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736화 (735/1,000)

736화. 도령위를 장악하다

쿠쿵!

전장의 위쪽 하늘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의가 휘몰아치며 백만 갈래의 혈광을 내뿜었는데 그 속에 깃든 힘에 목진의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목진의 본체가 그 공격에 적중했다면 분명 바로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령위의 전성기 때의 힘이란 말인가?

퍽!

공간이 부서지자 파멸의 혈광 전의가 휘몰아쳐 목진을 공격했다.

순간, 영혼의 깊숙한 곳에서 휘몰아치는 엄청난 고통에 목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목진은 도령위의 무서운 공격에 정말 죽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쿵! 쿠쿵!

수십 만장 높은 하늘은 부서질 듯 균열이 일었고 목진의 연로한 육신은 산산이 부서졌다.

지지존은 이렇게 도령위의 손에 죽었다.

잇따라 목진의 눈앞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의식은 무서운 충격을 겪듯 엄청난 고통이 뒤따라 목진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다 고통이 조금씩 사라지고 주위의 환경이 다시 바뀌자 목진은 중년 사내가 되어있었고 그의 주위에는 여전히 검은색 갑옷을 입은 도령위가 서 있었다.

중년 사내의 몸에도 무서운 힘이 깃든 것으로 보아 그 또한 지지존급 강자인 것 같았다.

목진은 눈앞의 광경에 무언가 깨달았다. 그들은 도령위가 제압한 지지존들이고 목진은 지지존들의 죽음을 한 번씩 경험하고 있었다.

목진은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일전의 고통은 쉽게 잊히지 않았는데 그가 의지가 조금이라도 약한 사람이었다면 바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도령위의 전의의 충격과 지지존의 죽음을 겪고 난 뒤, 도령위의 전의에 맞는 것이 뭔지 발견했다.

이건 도령위 전의의 시험으로 끝까지 견뎌내면 목진은 병부로 도령위의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디 해보자!”

목진은 몸의 긴장을 풀고 이를 악물었다. 목진이 아무리 단단한 방어막을 형성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는데 오히려 도령위의 전의의 충격을 마음껏 누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쿵!

하늘에 수많은 혈광 전의가 모여 선홍색 태양을 이루더니 갑자기 추락해 목진의 육신에 적중했다.

파멸의 기운이 깃든 상대방의 공격에 목진은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이에 정신줄을 놓을 것만 같았다.

쿵! 쿵!

여덟 차례의 파멸의 공격 끝에 목진은 고통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감각이 무뎌졌다.

도령위는 지지존을 여덟 명이나 죽였다.

지지존은 정예 부대를 이기지 못해도 도망가기는 결코 어렵지 않았을 텐데 도령위한테 죽은 여덟 명의 지지존들은 결국 도주에 성공하지 못했다.

전성기 때의 도령위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그러나 도령위 전의의 파멸의 공격을 여덟 번이나 겪고 나니 공간이 부서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목진은 바로 의식을 거뒀다.

풉!

왕좌 옆에 앉아있던 목진은 눈을 번쩍 뜨자마자 피를 토했다. 이마의 핏줄은 불끈거렸으며 표정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의식이 돌아오자 목진은 일전에 겪은 고통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후우!

목진은 간신히 숨을 고르며 고통을 떨쳐내려 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꽉 쥐었던 주먹을 서서히 풀었다. 그는 파르르 떠는 손으로 이마에 난 땀을 닦아내며 쓸쓸하게 웃었다.

일전에 겪었던 전의의 공격은 너무 겁이 났지만 도령위의 전의가 얼마나 난폭하고 무서운지도 제대로 느꼈다.

지지존급 강자를 여덟 명이나 죽인 도령위의 실력은 엄청났다.

이 정도 전의라면 현재의 천라대륙에서 놓고 봐도 함부로 덤빌 세력이 없을 것이다.

그때 도령위의 전의의 충격을 견뎌낸 목진은 저들과 미묘한 연계가 생긴 것이 느껴졌다.

