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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39화 (738/1,000)

739화. 영진을 뚫을 방법

“아쉽군.”

목진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도령위의 전의로 친 도령 전진의 위력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목진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지존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노인네가 바로 물러난 것이 목진한테도 좋은 일이었다.

더구나 하위 지지존과의 대결에서 상대방이 도망갔단 사실이 알려지면 목진은 천라대륙에서 엄청난 유명인사가 될 것이다.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옷깃을 휘날렸고 허공에 가득 찼던 선홍색 전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병부로 도령위를 거둔 뒤, 석문으로 향했다.

석문만 지나면 곧 만다라의 본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잔뜩 긴장한 채 만 년도 넘게 닫혔던 석문을 서서히 열었는데 그 속에서 창망하고 오래된 기운이 휘몰아쳤다.

목진은 드디어 문틈 사이로 파손된 광장의 끝자락에 놓인 요염한 검은색 상고의 만다라 꽃을 발견했다.

묵직한 석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그 틈 사이로 대전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은 장렬한 전쟁을 겪은 듯 아수라장이었고 대전에 있는 드넓은 광장에는 거대한 돌기둥들이 우뚝 솟아있었다.

또 바닥은 깊숙하게 파인 흔적으로 가득 찼다. 대전의 바닥은 영력으로 제련해 더 단단해졌지만 엄청난 일을 겪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외, 대전에서 하얀빛을 발하는 해골들이 보였는데 만 년이 넘게 지나도록 강력한 압박감을 내뿜는 것이 생전에 분명 상당히 강한 전쟁을 치른 듯했다.

광장은 장렬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목진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광장의 끝자락에 있는 혈옥을 조각해 만든 연화대에 놓인 검은색 꽃이었다.

꽃이 발한 지극히 어두운 빛은 이 세상 모든 빛을 집어삼킬 것 같았고 그 속에 오래된 무늬가 수두룩한 것이 상당히 신비로워 보였다.

목진은 바로 이 요염한 꽃이 바로 만다라의 본체인 진정한 상고의 만다라 꽃이란 걸 알아챘다.

“드디어 찾았다.”

목진은 요염한 꽃을 한참 쳐다보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만다라의 본체를 가져갈 수만 있다면 더는 하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가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전에 발을 들인 순간, 엄청난 위력의 영진이 숨어있는 걸 발견했다.

주위를 쓰윽 훑던 목진은 여덟 개의 돌기둥에 시선을 멈췄는데 그 아래쪽에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해골이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그들이 바로 영진의 핵심이었다.

해골들이 바로 영진의 힘의 원천이었다.

“영진의 위력이 완벽한 구룡시선진 못지않아.”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이 영진은 아무런 파동도 내뿜지 않았지만 일단 누군가 뛰어들면 파멸의 공격을 개시할 것이 뻔했다. 해당 공격에 맞으면 상위 지지존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만다라가 괜히 여기 숨은 것이 아니었군. 안 그럼 육원한테 잡혔을 거야.”

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해당 영진은 육원으로부터 만다라를 보호하긴 했지만 목진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이것만 봐도 그날의 만다라와 육원은 상위 지지존이었을 것이다.

목진은 광장을 둘러싼 영진을 보며 한참 고민하더니 그 변두리에 가서 앉아 눈을 감고 탐색을 시작했다.

목진은 이곳의 영진이 아무리 대단해도 반드시 뚫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만다라의 본체를 포기해야만 한다.

목진은 방대한 영진의 궤적을 조금씩 알아가며 머릿속에 그려냈다.

이곳의 영진은 아주 웅장하고 오묘했으며 내뿜는 강력한 기운에 목진은 놀랄 뿐이었다.

이는 중급 종사급 영진이었다.

한편, 목진은 구룡시선진의 파손된 진도를 획득한 뒤, 열심히 수련해 제2전의 구룡시선진의 결함을 찾아내고 장악했지만 이곳의 영진은 처음 보는 것이라 짧은 시간 내에 뚫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나 목진은 서두르지 않고 영진을 자세히 살폈다. 영진을 뚫으려면 충분히 이해해야 취약한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파손된 대전은 다시 조용해졌고 창망하고 오래된 기운이 휘몰아쳤다.

