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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38화 (737/1,000)

738화. 지존법상(至尊法相)

“장로님, 이래도 제 앞을 막아설 건가요?”

목진이 배시시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어디 감히 내 앞에서 우쭐거리는 것이냐? 군대를 내세웠다고 내가 겁에 질려 도망이라도 갈 줄 알았더냐? 흥, 그리고 네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은 아닌지 알게 뭐냐?”

좌 장로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목진이 선보인 필살기에 놀라긴 했지만 하위 지지존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 바로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럼…….”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장로님께서 도령위가 얼마나 강한지 알려드리죠.”

쿵!

목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도령위의 앞쪽에 다가가 앉더니 눈을 감고 자신의 의식을 웅장한 혈운에 주입했다.

크으으으! 크으으으!

목진의 의식과 도령위의 전의가 융합하자 뇌리에 전의로 가득 찬 메아리가 울려 퍼졌고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쿠쿵!

묵직한 혈운이 요동치자 만 장 정도의 파도가 휘몰아쳐 공간을 부수며 좌 장로에게 향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전의의 공격은 직접 맞선 후에야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법, 아마 가루라나 주염 등이 이와 맞섰다면 분명 뼈도 안 남고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만 장의 파도는 도령위의 무서운 전의로 이뤄져 엄청난 힘이 깃들었기 때문이었다.

좌 장로도 안색이 확 어두워져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선홍색 파도를 쳐다봤다. 그 역시 그 속에 깃든 무서운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녀석이!”

좌 장로는 이를 갈며 외쳤다. 그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어그러지자 너무 화가 났다.

잇따라 그는 갓난아이의 손처럼 보들보들한 손을 내밀었는데 다섯 손가락은 옥처럼 반짝였다.

그러다 그의 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천 장 정도로 팽창하자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휘몰아치는 선홍색 파도를 후려쳤다.

쿵!

양자가 부딪치자 대전의 기둥들은 와르르 무너졌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퍼져 공간마저 일그러지다가 부서졌다.

양자의 공격이 부딪쳐 퍼진 파괴력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전력을 다해 선보인 신술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었다.

엄청난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좌 장로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반보 정도 물러났고 표정도 한껏 일그러졌다.

그는 일전의 대결에서 결국 열세에 처했다.

전성기 때였으면 도령위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휘어잡을 수 있었을 텐데 현재 그의 실력은 전성기 때의 절반도 안 돼 어쩔 수 없었다.

제대로 싸우면 좌 장로는 상대방의 무서운 전의를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쿵! 쿵!

그런데 목진은 무서운 전의의 힘을 확인하더니 아직 부족한 듯 옷깃을 휘날렸고 이에 묵직한 혈운이 요동치며 수많은 선홍색 전의의 장창을 이뤘다.

장창의 표면에 전문이 가득 새겨졌는데 대충 봐도 수십만 개는 되었고 장창 하나에 깃든 힘만 해도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두려워할 정도였다.

“공격하라!”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많은 전의의 장창이 좌 장로한테 검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천지지상!”

선홍색 장창이 공간을 가르며 쏟아져 내리자 좌 장로도 발을 힘껏 굴렀는데 천지의 영력이 신속하게 모여 그의 앞쪽에 거대한 산맥을 이뤘다.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산맥은 천지의 가장 순수한 영력으로 이뤄진 존재로 실체를 이룬 영력 산맥이나 다름없었다.

이건 지지존경에 이르러야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탕탕탕!

영력 산맥은 방패처럼 좌 장로의 앞쪽에 막아 나섰고 수많은 전의의 장창도 모조리 막아냈다.

그런데 전의의 장창이 전부 쏟아져 내리자 실체를 이룬 영력 산맥은 만신창이가 되더니 끝내 폭발해 수많은 영력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오만한 녀석, 내가 자네를 쓰러뜨리지 못할 거라 여기는 것이냐?”

목진의 연이은 공격에 좌 장로가 표정이 확 굳어져 콧방귀를 뀌며 한쪽 손을 확 뒤집고 다른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목진은 이곳 천지가 순간 축소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식간에 옥기둥이 내려앉아 목진에게 향했다.