이마를 만지작거리던 목진은 의식이 미친 듯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져 화들짝 놀랐다.

잇따라 목진의 눈이 다시 투명해지며 특이한 빛을 발했는데 허공에 형성된 전문의 수량은 75만 개나 되었다.

75만 전문이라니!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전문의 수량이 이렇게까지 많이 늘어나다니!

“도령위의 전의의 공격을 받아내서 그런가?”

도령위 전의의 공격은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지만 목진한테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함께 주었다.

전문 15만 개를 늘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정도 양은 목진이 적어도 반년은 수련해야 해낼 수 있는 일인데 이 또한 그가 전의에 대한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반년이나 걸려야 해낼 수 있는 일을 이뤄냈다.

그의 실력에 병부와 의식의 힘까지 더하면 도령위의 진정한 실력을 끌어내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목진은 도령위를 드디어 장악했단 생각에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는 비록 지지존경에 이르지 못했지만 진정한 하위 지지존과 마주쳐도 상대할 힘이 생겼다.

지지존을 상대하는 힘이라니…….

목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목진은 지지존이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지지존에 이르는 힘을 얻게 되었다.

비록 도령위의 힘을 빌려야 가능하지만 전진사는 워낙 군대와 한 몸인 법이라 양자가 결합해야 진정한 힘을 발할 수 있었다.

잇따라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묵직한 갑옷을 입은 채 기세등등하게 서 있는 군사들을 상대로 병부를 들자 병부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며 도령위를 데려가려 했다.

병부에는 자그마한 공간이 있어 도령위를 담을 수 있는데 반드시 시병인 상태여야 했고 생기가 전혀 없는 도령위만 가능했다.

그런데 목진은 도령위가 병부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지?”

목진은 흠칫 놀라 도령위를 쳐다봤다. 도령위는 이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녀석들은 죽어서도 이곳을 수호하려 했다.

예상치 못한 변고에 목진은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도령위를 데려갈 수 없다면 여태껏 한 노력은 수포가 될 것이다.

목진은 절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집념이라…….”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두 번째 전주의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선배님, 도령위가 여기에만 있으면 진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이들을 거느리게 된다면 언젠가 역외사족이 다시 대천세계에 쳐들어왔을 때, 이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니 부디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목진의 목소리가 대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는데 한참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잠시 후, 목진이 고개를 들자 두 번째 전주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그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는데 두 번째 전주의 남은 집념이라고 믿기로 했다.

쿵!

그때 도령위는 한쪽 무릎을 꿇더니 병부가 아닌 두 번째 전주한테 인사를 올렸다.

잇따라 도령위 주위를 맴돌던 집념이 서서히 사라지자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도령위를 데려가려면 병부뿐만 아니라 두 번째 전주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목진이 다시 두 번째 전주한테 인사를 올리고 병부를 들자 도령위 이천 명은 한 갈래 빛이 되어 병부에 스며들었다.

그러다 마지막 한 갈래의 빛이 병부에 스며들자 목진은 조심스럽게 병부를 거두고 바로 떠났다.

도령위를 획득했으니 이제 만다라의 본체를 꺼낼 차례가 되었다.

제2전에서 나온 목진은 바로 제1전으로 향했다. 5전의 구역에 들어온 강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목진은 최대한 빨리 제1전에 가야 했다. 그는 만다라의 본체가 있는 대전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지만 수호 영진이 가동되면 만다라의 영체를 꺼내는 일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하여 목진은 가는 길에 웅장한 영광을 발하는 파손된 대전을 발견해도 그냥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영광을 발하는 물건은 상고의 천궁에서 남긴 보물이겠지만 목진한테 그 보물을 취할 만큼의 시간이 없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만다라의 본체를 취해야 했다.

천라대륙의 거장들이 오면 목진을 죽이지 못해 안달복달할 것이다.

더구나 성마황은 만다라와 천적이라 만다라가 본체와 융합해 지지존 대원만급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두 사람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럼 목진이 도령위를 장악한다고 해도 절대 상위 지지존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시간이 없어.”