그러다 하루가 지났는데 목진은 꿈쩍없이 자리에 앉아 앞쪽에 영광으로 영진 모형을 만들었다. 그는 모형을 만들고 부수는 것을 반복했는데 이는 제1전에 친 강력한 영진 모형이었다.

목진은 영진을 치는 방법을 알아내 결함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이렇게 또 반나절이 지나갔다.

위잉.

목진의 앞쪽에서 갑자기 영광을 발하더니 지극히 복잡한 영진 모형이 완전한 형태를 갖췄다. 이는 비록 모형일 뿐이지만 놀라운 파동을 방출했다.

잇따라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는데 이틀 동안 영진을 구현해내느라 몸이 무거웠다. 이건 전력을 다해 좌 장로와 싸우는 것보다 피곤했다.

다만, 지금은 휴식할 때가 아니었기에 목진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영진 모형을 살폈다.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역시 중급 종사급 영진다워. 이렇게 복잡하다니 말이야.”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영진 모형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해 체내의 영력을 탈탈 털어도 해당 영진을 치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해당 영진을 치는 데 필요한 영인은 수백만 개는 되었고 연결 방식이 너무 복잡해 일단 실수하면 영진이 붕괴할 것이다.

하지만 영진 모형의 구축에서 전혀 발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진을 뚫으려면 엄청난 실력자가 아니고서야 핵심을 파괴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에 목진은 자연스레 여덟 개의 돌기둥 아래에 앉아있는 해골들에 눈길이 갔다.

영진의 힘의 원천은 여덟 채의 해골이고 녀석들 사이의 연결은 지극히 안정적이라 영진의 위력도 엄청난 것이다.

목진이 강제로 영진을 뚫으려 하면 해골들은 바로 반격할 것이다. 대신, 여덟 해골 사이의 연결에 이상이 생기면 영진 상태는 안 좋아질 것이고 목진은 그때를 노리면 될 것이다.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해골들의 공격 상대가 될 것이고 영진의 공격에 도령위를 내세워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반드시 영진의 공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의 평형을 깨뜨려야만 했다.

목진은 인상을 확 찌푸린 채 영진의 평형을 깰 방법을 생각했다.

“영진을 건드렸다가는 바로 공격이 날아올 거야.”

“영진의 평형은 핵심에 대한 제어에 있어. 그 핵심은 힘의 원천인 여덟 개의 해골이 앉아있는 돌기둥이며 돌기둥은 영진을 이은 통로야.”

“그럼 해골과 돌기둥을 갈라놓으면 평형이 깨지겠지?”

목진은 고개를 번쩍 들고 돌기둥과 해골들을 보며 위치를 파악하고는 씨익 웃었다.

“이렇게 쉬울 수가.”

그는 발을 가볍게 구르며 바닥이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하고는 뒤로 물러나 병부를 꺼냈다. 혈광이 요동치며 도령위가 다시 나타나 선홍색 전의를 방출했다.

목진은 바로 도령위의 전의에 의식을 주입했다.

크으으으!

도령위의 나지막한 고함과 함께 웅장한 혈운이 휘몰아쳐 거대한 선홍색 이무기를 이뤘는데 녀석의 몸 표면이 전문으로 가득 찼다.

거대한 이무기는 기세등등해 내려앉았는데 공격 대상은 영진이 아니라 광장 밖 서북쪽 어딘가였다.

쿵!

거대한 이무기의 공격에 대전 전체가 파르르 떨리더니 영력으로 제련해 더없이 단단한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그런데 목진은 거대한 이무기의 공격에 연기가 자욱해진 곳을 보지 않고 그와 가장 가까운 광장의 돌기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무기의 공격에 힘의 여파가 전해져 해당 돌기둥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영진을 직접 공격할 수 없으니 목진은 외부의 땅을 공격해 힘의 여파로 영진 내부에 전하려 했다.