도령위의 보호가 아니었다면 목진은 바로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장로께서 전성기 때의 실력을 지녔다면 오늘 대결에서 이기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따위 실력으로 어찌 나를 이길 거라 자만하시는 거죠?”

목진은 고개를 들고 좌 장로의 손가락이 이룬 옥기둥을 바라보며 물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혈안이 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도령위, 죽이거라!”

쿵!

이천 명의 도령위가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어 커다란 옥기둥을 보더니 눈으로 실체 같은 혈광 전의를 방출했는데 이는 이천 갈래의 웅장한 전의의 회오리를 이뤄 솟구쳤다.

퍽!

선홍색 전의에 닿은 거대한 옥기둥은 바로 부서졌고 어두워졌던 하늘은 금세 밝아졌다.

목진은 일전의 광경이 환각인 것 같은 느낌에 좌 장로를 바라봤는데 그의 손가락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손가락 하나로 천지를 가리고 오감을 매혹시켜 도망가지조차 못하게 하다니, 역시 지지존은 남달랐다.

목진은 왠지 좌 장로가 부러웠다. 그는 도령위의 전의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았다면 절대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은 짤막한 대결을 통해 지지존의 강력한 힘을 충분히 느꼈다. 지지존은 9급 지존경 원만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데 도령위 정도면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지지존의 힘을 충분히 느끼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여기까지만 할게요.”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좌 장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잇따라 목진은 손가락을 깨물어 흘러나온 피로 허공에 무언가를 그렸고 이는 오래된 선홍색 부적을 이뤘다.

“도령전진(屠靈戰陣)!”

선홍색 부적이 묵직하기 그지없는 선홍색 전의 구름에 스며들자 수많은 혈광이 휘몰아치며 거대한 선홍색 전진을 이뤘다.

그 광경에 좌 장로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이 이룬 전진에서 사망의 기운을 느꼈다.

휘리릭!

도령위의 위쪽에 형성된 두꺼운 혈운이 내뿜은 수많은 혈광은 기의 회오리처럼 허공을 가르며 나타나 서로 연결되더니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그러다 목진이 한껏 정색하며 인법을 바꾸자 웅장한 전의로 이뤄진 혈광이 한데 모여 대전 위쪽에 방대한 진법을 이뤘다.

이건 전진으로 도령위만 이룰 수 있는 도령전진이었다.

목진은 해당 전진이 익숙했는데 도령위가 죽인 지지존 여덟 명이 전부 똑같은 전진 때문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해당 전진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비록 현재의 도령위는 그때보다 훨씬 뒤처지지만 좌 장로도 그날의 지지존들보다 실력이 훨씬 뒤처졌다.

대전이 선홍빛으로 물들고 수많은 혈광이 휘몰아치며 무서운 전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좌 장로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전진을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좌 장로는 목진을 손 하나 까딱하면 죽일 수 있는 하찮은 벌레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큰 오산이었다. 그는 더없이 용맹한 맹수였다.

그는 선홍색 전진에서 사망의 기운을 느꼈는데 오늘, 자칫 잘못하다가는 정말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9급 지존경 원만급 밖에 안 되는 녀석 하나 못 이겨 이 꼴이 되었다니…….

좌 장로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제 정말 어떤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것이다.

“어린 녀석이 어디서 우쭐거리는 것이냐!”

좌 장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을 힘껏 구르자 체내에서 놀라울 정도로 무서운 영력이 폭발하더니 뒤쪽에 모여 거대한 영력 허상을 이뤘다. 녀석은 나타나자마자 천지마저 제압할 정도의 엄청난 기세를 뽐냈다.

그 광경에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거대한 허상이 바로 좌 장로의 지존법신임을 알아챘다.

잇따라 좌 장로는 나지막하게 외치며 입을 쩍 벌리더니 거대한 허상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수련한 지존법신을 집어삼키다니!

쿠쿵!