목진은 한 갈래 빛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비행했다. 잠시 후, 그는 드디어 앞쪽 끝에 푸른 바다가 펼쳐진 것을 발견했다.

“이리로 가면 바다인데…… 설마 제1전이 바다 위에 있단 말인가?”

목진은 멈칫하여 중얼거리다 계속 나아갔는데 그가 지나간 곳 해면에 깊숙한 흔적이 남아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1각 정도 달린 목진의 앞쪽에 섬이 한가득 생겼고 그 위에 전각들이 우뚝 솟아올라 원고 시기의 강대하고 번화한 상고 천궁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섬들에 가까워질수록 제1전에 찾아온 각 세력의 강자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보물찾기에 여념이 없어 목진의 등장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에 목진은 전력을 다해 바다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깊숙이 들어가자 목진은 주위에서 영진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무서운 영진들은 과거의 대전 때문에 전부 사라졌고 무서운 힘이 깃든 흔적만 남아있었다.

만약 영진이 남아있었다면 목진은 이를 제거하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슉!

목진은 신속하게 섬들을 거닐며 만다라의 본체가 있는 대전을 찾았다.

그는 한 시진 동안 섬에 지어진 전각들을 훑었고 일부 전각에서 특이한 영력 파동이 존재하긴 했지만 만다라의 영력 파동과는 완전히 달랐다.

“조금만 더 찾아보자.”

목진은 이를 악물고 아직 살펴보지 않은 구역으로 향했다.

그 후로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바다 위에 놓인 전각을 전부 살펴봤는데도 기억 속의 대전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본 대전은 분명 허상이 아니었어.”

목진은 다급한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중얼거렸다.

“첫 번째 전주의 집에도 없었는데.”

목진은 입술을 깨물며 바다를 쓰윽 훑었다.

“설마 해면 위에 없단 말인가?”

해면 위에 없으면 설마…….

목진은 파도가 미친 듯이 요동치는 해면을 한참 살피고는 그제야 깨달았다.

“해면 위에 없으면 안에 있을 수도!”

슉!

목진은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바다에 뛰어든 뒤, 영력 감응력으로 바닷속을 훑었는데 지극히 웅장한 궁전이 거대한 영수처럼 바다 밑에 엎드리고 있었다.

목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한 제1전은 바다 밑에 있었다. 첫 번째 전주는 참 생각이 남다른 것 같았다.

슉!

목진은 물고기처럼 바닷물을 가르며 주위를 살폈다.

“드디어 찾았어!”

목진은 바다 밑 폐허의 뒤쪽에서 오래되고 파손된 대전을 발견했는데 그의 기억 속 모습과 똑같았다.

또한, 대전의 깊숙한 곳에서 특이한 향기가 풍기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 만다라 꽃향기였다.

목진은 파손된 대전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대전 내부에는 바닷물이 스며들지 않았고 유난히 넓고 컸다. 아마 원고 시기, 이곳이 제1전의 중요한 장소인 듯했다.

그러다 주위를 쓰윽 훑던 목진은 고개를 들어 대전의 끝자락에 있는 석문을 보더니 그 뒤에 만다라의 본체가 있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런데 그때, 석문 앞에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한 사람은 성마궁의 가루라로 구면이었는데 녀석은 팔짱을 낀 채 히쭉거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루라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보아하니 가루라는 여기 온 지 한참 되는 것 같았다.

“허허, 궁주님의 예상대로 본체를 찾아가려고 사람을 보낸 것이 확실하군. 그런데 그 사람이 자네일 줄은 몰랐네.”

가루라는 피식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대라천역의 역주가 궁주님의 천적인가 보군. 참 잘 숨겼는걸?”

만다라는 현재 꽃봉오리로 이뤄진 분신으로 다니고 있었는데 본체와 달라 성마궁의 궁주도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가루라는 이곳에 온 목진을 보고는 바로 알아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