한테는 전혀 타격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소경음은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가?”
“뭘 말인가? 설마 내가 이 영진을 없앨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건가?”
목진이 소경음을 힐끗 보며 물었다.
“불가능한 건 나도 잘 아네.”
소경음은 상위 지지존마저 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영진을 목진이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영진이 강대하긴 하지만 조종하는 사람이 없으니 영진사인 자네가 방법이라도 있을까 하여 도움을 청한 것이네. 잠시라도 영진에 균열을 내면 황충을 취할 수 있을 것이네.”
이에 목진은 손가락을 튕기고 조용히 서 있더니 한참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가능할 것도 같네.”
목진은 구룡시선진을 수련한 바 있어 이곳에 친 영진의 빈틈을 찾아 잠시 균열을 내는 것 정도는 해낼 수 있었다.
“그게 정말인가?”
소경음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것뿐이었데 목진이 저리 대답하니 너무 기뻤다.
“한 번 해볼 수는 있네.”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식 웃으며 소경음을 쳐다봤다.
“그런데 내가 뭘 믿고 자네 말을 따라야 한단 말인가?”
목진이 소경음을 도와 황충을 취한다고 해도 도령위의 힘을 되돌릴 수 있단 보장은 없었다. 그러다 소경음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목진은 괜히 힘만 빼는 꼴이 될 것이다.
소경음은 소소, 임정 등이 아니라 의심할 필요가 있었다.
목진의 의심에도 소경음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내 사부님은 원고 출신이라네. 두 번째 전주의 황충에 대한 정보는 우리 종족에서 제공해 준 것이고 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네. 자네가 도령위를 장악하려면 황충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장악한 밀법이 필요한 것이네. 그러니 자네가 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지.”
이에 목진은 소경음을 한참 쳐다보더니 그제야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소경음의 말대로 목진이 도령위를 장악하려면 그녀와 협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변고가 생기면 잘 대응하면 될 것이다.
“그럼 잘해봅시다.”
소경음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네.”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영진에 다가가 눈을 감았는데 손끝에 영광을 모아 영인을 만든 뒤, 조심스럽게 완전한 형태를 갖춘 구룡시선진에 스며들었다.
구룡시선진에 대한 조예와 이해도에 따라 주인이 없는 영진에 균열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목진은 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만사에 신중한 목진은 절대 이를 함부로 드러낼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자네의 신변을 보호하겠네.”
소경음이 뒤로 조금 물러나더니 누군가 갑자기 뛰어 들어와 목진이 영진을 뚫는 것을 방해할까 봐 대문 앞에 서서 주위를 살폈다.
소경음은 목진이 영진을 뚫는 속도가 느려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종사급 영진을 쉽게 뚫었다면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소경음은 청동 대문 쪽에 앉아 영진 앞에 조용히 서 있는 목진을 보고는 대전의 중심에 앉아있는 두 번째 전주한테 눈길을 돌렸다.
“황충아…….”
그녀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상대방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황충을 수중에 넣어 종족의 밀법으로 제련하기만 하면 지지존에 이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느덧 대전은 조용해졌고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목진은 다시 눈을 번쩍 떴다. 소경음은 바로 달려가 손에 땀을 쥔 채 물었다.
“어떤가?”
목진이 영진을 뚫는 데 실패했다면 소경음은 황충을 절대 얻지 못할 것이다. 현재, 그녀의 실력으로는 절대 완전한 형태를 구룡시선진을 뚫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앞쪽의 거대한 영진에 영력 물결이 일더니 반 장 정도의 균열이 생겼다.
“다행히 해냈네.”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소경음은 이내 화색이 되었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숨마저 가빠졌다.
“난 영진에 낸 균열을 유지해야 하니 황충은 자네가 취해야 할 것 같네.”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전에 다른 함정이 있을지 알 수 없어 몸소 체험하고 싶지 않아 소경음한테 맡기기로 했다.
소경음도 이를 잘 알았지만 묵묵히 받아들였다. 목진은 가장 중요한 걸 해결했으니 황충을 취하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다.
“잘 부탁하네.”
소경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건네더니 바로 구룡시선진에 뛰어들었다.
잇따라 구룡시선진은 파르르 떨긴 했지만 파멸의 공격을 개시하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나아가던 소경음은 별다른 이상 없이 왕좌에 다가가더니 코앞에 있는 두 번째 전주를 보고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정색하며 신속하게 결인한 뒤, 혀를 깨물어 정혈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는 이상한 냄새를 풍기며 선홍색 단약을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두 번째 전주의 이마에 빨간 점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상승하여 미간에 난 구멍을 비집고 나왔다.
이는 자그마한 빨간색 빛덩이로 그 속에 온몸이 빨간 벌레가 들어있었는데 유난히 요염한 벌레의 정교한 날개는 봉황의 날개처럼 생겼지만 진정한 봉황의 날개보다 훨씬 작았다.