좌 장로의 육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팽창해 천 장 정도의 거인이 되었고 몸 표면에 영력 광문이 가득 새겨졌는데 이는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압축하여 이뤄진 것이었다.

후우!

좌 장로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구름이 만들어졌는데 그 속은 광풍과 벼락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좌 장로는 이 구역의 창조자인 듯 오묘한 기운을 내뿜었다.

“이것이 바로 지지존경에 이르러야 수련할 수 있다는 지존법상이란 말인가?”

목진은 좌 장로의 거대한 몸집을 보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지존경에 이르면 지존법신도 따라 바뀌는데 육신과 법신이 융합을 이룬 법상이 되고 지존법상은 내뱉은 말에 따라 움직인다.

“영력 박탈!”

좌 장로가 손으로 목진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자 주위에 오묘한 파동이 퍼졌다. 목진은 순간, 천지의 영력이 그를 배척하는 것이 느껴졌고 주위에서 영력을 전혀 흡수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지지존의 언출법수(言出法隨)인가?”

목진은 한껏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만약 일반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였다면 좌 장로의 언출법수에 바로 궁지에 몰렸을 것이다.

지지존과 9급 지존경 원만급 사이의 실력 차이는 역시나 엄청났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영력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도령위의 전의로 싸움을 하고 있었고 좌 장로는 아직 도령위의 전의까지 박탈할 수는 없었다.

“벼락!”

좌 장로가 다시 소리를 지르자 뇌명과 함께 벼락이 나타나 파멸의 힘을 싣고 목진에게 향했다.

이에 목진은 바로 전의로 방어막을 형성해 아직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도령 전진을 보호했다.

쿵! 쿵! 쿵!

부단히 날아온 난폭한 공격에 혈운 전의는 흩어졌지만 새로 몰려와 굳세게 방어했다.

“풍! 화! 산!”

좌 장로가 더 난폭한 공격을 개시하자 그곳에 있던 영력이 전부 움직여 파멸의 기운을 실은 채 무서운 기세로 목진에게 향했고 혈운 전의도 드디어 버티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목진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도령 전진이 제대로 형태를 갖춰서 좌 장로의 지존법상의 힘으로도 도령 전의의 방어막을 완전히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발견하고 좌 장로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지존법상까지 내세웠는데도 목진을 제압하지 못해 잔뜩 언짢았다.

주위에 맴돌던 파멸의 기운도 사그라들었다.

그때 목진이 고개를 들고 좌 장로를 쳐다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혈운이 흩어지고 완전한 형태를 갖춘 선홍색 전진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좌 장로, 이제 내가 친 전진의 힘을 경험해 보세요.”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한 뒤, 주먹을 꽉 쥐자 선홍색 전진은 혈광을 미친 듯이 발했는데 하늘이 순식간에 선홍색으로 물들었다.

혈광은 주위에 빠르게 퍼지며 좌 장로까지 감싸려 했다.

목진은 좌 장로가 일단 전진의 범위에 들어서면 바로 그 위력을 한껏 끌어올린 공격을 개시하려 했다.

그 광경에 좌 장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잠시 고민하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본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발을 힘껏 굴렀는데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고, 그는 한 갈래 빛줄기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퍽!

대전의 지붕은 바로 부서졌고 목진은 놀라운 속도로 눈앞에서 사라진 좌 장로를 멍하니 쳐다봤다.

좌 장로가 도망갔다.

무려 지지존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렇게 도망가다니!

목진은 넋 놓고 한참 서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언짢아졌다. 그는 도령위의 최강 전력까지 선보이며 크게 한 건 하려 했는데 이렇게 도망가다니.

이런 헛고생도 또 없을 것이다.

“참…… 잽싸군.”

목진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지지존들은 역시 상황 파악이 빨랐다. 일단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바로 최선의 선택을 하곤 했으니 말이다.

좌 장로는 임무와 자신의 목숨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육원은 아무리 화가 나도 좌 장로를 죽이지 않을 테지만 목진과 싸우면 정말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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