비록 영진 때문에 전해진 힘은 아주 미약할 테지만 꾸준히 공격하면 언젠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반드시 해당 영진의 구조를 잘 알아야만 했다. 그래야 영력이 그윽한 곳을 피해 적당한 곳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돌기둥 아래쪽에 앉아있는 해골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힘이 전파하는 시간을 쟀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돌기둥 아래쪽에 앉아있던 해골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앞으로 조금씩 이동하자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해골의 움직임은 아주 미약했지만 목진의 방법이 쓸모가 있었다.

그 광경에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파손된 광장에서는 폭발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고 목진은 화색이 되어 상황을 살폈다.

폭파의 여파는 예상대로 잘 전달되었고, 돌기둥 아래쪽에 앉아있던 해골은 드디어 조금씩 움직였다. 비록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목진은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목진의 운이 좋아서였다. 만약 해골들이 의식이 남아있었다면 이 방법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을 것이다.

해골들이 마음먹고 반항하면 목진이 형성한 힘의 여파는 영진을 절대 뚫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만 년이란 시간이 흘러 해골에 남아있는 의식은 없었고, 겨우 영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목진에게 천운이 따랐다.

그러나 이건 목진이 열심히 영진을 연구하며 노력한 덕분이었다. 아무 데나 공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진 중에서 힘의 여파가 전달되지 않은 곳은 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적당한 자리를 정확하게 공격해야 했다. 그래야 힘의 여파가 정확히 해골에 닿을 수 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내쉬고는 다시 도령위의 전의로 난폭한 공격을 개시했다.

쿵! 쿵!

끊임없이 이어진 매서운 공격에 광장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지면에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그러나 영진 내부는 끄떡없었고 여전히 외부를 둘러싸고 있었다.

잠시 후, 서북쪽의 한 돌기둥 아래쪽에 앉아있던 해골이 부단히 떨리더니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점차 돌기둥의 범위를 벗어났다.

이러한 과정은 반 시진 동안 계속됐는데 한시도 쉬지 않고 도령위의 전의를 사용하는 것은 목진한테 엄청난 부담이라 숨 쉬는 것조차 가빠졌다.

현재 광장의 외곽은 만신창이가 됐는데 목진은 여전히 조금씩 움직이는 해골에만 집중했다. 그는 신중하게 거리를 계산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해골이 돌기둥의 범위를 벗어날 거야.’

잇따라 그가 잔뜩 긴장한 채 마음을 움직이자 도령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폭한 전의를 방출해 지면을 공격했다.

쿵!

대지가 진동하자 해골은 다시 파르르 떨며 앞으로 조금 이동했다.

됐어!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어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앞쪽 영진이 갑자기 진동하며 강대했던 영력이 무질서해졌고 완벽한 형태를 갖췄던 영진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순간, 여덟 번째 돌기둥에 균열이 일었고 해골의 보호와 유지를 잃은 돌기둥은 곧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영진은 여덟 개의 돌기둥으로 힘을 전달받는데 여덟 번째 기둥이 무너지기 직전이라 완벽했던 영진도 결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편, 목진은 부단히 영광을 발하다가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는 영진을 보고 영진이 더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곧바로 옷깃을 휘날려 도령위를 거둔 뒤, 영진의 변두리로 다가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에 곧바로 선홍색 갑옷이 나타났다.

갑옷은 하홍한테서 얻은 적룡전갑으로 방어력이 상당해 영진에 뛰어들 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준비를 마친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바로 영진으로 뛰어들었다.

후우!

잇따라 무서운 영력 돌풍이 휘몰아치자 목진은 등에 산 한 채를 업은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고 전진 속도도 훨씬 느려졌다.

그는 발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했다. 적룡전갑은 눈부신 적홍색 빛을 발하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 애를 썼지만 영진 내부의 엄청난 압력이 버거운 듯 미세하게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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