녀석은 숙면에 빠진 듯 몸을 움츠리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선홍색 단약에 날아가 입을 쩍 벌려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때 소경음이 손을 벌리자 선홍색 빛덩이는 그녀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더없이 진귀한 황충을 이렇게 쉽게 얻게 되어 너무 기뻤다.
비록 황충은 깊은 잠에 빠져 있지만 소경음은 녀석의 자그마한 몸에 깃든 무서운 힘이 충분히 느껴졌다.
“잠시만.”
소경음이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조심스럽게 황충을 잡고 떠나려 할 때, 영진 밖에서 목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영진에서 나가면 밀법으로 황충 체내의 힘을 끌어내 도령위를 살려내겠네.”
소경음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고는 느긋하게 나아갔다. 황충을 수중에 넣었으니 녀석이 아무리 깊이 잠들었어도 조금만 힘을 주입하면 지지존이 아니고서야 그녀의 상대가 될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했다.
황충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목진을 경계해야 했던 소경음은 인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때 목진이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구룡시선진에 난 균열이 빠르게 사라졌고 갑자기 무서운 영력 돌풍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영력으로 이뤄진 거대한 용이 만들어져 호시탐탐 소경음을 노려봤다.
소경음은 그제야 멈춰서더니 순식간에 돌변한 영진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자…… 자네가 무슨 수로 영진을 장악했단 말인가?”
소경음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목진은 구룡시선진을 완전히 가동했다. 소경음은 그제야 목진이 어렵다면서 발뺌했던 것이 전부 거짓임을 알아챘다.
사실, 목진은 영진에 균열을 냈을 때 이미 영진을 장악했다.
목진은 소경음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제 나를 도와 도령위를 되살릴 수 있겠나?”
황량하고 오래된 대전은 영진으로 가득 찼다. 영진 속은 돌풍처럼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쳤으며 거대한 용 아홉 마리가 무서운 파동을 방출하며 허공을 날아다녔는데 공간마저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그 광경에 소경음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영진 밖에 서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그는 뒷짐을 쥔 채 가볍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가 영진 방면에 조예가 이렇게 대단할 줄 미처 몰랐군!”
소경음은 이를 갈며 간신히 말했다.
소경음은 처음부터 목진을 경계하긴 했지만, 그가 몰래 준비한 필살기가 무서운 영진일 줄은 몰랐다.
소경음은 아직도 목진이 제2전의 영진을 장악했단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건 상위 지지존마저 감히 상대하지 못하는 종사급 영진이기 때문이었다. 목진이 영진 종사가 아니고서야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소경음의 말은 무시한 채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
“인제 나를 도와 도령위를 되살릴 수 있겠나?”
소경음은 목진을 지그시 쳐다보고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난 약속을 어길 생각이 없었네. 반드시 자네의 청을 들어줄 것이네.”
이에 목진이 시작하라고 가볍게 손짓하자 소경음은 돌아서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 깊은 잠에 빠진 황충이 다시 나타났다.
도령위한테서 획득한 힘은 황충의 진화와 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 다시 강제로 뽑아내려니 마음이 아팠다. 이는 황충한테도 어느 정도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영진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목진은 역시 교활한 놈이었다.
몰래 한숨을 내쉰 소경음은 인법을 바꾼 뒤, 손끝을 베어 피로 황충의 육신을 적셨고 이는 녀석의 몸에 스며들어 부적을 이뤘다.
끼익!
깊은 잠에 빠진 황충은 고통스러운 듯 온몸을 파르르 떨며 혈광을 사정없이 방출했는데 이는 대전 전체에 퍼지더니 뒤쪽에 서 있는 도령위에게 향했다.
잇따라 몸에 혈광이 스며들자 도령위의 체내에 힘의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목진, 이제 됐네.”
소경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는 이마에 난 땀을 닦아내며 미소를 지었는데 목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쏘아봤다.
“자네가 돌려준 힘은 오천 명 중 기껏해야 이백 명밖에 안 되지 않나? 아무리 도령위가 만 년도 넘는 시간 동안, 손상되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목진은 도령위 힘 중 이백 명의 힘밖에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정도 수량은 장악한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목진의 말에 소경음은 표정이 확 굳었다. 도령위의 힘은 황충한테도 소중해서 확실히 소량만 돌려주었다. 이건 그녀가 지지존에 이른 뒤, 제련하면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목진은 소경음을 노려보며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난 적어도 도령위 이천 명의 힘이 필요하니 그걸 만족시켜주면 바로 풀어주겠네.”
“자네 정녕 미친 건가?”
소경음은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
“자넨 절대 도령위 이천 명을 장악하지 못할 것이네. 이건 절대 불가능하단 말이네!”
더구나 황충이 도령위 이천 명에 달하는 힘을 방출하면 체내의 힘도 거의 소진되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에 소경음은 목진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가 감당할 몫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